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307화>
* * *
진유성은 ‘어딘가’에 있었다.
세상을 백팔방위로 나누고, 다시 그것을 삼재로 구분하는 그조차도 ‘어딘가’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곳.
세상에 존재하는 인과율의 경계선.
수많은 가능성들이 파지직거리며 부딪히고, 사라진다.
때로는 세상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면 ‘인연’이 되기도 하고, ‘우연’이 되기도 하고, ‘필연’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힘의 영역이 아니다.
제아무리 고강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여기서는 힘을 뽐낼 수 없다.
아카샤의 힘이 신의 영역이라면, 이곳은 존재의 영역이다.
신도 존재하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에서는 ‘이유’를 획득하지 않으면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게 신이라고 할지라도.
진유성은 그 사이에서 부유하고, 방황했다.
종종 어떤 가능성들이 진유성에게 다가와서 파지직 거리며 부딪히지만, 이내 모두 소멸되었다.
마치 이 정도 가능성으로는 세상에 나갈 수 없다는 듯이.
‘자격 심사를 받는 기분이군.’
어쩌면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지의 여부를 심사받는 중이니까.
이는 진유성이란 존재의 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유성은 마도사와 성좌, 그리고 그릇을 이겨 내며 존재하는 것 자체로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계란들이 이런 기분이었겠군.’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진유성은 아놀드 벡에게 계란볶음밥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때 만화를 따라 한다며 입멸공을 이용해서 계란의 내용물을 꺼냈었는데, 이는 가능성의 영역에 개입한 것이었다.
계란이 그대로 있을 가능성.
계란의 내용물들이 나올 가능성.
진유성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동시에 ‘관측’했다.
그 결과 계란의 외형은 그대로지만, 흰자와 노른자만 분리되어서 나왔다.
지금, 진유성에게 필요한 것도 이것이었다.
관측.
그는 대정고에서 양자 역학의 개념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고, 당시에는 무슨 개똥같은 소리냐고 생각했었다.
관측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개념은, 진유성의 뛰어난 오성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존재의 인과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양자 역학을 만든 과학자들이 우연히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했던 것일지도.
진유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에게 부딪쳐 오는 ‘가능성’에 손을 뻗었다.
이는 진유성이 존재했으면 완벽했겠지만, 진유성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진유성은 눈을 감고 가능성을 느꼈다.
이는 진유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들이었다.
* * *
진유성은 고려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가 여덟 살이 되는 해.
이번에도 역성혁명은 일어났다.
하지만 진유성은 명나라로 도주하지 못했고, 장백산 어딘가에서 어린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진유성의 죽음과 별개로 정도맹은 멸마대를 구성했다.
대주는 신주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교주는 주화입마로 사망했고, 정마대전은 싱겁게 끝나 버렸다.
그때, 신주청은 이상한 직감에 휩싸였다.
멸마대가 토사구팽을 당할 거라는.
신주청은 진유성과 달리 직접적인 증거를 본 것은 아니지만, 상림을 비롯한 생존대를 이끌고 도주했다.
본래의 역사보다 생존대의 도주는 빨랐기에 그들은 조금 더 쉽게 도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신주청과 상림은 위험한 상황이 올 때마다 ‘왠지 답을 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전민 모녀는 죽음을 맞이했고, 그들은 다짐했다.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그들이 반전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해남의 이름 모를 섬이었다.
신주청은 거기서 입멸공이란 기예를 얻었다.
신주청이 얻은 것은 전능의 힘은 아니었다.
이번 역사에서도 전능의 존재는 차원을 넘었지만, 이는 상실의 공간을 통해 넘은 것이 아니라 힘을 남기지 않았다.
또한 상실의 공간을 넘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릇’은 탄생하지 않았다.
온전한 상태로 지구로 건너온 전능의 존재는 아카식 레코드를 습격했으나, 아카샤와 함께 소멸했다.
어쨌든 입멸공을 얻은 신주청은 승승장구했고, 대명제국의 황제 위에 서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멀더라는 마도사가 ‘우연히’ 대명제국을 방문했고, 궁극의 연금술을 시도하게 된다.
그렇게 열린 천신궁의 게이트에 상림이 들어가는 순간, 게이트는 없어져 버렸다.
신주청은 상림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기에 슬퍼해야 했으나,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일이라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며, 상림이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지구로 건너온 상림은 본래의 역사보다 빠르게 지구에 적응했다.
상실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무공이나 무의를 잃지 않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공사 현장의 인부로 일하는 건 변하지 않았고, 유혜연에게 반하는 일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딸을 낳으면 이름은 상소윤이 어때요?”
“……농담하시는 거죠?”
첫 데이트에서 딸의 이름을 지어 보았다가 차일 뻔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다시 한번 사랑을 일구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세상에는 게이트가 발생했고, 각성자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게이트는 마도사들의 의지 때문은 아니었다.
게이트 사태로 발생했던 일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응축된 인과율에 의해 발생한 자연 현상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흘러갔다.
