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43)

“…아.”

전송된 메시지를 보는데 화면이 바뀌며 김원우 이름이 떠올랐다. 어제 그렇게 그 집에서 나온 뒤 처음으로 온 연락이라 안 받기도 좀 그래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응. 원우야.”

- 사랑싸움들은 어떻게 잘 끝냈고?

“뭐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었다니까.”

- 심각한 게 아닌데 차정한이 우리 집까지 찾아 쳐들어와서 눈깔 돌아 나한테 막 경고하고 그러냐?

“…어제는 미안해. 내가 거기 가는 게 아니었는데.”

- 그래도 차정한이 나 신고는 안 한 모양이더라. 경찰 들이닥칠까 봐 은근 쫄았는데.

“정한이가 말만 가끔 그렇게 하지, 안 그래. 진짜 순하고 그런 앤데 한 번씩 그냥 좀 화가 나면 말로만, 진짜 말로만 그래.”

김원우가 어이없다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나는 시리얼을 다 먹고 밑에 조금 남은 우유를 괜히 숟가락으로 건드렸다.

- 순한 게 다 뒈졌나 보다. 차정한이 순하게. 야, 지유현. 넌 진심으로 차정한이 그렇게 보이냐? 어제 대판 싸워 놓고 그렇게 또 바로 쉴드를 치고 싶어?

“쉴드가 아니라 진짜야. 난 정한이 매일 보잖아. 너보다 많이 보고, 겪었으니까….”

- 말을 말아야지. 그래서 둘이 풀었단 거지?

“…어. 걱정했어?”

- 돌았냐. 남 부부싸움을 걱정하게. 아직도 싸우면 차정한한테 지랄 좀 하려고. 지유현은 입만 열면 지 쉴드 치는데 고마운 줄을 모르고 어딜 개겨.

사랑싸움에 이어 부부싸움까지 김원우의 단어 선택만 봐도 우리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았지만, 굳이 그 말을 내가 먼저 꺼내지는 않았다.

- 괜찮으면 됐어. 다음에 술 사라.

“알았어. 고마워. 정한이한테 전화하거나 그럴 거 아니지?”

- 안 해, 안 해. 하라 그래도 싫어. 끊는다. 다음에 봐.

어제 차정한이 김원우를 바라보던 눈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낼 것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보며 낮은 목소리를 내는데 내가 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다정하고 달콤하게 굴면서 왜 다른 사람한테는 자꾸 차갑게 구는 걸까. 우유를 싱크대에 부어 버리고 간단히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주스 한 병을 들고 소파로 가 앉았다.

차정한 생각으로 가득 찼을 때는 그가 나온 작품을 보는 게 가장 좋았다. 나는 <가을밤>을 아무 회차나 눌러 틀었다. 어디를 틀어도 늘 마음을 꽉 채우는 차정한의 지금보다 조금 어린 얼굴이 좋았다.

“…….”

상대 배우를 다정한 눈으로 보고, 고개를 기울여 웃는 걸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마음이 이상했다. 수없이 봤던 장면인데 오늘은 어쩐지 조금 다른 감정으로 닿아왔다. 나는 상대 배우를 사랑에 빠진 눈으로 보고 있는 차정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조금… 싫었다. 싫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멍했던 정신에 불이 확 들어왔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 화면을 멈췄는데 화면 속 차정한이 나를 바라보았다.

“…….”

무엇에도 쉽게 물이 들 것만 같은 소년에 가까운 얼굴과 눈동자. 사랑에 푹 젖은 차정한이 나를 보고 있었다. 몇 시간 전, 어스름한 새벽에 바로 이 자리에서 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던 차정한의 얼굴이 그 위로 겹쳤다. 손끝에서부터 확 오르는 열에 나는 얼른 보던 것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목덜미와 귓가에도 열이 올랐다. 새벽에 차정한의 손을 잡았을 때부터 올랐던 열이었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분위기와 다른 쪽으로 열이 흘렀던 걸까. 사랑하는 사람과 닿았을 때 그런 쪽으로 열이 오르는 이유야 뭐 너무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차정한을 생각할 때 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직 내게 그리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었다.

