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책 산 거야?”
“아… 응.”
“줘. 내가 들게.”
“아니야, 내가….”
“무겁잖아.”
책이 여러 권이라 무게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해도 전혀 무거워 못 들 정도는 아니었기에 내 손에 든 책 봉투를 대신 드는 차정한이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문을 다 열어 주고, 어디를 가든 내가 먼저 들어가고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의 행동과 같은 방향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단순한 배려나 매너의 영역이 아니었다. 맞다고 해도 내가 차정한에게 이런 배려를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걸 그에게 말하기에는 아직 확실하지가 않았다. 원래도 차정한은 나를 과보호했고, 나 역시 차정한을 과보호했기에 그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 더 묘한 가라앉음을 외면했다. 그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도 했고, 나 역시 밝을 때 만난 차정한과의 시간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 차 키가 밴에서 빠졌나 봐. 다른 거 타야겠다. 키 가지러 같이 올라갔다가 오자. 혼자 여기 있기 그렇잖아.”
겉옷 주머니를 살피던 차정한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와 같이 움직였다. 오랜만에 차정한의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타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그와 수도 없이 오르내린 기억부터 나 혼자 오르고, 또 참담한 마음을 가지고 내려왔던 기억까지 전부 빠르게 스쳐 지났다.
문을 열고 나를 먼저 들어가게 한 차정한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키만 가지고 오면 되니 굳이 들어갈 건 없을 것 같아 현관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방에서 키를 가지고 나온 그가 다시 현관으로 나왔다. 당연히 나가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는데 차정한이 손잡이를 쥔 내 손 위를 덮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자 그가 내 손을 떼게 하고 몸을 잡아 부드럽게 돌려세웠다. 그가 들고 있던 책 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제법 요란한 소리를 냈다.
“잠깐만, 유현아.”
“…….”
“잠깐만.”
현관문과 그의 사이에 갇혀 얼굴부터 몸이 전부 차정한의 그림자에 뒤덮였다. 꼭… 차정한이 술에 취해 들어와 현관에서 키스했던 그 날 같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차에서 하고 싶었는데 형 있어서 참았어.”
“…….”
“나 진짜 미치겠어. 너만 보면 하고 싶고, 너 만지고 싶어.”
차정한은 늘 내가 따뜻해서 좋다고 말했다. 몸과 손이 따뜻한 편이라 그런지 차정한은 나와 닿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일 때도 우리의 스킨십은 평범한 보통 친구들과는 달랐다. 스킨십을 좋아하는 녀석들도 어깨를 감싸거나 몸을 기대며 치대는 느낌의 닿음이 전부였다. 누구도 차정한처럼 내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눕거나, 뺨을 매만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아마 이런 행동을 다른 친구에게 했다가는 징그럽다는 말을 듣거나 미쳤냐며 장난스럽게 욕을 들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 애초에 이런 행동을 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유현아, 넌 안 그래? 응? 나만 그래?”
조금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온 차정한이 부드럽게 입술을 물었다. 차정한은 입술을 가볍게 맞물린 채 말했다. 그가 말하는 중간중간 입을 맞춰 말 사이로 작게 쪽쪽 하는 소리가 울렸다.
달아오른 목소리가 아찔했다. 차정한은 나를 찾아온 뒤로 날마다 내게 키스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만지던 것처럼 내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따뜻함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굴며 내게 파고드는 차정한과 마주할 때마다 설렘이 커졌다. 그리고 그 설렘이 커지는 만큼 우리 관계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제발 그냥 나의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나는 차정한이 13년 동안 우정으로 봐온 나를 이렇게 빨리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너무나 빠르게 즐겁고 따뜻한 감각에 휩쓸려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차정한이 불안했다.
“다른 생각 하지 마.”
“…어? 아…….”
입술을 댄 채 말한 차정한이 살짝 입술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생각이 아니라 차정한 생각을 한 거지만, 그리 좋은 쪽의 생각은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랑 있을 때는 내 생각만 해.”
“…….”
“아니…. 나 없을 때도 내 생각만 해.”
“…….”
“하…. 아, 진짜 돌겠다. 유현아 다른 생각 하지 마. 너 또 나한테서 도망갈 생각 하지.”
