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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1화 (21/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21 화

천영이 마법진의 구속에 걸려있지 않은 상태를 본 리슬류는 순간적으 로 몇 가지의 추리를 했다.

‘마법진의 정중앙이 약점이라는 사 실을 알고 있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순간적으로 사제의 신성력을 빌려와 서 방어를 해내다니. 상당히 대단하 군. 하지만 그래봐야 우연이겠지. 고 작 10살 남짓한 꼬맹이가 이 마법 의 구조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 리

는 없어.’

거기까지 판단한 리슬류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 속박의 결계는 리슬류가 나름 10년 동안이나 공부 를 한 결과,간신히 대형 몬스터에 게서 힘을 떳어와 사용할 수 있게 된 마법이다. 그동안 수많은 저주 마법이 실패하는 등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죽 었는지 셀 수 조차 없다.

그런 마법을 아무리 천재라지만 저 런 꼬맹이가 파악할 수는 없다고 판 단한 것이다.

“크크. 그래,네가 똑똑하다는 건 인정해주지. 이 결계 속에서도 움직

일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니까 말이 야. 하지만 말이야 내가 그런 것에 대해 아무런 대응책도 없다고 생각 했나?”

리슬류가 손을 획 젓자 바닥에서 거대한 사슬 다발이 튀어나오더니 천영의 주변을 둘러쌌다. 이 마법진 의 본질은 결계 안에 있는 모든 대 상을 자동으로 속박하는 것이지만 리슬류는 마나로 이루어진 사슬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마법인지 이해나 할 수 있겠나? 네놈 같은 꼬맹이에겐 아직 10년은 이른 마법이란 말이다. 고작 해야 작은 불꽃 정도나 만들고 가속

마법을 조금 응용할 줄 아는 주제에 너무 기고만장해 하지 말거라.”

사실 리슬류의 말대로 천영이 지금 당장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마 법은 마격투술에 의존한 것들이 전 부였다. 순간적인 신체 가속,근력 강화 또는 속성 마법을 신체에 조금 두르거나 발사하는 것들. 거기에서 천영이 과거에 사용했던 마법의 경 험을 토대로 바꾸는 것들.

하지만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일 뿐이지 다른 마법들 역시 ‘조건’만 갖춰지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마나의 양도 적

은 편인데다가 신체가 제대로 완성 되지 않아 고난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이미 완성된 마법’에 접근을 하는 경우라면 판이 하게 다르다.

천영은 리슬류가 사용하는 마법의 계통을 미리 파악한 상태로 어떤 종 류의 저주를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이미 감을 잡은 상태였다.

‘적을 구속한 다음 에너지를 빼앗 는 형태의 마법이라.’

솔직히 말해서 이런 마법은 책에서 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런 종류 의 마법이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영은 더 이상 평

범한 마법사가 아니다. 마법사가 마 법 술식을 이해하고 풀어내고 변환 시켜 마침내 해석시킨 다음 발현시 킨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드래 곤에게 있어서 마법이란 그저 팔다 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마음대로 사 용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천영은 이 마법진을 보는 순간 즉시 해석에 돌입할 수 있었 다. 그것에 사용한 힘은 스스로가 뽑아낸 마나가 아닌 안시르엘의 신 성력.

실제의 신이 존재하지 않아 ‘선행’ 을 할 경우 신성력이 늘어나게 되는 조건을 가진 넥스트에서 압도적인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안시르엘.

그 보유 신성력이 같은 300레벨의 다른 사제들과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는데 그것들을 모두 이 마법진 속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집 어넣는 데에 사용했다.

‘신성력이란 애초에 무엇과도 섞일 수 있는 힘. 이런 흑마법에 파고들 기엔 제격이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꿈틀거 리는 사슬 중 하나를 손으로 잡은 리슬류가 혀를 내밀며 기분 나쁜 웃 음을 홀렸다.

“끌끌, 안쓰러운 녀석. 네 처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느냐. 불 쌍하고 딱하니 조금 덜 아프게 괴롭 혀주지.”

