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를 지배하는 축구천재-119화 (119/200)

119화

38-39 라리가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는 원정경기에서 우승이었기에 사진만 찍은 후 별다른 행사 없이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았던 선수들은 전용기에 올라타자 하나둘 마드리드의 환영인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내가 2년 전에 우승했을 때 말이야. 그때도 원정이었거든. 공항부터 베르나베우까지 팬들이 모여서 환영해줬어.”

“그때 정말 대단했지. 이적한 후 첫 우승이라고 사라비아가 저 큰 두 눈에서 눈물을 쏟는데 팬들이 손수건을 던져줄 정도였으니까.”

사라비아는 동료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대꾸하지 못했다.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레알 마드리드였고 다른 팀에 있으면서도 항상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것만 생각해왔었다.

그러다 2년 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이 되고 그해 바로 우승을 거뒀으니 그 감격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사라비아의 뜨거운 눈물 덕에 선수들도 더욱 감격스러워했고 마드리드로 돌아와 카퍼레이드를 하며 다시 눈물을 쏟은 영상이 남아있었으니 반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호텔로 이동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겠지?”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세도로프는 뒤에 선수들이 즐거워하고 있음에도 같이 즐거워하지 못했다.

코파 델 레이가 불과 4일 후였다.

그것도 올해 결승전이 열리는 장소는 바르셀로나의 홈인 캄 누우였다.

결승전 상대가 세비야이긴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영원한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홈인만큼 경기장의 분위기는 세비야를 일방적으로 응원할 것이 분명했다.

또한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A매치 휴식기에 장거리 이동을 강요받았고 경기에도 출전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열흘 가까이 휴식을 취했다고 하지만 연속된 경기의 피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클럽에 요청하여 우승 행사를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이후로 미루고 선수단을 시우다드 훈련장 근처 호텔로 이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선수들이 세도로프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만으로 벌써 선수단을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레알 마드리드 전용기가 마드리드 공항에 착륙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선수단 버스가 활주로에 들어와 선수단을 태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와 진짜 호텔로 가야 하는 거야? 집이 좋은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인수 집 근처에 저택을 임대했던 소아레스는 버스에 타면서도 투덜댔다.

오늘 경기 대기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않은 탓에 체력도 남았다.

“동의했잖아. 뭘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어.”

레알 마드리드 소시오였던 사라비아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맞는 두 번째 우승을 즐기고 싶었지만, 코파 델 레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세도로프 감독의 말에 적극적으로 찬성했었다.

“빨리 버스에 타기나 해. 호텔 가서 씻고 바로 잘 거야.”

“얼마 뛰지도 않고 뭘 그리 피곤해해.”

제일 마지막에 버스에 오를 준비를 하던 산체스가 투덜거리자 사라비아가 재빨리 움직였다.

버스가 활주로를 벗어나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로 향하자 선수들은 하나둘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댔다.

“어 저거 뭐지?”

버스로 얼마나 이동했을까.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서자 오늘 경기에 뛰지 않았던 로셀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선잠을 자던 선수들까지 깰 정도로 큰 목소리에 하나둘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을 사랑합니다.」

「코파 델 레이에서도 꼭 우승해 주세요.」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는 양 길가에 시민들이 나와 조용히 피켓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간혹 한두 명이 흥분하여 환호성을 지르긴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침묵은 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들 상기되어 있었다.

“창문 열지 마.”

함께 버스를 탄 운영팀원은 선수들이 창문을 열까 재빨리 돌아다니며 주의를 주었다.

팬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은 좋았지만 선수들이 창문을 열고 얼굴을 보이게 된다면 조용히 축하해 주던 시민들이 흥분하여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코파 델 레이가 끝나고 정식으로 카퍼레이드와 함께 행사를 준비하던 클럽 관계자들은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것도 일이었다.

“조용히 손만 흔들어.”

선수단의 주장인 산체스가 버스에서 외치자 선수들도 문을 열려던 것을 멈추고 창에 손을 대고 흔들었다.

짙게 틴팅이 되어 있었지만 선수들이 손을 대자 그 모습을 시민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행렬은 시우다드 레알 마드리드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마드리드 팬들의 침묵축하는 세계 언론들에 의해 송출되고 성숙한 팬문화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

“와.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렇게 나와 계시다니.”

“그러게 눈물 나게 말이야.”

선수들은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벌게진 눈시울을 훔쳤다.

“하인스.”

“산체스.”

“사라비아.”

“코프.”

“마린.”

선수들이 호텔에 내리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선수들에게 뛰어왔다.

“어떻게 왔어?”

인수는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레이를 꽉 껴안으며 물었다.

“집에 있는데 클럽에서 전화가 왔더라고. 오늘 호텔로 올 수 있느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차를 보내주더라고.”

인수는 주변의 선수들을 둘러보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과 기쁜 표정을 지으며 가족들에게 묻는 모습이 보였다.

“집에 혼자 3일 동안 있어야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인수는 경기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우게 되자 혼자 남아있는 레이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도 다니면서 친구들도 만들고 재미있게 보내는 데 뭘.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

14시간 만에 만난 두 사람이지만 무슨 할 말이 많은지 호텔 입구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자. 오늘은 호텔에서 가족들과 보내고 내일 아침 훈련 늦지 마.”

