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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시작되기 전, 클레이는 밀리안의 요도에 긴 막대를 넣고 콘돔을 끼웠다. 그리고 섹시한 속옷 위에 검은색 슈트를 입혔다. 목을 덮은 헨리 넥 셔츠, 하얀색 장갑까지. 얼굴 외엔 살결이 드러내지 못하도록 그녀가 특별히 준비한 의상이었다. 하지만 입히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그가 수치스러워하는 온갖 것들을 착용하게 했지만, 밀리안은 도리어 클레이가 초조해질 정도로 순종적으로 굴었다.
“참지 못하겠으면,”
“침실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밀리안은 홀 안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다. 밖을 볼 수 있도록 벽에 매직미러를 설치해둔 방에서만 있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그조차도 성에 차지 않았다. 클레이가 미간을 찌푸리자 밀리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보더라도 결혼은 미루지 않겠다고 계약서도 쓰게 해놓고 왜 불안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한다고 다가 아니잖아.”
자신의 실체를 알고 나면 그의 사랑이 식을까 봐 무섭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겁이 많아진다. 그녀에게 밀리안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 넘칠 것 같은 그의 감정이 아주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게 무서웠다. 그런 클레이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밀리안이 옅게 웃었다. 그녀가 이렇게 겁내는 것이 좋았다. 자신을 잡고 싶어서 안달하고, 마음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고, 또 애타 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벅차게 다가왔다.
상대의 마음이 적나라할 만큼 드러났던 각인의 기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찾아갔고, 그만큼 상대의 속삭임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됐다. 신뢰하는 법을 알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걸 위해 두 사람은 최대한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냈다.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그럼 제 화가 풀릴 때까지 ‘그곳’에 있으면 됩니다.”
“……묶여서?”
“네.”
“자기 혼자 따돌렸다고 벤틀로가 화내면?”
“이해해주실 거예요.”
클레이는 확신에 차서 말하는 밀리안을 가만히 바라봤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빛이 나서 심장이 떨렸다. 한껏 사랑받은 사람 특유의 밝은 빛이 뿌듯했다. 저 남자를 저렇게 만든 사람이 자신이라는 게 좋았다.
“제가 질투하는 게 좋다고 하셨죠.”
“맞아.”
“그럼 제가 질투에 미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받아들여 주세요.”
“―!”
그제야 초조하던 마음이 씻은 듯 사라졌다. 클레이의 얼굴에 다시 여유가 돌아오자 이번엔 밀리안이 미간을 좁혔다.
“물론, 이 파티는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다음은 없어요.”
“당연하지.”
하라고 해도 안 해. 지금이라도 엎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밀리안의 질투가 기대되어 그러지 않을 거지만.
이 남자는 왜 질투를 해도 귀엽지? 너무 좋아서 판을 깔아놓고 더 하라고 종용하고 싶을 정도였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특수 금속으로 제작한 구속구. 어제 도착했어. 그건 나도 못 끊어, 밀리.”
“―!”
“내 결혼 선물, 마음에 들어?”
“……네.”
밀리안이 은은하게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분하던 눈동자가 동공이 확장되어 반짝였다. 클레이는 완전히 안도했다. 이 남자를 감당할 수 있는 여자는 자신뿐이다. 밀리안이 평범한 여자를 사랑했다면, 분명 그 끝이 별로 좋지 않았을 테니까. 물론 제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부분이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소리였다.
집착하다 못해 자신을 묶고 감금하는 게 소원인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클레이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다 가까스로 참았다. 지금 키스하면 분명 끝까지 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다녀올게.”
“네.”
살이 오른 부드러운 볼을 손으로 잠시 문지른 후, 클레이가 문을 열고 밀리안이 있는 방을 나섰다.
