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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4화 (4/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04화

해가 지고 보름달이 떠올랐다. 달 은 한 개가 아닌,세 개였다. 지구 의 달과 색이 비슷하지만 그 크기가 5배 이상이나 큰 거대한 보름달과 붉은색의 자그마한 초승달 원래 지 구에서의 달과 크기가 비슷한 푸른 색의 반달.

지구의 밤에도 넥스트에서의 밤에 도 저런 달은 뜨지 않았다. 굉장히 기묘한 하늘이다.

천영은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숲 의 상공을 날아다녔다.

몬스터들의 부락을 습격할 계획을 갖고는 있었지만 대규모 부락을 습 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기에 가까운 곳에 있던 곳들을 차례차례 살펴보면서 습격할 만한 장소를 수 색하고 있던 것이다.

하늘이 완전히 어둡게 물들고 숲의 여기저기에서 불꽃이 반짝였다. 생 명체가 이 숲에 상당히 많다는 증 거. 불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가진 몬스터들 역시 사용할 수가 있었다. 천영은

규모가 거대한 불꽃은 최대한 지나 쳤다. 1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코 볼트 부족을 지나치고 300마리가 넘는 오크 떼가 모여 있는 장소를 몰래 우회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 도 비행을 하다 보니 호숫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긴……?”

목책에 둘러싸여 있는 거의 축구장 크기만한 호수가 천영의 시야에 들 어왔다.

원래 같았으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그런 장소이지만 호수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기둥이 그의 시야에 들어

독수리보다도 뛰어난 시력을 갖게 된 천영의 눈동자에 3명의 인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기둥에 묶여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인간’들. 그리고 그 인간들이 묶여있는 기둥의 뿌리 부분은 불에 타고 있었다. 아마 곧 있으면 묶여있는 생명을 무자비하게 불태울 것이다.

“사람인가?”

천영은 호기심이 들어 그곳으로 방 향을 틀었다. 천천히 비행을 하며 나무 기둥의 위를 빙글빙글 돌며 날 아다니다 보니 주변 상황이 눈에 들

어왔다. 호숫가 주변에 원시 부족 수십 명이 강강술래를 하듯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유르레히히이이이. 유레히유레히 유레히유레 히,유레히 히이 이이.”

“야르하히이이이이. 야르하야르하 야르하야르하아아아. ”

lm도 안 되는 작은 체구에 비해 기형적으로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생 명체들. 괴상망측한 가면을 쓰고 중 요 부위를 나뭇잎으로 가리고 있는 그것들은 천영이 넥스트를 하면서도 본적이 없는 생물들이었다.

대충 둘러보니 호수의 제일 끝자락

에 제단 같은 것이 하나 세워져 있 었다. 그리고 그 위에 리더로 보이 는 자가 양팔을 하늘로 높게 쳐들고 허공에다가 대고 절을 반복해서 하 고 있었다.

‘정보 확인.’

[Lv. 41 예칸타 부족장 유 레흐바 흐 타칸타]

레벨이 상당히 높았다. 생긴 건 허 약해 보여도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모양이었다.

천영은 ‘예칸타 족’이라는 부족을

난생 처음 들어본다. 종족은 알 수 가 없었다.

‘처음 들어보긴 하지만……

슬쩍 주변을 둘러보아 숫자를 세어 본다. 대략 50명가량의 예칸타 족 전사들이 호수를 돌고 있었다. 그것 들의 레벨은 평균적으로 20대 중반.

아직 레벨이 2밖에 되지 않는 천 영이 그것들을 한 번에 모두 상대하 기는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물론 평지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운 다면 그럴 것이다. 천영은 호수라는 이점을 상기한다. 천영은 날 수 있 었고,저놈들은 날 수가 없다. 게다

가 천영은 마법사로써 마나를 다뤄 본 경험이 있었다. 비록 마법을 사 용할 수는 없었지만 마나의 접착력 을 이용해 원소를 다루는 법은 기억 하고 있다.

‘질러보지 뭐.’

결정을 내린 천영은 나무 기둥 위 에 가볍게 안착했다. 워낙에 크기가 작은데다가 피부색도 검정이라 예칸 타 족 전사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천영은 묶여있는 인간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왜 잡혀있는 거야?”

44.If

“누,누구세요?” “으,흐끅.”

묶여있는 인원은 20대로 추정되는 성인 남자 한 명과 어린 소녀와 소 년이었다. 천영이 말을 걸자 그들은 머리를 꼿꼿이 세워 위쪽을 바라보 았지만 안타깝게도 기둥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그를 볼 수는 없었다.

“나는…… 음,그냥 지나가던 요정 님이라고 해두지 뭐.”

이 조그만 몸체로 드래곤이라고 주 장해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충 둘러댔다.

‘그나저나,말이 통하네.’

천영은 외국어로 영어는커녕 한글 조차 매번 오타를 낼 정도로 언어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처음 보는 인간들과 과연 대화가 통할지 의문이었는데 마치 머릿속에 이들의 언어가 입력되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 했다.

이 느낌은 잘 알고 있었다. 넥스트 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번역 시 스템이 었다.

“그렇…… 군요. 요정이라니. 하 하.”