세도로프는 이대로는 끝이 없겠다 싶어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특히 하인스 4일 후에 경기라는 것 잊지 말고 너무 불태우지 말라고.”

“아직 그런 사이 아니거든요.”

인수가 놀라 소리쳤지만 세도로프 감독은 손을 흔들고 호텔로 들어갔다.

생각지도 않았던 클럽의 배려에 선수들도 세도로프 감독을 뒤따라 가족들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

***

“오늘은 반드시 다 막아낸다.”

2경기 출전정지를 당하긴 했지만 그건 리그 경기였고 오늘 경기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이었기에 아랑게스가 출전이 가능했다.

“너무 흥분하지 마. 또 퇴장당하지 말고.”

“내가 바보야? 3천 유로나 날리고 또 퇴장당하게.”

2경기 출전정지야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협회에 벌금으로 2천 유로나 납부해야 했고 구단 징계로 1천 유로의 벌금을 또 납부했다.

물론 출전수당을 받지 못한 것과 여러 가지 손해를 감안하면 그보다 큰 타격이었고 우승이 늦어진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싹 씻어버려.”

“감독님.”

아랑게스는 산체스와 대화를 하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세도로프 감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늘 경기에서 미라도를 확실하게 묶어. 그럼 클럽 벌금을 없애 달라고 건의할 테니까.”

“정말입니까?”

아무리 천문학적인 주급을 받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였지만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 현금으로 클럽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벌금을 없애 준다는 말은 아랑게스에게 큰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이야. 그러니까 미라도를 묶는 것만 신경 써.”

시즌 중반까지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우승을 노리던 세비야였지만 21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지고 난 후 페이스를 잃어버린 세비야였다.

잠깐 슬럼프를 겪던 세비야였지만 페이스를 되찾은 후 2위 경쟁을 하긴 했지만 후반 힘이 떨어져 4위까지 내려오고 말았다.

그 원인이 레알 마드리드와의 21라운드라고 생각하는 만큼 이번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후반기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미라도를 막는 것이 큰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세도로프였고 그 역할을 아랑게스에게 맡겼다.

“알겠습니다.”

경기 시작 전 몸을 푸는 아랑게스를 격려했던 세도로프는 주변을 둘러보다 다른 선수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단 한판으로 결정 나는 결승전이니만큼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은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왔다.

“사라비아.”

“네. 감독님.”

“오늘 네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알지.”

사라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비야를 상대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세도로프 감독이었다.

모라타가 있었다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왼쪽 사이드에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사라비아의 스타일상 그런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왼쪽 사이드를 지속적으로 뚫으면서 수비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겼다.

체력이 좋은 사라비아인 만큼 왼쪽 사이드를 휘저으며 수비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기며 찬스가 보이면 중앙 쪽으로 돌파하며 킬러 역할을 부여했다.

물론 사라비아가 그런 역할을 맡긴 이유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인수 다음으로 마린과 가장 호흡이 잘 맞고 있다는 점이 컸다.

“니실랴.”

사라비아에게서 떠난 세도로프는 니실랴를 찾았다.

“네. 감독님.”

“오늘 네가 해야 할 역할을 잊지 않았지?”

“물론이죠. 반드시 콜이 저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핀란드 출신의 중앙수비수인 니실랴는 한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와 대표팀을 오가며 정말 많은 경기를 소화해 낸 선수였다.

A매치 휴식기에 다른 선수들은 출전 시간과 휴식을 보장받았지만 스쿼드가 약한 핀란드 때문에 2경기 모두 풀타임 출장하며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지난 알메리아와의 경기에서도 풀타임 출장을 했기에 선발 라인업에서 빼주고 싶었지만 니실랴보다 나은 중앙수비수가 없었기에 배제할 수도 없었다.

“후반 10분까지만 버텨줘. 후반 10분에 교체해 줄 테니까.”

그런 니실랴에게 세도로프 감독은 후반 10분까지 세비야 공격의 중심 콜의 수비를 맡겼다.

체력소모가 큰 역할이었기에 니실랴가 후반 10분까지만 버티면 나머지 시간은 교체해서 들어갈 누네스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풀타임도 뛸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명예를 걸고 싸울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핀란드 출신으로 거의 최초로 레알 마드리드 1군에서 풀타임 활약하는 니실랴인 만큼 핀란드의 자부심이 넘쳐났다.

“그래. 믿겠어.”

세도로프 감독은 니실랴를 뒤로 한 채 주변을 둘러보다 인수와 마린, 코프, 소아레스가 같이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공격수들이었다.

그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수가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 선수들에게 다가갈까 생각했지만 인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뒤돌아섰다.

이제 19살의 인수였지만 세도로프 감독에게 가장 믿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인수라고 대답할 정도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는 물론이고 경험이나 주급도 높은 선수들이 있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인수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공격진은 인수에게 맡긴 후 세도로프는 다른 선수들을 찾아 선수들 사이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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