* * *
밀리안은 차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봤다. 호화로운 파티였다. 수영장이 있는 외부와 연결된 홀은 굉장히 넓었다.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들이 작은 수영복만 입은 채 교태를 부리며 서빙을 했고, 그 사이로 잘 갖춰 입은 알파들이 고아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에서 살짝 오고 가는 은밀한 시선이 이 파티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그들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독립된 공간에 있음에도 시간이 갈수록 불꽃이 튀듯 뒤엉키는 페로몬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저곳을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는 오메가들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렇게 감추려 들기에 대체 얼마나 문란한 파티인가 싶어 초조했었는데, 그의 상상이 오히려 더 과할 정도였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여전했다.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은, 클레이가 반지를 낀 상태에서도 그녀를 향한 남자들의 접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클레이 디어가 연인이 있고, 그 한 사람에게 정착한다는 사실을. 하긴, 수많은 알파들 속에서도 홀로 빛나고 있는 여자를 고작 반지 하나로 포기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성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그럼에도 속이 부글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클레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분명 보이지 않을 텐데 클레이는 정확히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또 시선까지 맞췄다. 천천히 얼굴 전체에 번지는 미소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
날이 섰던 몸에서 긴장이 훅 풀어졌다. 밀리안은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신음을 흘렸다. 요도에 삽입한 막대가 단순한 금속인 줄 알았는데 미세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만약 콘돔을 끼지 않았더라면 옷을 모두 더럽혔으리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클레이가 보이는 유리 벽으로 이동했다. 요도에 삽입된 플래그가 불편했지만, 서 있지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과도한 쾌락에 몸부림칠 때는 모두 클레이가 곁에 있을 때뿐이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숨겨진 연인으로 있는 것은. 모두가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다 하더라도 클레이의 곁을 차지할 것이다.
밀리안은 클레이만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차곡차곡 담았다. 이것으로 완전히 사라질 그녀의 과거를. 그녀가 걱정하던 혐오는 있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잠깐이라도 닿았던 남자들을 죽이고 싶을지언정, 그도 알고 있는 과거를 어떻게든 가리고 싶어 하는 여자를 어떻게 싫어하게 될 수 있을까.
밀리안은 자신이 이것을 보고 싶어 한 이유를 완전히 깨달았다. 그녀의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눈에 담고 싶었다. 자신이 없던, 존재할 수도 없고, 들어가지도 못했던 공간에 있는 여자의 모습을. 고작 이것만으로도 이제 다신 없을 여자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소유한 것 같은 착각이 인다.
내 거다. 지금은 저곳에 홀로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곁으로 올 여자는.
마치 영원히 마주 보고 있을 것만 같던 시간은 클레이에게 다가온 어떤 남자에 의해 끊어졌다. 밀리안은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에 손바닥을 댔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손톱 끝이 유리에 긁혀 거슬리는 소리를 냈지만, 그걸 들을 정신이 없었다. 이걸 깨고, 지금이라도 저 여자를 빼내고 싶다.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그래야만 이걸 보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내던 클레이의 말이 아니었더라면 당장 이곳에서 뛰쳐나갔으리라.
더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아름다운 육체를 과시하듯 드러내며 클레이를 유혹하는 남자들을 다 죽이고 싶어져서, 자칫 그녀에게까지 잘못된 행동을 할 것 같아 두려워졌다. 밀리안은 이를 악물고 온 이성을 끌어모아 유리 벽에서 몸을 뗐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밀리안은 자신의 머리 어딘가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클레이가 더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도.
클레이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묶고, 감금하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단둘만의 세상에 갇혀 죽을 때까지 있고 싶은 욕망은 여전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그런 욕망에 치닫는다. 그걸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어긋난 욕망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밀리안은 그가 정말로 그러고 싶다고 하면, 클레이가 받아들여 주리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위험했다.
그러니 이 고장 난 머리가 완전히 미치지 않도록 사는 내내 노력하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저 여자와 끝까지 행복하게 살 거니까.
* * *
이미 전날 이곳에 와서 클레이와 하룻밤을 보낸 방은 그녀의 냄새가 자욱했다. 별장의 가장 깊은 곳, 벤틀로조차도 오지 못하도록 만든 방에 돌아온 밀리안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꼭 클레이가 함께 있는 것만 같다. 아까까진 아무렇지 않았던 성기가 욱신거렸다. 순식간에 열기에 휩쓸려 더운 숨이 토해졌다. 꼼꼼히 차려입은 정장을 모조리 벗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더웠다.
하지만 밀리안은 클레이가 그에게 입힌 옷을 단추조차도 건드리지 않은 채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래야 그녀가 착하다고, 예쁘다고 해줄 테니까.
클레이의 냄새가 짙게 밴 시트를 몸에 말고 웅크렸다. 기다림은 힘들었다.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클레이가 그녀를 유혹하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그랬다. 이곳으로 홀로 돌아오는 것도 힘겨웠다. 당장 그녀가 있는 홀 안으로 뛰쳐 들어가 클레이를 끌고 나오고 싶어져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가 자신의 것임을 알리고 싶어서. 하지만,
‘약속해. 고작 이런 곳에서 우리가 연인임을 알리는 첫 장소로 만들지 않겠다고.’
