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RUST]-189
마루는 수저를 내려놨다.
김 양이 정말 맛있다고 했던 국밥집이 벌써 3곳째였다.
물론 맛이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맛이 ‘있다.’, ‘없다.’ 둘로 나눈다면 ‘있다.’ 쪽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맛있냐? 하면 그건 또 좀 뭐라고 할까? 선뜻 답하기 힘든 맛.
후루루룩
순식간에 국밥(특)을 말아먹던 김 양이 마루의 표정을 보곤 갸웃했다.
“어떰?”
“괜찮네.”
마루의 성의 없는 대답에 ‘여기요. 특으로 한 그릇 추가요.’ 주문하려던 김 양이 발딱 일어섰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숨겨둔 비장의 4번째 로컬 맛집으로 데려가 주지, 뉴튜버 먹스도 이야기했던 로컬 맛집.
백정은 일반 맛집으로는 안되는 몸이었던 거야. 깔끔한 국물이 아니라 진하고 묵직한 국물을 좋아하는 것이야.
로컬 노포. 전통식으로 토렴해서 주는 곳. 그래. 정구지 팍팍 넣어서 먹는 그런 곳을 원한다. 그 말이지? 김 양이 재빨리 택시를 잡아탔다.
“또 국밥집 가려고?”
“이번엔 진짜임. 진짜 깜짝 놀랄 로컬 국밥집으로 감.”
김 양의 말에 마루가 질린 얼굴로 답했다.
“그냥 고기 먹자. 국밥집만 벌써 3곳째다.”
“돼지고기 먹는 것보다 돼지국밥이 좋음. 이번엔 진짜 로컬 진퉁임. 오래된 집.”
처음에 간 집도 진짜 맛집이라고 하지 않았었니?
심지어 첫 집은 이건 아니라면서, 다른 집으로 가자고 한 게 김 양이었다.
“무슨 돼지 국밥집에 한이 맺혔냐? 갈비 먹자. 한우로. 투플.”
“투쁠? 한우?”
“그래. 선택해라 돼지국밥이냐? 아니면 한우 투플이냐?”
마루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가 냉큼 택시운전사에게 말했다.
“아저씨. 숯불 소사이소 본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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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 위로 투플 한우 갈비가 올라갔다.
치이이익-
타오르는 연기 사이로 김 양의 앙-하는 모습.
“?”
행복하게 갈비를 뜯는 김 양과 눈이 마주친 마루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김 양이 데려간 숯불 한우 집은 맛있었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도망치면서 의도하지 않게 먹방을 찍었던 그 집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
그런데 맛있다며 데려간 돼지국밥 집들은 왜 그랬지? 돼지 국밥집이 3곳 전부 미묘한 맛일 수는 없지 않나? 심지어 첫 집은 정말 이상한 맛이었다. 두 번째 집은 신기한 맛이었고.
그런 마루의 앞에 알맞게 익은 갈비를 척 내미는 김 양.
‘허어- 한우 투쁠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야? 생각은 내려놓고 어서 잡숴.’하는 눈빛. 마루는 자기도 모르게 갈비를 집어 들었다.
우물-
확실히 맛있었다.
힐끗 마루의 눈치를 살핀 김 양이 벨을 살포시 눌렀다.
“여기 갈비 3인분 추가요.”
웅- 웅-
휴대폰 진동음과 함께 후드가 보낸 문자가 떠올랐다.
[샬롯 CCTV 동영상이 다른 곳에서도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월드 그룹과 크리스털 쪽에서 반응하고 있습니다.]
[원본과는 달리, 일본인이 변하는 모습과 방탄벽을 두들기는 모습. 탈출하는 장면까지만 있는 영상입니다.]
[방금, 서울 월드 본사에서 PMC 인력을 동원, 부산으로 급파했습니다, 인천 크리스털에서도 부산을 향해 대규모 인력을 이동 중입니다. 목표는 탈출한 일본인 확보.]
[샬롯 심 회장 일행. 19시 15분 부산에서 서울행 KTX 편을 예매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후드가 보내오는 문자가 간간이 이어졌다. 마루는 서울행 KTX 애매했던 시간과 겹치는 것에 미간을 찌푸렸다.
‘저녁 7시 15분?’
그 전 시간은 매진이라서 남은 시간 가운데 제일 이른 시간을 선택했을 뿐인데, 하필 그 시간이었다.
