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7-
알파와 오메가의 섹스는 지독했다. 알파의 질이 성기를 조이면 오메가의 요도가 좁아지면서 알파의 관을 빨았다. 쾌락을 주면 그게 몇 배로 커져서 되돌아온다. 하물며 그 상대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각인을 한 반려자였으니 결합의 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실 섹스는 이미 횟수를 세는 게 힘들 정도로 했다. 그 정도면 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일 텐데, 할 때마다 정신이 나갔다. 이건 미친 게 분명했다. 각인을 하고, 이젠 결혼까지 했음에도 안심이 안 된다. 사랑할수록 버려질 가능성을 찾게 된다. 이제는 안심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절박하게 매달리게 되는 걸까.
눈이 뜨겁다. 한번 열린 샘은 한계를 모르고 다시 물을 퍼냈다. 대체 당신을 어디까지 가져야 만족할 수 있을까. 모든 살점과 뼈와 피를 다 뱃속에 넣으면, 그러면 이 감정이 조금이나 사그라들까.
포악하고 잔인한 욕구에 클레이는 밀리안의 요도 깊숙한 곳을 파헤치며 이를 악물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턱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그 눈물이 아래에 있는 밀리안의 입술로 떨어졌다. 이상함을 느낀 밀리안이 힘겹게 눈을 떴다.
“클레이, 왜, 아아! 아, 잠깐, 흣!”
“사랑해. 사랑해, 밀리안 디어. 사랑해. 응?”
“아니, 아흣, 아, 저도, 사, 아아! 잠깐만, 멈, 흐읏!”
“멈춰? 어떻게?”
멈추기는커녕 성기 가장 깊은 곳, 그가 느끼는 지점을 꿰뚫은 여자의 관이 부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압력에 밀리안의 몸이 요동쳤다. 클레이는 눈을 크게 뜨고 아픔과 쾌락에 몸부림치는 밀리안의 얼굴을 집요하게 주시했다.
“아, 안, 아프, 아흣, 아! 아, 아아아! 으응, 싫, 이건 안, 으읏!”
“당신이, 아, 너무, 빨아서, 미친, 너무, 좋아, 씨발.”
요도를 막은 관이 부풀더니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돼 버렸다. 이렇게 빨리 노팅을 할 생각이 없었던 클레이도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이건 그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클레이는 자신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밀리안의 이마를 손으로 쓸었다. 고운 모래와 땀이 뒤엉켜 엉망이었다. 그도 부족해 밀리안이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았다. 아픔과 쾌락으로 인한 생리적인 눈물이 그녀의 다독임에 탄력을 받았는지 정신없이 흘러나왔다.
“미안, 미안해. 밀리. 아, 그런데 너무 좋아서, 흣.”
“클레이, 클레이, 아 배가 너무 아프, 흐읏, 아앗!”
아픔과 쾌락을 구별하지 못한 채 아이처럼 우는 밀리안이 애처로우면서도 등줄기가 삐쭉 설 정도로 야했다. 클레이는 손을 내려 밀리안의 성기 바로 위를 더듬었다.
“여기가 부풀어 오르도록 싸 줄게. 응?”
“흐읏!”
“예뻐, 너무 예뻐.”
이 늘씬한 배가 부풀어 오른다는 상상을 하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포만감이 일었다. 그래. 내 아이를 배게 하자. 아직 밀리안의 내장 깊숙한 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부족하다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내 것의 상징이 필요했다. 이 남자 안에 자신이 섞였다는 증거가.
* * *
분명 밖에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입고 있던 옷은 전부 뜯겨 걸레짝처럼 흩어져 있었다.
짐승의 욕망이 그녀를 발정기로 몰아넣었다. 클레이의 러트가 시작되자 정신없이 쏟아 내는 사정액과 함께 페로몬이 자욱하게 깔렸다. 아랫배가 도톰하게 부푼 채로 밀리안이 헐떡거리며 우는 게 보기 좋았다. 클레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노팅이 끝나면 조금 뒤에 다시 관이 부풀었다. 임신시키려고 작정한 것처럼 밀리안의 안을 꽉 틀어막고 제 것을 가득 부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참은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즉물적이고 과격한 욕망이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안에 싼 사정액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빈틈없이 요도 구멍을 막았다. 밀리안이 배를 부풀린 채 침대에 몸을 비볐다. 싸고 싶다고 애원하는 소리가 야했지만, 클레이는 이번만큼은 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애원할수록 요도를 쑤셔 박은 관이 더 부풀었다. 다 쉬어 버린 목소리가 자극적이어서. 클레이가 밀리안에 의해 터져 버린 입술을 핥았다. 혀에 피가 잔뜩 묻었지만, 그조차도 달게 느껴졌다. 그녀는 형식적인 사과를 하며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미안해. 미안해 밀리. 당신이 너무 야해서 참을 수가 없어. 응?”
“아, 아아, 흐으……. 배가, 아, 아아아!”
밀리안이 힘들다며 자신의 부푼 배를 손으로 감쌌다. 그 순간 등골에 오싹한 전율이 내달렸다. 머리끝이 삐죽 설 정도로 예쁜 모습이었다. 이 남자가 임신해서 배가 부풀면 저렇게 하겠지? 그 생각을 하니 끔찍할 정도로 황홀했다. 내 것. 내 것이 내 아이를 배서. 우리가 섞인 증거를 낳는다.
클레이는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도 밀리안에게 끊임없이 사과했다. 형식적이었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럼 밀리안이 더 칭얼거리며 매달릴 거란 걸 알아서.
체액과 땀으로 엉망으로 헝클어진 긴 머리를 훑어 올리자 시야가 더 환하게 트였다. 분명 자신은 지금 미친 게 분명한데 이상할 정도로 이성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뇌와 몸이 따로 노는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마치 그를 놓아주지 않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것처럼.