홧홧한 목덜미를 손으로 덮고 괜히 만지며 열을 식히는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차정한인가 싶어 얼른 소파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정한 : 오늘 다섯 시면 끝날 것 같아]

[정한 : 끝나고 바로 갈게]

다섯 시라는 말에 시간을 보니 벌써 세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실없이 웃음이 다 났다.

[정한 : 보고 싶어 유현아]

내가 치려던 말이 먼저 올라오는 것에 조금 부끄러워져 괜히 눈가를 눌렀다. 다른 곳을 봤다가 슬쩍 화면을 보고, 또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고개만 조금 들어 차정한의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확실히 오늘 조금 내가 이상하기는 했다. 나는 다시 목덜미로 스멀스멀 퍼지는 열기와 마주하며 답을 보냈다.

[나도 보고 싶어]

[빨리 와 정한아]

[빨리 와서 나랑 닿아 줘]

여섯 시가 거의 다 됐을 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현관으로 나가 문손잡이를 잡아 바깥으로 열었다. 급하게 안으로 들어오던 차정한이 그런 나를 잠시 열이 오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차정한이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더 물러서는 내 허리를 팔로 확 감아 당겼다.

“나랑 그렇게 닿고 싶었어?”

“…오자마자 갑자기 그런 걸 그렇게….”

“네 톡 보고 지금까지 계속 그 생각만 했어. 나한테는 갑자기 아니야.”

“…….”

“유현아. 네가 나한테 친 거 맞지. 나 보라고, 응?”

차정한이 그 누구와 비교해도 비할 상대가 없을 만큼 잘생기고 멋있다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아는 사실이지만, 오늘은 정말…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분위기까지 잔뜩 덮여 있었다. 피곤해 보여서 조금 예민해 보이는 얼굴도 그렇고, 안달이 난 사람처럼 급히 구는 행동과 허리를 감은 팔의 단단한 힘까지 전부 나를 향해 있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고, 조금도 거부할 수 없었다. 보기만 하는데도 자꾸 숨이 달아올랐다.

“…….”

차정한의 눈을 보다가 순간 너무 부끄러워져 시선을 내렸다. 그런 내 턱을 쥐어 들어 올린 차정한이 다시 눈을 맞췄다. 이제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게 다 느껴졌다.

“왜 내 눈 피해, 응?”

“…아니, 아니야. 들어가자.”

“아직 화 안 풀렸어?”

“…그런 거 아니야.”

차라리 화가 나서 그러는 거라면 할 말이라도 있겠지만, 이건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또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허리를 휘감은 차정한의 팔을 살짝 잡아떼려 했지만, 차정한은 놓아주지 않고, 더 몸을 밀착했다.

“나 봐 줘, 유현아.”

“…….”

“응? 나 보기 싫어?”

목소리가 뺨으로, 또 입술로 닿아 왔다. 차정한의 숨이 입술 위를 덮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벌려 그의 목소리를 머금었다. 입속으로 파고든 차정한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혀끝으로 닿아왔다. 나는 더 견디지 못하고 먼저 차정한의 얼굴을 잡아 입을 맞췄다.

강하게 수축했던 감각들이 혀가 문질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팽창했다. 손을 쓸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었다. 언제부터 쌓여 있었던 건지 모를 감각들은 혀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나는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맞물린 입술 사이에서 최대한으로 차정한을 마주하며 그의 어깨 뒤로 코트를 벗겨냈다.

거추장스럽다는 듯 팔을 털어낸 차정한이 발로 아무렇지도 않게 코트를 아무렇게나 밀었다. 그리고 거기에 정신이 팔린 내 턱을 쥐어 다시 깊게 입술을 마주 물었다.