하지만 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 는 천영을 본 리슬류는 그가 겁에 질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는지 서서 히 땅에 안착했다. 이미 다른 원정 대원들은 사슬에 묶여 땅에 쓰러진 상태였다.

“젠…… 장……

있는 힘껏 마나를 분출해도 그것들

이 모두 어디론가 흡수될 뿐 몸이 움직이지 않자 네오발은 침음성을 홀렸다. 이렇게나 무력할 수밖에 없 다니.

애초에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즉결 처분을 했어야만 했다. 너무 안일했다. 아직 살인에 익숙하지도 않고 이곳에 대 해 아는 지식이 부족한 탓에 리슬류 의 말에 그대로 속아 넘어갔다.

뒤늦게 뉘우쳐도 늦었다.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면 반드시 냉정하게 판단을 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끊 임없이 채찍질을 해봐도 이미 상황 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리슬류

는 그들에게서 힘을 뽑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봐 꼬맹아,응? 가만히 뭐 하고 있는 게냐. 마법진을 해석해보려고? 하하,소용없어. 이게 그리 쉽게 읽 을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천영은 그런 리슬류의 말에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보라색으로 물든 마 법진은 동서남북에 각각 악마의 문 양이 새겨져 있었다. 기분 나쁜 아 지랑이가 흘러나오는 그 문양에는 전부 흰색의 에너지가 스며들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이변을 알아채 지 못한 리슬류는 천영에게 서서히 다가가 사슬을 끌어올려 그의 사지

를 포박했다.

양손을 머리 위로 구속당하고 양 다리를 땅 속에서 튀어나온 사슬에 의해 각각 구속당해 무를을 꿇고 주 저앉은 천영의 턱을 붙잡고 들어올 렸다. 그는 여전히 고요한 눈빛으로 리슬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리슬류는 혀로 입술을 할았다. 보 면 볼수록 탐나는 얼굴이다. 아마 이 제대로 성장만 해도 전 세계의 고위급 자제들이 찾아와 무릎을 꿇 고 청혼을 할 정도로 이 세상의 유 일한 꽃 혹은 별이 되겠지. 탄탄대 로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하늘 아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재력과 지력,무력을 가진 남자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될 것이고 역사의 한 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될 그런 인생을 살겠지.

“그런데 어쩌니? 네 인생은 내가 가져야겠는데.”

천영은 더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얼 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리슬류에게 물었다.

“근데 아저씨, 뭘 믿고요?”

“푸하하하! 지금 네 꼴을 보거라! 네년의 인생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 는 모든 인간들의 생명은 내가 쥐고 있다고! 응? 아직도 이해를 제대로

못하겠느냐?”

그렇게 소리치며 리슬류는 천영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

“크크크,내 말에 얌전히 따르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안 그러면요?”

“한 명씩,죽일 거거든!”

리슬류는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첫 번째 대상은 이 원 정대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던 원정 대원 하나를 대충 골랐다.

괴롭혀봐야 별 재미도 없을 것 같 은 놈의 목숨은 아깝지 않았으니 빠 르게 힘을 흡수 해버리는 게 나았으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분명히 속 박의 사슬에 의해 모든 힘이 흡수되 어 그 고통에 대상이 비명을 질러야 할 텐데 아무런 소란도 없이 잠잠했 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나 싶었지만 그러기엔 에너지가 티끌만 큼도 들어오지 않았다.

“놀랬네.”

천영은 순간적으로 마나를 움직여 그의 마법을 저지했다. 설마하니 저 런 태도로 나올 줄은 몰랐기에 천영 도 조금 다급하게 움직였다.

’다행이군. 왠지 나에게 아주 익숙 한 마법이야.'

리슬류는 뒷걸음질을 쳤다.

“뭐야. 무슨 짓을……

슬쩍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리슬 류는 자신의 추태에 정신을 차렸지 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위화감을 어 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천영은 사슬에 몸이 속박 된 상태 에서 그것을 구성하는 마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조금 씩이었지만 리슬류가 스스로 떠들면 서 많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충분 한 해석이 되었다.