진유성이 존재했던 본래의 역사는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그것이 진유성을 관측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 * *
“교주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기다려라. 곧 나가마.”
신주청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동경(銅鏡 : 거울)을 쳐다보았다.
동경 속의 자신의 얼굴이 낯설다.
괴롭다.
널리 세상 사람들을 이롭게 만들겠다는 자신의 다짐은 점점 흐려지고, 괴롭고 외롭다.
상림이 떠난 뒤는 더욱 그렇고.
하지만…….
신주청은 내색하지 않았다.
외로움과 괴로움이 그를 아득히 덮쳐도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길고 긴 세월을 인내하며 괴로워했으나, 끝끝내 신념을 관철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자는 누구일까.’
신주청은 원래 역사에서처럼 벽을 넘었다.
그리고 벽을 넘는 순간, 그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란 사람의 우주와 자신의 무공을 품은 소우주.
거기에 누군가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 * *
지종수는 MK 엔터테인먼트의 정문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연기의 재능이 있다는 것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보다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것을.
그래서 얼마 전에 대정고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은 MK 엔터테인먼트에 방문하긴 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건 스스로의 착각이 아닐까.
어쩌면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게 아닐까.
게다가 지종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라는 것을.
일반인 중에서야 나쁘지 않겠지만, 분명 배우들과 경쟁할 페이스는 아니다.
“에이, 씨.”
결국 머뭇거리던 지종수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이었다.
문득 어떤 대화가 떠올랐다.
“지종수.”
“왜?”
“넌 그렇게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뭐라는 거야. 우리 엄마는 내가 제일 잘생겼다고 했거든?”
“거짓말을 하신 거다.”
“아, 뭐! 어쩌라고!”
“하지만 그걸 알아야 한다. 가장 어려운 장애물을 넘으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순간, 지종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MK 엔터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충격적인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하고 곧장 연습생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일단 아빠를 설득하는 게 먼저겠지만…….
너무나 기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저 대화는 누구와 나눈 것일까?
누가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일까?
* * *
어선방의 주인이자 숙수인 왕호일은 꿈을 꾸었다.
가업이었으나, 아버지가 급하게 돌아가시면서 남기지 못한 황실 요리에 또다시 도전하는 꿈을.
자각몽 비스무리한 것이었는지, 왕호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현실에서 실패하고, 꿈속에서 실패하겠구나 라고.
아니, 어쩌면 성공해서 더욱 슬플지도 모른다.
이룰 수 없는 기쁜 꿈은 슬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의 꿈에 웬 소년이 나타났다.
“순서가 완전히 틀렸는데?”
“누, 누구냐?”
“지금 팔종신채명보탕 만드는 거 아니야?”
“그걸 어떻게……?”
“야채랑 고기를 넣는 순서가 틀렸어. 그리고 버섯 볶아서 넣는 거 아니고, 우려내기만 하고 나중에 빼야 해. 아, 너 고기에 소금 간까지 했냐? 그것도 아닌데.”
“소금 간을 하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냥 소금을 고기 밑에 두라는 뜻이었을걸.”
그 뒤로 소년은 수많은 요리들의 요리 비법을 알려 주었다.
분명 꿈인데, 너무나 그럴듯하다.
결국 꿈에서 깬 왕호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꿈에서 본 레시피로 요리를 했고…….
“서, 성공했다!”
꿈에 그리던 염원을 이룩해냈다.
전 세계를 매료시킬 황실 요리 전문가이자, 평생에 걸쳐 수많은 선행을 베풀며 성자로 추앙받을 왕호일.
그의 시작이었다.
‘그 소년은 조상신이었을까?’
왕호일은 그렇게 믿고는 주기적으로 꿈속의 소년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가 자신을 도와줬음을 잊지 않고.
* * *
그렇게 세상은 흘러갔다.
진유성이 존재했던 본래의 역사는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진유성을 관측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지만.
그러나…….
낙숫물에 바위가 녹아 없어지고, 동굴에 종유석이 자라나는 것은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기 때문이었다.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반복되고 반복되면 ‘마땅히 그러할’ 원인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필연(必然)이라고 불렀다.
* * *
방학에 맞춰 쇼핑몰을 시작한 상소윤은 최근 번질나게 동대문 도매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참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카탈로그를 수집하고, 옷을 살펴보던 상소윤은 배고픔을 느꼈다.
그렇게 멀지 않은 DDP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부와아앙!
골목에서 튀어나온 오토바이 한 대가 상소윤에게 다가왔다.
“어, 어!”
오토바이 운전자의 놀람과 함께 상소윤의 핸드백에 오토바이의 손잡이가 걸려 버렸다.
핸드백이 하늘 높이 날아가며 내용물을 하늘로 흩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핸드백이 아니었다.
도로 끝에 서 있던 상소윤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도로 쪽으로 나뒹군 것이었다.
빠아아앙-!
상소윤을 발견한 화물 트럭이 클랙슨을 울리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끼이이이익-!
관성을 이겨 낼 정도는 아니었다.