“…아…!”

불쑥 바지 안으로 그의 손이 파고들었다. 단숨에 속옷 위를 쥔 차정한이 뜨거운 손으로 성기를 매만졌다. 내내 열이 오를 준비를 하고 있던 것처럼 차정한이 만져주자마자 쾌감이 빠르게 고였다. 차정한은 금세 발기한 내 것을 쥐고 입술을 겹친 채 웃었다.

“이렇게 급했어?”

맞물린 채 움직이는 입술의 감촉이, 또 그대로 흘러 내 입속으로 고이는 차정한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야했다. 나는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아 차정한의 목소리를 전부 목 뒤로 넘겼다. 그는 내게 혀만 내밀어 물렸다. 나는 차정한의 얼굴을 양손으로 쥔 채 터져 버릴 것 같은 감각의 영역에서 그의 혀를 머금었다.

“들어… 들어가서, 아… 흣….”

“빨리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나온 거 아니야?”

“…그건, 아….”

대답도 할 수 없게 아예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쥐고 흔든 차정한이 그대로 내 바지와 속옷을 전부 무릎 아래로 끌어 내렸다. 갑자기 다리로 달라붙는 서늘한 기운에 고인 숨이 흐트러졌다. 나는 발목까지 완전히 떨어진 바지와 속옷 안에서 발을 빼냈다. 차정한이 내 바지와 속옷도 코트가 있는 쪽으로 아무렇게나 확 밀었다. 그리고 내 다리 하나를 들어 올렸다.

뭐 하는 건지 묻기도 전에 깊은 곳으로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말 대신 터진 숨을 머금은 차정한이 손가락을 밀어 넣는 것처럼 혀를 입속으로 넣어 문질렀다. 동시에 똑같이 자극당하는 느낌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수치스러운 자세도 잠시 잊을 만큼 기분이 좋아 차정한의 목을 끌어안았다.

“하아… 흐으… 응…….”

느릿하게 아래를 휘젓던 손가락이 두 개로 늘었다. 더 꽉 찬 느낌이 나더니 조금 더 대담하고 빠르게 안을 파고들었다. 빠질 듯 나갔다가 깊이 확 찌르며 들어올 때마다 몸이 떨렸다. 차정한이 들어 올려 잡고 있는 다리 안쪽이 다 경련하는 게 느껴졌다. 그게 느껴질 때마다 말로 표현도 못 할 만큼 부끄러운 자세로 있는 게 느껴져 힘들었다. 그의 허리에 비벼지는 허벅지가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다리… 아, 내릴래….”

차정한은 내리지 못하게 더 꽉 내 허벅지 아래를 쥐었다. 다리가 이제 아예 차정한의 허리에 감길 것처럼 움직였다. 몸이 더 밀착하고, 손가락이 꽉 찬 아래로 쾌감이 흘러넘쳤다.

“하읏!”

설마 손가락을 더 넣은 건가 싶었다. 보이지 않아 볼 수는 없지만, 더 빡빡해진 느낌에 저절로 고개가 차정한의 어깨 위로 기울었다. 끝까지 확 들어갔다가 돌아가는 손가락에 또 수치심도 잊고 그에게 매달렸다. 차정한이 그런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입술을 벌렸다. 그의 입술이 피부에 닿아 벌어지는 그 분명한 감촉에 오싹하기까지 한 감각이 등줄기를 훑고 지났다.

“흐으… 읏… 응……. 아… 하으, 정한아….”

버티기가 힘들었다. 나는 차정한의 목을 끌어안은 채 얼굴을 파묻고 마구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차정한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몇 개인지 모를 손가락이 확확 안을 찌르고 빠질 때마다 다리가 후들대고, 몸에서 힘이 자꾸만 빠졌다.

