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RUST]-277
한미 연합군은 상하이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정리하기 시작했다.
“피난민이 접근해도 절대 접촉하지 마라.”
“적들이 있으면 무리하게 진입하지 말고 항공지원 불러.”
“두 달만 있으면 지원군이 온다.”
상하이와 인근 지역에 1차로 상륙한 25만 명이 작전에 들어간 데 이어, 2차로 300만의 병력이 밀고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중국 전역에 퍼졌다.
300만 대군이 온다는 소문이 돌자, 중국은 7개로 분열됐다.
위구르와 티베트가 재빨리 독립선언을 했고, 자체적으로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몽골 또한 중국에서 분리 선언을 한 뒤, 몽골과 독립을 논의한다고 했다.
각 지역 군부와 지역 세력의 결탁으로 독립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한국이 보기엔 졸지에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전쟁했는데, 상대방이 7개로 분리됐다.
전쟁 책임은 누가 지나?
더 황당한 건 나머지 핵과 핵 재처리 시설에 대한 부분이었다.
[미합중국은 중국에 있는 어떤 정치, 군부 세력도 핵과 핵 재처리 시설을 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독립국에 대한 내정 간섭입니다.]
[전 정권의 문제를 현 독립국에 전가하지 마십시오.]
[명분 없는 전쟁, 인륜 없는 학살을 멈추십시오.]
미국은 어이없었다.
이게 지금 말인가?
청나라 시절 부채도 모르쇠 하더니, 이 미친놈들이 또 이딴 방법을 써?
미국이 그러거나 말거나 7개의 중국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핵과 핵 재처리 시설은 폐기할 수 없다.
핵 주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독립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간악한 행위다.
정 핵 폐기를 원한다면 미국부터 전부 폐기한 뒤에 말해라.
전후 배상 책임은 우리는 모름.
핵전쟁과 관계된 자들은 내전과 쿠데타로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증거는? 우리의 일관적인 진술이 증거다.
책임자가 죽었는데 계속 살인하고 있는 미군과 한국군은 전쟁범죄자들이다.
이 소식을 들은 상하이 상륙 병사들이 분개했다.
“전범 국가? 전범이라고?”
“미친 새끼들이! 뚫린 입이라고.”
“개 씨발! 전쟁이 장난입니까?”
“핵 주권? 아가리 닥치게 밀어버려야 합니다!”
미군과 한국군이 의기투합했다.
그렇지 않아도 핵으로 고향을 잃은 병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피 토하며 사죄를 해도 넘어가기 힘든 판국에, ‘너네는 전범.’ 이랬으니 분노를 넘어서 증오에 닿아 버렸다.
지하에 대피하고 있던 자들 가운데 식인병 증세가 있는 사람들, 변이 바이러스 감염 증세가 있는 자들을 한미연합군 기지로 밀어버리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환자만 보내면 즉시 격리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게 중간중간 섞어서 보낸 놈들이 누구보고 전범?
그렇지 않아도 지하와 연결된 출입구를 막아버리고 뚫고 나오는 자들이 있다면, 전부 식인병자 또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판단 ‘처분’하라는 위의 명령이 있었다.
전범 소리 듣고 있는 판에 참을 필요?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놈들의 작전인 것이 밝혀졌으니, 명령대로 합시다.”
“놈들이 사실상 식인병자들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밀어 넣고 있는 게 사실로 드러났으니까요.”
직접 싸워보니 알 수 있었다.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적들과 싸운 경험이 넘치는 미군이었다. 심지어 엉클 샘 상태인 미군.
“작전을 시작한다. 현시점으로 작전에 대한 모든 자료는 파기된다.”
적들의 주요 거점은 지하. 핵전쟁 대비 시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식량, 식수, 공기 확보. 따라서 ‘밀봉’해버리면 안에서 무슨 지랄이 나든 날 것이라는 계획.
작전명 ‘밀봉(seal)’이 시작됐다.
지하로 내려가는 모든 입구는 폭파됐고, 의심되는 건물을 통째로 붕괴시켰다.
한국군은 조금 더 창의적이었다.