아니라는 대답 대신 손을 올려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쥐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담던 차정한이 그대로 급히 입술을 겹쳤다. 뜨거운 혀가 뒤엉키자 몸이 더욱 바짝 맞붙었다. 나를 흠뻑 적시며 쏟아지는 그의 열기와 무게에 꼼짝도 하지 않고 거친 그의 키스를 마주했다.
“하아…….”
숨을 쉬기 힘들었다. 입술을 조금도 떼지 않고, 전부 집어삼키는 것처럼 파고드는 차정한을 밀어내기도 너무 힘들어 숨이 막혔다. 머리가 멍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질 때까지 차정한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되어서야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몸이 아래로 확 내려가는 느낌이 났지만, 나는 두 발로 서 있었다. 아니, 차정한에게 안겨 있었다. 차정한이 이 팔을 푸는 순간 나는 바닥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었다.
“하아… 하으, 흐으…….”
마구잡이로 숨이 터져 나왔다. 젖은 느낌이 나는 입술 사이에서는 그만큼 축축한 숨이 터지고, 정신이 다 멍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다 흘렀다. 뺨과 입술, 숨을 쉬는 목과 입속… 그리고 차정한이 입술을 댄 목덜미까지 내 모든 곳이 다 축축했다. 나는 넘어지고 싶지 않아 차정한의 허리를 겨우 팔에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던 그의 뜨거운 입술이 귓가로 올라와 귓불을 머금었다. 나처럼 뜨거운 그의 숨이 귓가를 덮은 순간 허리를 안고 있던 손 하나가 코트 안으로 들어왔다.
“아…….”
셔츠 위로 그의 손이 닿았을 뿐인데 감각이 그곳으로 다 몰려들었다. 내 등을 쓸어내리며 그는 뺨과 턱, 목덜미와 귓가에 마구 입술을 눌렀다. 입술이 닿는 곳과 손이 닿는 곳에 모두 열이 올라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를 안고 있던 팔을 풀어내고 문으로 등을 완전히 기대었다. 똑같이 달아오른 숨을 내쉬며 눈이 마주친 순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머금었다. 어깨 뒤로 코트가 확 넘어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55
?
?
감각에 불이 붙자 나도 차정한을 말릴 수 없었다. 아니, 말리고 싶지 않았다. 차정한과 한 섹스가 얼마나 아팠고, 또 아픔을 잊고 또 하고 싶을 만큼 좋았는지 알기에 그 쾌락을 좇을 뿐 정신을 차리고 그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코트에 이어 차정한의 코트도 바닥에 떨어졌다. 차정한은 급한 손길로 내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그의 손끝에서 작은 단추가 풀려 벌어질 때마다 피부로 한기가 스몄다. 입술이 떨어지는 게 싫은 것처럼 차정한은 단추를 풀다가 몸이 움직여 조금이라도 입술이 어긋나면 내 턱을 쥐고 다시 깊게 입술을 맞물렸다. 혀가 뒤엉키고 열기를 따라 빨릴 때마다 조금 더 큰 자극을 떠올렸다.
내 셔츠 단추를 다 풀어낸 차정한이 그 안으로 손을 넣어 허리를 매만졌다. 피부 위로 그의 뜨거운 손이 닿자 어깨가 움츠러들고, 긴 숨이 흘렀다. 나보다 훨씬 뜨거운 손과 몸, 숨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따뜻함은 뜨거움에 전부 가려질 텐데 어떻게 이렇게 뜨거운 차정한이 내게 늘 따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신기했다.
“드, 들어가서… 아, 정한아… 잠깐만…. 흣…!”
뜨거운 손이 허리를 쥔 순간 숨이 말려 들어갔다. 차정한이 내 허리를 확 감아 몸을 붙인 채 몸을 돌려세웠다. 기대고 있던 문에서 등이 떨어지자 넘어질 것 같아 얼른 그의 팔을 붙잡았다. 뒷걸음을 치다가 넘어질 것 같아 뒤를 보고 싶었지만, 차정한이 입술을 놓아주지 않아 그가 미는 곳으로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아…!”
침대에 몸이 걸려 뒤로 몸이 넘어갔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다행히 아프지는 않았다. 내 팔 아래로 손을 넣어 몸을 잡은 차정한이 그대로 나를 침대 위까지 제대로 올려 눕히며 올라탔다. 힘이 쭉 빠져 누운 채 올려 보는 그는 평소보다 더 커 보였다.