“천천히 먹어라.”
“KTX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음?”
“그거 취소하고 다음 거로 바꾸게.”
“?”
‘어째서?’
“심은영 회장이랑 시간 겹쳐서. 경호원들 돌아다닐 텐데. 넌 좀 눈에 띄잖냐.”
“?”
‘내가? 나 평범하지 않나? 어쨌든 뭐 그렇다면야.’
고개를 끄덕이곤 갈비를 잡기 시작하는 김 양이었다.
전용 헬기를 타거나, 차를 타고 가지 왜 KTX를 탄다고 그러는지. 어쨌든 붙어 있는 애들이 심 회장 안전을 위한다며 사방을 확인하고 다닐 게 뻔했다.
[친구분 흔적 찾았습니다. 한 달 전,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는 문화회관 앞에서 대형 꽃다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어진 짧은 영상. CCTV 특유의 흐릿한 영상으로도 감출 수 없는, 엉거주춤 긴장한 기순의 모습이 보였다. 나루의 연주회에 간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행적이 끊겼다는 게 무슨 의미지?]
[CCTV 가운데, 폐쇄회로로 운영되는 내부 CCTV는 확인할 수 없어서, 그쪽으로는 더 찾을 수 없습니다.]
내부 CCTV? 폐쇄회로?
[내부 주차장에 있는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면 알 수 없다는 소린가?]
[그렇습니다.]
지하 주차장의 차? 다른 사람 차를 타고 갔다는 건가? 알만한 사람이 나루밖에 없었다.
꽃다발을 누구에게 줬겠는가? 나루에게 줬겠지. 이렇든 저렇든 나루가 기순이와 만난 건 확실했다. 그러니까 나루와 이야기를 해봐야 했다.
동생을 생각하자, 나루가 했던 말들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면 듣고 뭐라고 말할까?
‘거봐 어차피 사람 썰고 다닐 거면서.’
‘지금은 좋아서 죽이고 다니는 거네?’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건데?’
그러겠지, 분명히 그럴 것이다.
‘기순이 새끼 찾으면 일단 팬다.’
마루는 확 솟아오르는 짜증을 내리눌렀다.
‘일단. 기순이를 태운 사람이든, 탄 차든 그걸 찾는 게 우선이야.’
누굴까?
순간, 뇌리에 떠오른 목소리.
‘그래! 나오진 회장 외동딸 나주현 언니! 오진제약이 오진 그룹이 된 지 언젠데···. 주현 언니랑 같이 다니면 거기 경호원에게 같이 보호받으니까 괜찮아.’
연주회에도 나주현이와 경호원이 있었겠지? 애초에 연주회를 열려면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나루가 무슨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아니고 대관비니 뭐니 돈이 들지 않겠는가?
마루가 후드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진제약. 오진 그룹을 살펴봐. 특히 외동딸 나주현과 관계된 건물이나 장소, 차량 확인 좀 부탁해.]
[기존에 찾아보라고 했던 장소랑 동시에 확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요.]
[기존 지역 탐색은 잠시 멈추고, 연주회 전후로 그쪽을 한 번 확인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계속해서 뉴스 속보가 뜨고 있습니다.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후드가 보낸 파일을 열자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미국을 속이고 중국을 선택했었나?’
‘일본 정부 비밀문건을 파헤치다. 미·일 동맹에 감춰진 일본의 속내는?’
‘구조대가 확보한 기밀문서에 일본과 중국이 결탁한 정황 있어.’
‘중국 대변인. 믿을 수 없는 말. 일본은 난징 대학살의 악적. 결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반발. 즉각적인 반응 이례적.’
‘구조대와 교전한 정체불명의 세력은 어디인가?’
‘중국군과 교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 과연 진실은.’
‘미국의 구조대는 학살부대라는 영상이 퍼지고 있어 논란.’
‘미군의 일본 민간인 학살 영상이 뉴튜브에 올라, 뉴투브 해당 영상 삭제에 항의 빗발쳐.’
‘중국. 미군의 진실을 밝혀야. 미군은 구조하러 간 부대인가? 약탈하러 간 부대인가? 미국의 비인도적인 일본 약탈행위 멈춰야.’
