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8-
공동으로 리조트 사업을 진행하게 된 이후, 게빈 스튜어트의 방문이 잦아졌다. 그녀가 직접 오지 않아도 될 일에도 기어코 오는 건 클레이를 자극하려는 이유가 분명했다.
“안녕, 밀리안. 오늘도 여전히 예쁘네?”
“…….”
게빈이 은근슬쩍 그에게 다가와 추파를 던지자, 밀리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당연히 클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 둘의 관계를 비밀로 하고 있는 상황에 대놓고 게빈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게빈도 그걸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회의실에 앉은 게빈의 부하 직원들은 다소 수치스럽다는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숨겼다. 그들에겐 보스의 행동이 다소 익숙하긴 했지만, 그걸 다른 회사에 와서, 그것도 협력업체의 직원을 유혹하는 모습을 보는 게 달가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클레이가 차갑게 식은 눈으로 게빈에게 경고했다.
“적당히 하지 않으면 이 일이 제대로 진행하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될 거야.”
“고작 비서를 위해 내게 소송을 걸겠다고?”
“내 회사에 와서 내 비서에게 이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날 모욕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내가 그걸 왜 관대하게 두고 봐야 하지?”
“그렇게 화내지 마, 클레이. 꼭 두 사람이 깊은 관계라도 된 것처럼 보이잖아.”
밀리안을 사이에 두고 두 알파가 싸움을 벌이자, 처음엔 제 상관을 부끄러워하던 게빈 스튜어트의 직원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당연히 클레이의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밀리안은 냉정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두 사람을 중재했다.
“이제 회의를 진행하죠. 그리고 스튜어트 님, 만일 불미스러운 문제를 만들 경우엔 제가 직접 소송을 걸 겁니다. 안타깝게도 제겐 그동안 스튜어트 님께서 벌인 일들에 대한 증거가 많고, 절 위해 증인석에 앉아 줄 사람들도 많습니다.”
밀리안이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자 그의 시선을 받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빈 스튜어트 쪽의 직원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밀리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클레이가 입을 열었다.
“소송을 걸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최고의 변호사들을 붙여 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클레이의 지지 선언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밀리안이 다시 게빈 스튜어트를 바라봤다.
“다행히 저희 사장님께서도 절 적극 지지해 주실 것 같으니 제가 패소할 일이 없겠군요.”
“오, 그거 무섭네.”
“네, 그러니 이제 쓸데없는 짓 그만하시고 자리에 앉으십시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밀리안의 차분한 말에 회의실 안의 분위기가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이미 제자리에 앉은 클레이가 단장에 서서 회의를 주도하는 밀리안을 유심히 바라봤다. 정말 일에 미련이 없다고? 설혹, 정말 미련이 없더라도 그대로 집에 놓아두기엔 아까운 남자였다.
물론 클레이도 밀리안이 한시라도 빨리 임신하길 바랐다. 그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 그들의 사이를 더욱 공고히 해 주길 바랐고, 또 밀리안을 닮은, 그와 자신의 피를 함께 받은 아이의 존재가 주는 행복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밀리안의 희생을 동반했다. 그가 임신하면 당연히 회사는 쉬어야 한다. 그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밀리안도 동의를 한 상황이니 그건 변함이 없지만, 그 이후에는 무조건 복귀시켜야 했다.
클레이는 제 옆에 앉아 실없이 웃고 있는 게빈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게빈은 그녀의 눈빛이 무섭다는 듯 어깨를 움츠리며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행동이었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라니까.”
“닥쳐.”
“오, 무서워라. 자, 결혼 선물.”
게빈은 클레이의 팔을 억지로 끌어 그녀의 손 위에 품에서 꺼낸 작은 상자를 올렸다. 클레이는 제 손 위에 올려진 물건을 보다 시선을 위로 올렸다. 이게 뭐냐는 소리 없는 질문에 게빈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재밌는 거야. 밤에 그에게 꼭 써 보라고.”
“흐음.”
“쓰고 나면 나에게 고마워할걸?”
“그럴 일은 없어.”
차게 말하면서도 클레이는 게빈이 준 선물을 받아들였다. 그 뻔한 행동에 게빈 스튜어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웃음으로 회의가 다시 중단되자 일어서서 브리핑하고 있던 직원의 얼굴이 어색하게 변했다. 밀리안이 마이크를 대고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아니, 아니야.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계속 진행해.”
“……앞으론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게빈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밀리안의 경고를 받아들였다. 밀리안은 다시 회의를 진행시켰고, 게빈은 그런 밀리안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알파를 대할 때 밀리안처럼 제 뜻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건 오메가는 물론, 베타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알파 두 명이 기 싸움을 벌이는데도 밀리안은 그 기운에 꺾이지 않았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의 능력을 차치하고, 알파를 다룰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귀했다. 보면 볼수록 아쉽고, 클레이가 부러웠다. 내 회사로 왔으면 귀여워 해 줬을 텐데……. 게빈이 밀리안을 보며 아쉬운 얼굴을 하자 클레이가 한 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웃었다.
“꿈 깨. 넌 절대 못 가지니까.”
“너무하네.”
“넌 평생 저런 남자 못 만나.”
클레이가 다소 유치할 정도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콧대를 세웠다. 이게 진짜 미쳤네. 게빈은 황당한 나머지 대답도 못 한 채 헛웃음만 흘렸다.
* * *
회의가 끝나고 두 사람은 사장실로 돌아왔다. 밀리안이 살짝 굳은 어깨를 주무르다 클레이를 바라봤다.
“아까 뭘 받은 겁니까?”
“선물이라던데?”
“선물이요?”
그 게빈 스튜어트가요? 밀리안의 눈이 의심으로 가늘어졌다. 클레이는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밤에 당신과 사용하래. 재밌을 거라고.”