“내 아이를 가져. 우리의 아이를 갖자. 응? 그렇게 한다고 해 줘.”
“하, 하아, 하읏, 아, 아파, 아, 으응, 아!”
“미안해. 미안해, 밀리. 첫날밤인데 이렇게 아프게 해서. 사랑해.”
클레이는 상체를 숙여 밀리안의 얼굴을 핥았다. 원하는 건 들어주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미안한 척하는 가식적인 말을 이제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가 다 갈라진 목소리로 거짓말이라고 더듬거리며 원망하자 클레이가 웃었다.
“들켰네?”
“당신은, 정말, 아, 흣, 잠시만, 제발 한 번만, 뺐다가, 흑.”
“그건 안 돼. 다 들어줄 수 있는데, 빼는 건 안 돼. 사랑해.”
밀리안은 배 안쪽을 치고 들어오는 거친 자극에 울음기가 섞인 신음을 흘렸다. 괴롭다. 너무 느껴서 힘들었다. 쾌락은 고통스러웠다. 한계를 모르고 치달아 올라가는 자극이 견디기 어려워 도망치고 싶었지만, 성기 안쪽이 클레이에 의해 막혀서 그럴 수도 없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벗어나고 싶다.
클레이의 사정액으로 꽉 찬 아랫배가 움직일 때마다 출렁인다. 밀리안은 괴로운 얼굴로 배를 끌어안았다. 클레이가 다정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를 위로하고 사과하고 또 사랑한다 속삭였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지독할 정도로 달콤한 향기가 침실을 꽉 메웠다. 밀리안은 다시 절정에 올랐다. 사정하고 싶다. 그리고 안에 든 것을 쏟아 내고 싶었다.
‘정말?’
본능이 그를 향해 물었다. 간교한 목소리가 여자의 씨를 받아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속살거렸다. 그래야 완전해질 수 있다고.
밀리안은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짙어진 클레이의 눈을 바라봤다. 무거운 손을 들어 클레이의 얼굴을 더듬었다. 여자는 사납게 웃으며 그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부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을 물었다.
상체가 완전히 맞닿자 여자의 둥근 가슴이 그의 가슴에 뭉개졌다. 클레이는 자신의 가슴이 커서 더 깊게 안을 수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밀리안은 그녀의 부드러운 살이 좋았다. 여자의 몸은 어느 한구석도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없었다. 완벽한 여자. 그리고 자신만을 사랑하는 여자.
밀리안은 클레이의 목을 끌어안았다. 클레이도 그의 허리를 안았다. 입술이 겹쳐지고 혀가 얽혔다.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난잡했다. 오한이 일 정도로 좋았다. 자신을 탐하는 여자의 강렬한 집념이. 아픔도 잊을 정도로 황홀했다. 감당하기 힘들어 조금 전까지 밀어내려 했던 것도 잊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변했다. 배 속 어딘가부터 시작된 열기가 전신을 타고 바글바글 들끓었다. 밀리안까지 히트 사이클이 왔다. 클레이의 관을 품은 그의 구멍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그녀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단단할 정도로 꽉 조였던 안이 미친 듯이 요동치자 이번엔 클레이가 당황했다.
“읏, 밀리, 잠깐.”
“하아, 아아…….”
“당신 안이, 지금, 미친, 말도 안 돼.”
씨발, 너무 좋아. 클레이가 욕설을 짓이겼다. 밀리안의 안이 모든 걸 받아먹겠다는 듯이 쥐어짰다. 그 순간 클레이가 사정했다. 그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버텨도 몸이 경련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안에 모든 걸 쏟아 내면서 허리를 떨었다.
* * *
햇빛이 근사했다. 열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도 좋았다. 클레이는 밀리안을 끌어안으며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한참을 그렇게 침대에서 뒹굴다 먼저 침대에서 일어섰다. 지난밤 체력을 많이 소비한 밀리안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가운 하나만 가볍게 걸치고 식당으로 가니 따뜻한 온도의 음식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벤틀로가 몰래 다녀간 게 분명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못 참고 온 걸 보면 어지간히 믿음이 안 갔던 모양이다. 클레이는 작게 웃으며 음식이 든 트레이를 침실로 옮겼다.
밀리안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클레이는 문가에 선 채로 잠시 밀리안을 바라봤다. 새하얀 레이스 커튼이 한산한 바람을 타고 몸을 부풀렸다가 가라앉았다. 그 틈을 타고 따뜻한 햇빛이 밀리안의 몸을 타고 올랐다가 사라졌다. 밀리안의 허리춤에 감긴 시트가 아슬아슬했다. 저기서 살짝만 움직이면 아래가 고스란히 드러날 게 분명했다.
클레이는 트레이를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 밀리안의 옆에 걸터앉았다. 창백할 정도로 하얗던 피부가 엉망이었다. 잇자국과 멍이 가득했다. 머리는 살짝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고, 제게 한참 물고 빨렸던 입술은 부풀다 못해 핏기가 보일 지경이었다. 한눈에 봐도 아파 보였다. 죄책감이 들 만큼 엉망이었지만, 섹시했다.
이런 모습을 봐도 야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얼마나 했는지 클레이 자신도 아래가 얼얼할 정도였다. 가슴은 그의 손자국이 그대로 묻어 있었고, 유두는 살이 까졌는지 아렸다. 이런 상태에서도 성욕이 일 수가 있다니. 대체 며칠이 지난 거지?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끊겼다. 짐승처럼 엉겨 붙어 허리를 흔들고 그의 안에 싸질렀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다. 이 정도면 학대에 가까운 섹스였는데 밀리안은 잘 버텨 주었던 것 같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