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RUST]-49
“씨발. 이 새끼들 안 죽어!”
“대가리를 쏴. 대가리를!”
“씹- 방탄복! 씹새들 방탄복 입었어!”
“다리랑 대가리를 쏘라니까!”
마치 좀비처럼 달려드는 사람들을 침투조들이 필사적으로 막았다. 하지만 그뿐, 쓰러진 자들의 몸에서 작은 기계음이 나더니, 매케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악!
어느새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연기. 최루탄과 연막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가 비상 탈출로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까스!”
“가스!”
“씨이이발 이게 뭔!”
방독면을 쓰려고 잠시 한눈판 사이.
퍽! 퍽!
소방 도끼와 철근이 침투조를 두들겨 댔다.
얇은 방검복을 입고 그 위에 방탄복을 껴입어 방어력이 좋다고 하지만, 금속배트, 절연테이프 감은 철근, 쇠 파이프, 소방 도끼의 충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 아악! 도와줘.”
“좆 같은 새···.”
하나둘씩 쓰러지는 침투조.
“씨발 무시하고 전진해. 앞으로 가.”
“멈추면 포위된다.”
“낙오자는 버려!”
그렇게 필사적으로 전진, 복도가 꺾이는 부분까지 갔지만, 그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뭐야? 이게?”
“이 새끼들 여기서 나왔잖아.”
“왜 여기 벽이 있어?”
“으아아아! 쏴. 쏴보라고!”
투다다닥
타당탕탕
총알이 튀는 소리. 막힌 벽은 여전했다. 본래 그렇게 막혔어야 했다는 것처럼. 이제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연기로 빡빡해졌다. 가스 마스크를 미처 쓰지 못한 팀원들은 눈물 콧물을 흘리다 못해 가슴을 부여잡고 뒹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약 빤 새끼들은 좀비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2인 1조. 한 명이 사격하면 다른 한 명은 잠시 대기후 사격 시작, 이렇게 하면 두 사람 모두, 동시에 탄창을 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서 연속적인 화망을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침투조 2인 1조 페어 운영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한 번 그렇게 둑이 터지자 24명 모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위이이잉-
큐우우웅-
거대한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노출 콘크리트 공간을 울리나 싶더니, 꽉 찬 연기가 순식간에 밖으로 빨려 나갔다.
약 빤 애들이 이를 드러내고 때릴 적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최루가스에 노출된 눈이 붉게 충혈되다 못해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을 흘리는 자들이 하나, 둘··· 비상 탈출구 방향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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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로 지하의 상황을 보던 심은영이 입을 열었다.
“일단 이기영 과장님을 믿고 진행하기는 했는데, 조금 조심스럽네요.”
심 사장은 월드와 완전히 척 지는 건 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행동대장’만 치고 팔다리는 살려두려고 했다. 쪽수라도 남겨주고, 저쪽의 면을 챙겨줘야 그래도 표면상 ‘휴전’이나 ‘정전’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게 일본 야쿠자들이 국지적 항쟁할 때 쓰는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실장의 생각은 달랐다.
쓸어 버릴 수 있을 때, 쓸어야 한다. 월드는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 만든 그룹이었다. 지금 부산에 내려온 그룹은 조폭과 군·경에서 문제가 있어 나온 자들, 외국 PMC에 있다가 들어온 자들이 주축이고 주력이었다. 나머지는 급히 끌어모은 인력이라 즉시 전력감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마저도 대부분 이 실장이 데려왔고.
어떻든 현재 유 이사와 최 전무가 가용할 수 있는, 숙련된 직원들의 숫자는 넉넉하게 쳐도 200명 안팎이었다. 김 양과 엮여서 아웃 된 인원을 최소 60, 최대 70명이라고 잡았을 때, 남은 인원은 120~130명, 여기 부산에서 김 실장이 데려온 애들 50~60명을 처리하면 남은 인원은 70~80명이 된다. 30%만 잃어도 전멸이라고 하는 판국에 전력의 60~70%가 날아가는 것이다.