“…….”
“…….”
살짝 벌어진 블라인드 사이로 오후의 빛이 번져 들어와 그의 얼굴을 더 밝게 보여 주었다. 누구나 보면 사랑에 빠질 얼굴과 깊은 눈빛에 몸 깊은 곳에서 자꾸 열이 올랐다. 차정한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옷을 벗었다.
입고 있던 셔츠 단추가 풀려 어깨 뒤로 넘어가고, 드러난 몸에 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저번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차정한의 몸을 완전히 보는 것은 솔직히 부끄러웠다.
“…….”
버클 풀리는 소리에는 눈을 감았다. 차정한과 처음도 아닌데 처음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떨렸다. 어떤 감각이 찾아들지 알기에 기대와 두려움이 뒤엉켜 자꾸만 감정을 부풀렸다.
“하읏….”
가슴 위로 갑자기 느껴지는 뜨거움에 눈을 떠 보니 차정한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셔츠가 벌어진 사이로 흥분감에 솟은 유두를 입속으로 빨아들인 그가 혀로 누르기도 하고, 주위를 살살 돌려 핥았다. 묘하게 간지러운 감각이 퍼져 허리에 고여 들었다. 차정한은 유두를 깨물며 내 버클을 풀었다. 속옷 안으로 갑자기 들어와 성기를 쥐는 손에 허리가 비틀렸다.
“…아!”
“여기 좋아?”
솔직히 어디가 좋고, 어디가 좋지 않고 이런 것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차정한의 무게가 실리고 또 차정한이 닿은 곳은 전부 다 좋았다. 그의 혀가 문지르는 곳도, 또 그의 손이 쥐고 문지르는 곳도 다 너무 쾌감이 강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하으… 응, 아…….”
속옷이 벗겨지고, 벌어진 다리 사이로 차정한이 자리 잡았다. 그가 만져 발기한 성기에 뜨겁고 단단한 게 닿아 왔다. 단단한 것이 비벼지고 마찰할 때마다 허리에 힘이 꽉 들어갔다가 풀리고, 또 확 들어갔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차정한이 내 손을 잡아내려 그 단단한 것을 쥐게 했다. 아니, 손에 단단한 것 두 개가 닿았다. 더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 성기 두 개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내 건 몰라도 차정한의 것까지는 절대 한 손으로 쥘 수가 없어 손바닥으로 문지르기만 했다.
내 손보다 큰 차정한의 손이 움직이며 내 손가락을 덮을 때마다 등줄기가 다 찌릿했다. 나는 차정한이 내 성기 끝을 엄지로 덮었다가 떼며 문지르는 것에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머리끝까지 오르는 쾌감에 턱이 다 떨렸다. 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넣은 차정한이 내 혀끝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나는 눈을 들어 올릴 힘도 잃고 그의 혀만 겨우 마주 핥았다.
“나 하루 종일 너만 생각해. 농담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니야.”
내 다리를 잡아 조금 더 벌린 차정한이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손을 넣었다. 여전히 낯선 곳을 누르는 느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위를 살살 돌리듯 만지며 누르던 손끝이 느릿하게 파고들었다.
“아……. 흣, 아파….”
처음에는 아픈 줄도 몰랐는데 조금 더 밀고 들어오자 여전히 낯선 아픔이 달아오른 몸을 타고 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아픔이라 나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차정한을 붙들었다.
“빨리 가서… 너 봐야지, 네 손 잡아야지.”
“흐읏…….”
“키스하고 싶고, 안고 싶은 생각 하느라 한 번씩 누가 불러도 몰라.”
“하으… 응, 정한아…. 아파….”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조금만, 조금만 더, 유현아.”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보다 굵고 긴 그의 손가락이 안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몸이 뚫린 것처럼 아파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차정한은 손가락 하나를 더 내 안으로 넣으며 몸을 바짝 내려 붙였다. 그의 무게가 제대로 실리자 묘한 안정감이 아픔 사이로 퍼졌다. 착각이겠지만, 조금…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너랑 닿으면… 마음이 놓여. 다 괜찮아져.”
“하읏… 아…….”