‘미국. 모욕 좌시하지 않을 것. 추가 경제규제 검토.’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정세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괌을 향해 항모 전단이 출발했습니다. 전폭기도 다수 괌을 향해 이동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항모 전단에 전폭기라고? 일본에 있는 괴물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려고 하나? 생존자들 문제도 있고 화산재 때문에 폭격은 불가능할 텐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건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찾아봐 줘.]
[알겠습니다. 그럼 오진 그룹과 그 딸을 중심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후드와 연락을 마치고 나니, 급격히 허기졌다.
스트레스받고 신경 써서 그런지 좀 피곤하기도 했고.
그래 먹고 힘내자.
젓가락을 들고 불판을 봤다.
텅 빈 불판.
마루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
“······.”
우물우물 꿀꺽- 크게 삼킨, 김 양이 슬그머니 벨을 눌렀다.
“여기 갈비 5인분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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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도시.
일본의 2월은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홋카이도와 북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확연히 따스해질 시기.
하지만 회색빛 도시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6m 넘게 쌓인 눈은 녹을 기미가 없었고, 잿빛 눈만 계속 쌓였다.
“수색조입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가다마 키리코의 말에 사람들이 들것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들것을 향했다.
“나카소네 류세이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죽었을까? 키리코는 다리를 꼬았다.
살려는 욕망이 대단한 녀석이었다. 죄 없는 사람 수천 명을 죽여서라도 자기만 살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그럴 놈이, 그에 맞는 능력까지 있었다.
순속(瞬速)과 은폐(隱蔽)
순간적인 속도는 능력자들 가운데 최상급이었다. 거기에 기척을 은폐하는 능력. 중국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은신 장비에 은폐 능력이 더해지면 말 그대로, 존재감 조자 사라졌다.
그렇기에 그와 싸우는 적은 류세이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눈 뜬 채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류세이가 죽었다?
“열어라!”
언제 왔는지 노인이 말했다.
스윽- 덮은 천을 치우자, 토막 난 시신이 드러났다. 시신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아무런 말도 없이 성큼성큼 시신이 실린 들것을 향한 노인이 잘린 팔을 집어 들었다. 베인 단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노인의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놈이다.”
“예?”
“?”
키리코를 비롯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그놈이다. 오니. 그놈이 류세이를 죽인 거다.”
노인의 광기에, 한 사람이 말했다.
“칼잡이 용병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미군과 이간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 눈으로 미군이 그놈을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놈이 미군을 죽였나?”
“······.”
놈은 미군이 공격했음에도 반격하지 않고 도주했다. 서로 척을 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이간질은 실패라는 소리.
“아니면, 미군이 그놈을 죽였나?”
“······.”
은신 장비를 가진 놈이 잡혔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중국 특수부대가 미군 숙소를 포위 기습하면서 미군은 놈을 추격하지 못했다.
류세이는 탈출하는 미군을 칼로 죽이고, 미군을 추격하는 중국군도 칼로 죽여서 미군과 중국군 모두 은신 장비를 쓰는 칼잡이에게 원한을 갖게 하려고 했다.
거대한 두 나라의 원한을 산다면 갈 곳을 잃을 테니까. 놈을 일본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가다마 키리코는 포섭하려고 했고, 가다마 신타 노인은 반드시 죽이려고 했다.
“할아버지. 대체 왜 그렇게 죽이려고 하시는 거죠? 할아버지가 오니라고 부를 정도면 능력 있는 자 아닌가요? 류세이를 죽일 정도의 사내인데.”
“놈은 인간의 탈을 쓴 오니다.”
형형한 눈동자가 순간 흐릿하게 변했다. 노인은 들고 있던 류세이의 잘린 팔을 허공으로 휙- 던지더니, 칼을 휘둘렀다.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은 팔이 동강-잘렸다.
놈이 자른 어깨 부분과 방금 자신이 자른 팔뚝 부분을 집어 들고 내미는 노인. 마치 단면을 살펴보라는 듯한 모습에 키리코는 속으로 탄식했다.
좋지 않았다. 아무리 시신이라고 해도 같은 꿈을 꾸던 수하의 시체였다. 그걸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르다니.
“봐라.”
“······.”
똑같았다. 그냥 깔끔하게 잘린 단면일 뿐이었다.
“다시.”
“······.”
대체 뭘 보라는 거지?
