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02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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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럿을 자유롭게 두지 마. 패럿 잡아.”
미콜레코 골키퍼는 장갑을 낀 양손을 입주위로 모으고 수비위치를 계속 지정해주었다.
드리블이 서툴고 방향전환이 느린 단점에도 빠른 스피드로 침투하는 능력과 골 결정력이 발군인 선수였다.
토트넘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로 나와 36골을 기록한 시즌도 있었을 만큼 전성기시절에는 언터처블을 자랑했었다.
부상으로 인해 기량저하가 오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토트넘의 원탑 스트라이커는 패럿이라 모두들 생각했다.
“비켜. 비키라고.”
패럿은 윙으로 뛰던 토니가 소튼의 수비를 제치자 감각적인 몸놀림으로 파고들었다.
삑.
토니의 발을 떠난 공이 패럿의 이마를 맞고 소튼의 골망을 흔들자 주심은 손으로 센터서클을 가리켰다.
패럿은 공이 골망을 흔들자 코너라인으로 가 깃대를 붙잡고 포효를 내지르고 토니를 안았다.
“좋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패럿은 주변에 모여 든 어린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다독였다.
분위기를 타면 자신들의 팀을 막을 곳은 없었다.
이번 시즌 최대의 이변이라고 불리는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긴 적도 있었다.
“자 다시 가자.”
페럿은 주심이 다가오자 선수들을 데리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아 아쉽습니다. 시즌 18번째 골을 기록하는 패럿.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 7골밖에 기록하지 못했거든요. 이번 시즌 18번째 골을 만들어 냅니다.”
“전성기 시절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까지 맡았거든요. 그만큼 골 결정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칼을 갈고 나온 것처럼 특급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인트의 수비들은 패럿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할 듯싶습니다. 아니 이미 경기 중이니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막을 것인지 생각해야겠군요. 전반 30분 동안 정말 잘 막았는데 단 한번 뚫려서 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양 팀 모두 승점 3점을 노리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양 감독도 점수가 많이 날 경기라고 했었죠. 세인트 또 공격, 또 공격을 나가야 합니다.”
“당장 실점이 아쉽겠지만 처음 경기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겠죠.”
“다시 소튼의 공격으로 진행됩니다. 왼쪽에서 공을 받은 마크가 상대 수비를 뚫지 못하고 다시 하인스에게 공을 넘깁니다. 패스가 좀 높고 빠른데요. 아 하인스선수 허리높이로 오는 패스를 공중에 떠서 발목컨트롤로 가볍게 받아내는 군요. 공중에서 발로 받은 공이 하인스선수의 바로 앞에 떨어지면서 소유권을 뺏기지 않습니다.”
“대단한 컨트롤입니다. 공중에서 인사이드로 받은 공은 충격을 흡수해서 바로 아래에 쉽게 트래핑할 수 있죠. 그런데 이번 공은 빨라서 인사이드로 받을 틈이 없었습니다. 아웃사이드로 받아 발목만으로 충격을 흡수해서 컨트롤해냅니다. 볼 키핑이 좋은 선수라고 이야기들 하는데 여기서 그런 모습을 또 보여주는 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하인스선수의 어머니가 기계체조선수출신이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빼놓고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하인스선수의 유연성은 놀라울 정도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인수의 컨트롤에 놀라고 있을 때에 필드의 상황은 급박하게 변하고 있었다.
“무슨 패스를.”
인수는 마크의 패스를 받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격을 위해 수비라인까지 끌어올려져 있는 상태였기에 공을 뺏긴다면 카운터를 맞을 수도 있는 위치였다.
“자. 집중. 집중.”
인수는 발바닥으로 공을 긁으며 필드를 둘러보았다.
코룸을 마크하는 수비를 제외하면 지역방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수는 전광판을 보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3분. 골이 나긴 했지만 끌리지 않았으니 추가시간은 거의 없을 테고. 저질러 볼까?’
지난 시티와 아스널 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시티와 아스널의 지역방어를 하면서도 인수에게도 큰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이튼은 지역방어를 고수하면서 인수에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큰 공간을 내주고 있었다.
‘가자.’
인수는 빠르지만 정확하게 볼을 소유하면서 페널티라인 지역까지 공을 몰고 들어갔다.
골대가 가까워질수록 지역수비를 하던 선수들이 인수에게 붙어 세 명에게 둘러싸였지만 공을 뺏을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슛 코스만 막아. 달려들지 마. 슛 코스만 막으라고.”
브라이튼의 골키퍼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소튼의 다른 선수들도 확인했다.