아랫배에 뚝뚝 떨어져 고이는 쾌감이 어느 정도를 넘었을 때, 나는 그대로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끝까지 파고든 그의 손끝은 깊은 어딘가를 짓누른 채 움직였다. 힘을 빼지 않고 안을 누르며 비비는 것에 성기 끝으로 자꾸만 감각이 몰려들었다. 사정감을 느끼며 사정하는 중에도 또 다른 사정감에 차정한을 잡고 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애원했다.

“그만… 아, 흣, 제발… 아… 아!”

확 다시 찔리는 순간 무언가가 터졌다. 차정한의 옷과 현관 바닥, 그리고 여기저기로 물이 튀고 떨어졌다. 실수한 것만 같아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제야 내 안에서 손가락을 빼낸 차정한이 내 귓가에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오늘 뭔가 좀 다르네.”

“…하으…….”

“왜 이렇게 급해.”

귓속을 파고든 차정한의 목소리가 쾌감이 지난 자리를 그대로 훑고 지났다. 이대로 열기가 식는 게 싫어 얼른 차정한을 붙들고 입을 열었다. 나도 내가 뭐라고 하는지 머릿속에 내 목소리가 제대로 맺히지 않았다.

“빨리… 빨리 정한아….”

보채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내내 차정한에게 보채고 애원했다. 차정한이 그런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버클 위로 가져갔다. 나는 그의 어깨 위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차정한을 바라보았다. 늘 차정한의 얼굴을 보면 설레고 떨렸지만, 오늘은 정말 이상했다. 왜 이렇게까지 부끄러운 걸까.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내렸다. 차정한이 그런 내 턱을 들어 다시 눈을 맞췄다.

“왜 자꾸 눈을 피해.”

“…….”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하려다 말고, 또 하려다 말며 그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안으로 손을 넣으니 벌써 잔뜩 단단해진 그의 것이 느껴졌다. 속옷 위로 매만지다가 안으로 손을 넣어야 하나 싶어 살짝 밴드에 손가락을 걸친 채 다시 차정한을 바라보았다. 손가락만 살짝 걸쳤을 뿐인데 인상을 쓴 차정한이 고개를 기울여 거칠게 입술을 물며 파고들었다.

#83

?

?

정신없이 키스하며 차정한은 내 손을 잡아 속옷 안으로 넣었다. 넣자마자 열이 잔뜩 오르고 단단해진 성기를 쥐었다. 내가 굳이 만지지 않아도 이미 잔뜩 발기한 것이 느껴졌다. 나는 혀가 얽히고, 빨릴 때마다 치솟는 쾌감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내가 손끝으로 살살 성기를 쓸고, 문지를 때마다 차정한의 키스는 조금 더 거칠어졌다.

“하…. 나 오늘도 아, 반성하려고 했는데….”

“정한아, 나… 빨리….”

“…씨발.”

차정한이 욕을 내뱉으며 그대로 내 다리를 다시 들어 올렸다. 아까처럼 수치심도 들지 않았다. 나는 속옷 안에서 나오는 그의 발기한 성기를 내려보았다. 내가 손으로 겨우 쓰다듬고, 매만지던 것이 저렇게 컸나 싶어 잠시 머릿속이 흔들렸다.

“너한테 한 거 아닌 거 알지.”

“응…. 알아.”

나한테 한 거여도 솔직히 상관없을 만큼 차정한이 필요했다. 나는 다리가 들린 채 아래에 문질리는 그의 느낌에 눈을 감았다. 파고들 것처럼 하다가 문지르고, 또 눌러 파고들 것처럼 하다가 들어오지 않고 문지르는 질척한 감각에 입술이 자꾸 말랐다.

나는 차정한의 팔을 붙잡고 몸을 먼저 더 밀착했다. 차정한이 그런 내 아랫입술을 물어 벌리게 하고는 그 사이로 혀를 넣어 내 혀끝만 문질렀다. 나는 움직이는 차정한의 혀를 따라 느릿하게 혀를 움직이며 그의 침범을 기대했다.