키리코는 진지하게 계승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건 아닌지 생각했다. 당장 큰할아버지 자식들은 능력이 없었다. 아버진 생존 여부가 불투명했고, 여동생은 어렸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진 지금, 가문을 살리려면 자신이 분발해야 했다. 지금처럼 잘린 팔 단면을 보고 선문답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한마디 하려는 순간, 키리코의 눈에 들어온 흔적. 할아버지가 자른 팔뚝의 단면에는 사선으로 흐른듯한 흔적이 있었다.
그와는 달리, 놈이 자른 단면은 칼날이 수직으로 내려그은 흔적이었다. 그러니까 두부를 썰 듯 위에서 아래로 그냥 내리찍었다는 소리였다.
검으로 벤 것 아니라, 거대한 프레스기로 절단한 것 같은 흔적.
위에서 아래로 절단.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 흔적이었다. 키리코는 당황했다. 이게 가능한 건가? 그런 키리코의 당황스러움을 알아챘는지 노인이 이를 드러내며 킬킬 웃었다.
“놈이 도시에서 날뛴다면 막을 수 있을 거 같으냐?”
“누구든 오니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오니가 되는 순간 인간을 잊게 되는 거지.”
“인간을 잊었기에 오니라고 하는 게야!”
조금씩 흥분하는 노인의 목소리.
“놈은 이미 인간에서 벗어나고 있어! 놈의 기운. 놈의 흉포함. 전부 인간에서 벗어나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놈을 회유한다고? 무엇으로? 오니인 놈을 무엇으로? 놈이 칼을 거꾸로 들면? 놈이 완전히 변하기 전에. 오니 놈이 더 강해지기 전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 놈이 일본인이 아닌 이상, 놈을 반드시 죽여야 해!”
노인이 들고 있던 류세이의 팔 조각을 바닥에 내던지곤 칼을 뽑았다.
“복수다!”
“오니를 죽여야 한다!”
“대일본의 재건을 위해! 귀축영미를 죽이자!”
“오오- 죽이자!”
“복수-”
“귀축영미를 죽이자!”
“대일본을 위하여-”
그런 노인의 외침에 호응하는 사람들.
다들 단순해진 것 같았다. 지금 흥분해서 복수한다고 그러면 어쩌자는 거지? 그래도 저런 할아버지를 따르는 자들이 많았다.
키리코는 눈을 감았다. 아직은···. 가문을 계승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대재난은 반드시 대격변을 일으킬 것이다. 능력자들이 생기고 있었다. 동물들이 변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종류가 적지만, 만약 더 많은 곤충, 동물 그리고 식물마저 변하게 된다면?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세상은 의미 없어질 것이다.
세상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펼쳐질 것이며, 새로운 질서가 세상을 덮으리라. 그리고 그 정점에 가다마 가문이 우뚝 서려면. 대일본이, 대일본 신민들이 서려면. 이 고통을 견디고 이겨야 했다.
변이의 원인을 찾고 적극 활용해야 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하지만 본토의 시설이 거의 다 파괴된 지금, 연구시설과 자료가 온전히 남아있는 곳은 반도에 있는 일본 기업 샬롯 밖에 없었다. 일본의 이름을 달고 성장한 기업이니만큼 대일본 재건에 신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자의로든. 강제로든.
키리코는 가지고 있는 최강의 패를 샬롯으로 보냈다.
류세이의 형. 나카소네 헤세이. 몰락하기 시작한 나카소네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자. 그 절박함이 샬롯을 잡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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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열차는 부산역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는 KTX···]
투플 한우의 위력은 실로 강대했다. 두리번거리는 김 양의 고갯짓마저 생기 넘쳤다.
“정신 사납게 그러지 말고 눈 감고 자자.”
“자셈.”
김 양이 불침번을 자처했다.
“바로 자도 2시간 30분에서 40분이야. 내일 종일 돌아야 할지 모르는데, 잠시라도 눈 좀 붙이지?”
“괜찮음.”
한우 투쁠을 든든하게 먹었음에도 고작 잠을 자겠다니.
나약하도다.
나이 들었구나.
훗- 가련한지고.
한우의 영령이 피눈물을 흘릴 것이야.
마루는 뭔가 뿜뿜한 김 양의 눈빛을 피해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앞서 가던 열차··· 19시 15분. 부산발 서울행 KTX에 사고가···]
한창 꿀잠을 자던 마루가 고개를 돌렸다.
“응?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무슨 소리야?”
“앞에 출발한 열차 사고 났다고 함.”
열차 사고?
앞차면··· 심은영 회장이 탄 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