소튼의 스트라이커는 브라이튼의 두 명의 수비에게 막혀있었고 다른 선수들은 아직 페널티 지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인수는 자신의 뒤로 다른 선수가 달려드는 것을 느끼고 페널티아크 중앙으로 가볍게 공을 밀어 움직였다.
인수의 움직임에 따라 슛 코스를 막고 있던 수비들이 다리를 벌리며 따라붙었다.
‘여기.’
인수는 수비의 다리가 벌어져 골대까지의 슛 코스가 드러나자 수비의 가랑이 사이로 강하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밀었다.
텅.
인수는 차는 순간 자신의 생각보다 공이 오른쪽으로 흐른 것을 느꼈지만 세 명의 수비에게 막힌지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내꺼야.”
공이 가랑이를 통과해 골대를 향하자 시간이 멈춘 듯 모든 선수가 공의 진행경로를 보고 있었지만 단 한 명 코룸만은 두 명의 수비를 뚫고 골대로 나갔다.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손대신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중앙으로 흐른 공.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움직이던 코룸은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가볍게 밀어 넣었다.
“예스.”
인수의 공을 막기 위해 넘어져있던 골키퍼의 몸을 가볍게 넘기고 그물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인수가 찬 시점부터 코룸이 공을 넣은 시점까지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선수들은 코룸이 세리머니를 위해 뛰어가자 코룸에게 달려들었다.
“믿었다고 매지션보이.”
코룸은 세리머니를 하다 인수가 다가오자 인수를 강하게 끌어안고 머리를 헝클었다.
“아파요. 머리 좀 가만히 놔둬요. 머리카락 빠진다고요.”
인수가 강하게 몸을 뺄수록 코룸은 더욱 강하게 인수를 끌어안았다.
“코룸선수 골입니다.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공을 가볍게 밀어 넣었습니다.”
“하인스선수가 슛을 하자 모든 선수들의 눈이 공을 따라가느라 움직임이 멈췄거든요. 그럼에도 코룸선수는 끝까지 움직이면서 골을 만들어냅니다. 브라이튼의 슈펠터골키퍼가 하인스선수의 슛을 막기 위해 넘어져있었거든요.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공을 잡기 위해 기어봤지만 코룸선수가 한 발 빨랐어요. 패럿선수의 골 이후 20분 동안 2개의 슈퍼플레이로 골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막지 못했습니다.”
“슈펠터골키퍼 안타까워합니다. 세인트의 미콜레코골키퍼도 그렇고 양 팀 골키퍼들이 계속 선방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들어갈 공은 들어가는군요.”
“그만큼 양 팀 수비가 많이 무너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골 전에 두 번의 슈퍼세이브상황도 하인스선수가 만든 기회였거든요. 그런데도 하인스선수에게 계속 공간을 내주고 있습니다.”
“지난 두 경기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던 세인트였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시원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도 하인스선수의 매지션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경기입니다. 같이 뛰는 세인트의 선수들도 하인스선수에게 매지션보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주심은 전광판의 시계가 45분이 지나고 브라이튼의 공격이 무의미하게 끝나자 전방 종료의 휘슬을 불었다.
“전반에 양 팀 합쳐 3골이 나긴 했지만 반칙도 많은 경기가 아니었고 시간이 끌리지도 않았죠. 주심의 판단이 정확했습니다.”
조지는 힘든 기색을 보이며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전반 45분의 경기 동안 선수들이 뛴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브라이튼의 미드필드 진은 벌써 7km 가까이 뛰고 있었고 소튼의 미드필드진도 6km를 넘은 선수가 3명이나 됐다.
한경기에서 미드필드 진의 뛰는 거리가 11km 전후임을 생각할 때 후반까지 버틸 힘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특히 소튼의 경우 후반 20분경에 인수를 교체해야 했기에 운영에 제약이 컸다.
“세인트대 브라이튼의 경기. 세인트가 2대1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습니다. 저희는 잠시 쉬었다 후반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소튼TV의 광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광고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필립은 조지의 말이 끝나자 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껐다.
“왜 그런 표정이야?”
답답한 헤드셋을 벗은 필립은 아직 헤드셋을 벗지도 않고 선수들이 사라진 필드를 보고 있는 조지에게 물었다.
“이봐 조지.”
“어. 어. 어? 뭐라 했어?”
조지는 멍하니 있다 필립이 어깨를 흔드니 그제야 정신차리고 헤드셋을 벗으라는 몸짓을 벗고 헤드셋을 벗었다.