손가락 두 개가 안을 깊게 찔렀다. 아픔과 뒤섞인 감각이 발끝으로 퍼졌다. 안을 더 넓히려는 듯 차정한은 손가락을 느릿하게 빙글빙글 돌렸다. 그의 손가락이 안을 스쳤다가 깊게 찌르고 들어갈 때마다 아랫배가 꽉 조여들기 시작했다. 차정한은 내게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손가락을 움직였다. 안 그래도 꽉 찬 아래로 손가락 하나가 더 들어온 건지 더 빡빡한 느낌이 났다.
“너무… 으응, 너무 꽉….”
“…유현아.”
내내 닿아 있던 차정한의 시선 위로 목소리가 뚝 떨어졌다. 나는 겨우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너 진짜… 예뻐.”
“…….”
“…너무 야해.”
갑작스러운 말에 얼굴로 열이 확 올랐다. 내 얼굴을 볼 수는 없어도 아마 새빨개졌을 것이었다. 노골적인 말에 나를 어떻게 컨트롤 할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아까 마인드 컨트롤에 관한 책은 괜히 산 것 같았다.
“이렇게 꽉 조이면 힘들어. 아프잖아.”
“…네가 갑자기 이상한 말 하니까…….”
“이거 봐. 손가락도 잘 안 빠져.”
아래에서 손가락을 빼려는 듯 위아래로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내가 그 장면을 볼 수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
“…하, 하지 마. 자꾸 장난치면….”
“나 이상한 말 한 적 없어. 너 진짜 예쁘고, 야해.”
“……마, 말 좀 하지 마.”
“네가 꽉 차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차정한의 말에 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솔직하고 감출 줄 모르는 그의 화법이 닿을 때마다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차정한은 내 안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제 성기를 쥐었다. 슬쩍 시선을 내렸다가 본 차정한의 성기는 저번보다도 더 커진 것 같았다. 나는 저번처럼 손을 내려 그의 성기 끝을 살짝 쥐었다. 내 행동이 갑작스러웠는지 차정한이 눈썹을 구기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
“…….”
그와 눈을 맞추며 손을 움직였다. 귀두를 감싸고 살살 돌리듯 문지르다가 조금 더 용기를 내 기둥을 쥐며 움직였다. 뜨겁고 완전히 발기한 단단함에 만지기만 해도 다리가 오므라들었다. 차정한은 그대로 고개를 내려 거칠게 입을 맞췄다. 혀가 뒤엉키는 자극에 나는 조금 더 빨리 그의 성기를 매만졌다.
“아, 진짜 죽을 것 같아… 아, 씨발 진짜….”
“…….”
“너한테 욕한 거 아냐. 너무, 그냥 너무 좋아서 그래. 진짜 돌겠어.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아.”
차정한은 그대로 내 다리를 벌리고 아래를 맞췄다. 단단하고 뜨겁고… 큰 것이 닿는 느낌에 숨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나는 숨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차정한은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흐윽…!”
울음 섞인 소리가 터졌다. 울 만큼 아프지만, 차정한이 몸 안에 가득 차는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차정한은 힘이 잔뜩 들어간 내 몸을 살살 매만지고, 또 고개를 내려 몸 여기저기에 입 맞췄다. 말도 안 되게 뜨겁고 큰 것이 몸속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감각에 나도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하…. 유현아…, 아, 지유현….”
“흐읏… 응, 읏…….”
차정한이 귓가에 내 이름을 속삭일 때마다 거짓말처럼 몸에 꽉 들어간 힘이 빠졌다. 내가 힘을 빼기만 하면 그의 성기가 조금씩 더 깊게 밀려 들어왔다.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 겁이 나 자꾸 속눈썹이 축축하게 젖었다.
“더, 더…….”
더 들어오면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차정한이 고개를 들어 그런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더 해 달라고 보채는 줄 알았는지 잔뜩 흥분한 눈동자로 나를 보던 그가 확 힘을 실어 허리를 움직였다.
“하으읏!”
조금의 틈도 없이 맞물린 느낌에 그의 팔을 쥔 손가락이 떨렸다. 차정한은 눈을 마주하기만 해도 온몸에 열이 확 오르는 흥분에 젖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나를 보는 눈과 뜨거운 숨이 쏟아지는 입술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유현아, 나 봐.”
“…….”
“나 봐야지, 응?”