내가 그의 셔츠를 쥐는 소리와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 그의 성기가 내 아래에 문질리는 물기 어린 소리가 뒤섞였다. 뜨겁고 단단한 것이 뚫고 들어올 것처럼 눌리다가 말고, 또 눌리다가 마는 것을 반복할 때마다 애가 탔다. 나는 차정한을 붙든 채 열기에 자꾸 마르는 입술만 깨물었다.

“흐읏…….”

차정한의 성기가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 숨이 멈추었다. 단숨에 깊은 곳까지 파고든 차정한이 고개를 기울여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트러지는 뜨거움 숨이 피부 안으로 스미어 고통 같은 쾌감과 뒤섞였다.

“언제부터… 하…. 이러고 싶었어? 나 기다렸어? 나 없을 때 무슨 생각 했어?”

가쁜 숨과 뒤섞여 쏟아지는 질문에 하나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문장이 조각나서 떠돌기는 하는데 그걸 제대로 전할 자신이 없었다. 차정한은 아래를 밀착한 채 상체만 조금 뒤로 움직여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내가 이상해서 그런 건지 차정한의 눈만 봐도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 또 피하네.”

피하려고 피하는 게 아니라 너를 보면 저절로 이렇게 온몸이 저릿할 만큼 조여들고 떨려서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그걸 소리 내어 전할 자신은 없었다.

“왜 그러는지 말해 줘, 응? 듣고 싶어.”

“…못 하겠어.”

고개를 젓는 나를 본 차정한이 들어 올린 내 다리를 더 꽉 쥐고 허리를 움직였다. 빠질 것처럼 뒤로 나갔다가 확 들어와 끝까지 닿는 순간 저절로 눈이 감기고 고개가 젖혀졌다. 차정한은 다리를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내 머리 뒤를 감쌌다.

“아프잖아…. 아, 나도 아파. 진짜 오늘은, 읏, 끊어질 것 같아. 유현아 힘, 힘 조금만…. 너 안 그래도 좁은데 힘까지 들어가면….”

힘을 빼는 게 뭔지, 그건 어떻게 하는 건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또 고개를 젓자 차정한이 내 턱을 아프지 않게 깨물며 숨을 내쉬듯 웃었다.

“귀엽게 자꾸 고개만 저을 거야?”

“그런 게 아니라… 하으….”

내가 입은 티셔츠 안으로 차정한의 손이 파고들었다. 단숨에 올라온 손은 만지지도 않았는데 흥분한 내 유두를 집었다. 열이 올라 뜨거운 손끝이 닿자마자 허리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틀렸다. 차정한은 그런 나를 몸을 밀어 꽉 누른 채 집요하게 유두를 비틀고 매만졌다. 몸이 꽉 맞물린 아래가 움직이지도 않는데 쾌감이 뚝뚝 떨어졌다. 배를 타고 흘러내린 쾌감이 아랫배에 고이며 그 아래로 힘이 확 빠졌다. 차정한은 웃으며 내 뺨에 입술을 대고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아, 아! 아… 으응, 읏, 응!”

“하…. 읏, 아… 유현아.”

벽으로 등이 탁탁 부딪쳤다. 감당하기 힘든 감각이 연신 휘몰아쳐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차정한을 붙든 채 그의 움직임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래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깊이 꽉 맞물렸다. 차정한은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처럼 아래를 물린 채 성기로 깊은 곳을 연신 눌러댔다. 빠졌다가 다시 확 들어가 찌르는 과격한 움직임이 이어지다가 이렇게 누른 채 문지르니 몸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내 목소리 같지 않은 소리가 마구 흐르고, 나는 나도 알 수 없는 말들을 차정한에게 속삭였다.

“하으… 으응, 좋아…. 아…, 흐으… 좋아…….”

“유현아, 너 지금… 하, 계속 좋다 그러는 거 알아?”