“왜 그리 멍하게 있냐고.”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최고였다.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으로 들어갔음에도 관중석의 팬들은 한 손에 든 맥주컵을 높이 들고 소튼의 응원가를 불렀다.
전반기 동안 처참한 소튼의 성적에 허탈해했던 소튼의 팬들이었다.
무엇인가 계기만 있다면 폭발할 듯 보였던 분위기가 후반기의 성적이 오르며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많이 지쳐보여서.”
“전반에 많이 뛰긴 했지. 하프타임에 잘 회복해야 할 텐데.”
필립도 라커룸을 향하던 선수들의 표정을 봤기에 충분히 공감했다.
“아니. 그것보다 저번 시티와의 경기에서 쉬긴 했지만 주전선수들이 너무 많이 뛰고 있어.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그래도 이번경기를 빼더라도 6경기나 남아있어. 끝까지 버텨줘야 할 텐데.”
“캐러거가 알아서 하겠지. MLS에서도 관리로는 알아주는 감독이었잖아. 올랜도로 그런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감독은 캐러거밖에 없을 걸. 올랜도가 이미 시즌을 포기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잖아.”
“그렇지. 그런 걱정은 감독이 하겠지. 화장실이나 갔다 올게.”
조지는 복잡한 심정을 털어내려 중계석을 벗어났다.
“한 골 더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후반도 10분이 훌쩍 넘어 15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골키퍼인 미콜레코가 선방쇼를 보여주며 골을 내주고 있지 않았지만 브라이튼의 골키퍼인 슈펠터도 선방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제리와 윌리가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전에 오버래핑이 너무 많았습니다.”
전반내내 공격과 수비가 반복되며 양 윙백의 움직임이 너무 많았다.
“마크도 불안해. 파바르하고 비크도 그렇고.”
캐러거는 머리를 감쌌다.
패럿을 막는 임무를 받은 파바르와 비크의 입에서 거친 숨이 계속 터져 나왔다.
뛴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패럿을 막으며 소모한 정신력이 만만치 않았다.
“하인스를 교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알아. 한 골만 더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캐러거는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가슴으로 여유 있게 떨궈내는 인수를 바라보았다.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 지금 믿을 수 있는 선수가 인수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제발 한골만 더.”
여유 있게 가슴으로 공을 떨군 인수는 살짝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후반도 15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계약에 의해 자신이 교체해서 나가야 하는 시점이었기에 이번 공격이 마지막 공격일 될 지도 몰랐다.
소튼의 수비와 마찬가지로 브라이튼의 수비도 뻥뻥 뚫려있었다.
미친 듯한 선방쇼만 아니었다면 골이 더 나올 수 있었지만 양 팀의 골키퍼는 소위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몸을 날려대고 있었다.
더군다나 전반 마지막 골 이후로 자신이 위험지역에 다가가면 마크가 들어왔다.
제치기 어려운 수비는 아니었지만 귀찮고 속도가 느려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해야 해.’
에이전트를 맡고 있던 리처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전시간을 늘리지 말라고 했다.
인수 역시 뛰는 경기가 많아질수록 회복도 느려지고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에디와 함께 체력을 많이 길러야겠어. 레이도 불러서 말이지. 웨인한테 말하면 구해주겠지.’
인수가 전광판을 보며 딴 생각을 하는 표정을 보자 마크하던 수비가 달려들었다.
제 딴에는 재빨리 움직인다고 움직였겠지만 달려드는 수비를 느낀 순간 인수는 왼쪽으로 몸을 돌려 수비를 따돌렸다.
“저 바보. 막아. 달려들지 말고 슛 코스만 막아.”
수비가 뚫린 것을 본 슈펠터는 황급히 수비들에게 지시했지만 이미 다른 지역을 수비하느라 인수의 공간이 활짝 열려버렸다.
이미 페널티라인 근처까지 온 것을 본 슈펠터는 자세를 낮추고 인수의 슛을 기다렸다.
수차례 선방을 보여준 터라 자신 있게 인수가 슛한 공을 막으려 몸을 날렸지만 공은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골망을 흔들었다.
“브라보. 매지션보이.”
“세인트의 매지션보이.”
“앞장 서 나가라 매지션보이.”
“세인트의 왕이 나셨다. 매지션보이.”
인수의 골이 들어가자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소튼의 팬들은 인수의 응원가를 불렀다.
선수들이 인수를 매지션보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안 팬들이 급조하여 만들긴 했지만 흥겨운 가락에 붙이자 그럴듯한 응원가가 되었다.
2:1의 팽팽한 승부에서 한 골이 더 들어가자 분위기는 소튼으로 급격하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