낮은 그의 목소리에도 흥분이 뒤섞여 있었다. 그의 눈을 보며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아랫배가 조여들고,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몇 번이나 차정한을 보다가 또 시선을 돌리고, 또 보다가 시선을 돌리는 것을 반복했다.
“왜 안 봐, 응?”
“못, 못 보겠어…….”
“난 네가, 아… 나 봤으면 좋겠는데.”
차정한의 말에 다시 용기를 내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이 정확하게 마주하는 순간 손끝이 찌릿하고 다리가 오므라들었다. 흥분한 차정한을 눈에 제대로 담는 것만으로도 사정감 같은 게 밀려들었다.
“하…. 유현아, 너도 따뜻해?”
“난, 흐읏… 뜨거워…. 아… 진짜 미치겠어… 나, 진짜 미치겠어, 정한아….”
안을 꽉 채우다 못해 잔뜩 늘리며 들어간 차정한의 것이 더 커지는 느낌이 났다. 움직이지 않는데도 몸이 터질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그와 몸이 꽉 맞물려 있다는 게 처음도 아닌데 너무 무서울 만큼 좋았다. 그때는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싶어 조금 덜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알기에 처음보다 쾌감이 더 또렷했다. 쾌감이 또렷한 만큼 따라붙는 두려움도 더 분명했다.
“…울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
“우는 게 너무 예뻐….”
감탄하듯 말하는 차정한의 시선이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차정한은 너무나도 가볍게 내 손을 잡아 얼굴 위에서 떼어냈다. 몸을 납작하게 내려 맞붙인 차정한이 성기를 반쯤 빼냈다가 안으로 확 파고들었다.
“하읏!”
“하…. 미안해. 미리, 읏, 사과할게. 아플지도 몰라.”
“아프게 하지… 아!”
다시 길게 빠져나갔던 성기가 말도 안 될 만큼 세게 들어와 깊은 곳으로 닿았다. 온몸에 있는 세포가 차정한이 닿는 곳으로 눈을 뜨고 달려드는 기분이었다. 카페인에 약해 아메리카노도 연하게 마셔야 하는 내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구 들이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흣, 응! 읏… 아, 흐으…!”
차정한은 미리 사과까지 한 게 이해가 갈 만큼 빠르고 세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빠졌다가 안을 찍어누르듯 들어올 때마다 몸이 마구 흔들리고, 물처럼 고인 쾌감이 몸 안에서 마구 찰랑거렸다. 차정한 그 이름 석 자 외에는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56
?
?
“아… 유현아, 읏, 유현아.”
뜨거운 숨과 뒤섞인 내 이름이 귓가와 목덜미, 어깨 위로 쏟아졌다. 입술이 맞물린 채로도 차정한은 자꾸 내 이름을 불렀다. 이름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 이름에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차정한이 부른다는 그 자체로 나는 더 흥분하고, 더 뜨거워졌다.
맞붙은 몸이 과격한 움직임에 끈적하게 떨어졌다가 붙는 것을 반복했다. 미친 듯 혀가 엉키고, 몸이 흔들렸다. 자꾸 오므라드는 다리를 차정한이 벌려 누르고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납작하게 붙은 몸에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발기한 내 성기 위로 차정한의 몸이 문질렸다. 나는 깊은 곳과 앞에서 오는 쾌감에 사정했다. 허리가 들썩이고 비틀리는데 그에게 눌려 마음껏 움직일 수가 없어 쾌감이 몸에 고이고 또 고였다.
“하으, 으응!”
사정하자마자 다시 깊은 곳을 눌리는 순간 앞으로 열이 몰렸다. 차정한은 내 안에서 여전히 죽지 않은 성기를 빼내고 내 몸을 돌렸다. 나는 시트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진정되지 않는 숨을 마구 뱉었다. 뒤에서 허리가 잡히고, 다시 차정한이 안으로 들어왔다. 등 위로 뜨거운 그의 무게가 실렸다. 차정한은 시트를 꽉 쥔 내 손 위를 덮어 감싼 채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아까보다 더 깊게 들어오는 것 같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가 또 새까맣게 변해 마구 빛이 흔들렸다.
“아! 앗…! 아, 흑, 흐으, 응! 읏, 으응!”
길게 파고들다가 짧고 아주 세게 찔러 들어오는 것에 당할 재간이 없었다. 나는 시트로 내 앞을 문지르며 또 사정했다. 사정하는 중에도 깊은 곳을 찔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읏, 유현아… 하…. 유현아, 지유현….”