“으응……. 좋아….”

“…씨발, 진짜 돌겠네.”

무슨 정신으로 대답하는지도 몰랐다. 연신 머리끝까지 타고 오르는 쾌감과 내게 닿은 차정한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나는 차정한이 잡고 있는 내 다리를 꽉 쥐며 다시 깊게 견딜 수 없는 곳을 찌르는 순간 사정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전부 다 흔들리고, 녹아내리는 것 같은 요란한 쾌감에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차정한은 바닥으로 무너지는 내 몸을 단단히 붙들어 세웠다.

“하아… 하으, 하아…….”

숨이 마구 쏟아졌다. 차정한은 그런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닿는 두 발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차정한의 힘으로 끌려가며 의미 없이 두 발을 움직였다. 차가운 감각이 하체에 닿았을 때야 내가 식탁에 앉았다는 걸 알았다.

“…침대, 침대로…….”

“가는 중이야.”

나는 차정한의 몸 뒤로 보이는 침실을 바라보았다.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 선 차정한이 내 몸 양옆으로 손을 내려 식탁을 짚었다. 내가 뒤로 기우는 만큼 차정한의 몸은 내 몸 위를 덮듯 내려왔다. 차정한이 식탁 아래로 늘어진 내 두 다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몸이 살짝 위로 말리고, 그에게 다 보일 것 같아 다리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차정한이 고개를 숙였다.

“…하읏!”

뜨겁고 말캉한 것이 안으로 파고들어 헤집는 느낌은 여전히 낯설고 두렵기까지 했다. 그의 성기가 들어와 벌어졌을 안을 차정한의 혀가 아무렇지도 않게 파고들어 움직였다. 입구를 핥는 느낌에 아찔해졌다가 거침없이 혀가 깊게 파고드는 느낌에는 시야가 다 몽롱해졌다. 나는 겨우 손을 내려 차정한의 머리칼을 쥐었다. 밀어내려던 손은 어느새 차정한의 머리칼 사이로 파고들어 그를 누르고, 매만졌다.

“정한아… 그, 그만… 으응, 이제… 아…….”

입술이 닿아 입 맞추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가 이내 다시 혀가 주변을 괴롭혔다.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겉만 괴롭히는 것에 안달이 났다. 나는 차정한의 머리칼을 살짝 힘주어 쥐었다. 내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올린 차정한이 머리칼을 놓치고 허공에 머문 내 손을 쥔 채 손가락에 입 맞추고, 그 사이를 핥았다.

“아……. 이상해, 하지 마….”

내 목소리인데도 울음 섞인 목소리가 낯설었다. 차정한은 내 손가락 끝을 입에 넣고 혀로 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 손가락을 문 차정한을 눈에 담자 정말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이 몸 여기저기를 두드리며 그를 끌어당겼다. 나는 차정한의 혀를 손끝으로 먼저 살살 문질렀다. 내가 먼저 움직이자 차정한이 조금 날카롭고 예민한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 나는 차정한의 저 날카로운 표정이 좋았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나오는 표정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키스해 줘.”

“…….”

잠시 인상을 쓴 차정한이 그대로 몸을 숙여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입속으로는 혀가 들어오고, 아래로는 다시 그가 깊게 들어와 가득 채웠다. 차정한은 작정한 사람처럼 있는 힘껏 허리를 움직였다. 절대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식탁이 조금씩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이러다 몸 안이 정말 다 뚫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강한 움직임에 말도 안 되는 쾌감이 이리저리 터졌다. 나는 차정한의 얼굴을 잡고 정신없이 그와 혀를 얽으며 흔들렸다.

“아…! 흣! 응, 읏…! 아… 정한, 아…!”