상소윤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죽음 앞에서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진유성이 구해 주겠지?’
그럴 것이었다.
진유성은 무공의 고수인데다가 언제나 동대문에 함께 와 주곤 했으니까.
근데 진유성이 누구지?
내가 기다리던 사람.
“지금까지는 괴롭거나 힘들 때마다 궁을 떠올렸었다. 어마마마와 아바마마가 있던 고려의 궁. 친우들과 웃고 떠들던 자금성의 천신궁.”
“…….”
“그러나 이번에는 이 정원이 떠오르더구나.”
진유성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돌아왔다.”
지금, 압구정의 정원을 떠올리고 있을 사람.
세상을 위해 희생했지만 완전히 잊혀진 사람.
그리고.
문득 상소윤은 진유성이 안타까워졌다.
100년 후의 진유성은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오늘의 일을 떠올릴까?
그 순간, 상소윤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서 진유성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내가 기억해 줄게. 죽기 전까지는.”
내가 기억해야 하며.
“놀이공원에서 말했었지. 내가 기억해 준다고. 죽기 전까지.”
“그래.”
“거짓말이었어.”
“진실을 말해 보거라.”
“네가 날 기억해야해. 죽기 전까지, 영원히.”
“영원이란 모든 순간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기억해.”
날 기억해야하는 사람.
“진유성!”
상소윤은 진유성을 관측했고, 인식했으며,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녀 앞에 놓인 것은 진유성이 아니라 거대한 화물 트럭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꽈앙!
상소윤을 중심으로 거대한 인과율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 * *
진유성은 어떤 존재의 물음을 들었다.
[한 명의 관측이 불씨를 당겼으나, 너를 세상에 불러들이기에는 부족한 인과율이다.]
진유성이 눈을 떴다.
이윽고 그의 눈앞에 익숙하지만, 있을 수 없는 얼굴이 보였다.
“네가 왜…….”
[너도 알지 않느냐. 이 존재가 궁극의 순교자라는 걸.]
“그럼 계속……?”
[아니다. 이 안에 내 의지가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넌 전지전능한 존재인가?”
[존재는 사라졌으나, 존재가 남긴 의지이다.]
“그게 가능한가?”
[줄곧 살피지 않았느냐? 너의 존재는 사라졌으나, 네가 남긴 선한 의지가 세상에 수놓아져 있는 것을.]
“…….”
침묵하던 진유성이 물었다.
“그럼, 그때 했던 말이 이런 의미였나?”
[그러하단다.]
* * *
“이미 알아차렸습니다.”
“그래?”
“내가 그대를 섬겼고, 그대가 궁극에 다다랐다면 그런 말을 했을 테니.”
이번엔 멀더가 물었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서 싸웠습니까?”
“그래. 마도사들은 나를 분노하게 했겠지만, 나는 몹시 즐거웠다.”
진유성과 멀더가 다시 한번 서로를 쳐다보고 웃었다.
이윽고.
푸욱!
진유성의 검이 멀더의 심장을 관통했다.
멀더는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 같았다.
희미하게 웃던 멀더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보호막 안에 있던 각성자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유성은 들을 수 있었다.
“모두 잘될 겁니다.”
* * *
그랬다.
진유성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텐베르크 블루문 메르더였다.
MERDE.
룬어, 궁극의 순교자.
[묻겠노니, 궁극을 이룩하고도 세상에 추락하길 원하는 유성이여.]
멀더가 묻는다.
[그대는 인간들의 틈에서 살아가길 원하느냐? 부족한 인과율을 내가 채워주길 바라느냐?]
“그래.”
[그 대답을 원했노라.]
멀더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노라.]
그 말과 함께…….
세상이 개편된다.
진유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진유성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진유성은 깜빡깜빡 희미해지는 멀더에게 물었다.
“혹시 내 삶은 모두 그대가 정한 운명대로 흘러갔나?”
[그럴 리가. 내가 정한 운명은 딱 하나뿐이었단다.]
“그게 뭐지?”
[오토바이 한 대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
인과율이 폭발했다.
그동안 진유성이 행했던 모든 인과율이 연쇄 작용을 일으켰다.
진유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의 행함도 유지되어야 하니까.
파삭! 파삭!
“어, 어!”
계란을 깨서 요리를 하려던 여자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계란이 깨지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내용물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인과율들이 실타래처럼 흘러나와서 전 세계를 수놓았다.
이윽고 모든 이들은 진유성이란 존재를 ‘관측’할 수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벌였던 일들과 그 의미를.
진유성이란 사람이 살아온 삶과 그가 수습한 아포칼립스를.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인과율은.
동대문 DDP 게이트.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서 진유성이 강하게 품었던 인과율.
상소윤의 옆으로 간다.
그것이었다.
꽈앙!
진유성은 달려오는 화물차를 피해 상소윤을 낚아채고는 도로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엉엉 울고 있는 상소윤을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상소윤이 울음을 터트린다.
진유성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오늘도 박색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