“크라켄에서 뽑아내 사용하는 힘 이…… ‘경험치’의 일종일 줄이야.”

“그,그게 무슨 소리냐!”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리슬 류의 마법진을 해석하면서 느낀 것. 그가 이 마법을 사용할 때 크라켄에 게서 훔쳐오는 힘은 넥스터들에게 있어서 항상 느낄 수 있던 ‘경험치’ 라는 종류의 에너지였다.

적을 처치하고 그 힘을 일부 흡수 해서 강해지는 넥스터들. 그 넥스터 들 중에서도 이미 한 번 300레벨에 도달한 적이 있었던 마법사 천영이 자 드래곤이기에 누구보다도 더 빠

르고 손쉽게 이 마법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저씨.”

“크윽……

“아까 제가 물었잖아요. 해킹에 대 해서 모르냐고.”

“모,모른다!”

리슬류는 힘을 끌어올려 사슬을 자 신의 수족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가 장 먼저 천영의 사지를 부러뜨리려 고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째서인 지 힘을 잃고 바닥 속으로 사라졌으 며 그를 타격하라고 명령한 사슬들 은 천영의 몸에 닿는 순간 빛을 잃

고 먼지로 화해 흩어졌다.

“젠장,젠장!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해킹. 프로그램,네트워크의 취약한 보안망에 접근하여 시스템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

마법이란 프로그램과 아주 유사했 고 그렇기에 ‘바이러스’에 아주 취 약했다. 그 바이러스란 다름 아닌 신성력.

천영은 마법진의 핵심이 되는 동서 남북의 문양에 자신의 힘을 실어 보 내 이 마법의 주인을 설정하는 내용 을 건드려 자신으로 돌려버렸다. 사

슬에 담겨 있던 힘을 강제로 빼앗는 힘 또한 딜리트 시켜버렸다.

물론 보통의 마법사가 마법에 대한 프로그램을 안다고 해서 손쉽게 이 런 행위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천 영의 경우 어디까지나 ‘경험치’를 다루는 아주 익숙한 힘을 이용한 마 법이었던 데다가 괴물 같은 신성력 을 자랑하는 안시르엘의 신성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드래 곤으로써 마법에 대한 이해력이 남 달랐기에 이 결계의 해킹이 가능했 다.

지금 당장 그의 마법 수준은 리슬 류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나 다름

없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 위력,다양성 그 모든 것을 포함해 서. 하지만 천영에게는 리슬류와 비 교도 되지 않는 마법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모 르고 있던 리슬류는 결국 자신이 펼 친 마법의 주도권을 천영에게 넘겨 주게 된 것이다.

“망할! 이건 내 마법이란 말이다!”

리슬류가 고함을 지르며 원정 대원 을 감싸고 있는 사슬에게서 힘을 뽑 아오기 위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역으로 작용하여 리 슬류의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나가 물처럼 새어나가자 그 엄청

난 고통에 리슬류가 피를 토하며 기 침을 했다.

“쿨럭,으윽!”

리슬류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상 태로 비명을 질러대는 것과 별개로 원정 대원들은 사슬이 풀려나가며 서서히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가장 먼저 네오발이 자리에서 일어 나 잽싸게 곰의 형태로 몸을 변형시 켰다.

날카로운 발톱이 솟아오르자 즉시 천영의 앞으로 달려가 리슬류의 앞 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솔직

히 의미가 있는 행위인지에 대한 의 구심이 솟았다.

‘이 녀석…… 정말 그냥 어린애가 아닌 건가? 설마 27살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거야?’

천영은 항상 자신의 나이에 대해 말을 할 때 27이라고 하곤 했다. 하 지만 언제나 자신의 나이를 밝히기 싫어서 농담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 는데 이제는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도 한 번에 믿을 수는 없었다. 여태까지 나이가 어려졌다는 사람은 단 한 번 도 본적이 없었다.