이 말은 유 이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게 된다는 소리였다. 최 전무 밑에 있는 애들은 이 실장 자신이 싹 끌고 왔으니, 최 전무가 쓸 수 있는 인원도 없다시피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욕심내고 복수랍시고 부산 샬롯 호텔을 친다? 사람이 없는데? 그래도 치고 싶다면 다른 라인에게 손을 빌려야 했다. 그렇게 부산 샬롯 호텔을 먹었다고 치자 그러면? 좋은 건 전부 다른 라인이 챙겨갈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큐리티, PMC를 장악하고 있던 유 이사, 최 전무 라인은 몰락할 것이다.
그러니 부산 샬롯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아주 끝장을 보는 게 좋았다. 김 실장과 그 팀을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어부지리 챙기겠다고 내려오는 샬롯 본사 관련 새끼들도 모조리 죽인다. 간 보고 들어오는 것들도 다 죽인다. 그렇게 내려오면 죽는다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서, 다른 놈들도 찔러 볼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했다.
뜨뜻미지근하게 뒤를 생각했다가 뒤지는 게 이 바닥이었다.
“엄두를 내지 못하게, 완벽하게 지워야 합니다.”
이 실장 아니, 이제는 호텔 샬롯의 보안과장이 된 이기영 과장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이쪽 바닥에 살던 사람이 잘 아는 법이니까, 믿었으면 쓰고, 썼으면 믿어야 했다. 어차피 뒤는 없었다. 살아남거나, 죽거나.
“일단 이쪽 지역 국회의원들과 시의회 의원을 비롯해 경찰과 군부대 장성까지, 무겁게 성의를 보였으니, 움직이기는 쉬울 거에요.”
심은영의 말에 이 과장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다만, 저쪽 김 실장. 김수현 실장을 확실하게 죽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되도록 처참하게 복수해줘야 면이 서는 상황이라서요.”
심은영이 보여준 영상. 김 실장이 한 야쿠자를 죽이는 영상을 확인한 이기영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수현 실장은 아마, 사장님이 탈출하는 것을 기다려 포획, 사살하려고 덫을 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죠.”
“이대로 침투조가 전멸했다는 걸 알면, 퇴각할 수 있습니다. 김 실장은 집요하지만, 그렇다고 답이 없는 상황에서 들이받는 타입은 아닙니다.”
“그래서요?”
“방법이 몇 있지만 제일 확실한 것은, 사장님께서 직접 미끼가 돼서 유인하는 겁니다. 밖에 있는 애들을 시켜 사장님을 보호하고, 지금 지하에 있는 약 먹은 애들을 풀어서 김 실장의 뒤를 치는 방법이 제일 확실합니다.”
“위험하겠네요.”
“예. 밖에 있는 애들이 괜찮은 애들이기는 하지만 훈련도 장비도 김 실장 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버티기만 한다면 김 실장을 잡을 수 있습니다.”
“확률은요?”
“60% 이상은 된다고 봅니다.”
“확률이 낮네요. 밖에 있는 직원들은 어떻게 되죠?”
심은영의 말에 이기영 과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가, 뗐다.
“아마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볼 거로 생각합니다.”
“······.‘
“그럼 첫 번째는 어렵겠네요. 다음은 뭐죠?”
심은영의 대답에, 이 과장의 마음이 완전히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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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세상 귀찮았다.
얼마나 놀랐던가? 아직도 생각만 하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심전도 기폭장치가 멋대로 작동해서는···. 진짜 뒈지는 줄 알았다. 짙은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는데, 얼마나 놀랐던지 색이 빠졌다. 그렇게 뒈지면 ‘웃픈’건가? 김 양은 뭔가 ‘웃프다’는 단어에 꽂혔다.
[보디가드가 필요한 일이 생겨서, 사장실로 오시겠어요.]