“……그걸, 받았습니까?”
뭔지도 모르고, 그저 재밌을 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았다니. 밀리안이 비난하자 클레이가 시선을 피하며 변명했다.
“이상한 거면 안 쓰면 되니까.”
“당연히 이상한 거겠죠. 이리 주십시오, 제가 버리겠습니다.”
밀리안이 제게 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클레이는 해사하게 웃기만 하고 제 품에 넣은 게빈의 선물을 꺼내지도 않았다. 밀리안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분, 정말 사이가 나쁜 게 맞습니까?”
“당연하지.”
“전 왜 그렇게 안 보일까요?”
사이가 아주 돈독하고 성격도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며 밀리안이 혀를 내찼다. 강도 높은 비난에 클레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게빈 스튜어트와 날 같은 선상에서 엮지 마.”
“……그거부터 제게 주시고 그런 말을 하셔야죠.”
“정말 이상한 거라면 버릴 거라니까?”
“전 싫습니다. 사용하려면 혼자 쓰세요.”
재미도 혼자 보라고 밀리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클레이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예쁘게 웃었다.
“내가 혼자 재미 보는 걸 당신이 견딜 수 있을까?”
“-!”
“십 분이라도 견딘다면 이 안에 뭐가 들었든지 당신 뜻대로 할게.”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전제를 확신하고 있는 클레이의 말에 밀리안의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각인하기 전에도 그랬는데, 각인한 후엔 더더욱 그럴 수가 없었다. 상대가 달아올랐는데, 그걸 어떻게 참고 본단 말인가. 십 분은커녕 일 분도 참지 못할 것이다.
“비열해요.”
“응, 사랑해.”
“……정말이지.”
“사랑한다니까?”
“저도 사랑하니까 그건 버리세요.”
하하. 클레이가 소리 내어 웃으며 그의 말을 그대로 흘려버렸다. 클레이가 저렇게 버리기 싫어할수록 밀리안은 더 불안해졌다. 대체 뭐길래? 클레이의 변태적인 취향을 알고 있기에 그 불안은 작아질 수 없었다. 버린다는 말도 신뢰하지 못했다.
그때 클레이가 시계를 힐끔 바라봤다.
“오후에 잡힌 회의까지 얼마나 남았지?”
“네? 이제 세 시간 뒤에, ……그건 왜 묻습니까?”
세 시간이면 예쁘게 운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대로 돌리기 충분한 시간이다. 클레이가 묘한 웃음을 흘리며 경계하는 밀리안을 향해 다가갔다.
“바지 벗어.”
“……네?”
“당신 엉덩이를 다른 사람이 만졌잖아. 소독해야지.”
“그게, 무슨…….”
아무도 만진 사람이 없었다. 밀리안이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을 하자 클레이가 눈을 찌푸렸다.
“아까 회의실에서 갈색 머리의 남자가 스쳐 지나가면서 만졌다고.”
“그건 만진 게 아니라 살짝 닿은 거겠죠.”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졌다면 기억을 못 할 리가 없었다. 그의 반박에 클레이의 미소가 성큼 사나워지자 밀리안이 저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해 벽에 막혔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 제게로 바짝 끌어당겼다.
“누가 내 가슴을 멋대로 만지면, 당신은 그걸 그대로 보기만 할 수 있어?”
“누가 당신의 가슴을 멋대로 만질 수 있습니까?”
비유가 옳지 않다고 밀리안이 주장하자 클레이가 혀를 내찼다. 쓸데없이 현실적이긴.
“그러니까 가정을 하자면 말이야. 상상해 봐. 누가 내 가슴을 만지면 나처럼 굴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
누군가가 설혹 실수로라도 그녀의 가슴을 스친다면, 아마 자신은 클레이의 가슴을 물고 빨아 제 흔적으로 가득 채워 버릴 터였다. 밀리안은 조용히 제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밀리안의 고분고분한 행동에 클레이가 낮게 웃으며 허리에 감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바닥에 무릎을 대고 섰다.
그의 얇은 속옷 안으로 양손을 집어넣고 이제는 살이 차오른 탄력 있는 엉덩이를 꽉 쥐자 밀리안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시선은 정확히 밀리안의 성기에 닿아 있었다. 고작 엉덩이를 조금 만지고, 조금 바라봤다고 성기가 슬며시 올라오고 있었다. 클레이는 작은 속옷 위로 빼꼼 얼굴을 내민 귀두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예쁘다.”
다리, 좀 더 벌려 볼래? 클레이의 속삭임에 밀리안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깜박이더니 슬며시 다리를 벌렸다. 그의 다리 사이로 클레이의 무릎이 파고들었다. 속옷 밖으로 빠져나온 성기의 면적이 더 커졌다. 클레이가 점점 단단해지는 성기에 후, 입김을 불었다.
“기대하고 있어?”
“소독할, 곳이 다르잖, 아아…….”
“당신 좆이 이렇게 벌떡 서는데 어떻게 그대로 둬.”
그리고 당연히 엉덩이부터 소독할 거라며 클레이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다시 몸을 일으킨 클레이가 밀리안을 벽을 보게 했다. 살짝 엉덩이를 뒤로 빼게 만든 뒤 양손으로 세게 주무르고 불시에 손으로 내리쳤다.
“-!”
강렬한 통증에 밀리안의 몸이 흠칫 튀어 오르자 클레이가 경고했다.
“움직이면 다칠지도 몰라.”
“하, 하지만, 읏!”
엉덩이를 만지던 손이 앞으로 와 성기를 움켜잡았다. 섬세한 손끝에 뿌연 애액이 물들었다. 클레이는 야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는 좁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더니 그의 음란함을 비난했다.
“엉덩이를 맞고 더 세웠네? 변태구나, 우리 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