클레이가 그러지 않길 바라서, 참아야 했다. 그녀는 되도록 결혼하는 그날까지 비밀을 유지하고자 했다. 지금껏 베타로 살아왔기에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언론이 그의 밑바닥까지 캐고 캐서 숨기고 싶은 과거까지 공개해버릴 거라며 강조했다.
사실은, 밀리안은 그런 클레이의 말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 밝히더라도 상대가 클레이인 이상 어차피 그의 신상은 파헤쳐질 것이다. 그게 빠르든 늦든 결과는 같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밝혀버리고 그녀의 곁을 차지하는 게 그에겐 더 좋은 일이었다. 이제 도망치는 것은 지긋지긋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그녀의 말을 얌전히 듣는 이유는, 클레이가 그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달아서였다. 만에 하나라도 그걸 견디다 못해 그녀의 곁에 있는 걸 괴로워할까 봐 겁을 내서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게 된다. 물론, 언론이 너무 달라붙으면 그걸 수습하다 결혼식 일정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말에 멈칫한 이유가 더 컸지만.
밀리안은 시트에 얼굴을 묻고 클레이의 냄새를 깊숙이 삼켰다.
‘결혼해줘. 모든 사람에게 당신과 내가 부부라는 걸 알리게 해줘.’
“아―!”
고작 클레이의 청혼을 다시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달했다. 밀리안은 움찔움찔 튀는 몸을 제어하지 못한 채 열띤 신음을 흘렸다.
그때, 드디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클레이의 냄새가 훅, 짙어졌다. 밀리안은 발기한 하체를 손으로 꾹 누르며 헐떡였다. 빨리, 빨리 와. 애타는 그의 마음이 들렸던 건지, 침대를 사방으로 감싸고 내려온 휘장이 젖혀졌다. 클레이가 만족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밀리.”
“늦었…….”
“미안해. 오늘따라 늦게 끝나서. 착하게 잘 있었어?”
거짓말. 일부러 늦게 온 게 분명했다. 자신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 그것도 뒤에 이상한 것까지 딸려 왔다. 밀리안은 클레이의 뒤를 따라온 듯, 문가에서 서성이고 있는 남자를 날카롭게 잡아냈다. 이럴 줄 알았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에게 선택되고 싶어서 안달한 남자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았던 만큼,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밀리안은 분명히 저 남자의 존재를 알고 있을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가 된다는 듯이 열렬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두 팔을 위로 뻗었다. 그리고 클레이의 목을 끌어안은 채 놀란 얼굴로 안을 훔쳐보고 있는 남자를 비웃었다. 아무리 탐을 내봐도 이 여자는 내 것이다.
“하아, 제발, 빨리…….”
밀리안은 남자가 들으라는 듯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제게 고개를 숙인 여자의 얼굴이 웃음이 서린 게 보였다. 자신이 질투로 미쳐버리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얄미운 여자. 하지만 사랑해. 그리고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렇게 몸을 겹치고 있으면 듣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애틋한 속삭임이 들리기 때문이었다.
“이제 빼도 좋아.”
“……빼주세요.”
살짝 치대듯 말하자 클레이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은밀하게 웃으며 그의 성기에서 콘돔을 벗겼다. 그 정도의 자극도 버티지 못하고 밀리안의 몸이 파득 튀었다.
거대한 성기는 혈관까지 곤두설 정도로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 끝에는 요도 플래그 끝이 동그랗게 보였다. 그녀의 손이 그 끝을 장난스럽게 문질렀다. 밀리안의 신음은 더 커졌다. 밀리안은 자신이 쾌감에 젖은 소리를 낼수록 문가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클레이가 제게 집중하라며 플래그를 살짝 빼냈다가 깊숙이 처박았다.
“하윽! 읏! 아, 아아!”
“즐거웠어?”
“제, 제발. 으읏!”
“이제 제법 즐기게 된 것 같아.”
아, 즐기기 시작한 건 이미 조금 됐나? 짓궂은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는 한눈에도 즐거워 보였다. 클레이는 숨을 헐떡이는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로 음탕하게 속삭였다.
“빨아줄까?”
“흡!”
“내 입 안에 싸는 거야. 응?”
“해, 해줘요. 제발……!”
밀리안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했다. 해 준다고 한 사람은 그녀인데, 마치 제가 요구한 것처럼. 밀리안은 클레이가 먼저 성기를 빨아주겠다고 말한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새파랗게 질린 남자의 얼굴을 보자 열에 들떠 애가 탄 와중에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의 시선이 어디로 향했는지 깨달은 클레이의 입술이 길게 휘었다.