아니, 아까 갔었잖아. 또 오라고? 심지어 말투는 이게 뭔 말투지? 높임? 청유형? 인데, 마침표를 찍어놨네. 이런 건 뭐라고 해야 하나?
‘호텔 사장이라고, 돈 좀 줬다고 이러는 게야?’
시도 때도 없이 부르게? 김 양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이번까지다. 딱 이번까지만 넘어가자. 또 이 지랄이면 그냥 호텔 나가서 요트에서 짐이나 나르자.
귀찮고 나른하고 배 타기 전에 잠 좀 푹 자고 싶고, 그런데 귀찮게 불러? 주변에서 거슬리는 새끼가 등판하면 이번엔 쿨하게 끝내고 낮잠이나 자야지.
김 양은 억지로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사장실에 갔더니, 김 양을 반기는 호텔 사장이었다.
“일이 급하게 생겨서 문자를 보냈답니다. 쉬고 있었다면 미안해요.”
김 양의 고개가 자기도 모르게 살짝 갸웃?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밖에 월드 애들이 호텔을 포위하고 있어요.”
“회사가요?”
“네. 거기에 샬롯 본사에서 공작했는지, 지하 비상 대피로로 월드의 타격대가 침투했어요. 지금 상황으로 보면, 여기까지 올라올 것 같아요.”
김 양은 뭐라고 콕 찝어 말하기 그렇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깁스한 팔이 간질간질한 느낌. 아? 씻지 못했다. 샤워하기로 하고 뷔페 먹고. 귀찮아 죽겠는데 욕실에 틀어박혀야 하나?
이쪽으로 오라는 말에 김 양이 사장의 뒤를 따랐다. 사장의 발걸음이 눈에 밟혔다.
“여기 CCTV에 찍힌 타격대의 장비를 보면, 솔직히 호텔 보안 직원으로는 막기 힘들 것 같아요.”
이상해.
“그래서 밖에 있는 직원들과 합류해서···.”
이상해.
“··· 일단 직원들과 함께 제가 밖으로 탈출하는 게 제일 좋은 선택지라···.”
이상해.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의뢰가 될 것 같은데요.”
이상해.
“요트 선착장까지 보디가드를 해주셨으면 해요.”
김 양은 사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호텔 사장은 김 양의 눈빛을 뭐로 해석했는지, 담담하게 마주했다.
고급스러운데 아니야. 어제 그 씨발 같은 밥을 같이 먹었을 때, 그 느낌이 없어.
손을 샥- 들었더니 조용히 문이 열리고 사람 들어왔을 때의 그 사람 부리는 느낌이 없어.
명품 가죽 가방을 착 내 앞에서 열었을 때의 그 느낌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사장 눈꼬리 끝에 눈물점이 있었나?
그럼 이 년은 뭐지?
철컥!
“내레 두 번 묻지 않캈어. 너 뭐니?”
김 양의 총구가 호텔 사장의 얼굴을 한 여자의 미간을 겨눴다.
“······.”
“······.”
답이 없어? 김 양이 쿨하게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잠시만요.”
벽이 열리며 호텔 사장과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가 또 나왔다. 김 양의 눈동자가 빠르게 두 여자를 비교했다. 이건 또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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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호텔 사장이 탈출하겠다고 나올 구멍은 모두 4곳.
3곳을 이기영 실장네 안 팀장이랑 떨거지들에게 포위하라고 했다. 그쪽으로 도망쳐서 포위를 뚫었다고 해도 산과 시내였다. 시내 쪽은 부산지부 보안팀을 깔아뒀으니 그쪽으로 도망치면 앞·뒤로 포위였다. 산으로 가면 생큐였다. 사냥의 시작일 테니.
하지만 제일 유력한 곳은 김 실장 자신이 대기하고 있는 이곳이었다. 이쪽으로 가면 로열 마리나, 고급 요트 선착장이 있었다. 자동차로는 튀기 힘들었다. 비행기는 비행장까지 가기 불가능했다. 그러니 분명 배를 타고 도주할 게 뻔했다. 제주도로 튀거나, 일본으로 튀겠지.