넥스트에서 가장 외견이 많이 바뀐

사람이라고 해봐야 여자처럼 호리호 리하던 남자가 근육이 빵빵한 마초 남이 된 사례밖에는 없었으니.

그 외에는 엘프 같은 요정족으로 탈태에 성공해 젊어보이게 변한 것 정도였으나 아무리 엘프가 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어린 모습이 될 수 는 없었다.

‘그럼 저 아이는 정말…… 천재란 말인 건가?’

천영은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리 슬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진의 통제권을 완벽하게 손에 넣은 천영 은 원래는 리슬류의 것이었을 사슬 을 이용해 역으로 그를 괴롭히고 있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 다.

천영은 식은땀을 뻘뻘 홀리며 애를 쓰고 있었다.

‘일부러 여유를 과시하고 있기는 한데 이 마법진 정말 공들여서 만들 긴 했나보네.’

안시르엘의 신성력은 모두 사용해 서 더 이상 쓸 수 없다. 이제 이 마 법진을 다루기 위해선 순전히 천영 스스로의 마나를 이용해야만 했다. 아무리 어리다지만 드래곤의 마나를 가진 천영으로써도 이 마법진을 다

루기가 영 쉽지 않았다. 수준급 마 법사 이상의 마나를 가지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이 날뛰는 마법을 얌전 히 다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슬을 움직여서 리슬류가 반격할 생각을 절대 못하게 만들면서도 틈 틈이 마법진의 해제를 하고 있던 천 영은 머리가 명 울려오며 정신을 잃 을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조금만,조금만 더 하면.

그러나 안타깝게도 리슬류는 이대 로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비록 마 법진의 통제권을 빼앗겼고 힘이 빠 져나가고 있는 상태였다지만 아직까 지 그의 마나는 꽤나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만전의 힘을 발휘하면 대략 300레 벨대 후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던 리슬류였기에 자신의 남은 마나를 모조리 불태워서 스스로의 마법력을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젠장! 죽여주마!”

단전의 마나홀에서 마나를 끌어 모 으자 허공에 칙칙한 색의 마법진이 형성된다.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그 곳에서 검은색의 구체가 생성되어 땅에 틀어박혔다. 가벼운 폭발 그 직후 바닥에서 검은색의 가시가 솟 아오른다.

네오발은 즉시 반응하여 천영을 데 리고 공격을 피해냈지만 직후 하늘 에서 검은색의 레이저 다발이 쏟아 지자 갑옷을 이용해 방어를 할 수밖 에 없었다.

“크으으윽!”

흑마법사는 기본적으로 파괴에 특 화된 클래스였다. 그 사실을 잘 알 고 있는 네오발은 속전속결로 리슬 류를 해치우려고 했지만 기회가 잘 나오질 않았다.

‘젠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네오발은 다급한 눈으로 천영을 바

라보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영의 계획이 무엇이든 간에 무용지물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천영의 표정 은 아직까지도 잠잠했다. 아니,오히 려 미소가 살짝 깃들어있는 것 같기 도 했다.

"뭐,무슨…… 옥!"

휘이이엉!

마나의 역류가 더욱 거세지고 리슬 류의 마나가 기하급수적으로 빠져나 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 하지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겠다는 마음으 로 광범위 폭풍 마법 하나를 끝끝내

완성시켰다.

“크아악!”

“꺄악!”

“젠장! 다가갈 수가 없어!”

아직까지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 은 원정 대원들은 리슬류가 일으키 는 검은색의 폭풍에 중심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날아가 고 말았다. 천영 역시 날아갈 뻔했 지만 간신히 네오발이 잡아주는 바 람에 살았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 서도 천영은 집중의 끈을 놓지 않았 다. 강력한 마법의 폭풍 속에서도 잔잔한 미소가 그의 표정에 그려졌

‘그래,이거지!’

덜컥.