엎드려 있어 차정한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귓가에 뜨겁게 달라붙었다. 얼굴을 마음껏 볼 수 있을 때는 부끄러워 못 보겠더니 보기 힘들게 되니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 밀리며 겨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깨 쪽으로 조금 고개를 돌리자 얼굴 가까이에 있던 차정한의 손이 다가와 내 얼굴을 조금 더 들어 키스했다. 혀끝만 겨우 문질렸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 그에게 더 닿기 위해 혀를 더 내밀었다.
“아…!”
그의 혀끝을 쪽 소리가 나게 머금은 순간 차정한이 사정했다. 깊은 곳으로 퍼지는 열기에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차정한이 몸을 들어 올려 몸을 덮고 있던 그 축축한 뜨거움이 흩어졌다.
“하으…….”
크고 뜨거운 손이 뒤에서 허리를 꽉 쥐고 올리자 저절로 엉덩이가 들렸다. 이렇게 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안에서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그의 것이 다시 아주 빠르고 세게 치고 들어오는 것에 연약한 생각은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사라졌다.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몸과 몸이 마찰하는 소리가 방 안으로 가득 울리고, 누구의 숨인지 알 수 없는 뜨거운 소리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가 파고들면 몸을 뒤로 빼고, 그가 빠지면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굴며 오로지 쾌감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달아오른 감각은 허무할 만큼 빠르고 쉽게 내가 쌓아온 감정들을 뒤덮었다.
“정한… 흣, 정한아… 아, 너무… 응, 하읏…!”
너무 빠르고, 또 너무 강했다. 허리를 쥔 손에 들어간 힘도 너무 세서 쾌감이 아픔과 뭉쳐 이리저리 마구 흘러내렸다. 나는 겨우 뒤만 치켜든 채 시트를 붙잡고 흔들렸다. 눈물로 젖은 시트에 뺨을 비비다가 또 사정하고, 또 쾌감이 고여 사정했다. 손끝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었을 때, 다시 몸이 돌아갔다.
“하아…… 하으, 하….”
“하…. 눈이 돈다는 게 이런 거였어…….”
혼잣말처럼 소리 낸 차정한이 다시 내 다리를 벌리고 자리 잡았다. 처음 몇 번보다는 쉽게 들어간 차정한이 단번에 깊은 곳을 자극했다. 내내 같은 곳을 눌려 이제 차정한의 성기가 들어와 닿기만 해도 허리가 움찔거렸다. 차정한은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쥔 채 다시 같은 곳을 강하게 짓눌렀다.
“아… 흣, 정한아, 나… 나, 더는… 아, 이상해… 잠, 잠깐만….”
갑자기 밀려든 감각은 몇 번이나 겪은 사정감이 아니었다. 그때 실수한 느낌이 나던 때와 비슷한 쾌감이 아랫배를 맴돌다가 몸으로 퍼졌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내 허리를 쥔 차정한의 손목을 잡아 흔들었다. 하지만 차정한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뭐가, 아… 어떻게 이상한데.”
“몰, 몰라… 하읏…! 응, 아, 거기… 거기, 이제….”
“여기? 여기가 좋구나.”
어디가 좋고, 또 어디는 좋지 않고 그런 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안을 가득 채운 차정한의 성기는 어떻게 파고들어도 내 안을 전부 자극했다.
“거기, 하지… 아, 정한아… 아, 차정한… 아, 안 된다니까….”
“내 이름… 하, 더 불러 줘, 유현아.”
거기가 좋으니 더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름을 부르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더 움직였다가는 저번처럼 실수 비슷한 것을 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차정한의 손목을 잡고 애원했다.
“정한아, 흐윽… 아, 제발… 아, 이제, 더… 더는….”
“더, 더 불러 줘. 네가… 내 이름 부르니까… 아, 너무… 하…. 못 참겠어.”
허리를 쥔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이러다가 그의 손가락이 내 몸을 파고들지도 모를 만큼 강한 힘이었다. 못 참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차정한은 있는 힘껏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말도 안 되는 힘으로 안이 몇 번 찍히자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그의 손목을 쥔 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동시에 터지는 쾌감과 마주했다. 안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과 동시에 내 몸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