“하수시설을 날려 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중국이 진작부터 전쟁에 대비했다면 식량, 식수, 공기는 악착같이 챙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싸는 건? 먹고 마셨으니 쌀 것 아닌가?
건강한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량은 1~1.5L, 배변량은 200~250g 내외였다. 지하에 숨어있는 적들의 숫자는 최소 2천만 이상.
하수시설을 날려 버리면 하루에 2천만 리터가 차오르게 됐다. 똥이 그따위로 쌓인다면? 거기에 곧 중국 상류 지역에 장마가 쏟아질 시기였다.
여기서 상하이의 하수, 배수시설을 무너뜨리면? 안쪽에서부터 튼실하게 차오를 것이다.
“좋은데?”
“바로 갑시다.”
그렇게 대도시 상하이의 오수처리 시설이 틀어막혔다.
효과는 굉장했다.
유럽과 남미 인터넷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SNS에 상하이 참사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오물이 가득한 피난처 여기저기에서 물이 줄줄 새는 영상이었다. 모터로 물을 퍼내도 끝없이 새는 물들. 하나둘씩 배수펌프가 고장 나고 있어, 수만 명이 위험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새끼들. 핵폭탄 터져서 인터넷 끊기고 전기 나갔는데 방송장비는 살아있나 보네요.”
“위성으로 연결했겠지.”
“방송 계획까지 있었다는 거잖아.”
미국이 공격하면 그걸 전 세계에 방송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것. 진짜 어떻게 보면 대단했다.
“노리고 있었네. 노리고 있었어.”
“다음 영상에 전범 드립 나오겠지.”
일곱 중국의 심리전과 선전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세계 각국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식인병의 창궐, 변이 바이러스가 원인인 폭력 사건 증가, 식량난과 경제난이 SNS에 올라온 상하이 참사보다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비교적 안전하다던 인도에 식인병과 변이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했다.
크직-
“으아아악- 이 천한 것이!”
하층민을 시작으로 퍼진 변이 바이러스는 분노 조절장애를 터트렸고. 인도의 빈부 격차, 대놓고 차별이 대규모 폭력으로 번졌다.
중국 상하이가 어쩌고 할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유혈사태가 터져버렸다. 삽시간에 만 단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건 전부 중국과 파키스탄 새끼들의 음모다!”
인도가 전쟁의 불길 속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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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사령부, 국방성, 연방정부, 연방의회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치, 군사적 여력을 중국에 쏟아붓고 있었다.
‘중국 먼저 잡고 따서 내부 문제 해결한다.’ 이걸 목표로 내달렸는데 웬걸. 제대로 때리기도 전 중국이 저절로 7개로 쪼개졌다.
“분열을 가장해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심산인 겁니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말.
매미가 땅에서 벗어나 하늘을 향할 때, 껍질은 버린다는 의미도 있고, 위기상황에서 껍질을 미끼 삼아 버리고 알맹이는 빠져나간다는 의미도 있는 소리.
놈들의 위를 막은 미국, 아래를 틀어막은 한국의 작전이 제대로 먹혔다. 작전의 성공으로 사상자가 폭증하던 전황이 극적으로 반전하기 시작했다.
“밀봉작전이 효과가 있습니다.”
“놈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지하에 갇힌 적들은 식인병과 변이 바이러스 그리고 넘쳐나기 시작한 똥오줌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 상하이를 비롯한 인근 지역을 확보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위구르와 티베트 독립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연히 독립해야지요.”
“흠. 하지만 독립선언 직후 곧바로 선거하겠다는 게 좀 이상합니다.”
중국 공산당의 이주 정책으로 위구르 지역과 티베트 지역에 한족들이 적극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인구 구성 비율만 따져 본다면 한족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를 해봐야 한족으로 구성된 정부가 들어설 게 분명했다.
“이주 정책을 생각해 보면, 최소 20년 전부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확실히···.”
“동의합니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에서 독립하겠다는데 반대할 건 아니었다. 선거를 통해 민주정부를 수립하겠다는데 반대할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냥 독립과 선거를 인정해 버리면? 놈들의 계획에 말려드는 꼴이었다.