남자가 천영의 말에 헛웃음을 홀렸 다. 하지만 딱히 믿지 못한다는 느 낌은 아니었다. 그냥 이제 와서 그 런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듯 한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남자가 짧게 자신 들이 잡혀온 이유를 설명했다. 정말 로 별 것도 없이 동생들을 데리고 숲의 초입에서 열매를 따며 놀다가 야생 동물을 잡으러 외곽까지 출장 (?)나와 있던 예칸타 부족에게 걸려 그대로 생포당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이런 몬스터나 원시 부족 들이 절대 숲의 초입까지는 나오지 않아 안심하고 들어왔는데 정말 운

도 지지리도 없이 하필이면 걸려버 렸다는 것.

‘주변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 는 건가?’

지금은 비록 종족이 드래곤이라지 만 천영은 어디까지나 태어날 때부 터 지금까지 인간으로써 살아온 인 간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이런 오지에 떨어진 뒤에 처음 보는 인간에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을에 갈 수는 없 겠지.’

아직 휴먼 폼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날개가 달린 도마뱀의 모 습으로 인간들 사이를 활보하다가는 그대로 생포를 당해 어디 애완동물 로 팔려나가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그거 안타깝게 됐네.”

천영의 말에 남자가 눈을 감았다. 의식이 완성되면 기둥 아래에서 불 타고 있는 저 불꽃이 이들을 집어삼 킬 것이다. 어린 소년과 소녀는 이 를 악물고 울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괜히 소리 를 냈다가 부족들이 화를 내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다.

“도와줄게.”

설마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물론 그렇게 고개를 들어도 천영의 모습을 볼 수 는 없었다.

천영은 오히려 이들이 자신의 모습 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비감을 조성하는데 안 성맞춤이다.

“조금만 기다려.”

어차피 이 부족들을 쓸어버릴 생각 을 하고는 있었다. 거기에 덤으로 인간들을 구출해주면 일석이조. 게 다가 살아있는 인간들이니 이 세계

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천영은 기둥에서 몸을 띄워 제단을 바라보았다. 몸속의 마나를 천천히 움직인다. 처음 써보는 스킬이지만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입 안에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를 모으고 또 모아 압축시킨다.

마나의 1/5, 즉 2,000이라는 수치 를 순수하게 에너지로 변환해 사용 하는 스킬 드래곤 브레스. 아무리 어리고 약한 드래곤의 신체를 가지 고 있다지만 이 거대한 마나의 덩어 리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

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쩌억!

입을 벌리자 푸른 구슬덩어리가 세 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나가 응집 되고 결합되어 마침내 더 이상 모으 고 있는 힘이 버틸 수 없을 때가 됐을 때 전방을 향해 푸른색의 레이 저가 발사되었다.

쿠콰콰광!!

“히이이익!”

“꺄아아!”

조준을 살짝 실패해서 호수의 일부 분을 덮쳤지만 즉시 고개를 치켜들 자 제단을 완전히 양등분 해버릴 수

있었다.

레이저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물은 전부 증발하여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호수가 요동쳤고 작은 파도가 만들어졌다.

거의 3층 높이로 세워져 있던 제 단은 완벽하게 박살나 있었고 꼭대 기에서 절을 올리고 있던 부족장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 빈사상태에 빠져들었다.

‘즉사는 안 되는 건가.’

마지막에 위력이 조금 떨어진 것이 탓이다. 워낙에 무거운 마나 덩어리 가 입에 모이다보니 고개를 조금 아

래로 떨어뜨렸는데 그 탓에 조준점 이 빗나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행동불능 상 태에 빠진 것은 똑같았고 이제 나머 지 잔챙이들을 처리하면 된다.

슬쩍 드래곤 하트에서 마나를 굴려 서 다시 브레스를 뿜으려 했지만 과 부하가 걸린 탓인지 아까 전처럼 많 은 양의 마나가 응집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천영은 조금씩,얇은 천처럼 마나 를 짜내어 끌어올렸다. 그것을 입에 머금는 행위는 브레스를 발사하는 것과 비슷했지만 마나의 양은 훨씬 더 적었다.

날갯짓을 가볍게 해서 기둥의 뿌리 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으로 이동한 천영은 입 안에 불을 머금었다.

마나 코팅,원소 그 자체를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초 고레벨 마법사들 의 기술. 손에다가 마나 코팅을 해 서 바람을 주무르거나 물로 조각을 하고 불꽃을 손에 붙여서 장난을 치 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땐 그저 장 난이었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마법이기도 했다.

‘이것도 드래곤이 하면 간지나겠 지.’

불을 입안에 머금고 사탕을 굴리듯

살살 다루다가 입을 쩍 벌려 부족 전사들을 향해 발사했다. 비록 그 위력은 불붙은 소주병을 던지는 정 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기 그 지없었지만 정체불명의 레이저와 함 께 부족장이 쓰러진 지금 혼란을 주 기에는 충분히 강했다.

천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람을 입에 머금은 다음 힘껏 불어서 작은 폭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물속에 풍 덩 빠져서 호수 자체를 뒤집어 작은 파도를 만들기도 했다.

물에 휩쓸리고 강력한 바람에 이리 저리 어지럽혀지고 불꽃이 온 사방 에 옮겨 붙게 되자 부족 전사들은

아예 풍비박산이 나기 시작했다. 살 상력 제로에 가성비 또한 쓰레기인 이 저질스러운 짭퉁 마법들의 향연 은 비록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못했지만 이제부터 천영이 사냥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만 들어 주었다.

발톱에 푸른빛의 마나를 잔뜩 머금 은 천영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부족 전사들의 이미지는 그저 경험치 그 이상도 이 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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