“다리 벌려.”
“아!”
여자의 명령에 밀리안은 거의 울 듯한 얼굴로 다리를 벌렸다. 그녀는 머리를 내려 잘게 경련하는 귀두 끝에 입술을 묻었다. 밀리안의 손가락이 아름답게 틀어 올린 그녀의 머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빨로 동그란 요도 플래그 끝을 물고 천천히 뽑아 올리자 귓가를 적시던 신음은 고통과 쾌감으로 거의 울음처럼 변해버렸다.
성기를 뚫고 들어간 플래그가 완전히 뽑혀 나오기 직전, 클레이는 그대로 아래에 쑤셔 박았다.
“아아아!”
그의 비명이 침실 안을 가득 울렸다. 전립선을 직통으로 자극당하는 쾌감은 고통보다 커서 괴로울 정도였다. 밀리안은 눈물로 흐려진 눈으로 원망을 담아 짓궂게 웃고 있는 그녀를 향했다.
“당신이란 여자는 대체…….”
“네 알파야. 당신이 선택한.”
확신에 찬 목소리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밀리안이 대답도 못 하고 숨을 헐떡이자 클레이가 대답을 종용했다.
“그렇다고 해. 응?”
“맞아요. 내 겁니다. 내 알파에요. 아무에게도 주지 않을 겁니다.”
“다신 버리지 마. 버릴 거면 차라리 죽이고 가.”
“……그럴게요.”
절대로 혼자 두지 않겠다고, 밀리안은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그제야 클레이가 환하게 웃었다.
클레이 디어의 향이 짙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상태였는데, 섬세한 손이 그의 성기를 잔인하게 짓이겼다. 섬세한 레이스가 하얀 선액으로 흠뻑 젖어 불편할 텐데 그를 바라보는 클레이의 얼굴은 미동조차 없었다.
클레이는 붉은 기가 도는 날렵한 코를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 그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만족해?”
“……조금은요.”
밀리안이 살짝 눈을 내리떴다. 정갈한 속눈썹 아래 그림자가 예쁘게 졌다.
“날 벌주려던 목적이었으면 성공했어.”
“생각보다는 양호한 수준이어서,”
“그거야 당신이 끝까지 안 봤으니까. 내게는 다행인 일이지만.”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추한 민낯을 보여주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오래 제 비서로 일하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해도 그가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그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클레이가 쓰게 웃자 밀리안이 그녀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어요. 당신만 내게 돌아오면 됩니다.”
“……응.”
밀리안의 솔직한 말에 클레이가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몸을 숙여 키스하려고 하자,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밀리안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뒤로 밀었다.
“일부러 뒤에 남자를 달고 왔죠?”
“질투해 준다길래. 그런데 한껏 애교만 부려서 이게 질투인지 상인지 헷갈릴 정도였어.”
애교. 밀리안은 열이 오르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클레이가 얼굴을 가린 그의 손을 밀어내고 기어코 입을 맞췄다. 밀리안은 살짝 눈을 찡그리며 클레이가 한 행동의 허점을 꼬집었다.
“결혼식 전까지 숨겨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람 한 명의 입을 막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게다가 한 사람의 목소리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증거물이 있다면 몰라도, 고작 말로만 뱉어내는 말을 몇 명이나 믿을까. 클레이가 그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며 작게 웃었다.
“너무 좁아.”
그렇게 많이 몸을 겹쳤는데 왜 여전히 좁은 거냐며 클레이가 타박 아닌 타박을 하자 밀리안이 순간 억울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의 성기를 잡은 클레이의 손에 힘이 들어가서 원망을 할 정신도 없었다. 그의 신음이 고통을 띄었을 때, 클레이는 더 장난치지 않고 요도 플래그를 뽑아냈다. 그리고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액체를 입 안에 가득 담았다.
여자의 입 안은 뜨거웠다. 밀리안은 그 안에 더 깊이 들어가고자 허리를 흔들었다. 절정은 도망갈 틈도 주지 않은 채 치밀하게 몰려들었다.
아득하게 몰려오는 쾌감에 흐려진 시야로 밀리안은 새파랗게 질린 낯으로 아직도 안을 훔쳐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달다. 저 남자의 좌절이, 질투가. 그리고 그런 남자의 반응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누구도 자신만큼 이 오만한 여자에게 사랑받지 않을 거란 사실을.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활짝 젖혀진 침대의 휘장을 당겼다. 보여주는 것은 여기까지로 족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온전히 둘만의 시간이었다.
<로맨틱 섹슈얼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