“독립과 선거 자체가 놈들의 계략입니다.”
“외통수군요.”
미국이 받아야 할 피 값을 독립했다는 명목으로 피해 가려는 짓도 황당하지만, 더 어이없는 것은 이제 막 독립 선언한 애들에게 선거관리 조직이 있다는 소리였다.
선거관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선거 업무를 객관적으로 관리하고 문제를 처리해야 했으니까. 근데 즉시 선거 가능하다고?
막 독립한 애들이 선거관리가 가능하다고?
그럼 그 선거조직은 어디서 나왔을까?
“중국 공산당 조직이겠군.”
“독립국의 탈을 쓴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잡겠군요.”
머리를 잘랐더니, 잘린 자리에서 일곱 개의 머리가 돋아난 격.
“······.”
“······.”
다른 곳도 전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중국은 선택지를 내밀고 있었다.
7개의 중국 공산당 국가를 용납하거나,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간 사태처럼 길고 긴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회의에 참석한 한 사람이 의견을 제시했다.
2차대전 당시 화끈한 일본을 추구했던 사람의 후손이었다. 일본을 열렬했던 자의 후손은 중국을 뜨겁게 갈구했다.
“중국을 잿더미로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중국이 7개가 됐다면, 7번 불태우면 된다. 통째로.
불에 타다 보면 알아서 착해질 것이다.
아니면 회개하고 손해배상을 하던가.
가진 게 없다고?
그럼 정말 아무것도 없게 해주자.
예전 같았으면 말도 꺼내지 못했을 소리,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일축당했을 이야기가 엉클 샘의 심금을 울렸다.
엉클 샘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사람의 이름은 버나드 르메이.
부하들에게 ‘제너럴 번’이라고 불리는 장군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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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블라디 아크 타워 근처.
커다란 폭음과 함께 치솟은 하얀 연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몸부림치는 식인병자를 지켜본 마루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쪽이 효과적이네.’
식인병자들에겐 확실히 CS 탄보다 네이팜과 백린탄이 효과적이었다. 며칠 동안 주변 정리를 하면서 정보를 축적했다.
[포격 완료.]
“확인. 포격 대기.”
멀쩡한 사람이 식인병에 걸리는 경우, 식인병에 걸린 자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걸린자가 식인병에 걸린 경우, 모두 조금씩 차이 있었다.
제일 짜증 나는 케이스는 뇌와 심장을 충분하게 먹은 변종이 식인병에 걸리는 경우였다. 변종으로 변하면서 커다랗게 변한 덩치, 어느 정도 회복한 지능 때문에 상당히 피곤한 축에 속했는데, 식인병까지 더해지면 미치도록 영악한 놈이 만들어졌다. 지금처럼.
변종 하나가 포탄 구덩이에서 다른 구덩이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마루의 시야에 들어왔다. 한 번 포탄이 떨어진 곳에는 다시 포탄이 떨어지기 힘든 것을 이용한 움직임.
“지정 위치로 포격준비.”
[3분 뒤, 지정 위치 포격. 준비 완료.]
리퍼 슈트로 은신한 마루가, 폭발 구덩이를 타고 움직이는 놈을 향해 내달렸다. 일렁이는 투명함 속에서 뻗어 나온 칼날이 변종을 향해 뿌려졌다.
크르르르릉-
찢어발기는 소리를 피해, 펄쩍 뒤로 피하려던 놈의 다리가 덜컥 굳었다. 마루의 짙은 살기에 반응해버린 근육이 자기도 모르게 경직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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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탁하게 잘리는 소리와 함께 대각선으로 무너져내리는 변종.
그 모습을 감상이라도 한 것처럼 새들이 소리를 높였다.
까아아악
까악 까악 까아아악
멀찌감치 떨어진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 주로 까마귀로 구성된 새 떼가 마루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내려오지도 않고.’
마루가 가면 역병이라도 온 것처럼 호다닥 도망치는 새들. 십만 단위가 넘는다는 데도 마루를 피하는 새들이었다.
쯧-
작게 혀를 찬 마루가 토막 난 조각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