얼마나 세게 흔들리는지 그냥 말을 해도 스타카토처럼 딱딱 끊겨서 울렸다. 차갑던 식탁은 어느새 데워져 그 어디로 밀려나도 전혀 차갑지가 않았다. 밀어도 절대 밀리지 않던 그 견고한 식탁이 자꾸만 뒤로 밀리고, 차정한은 나를 사지로 몰아갔다. 건드리기만 해도 눈앞에서 쾌감이 터지는 곳을 사정없이 있는 힘껏 찌르고 또 찔렀다.

사정감이 밀려드는 게 소용이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성기 끝에서 무언가가 흘렀다. 나중에는 차정한이 혀를 빨기만 해도 성기가 꼿꼿해지는 느낌이 났다.

내가 몇 번이나 쏟아내는 동안 차정한도 내 안에 잔뜩 쏟아냈다. 쏟아내도 차정한의 것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크고 단단하고 뜨거워서 조금도 힘이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힘이 빠진 몸으로 식탁 위에 늘어진 채 입속에 들어온 그의 혀만 마주 문질렀다. 얼굴 위로 쏟아지는 차정한의 달아오른 시선과 그 깊은 눈동자의 그림자가 좋아 자꾸만 감기는 눈도 억지로 뜨고 또 떴다.

만족스럽다 못해 이렇게 과격해도 되는 건가 싶은 섹스였다. 그동안 차정한이 바빠 이렇게 끝까지 가지 못한 지 좀 되어 나도 그렇고 차정한도 그렇고 하고 싶은 마음이 쌓여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까지 쾌감에 빠져도 되나 싶어 조금 무서웠다.

“기분 좋아?”

“…응. 좋아.”

입술을 댄 채 물은 차정한이 가볍게 코끝을 대고 문질렀다. 기분 좋은 감각에 웃음이 났다. 차정한은 그런 내 안에서 성기를 빼내며 내 허리를 잡아 식탁 아래로 내렸다. 이제 방으로 가는 건가 싶어 그를 잡는데 갑자기 몸이 돌려졌다.

“유현아. 나… 나 진짜 발정 났나 봐.”

“어?”

“…미치겠어.”

속삭임처럼 중얼댄 차정한이 몸을 뒤로 밀착하며 내 허리를 쥐었다. 나는 조금 전까지 내가 누워 있던 식탁 가장자리를 잡은 채 뒤로 고개를 돌렸다. 차정한이 그런 내 뺨에 입 맞추고 다시 안으로 단숨에 깊게 들어왔다.

“하읏…!”

몸은 식탁으로 무너지고, 엉덩이가 뒤로 빠졌다. 차정한은 내 허리를 꽉 쥔 채 뒤에서 다시 조금도 줄지 않은 힘으로 움직였다. 퍽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아랫배가 다시 꽉 조여들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쾌감은 그 불씨가 살아 다시 온몸으로 번졌다.

몇 번이나 쏟아내고 더는 발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성기에 다시 불그스름한 쾌감이 번지는 느낌에 식탁에 이마를 대고 고개를 저었다. 차정한의 손가락이 피부를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그 힘이 너무 세서 조금 아프면서도 절대 나를 놓지 않을 것 같아 좋았다.

내 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차정한은 단숨에 정확하게 깊은 곳을 찌르며 나를 무너뜨렸다. 어디를 어떻게 해야 내가 죽을 것 같아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차정한의 성기가 너무 커서 어디를 노리고 이러는 의미가 없기도 했다.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이렇게 잔뜩 늘린 채 있는데 위치를 고르고,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강한 힘과 안을 늘려 꽉 채운 그의 것이 깊게 들어오기만 해도 나는 무조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아… 응, 으응… 아, 읏, 응!”

몸이 앞으로 마구 흔들렸다. 나는 겨우 식탁 위에 엎어진 채 온몸을 휘감은 쾌감을 받아냈다. 믿을 수 없게 다시 발기한 성기 끝에서 정액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말간 물을 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허리에서 손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에 뒤로 고개를 조금 돌리자 차정한이 내 성기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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