쿠키기깅-
두툼한 금속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기괴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으훼에헤헤
웃휴아우아
뒈져져죠뒈
잼배잼매잼
“뭐야 저것들은? 야- 저 새끼들 이기영네 애들이지?”
“그렇습니다.”
저 근본 없는 행색은 이기영네 새끼들 맞았다. 근데 왜 눈깔이 돌아가서 침을···?
“야! 저것들 전부 약 빨았다. 쏴!”
김 실장이 소리치는 순간, 사방에서 최루탄과 연막탄이 터졌다.
거기에 하필 바람도 지랄이었다. 김 실장이 있는 쪽으로 부는 맞바람이었다.
“쿨럭! 씨발. 최루탄에 연막탄? 개··· 가스!”
“가스!”
“가스!”
방독면을 쓰자 그렇지 않아도 좁아진 시야인데, 사방에 뿌려진 최루탄+연막탄 조합이 뿜어대는 연기는 시야를 그냥 망으로 만들었다.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한 시야. 갑갑한 호흡. 김 실장은 짜증 났다.
‘병신 같은 이기영이, 항복해서 약 처맞고 고기 방패로 몰린 건가?’
연기 저편에서 달려오던 놈이 미리 깔아 놓은 철조망에 걸려 허우적댔다. 살갗을 파고드는 철조망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발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허우적거리는 놈을 밟고 철조망을 건너오는 새끼들.
“야- 안 팀장네 불러.”
“전파가 잡히지 않습니다!”
“뭐?”
“휴대폰도 무전기도 먹통입니다. 전파방해 같습니다.”
김 실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단 계속 쏴!”
투다다다닥
소음기를 낀 권총과 기관단총이 불을 뿜었다.
“씨발- 팀장님. 이 새끼들 방탄복 입었습니다. 2선도 뚫렸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로열 마리나 쪽으로 온다. 고기 방패 밀어 넣고, 그 틈을 타 튄다. 확실했다. 로열 마리나. 가까운 곳은 거기뿐이다.
“예비대 불러. 거기 너- 네가 가서 예비대 애들 데려오고, 전파방해 밖으로 나가서 보안 팀도 불러. 보안팀은 여기로 오지 말고 바로 로열 마리나. 요트 선착장. 그쪽으로 모이라고 해. 보안팀에게 로열 마리나랑 그 인근 지역 미리 정보통신 차단하고 관리 들어가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김 실장의 눈에, 여자의 실루엣이 언뜻 보였다. 짙은 연기 사이로 살짝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모습.
단발머리, 자그마한 체형, 오른팔에 깁스, 왼손에 쥔 발터 P22. 그 여자의 뒤를 따르는 또 한 명의 여자, 긴 생머리. 고급스러운 옷. 마치 정복 같은 느낌. 화려한 자수. 샬롯 호텔 사장? 그 여자를 지키는 듯한 두 남자. 둘 가운데 하나는, 이기영?
“이기영 씹새끼야 너지? 거기 너 이기영이지!”
달리던 놈이 슬쩍 돌아봤다. 제법 거리가 있어도 확실했다. 이기영이다. 잡혀 있는 줄 알았더니, 샬롯 호텔 사장년을 호위해? 저건 누가 봐도 배신 아닌가?
“거기서 니가 왜 나와? 엉? 배신이냐? 배신? 이 씨발 새끼가 배신을 해?”
김 실장의 눈이 돌아갔다.
“5팀, 6팀. 위치사수. 약 빤 새끼들 싹 다 죽이든 어떻게 하든 막아. 나머지는 저 년놈들 추격한다. 포위 진형 잡고 이동한다. 흩어질 시, 집결 장소는 로열 마리나. 복창한다. 어디?”
“로열 마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