리슬류의 몸이 움찔 떨렸다. 광역 기를 시전함과 동시에 자신의 몸까 지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강력한 마 법을 사용했으므로 지금 당장은 무 적이나 마찬가지일 상태가 틀림없었 는데 어째서인지 몸이 마음대로 움 직이지 않았다.

리슬류는 당황한 눈빛으로 접싸게 수인을 맺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마 치 심해에 빠진 것처럼 몸이 무거웠 다.

“뭐야,대체 뭐가. 무슨 일이……

리슬류는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방 금 전까지는 그저 구멍 하나가 뻥 뚫린 것처럼 새어나가던 마나가 이 번에는 아예 마나통이 박살이 나버 린 것처럼 빠져나가자 눈을 크게 떴 다. 눈동자에 실핏줄을 가득 세우며 리슬류는 입을 쩍 벌렸다.

“그으으,끄아아아아아!!”

얼굴에 핏줄이 솟아오르고 피부색 이 퍼렇게 물들며 검은색의 마나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리슬류를 보며 천영은 식은땀을 홀렸다. 내심 마나의 잔량이 부족해서 애쓰던 참

인데 리슬류가 큼지막한 마법 하나 를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 마나를 뽑 아내고 있으니 그것을 억지로 건드 려서 아예 모든 마나를 사용하게 만 든 것이다.

결국 천영의 해킹에 버티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지만 그것은 곧 천영이 의도했던 바. 리슬류는 결국 자신이 사용하는 마법을 견디 지 못하고 마나의 폭주를 하기 시작 했다.

“그러게 감당하지도 못할 마법은 쓰면 안 되지.”

천영은 이제 자신의 것이 된 리슬 류의 마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

해 마법진을 구석구석 훌었다. 마지 막 해제를 위한 장식. 이것을 붕괴 시켜버리면 술자는 그 반동으로 인 해 ‘리바운드(Rebound)'를 받게 되 어 큰 데미지를 입게 된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상태로 바닥에 손을 짚고,보라색의 마법진을 완전 히 흰색으로 물들인 천영은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 충족감,이 만족도,이 우월한 쾌감.

마법이라는 것을 사용할 때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것만 같은 시원한 감각까지.

300레벨 시절의 천영도 이렇게까 지 정교하게 마법을 다룰 수는 없었

다. 그렇기에 자신의 수족처럼 마나 가 만물과 공명하고 마법진의 프로 그램이 완벽하게 해석되는 지금 이 순간이 그렇게나 짜릿할 수가 없었 다.

툭,

피식.

50명이 넘는 원정대의 목숨을 위 협했던 마법진이 해제되는 순간은 너무나도 허무했다. 그저 촛불이 꺼 지는 것처럼 허망한 소리와 함께 마 법진이 그대로 소멸되자 리슬류가 입을 쩍 벌렸다.

“커컥,크커러……!!”

눈깔을 튀어나올 듯이 핏줄을 세우 며 커다래졌고 코에서는 붉은 액체 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입 과 귀에서도 검붉은 액체를 토해내 기 시작한 리슬류는 원망스럽다는 둣 천영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천영에게 보 복하기 위해 발악을 하려는 그 모습 에 천영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저 미친놈이?’

이제 리슬류에게는 더 이상 마나가 남아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이 순간 자신의 생명력을 태워서라도 천영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네오발에 대응을 하려고 했

지만 그보다도 먼저 누군가가 나서 서 리슬류의 꿈을 저지했다.

“컥……

가슴을 뚫고 나온 은색의 검 한 자루. 뒤쪽에서 리슬류의 심장을 찔 러 넣은 칼은 잔뜩 지친 얼굴로 뒤 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안 그래도 죽겠는데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서 움직인 탓에 칼 역시 죽을 맛이었 다.

순식간에 사방이 고요해지자 칼은 피곤한 얼굴로 귀를 후비적거렸다.

“이거 원,내가 막타 쳤다고 분위 기 싸해진 건가?”

“……그럴 리가. 잘 했습니다,칼 씨.”

네오발은 리슬류의 마지막 마법에 솔직히 대응을 할 자신이 없었다. 만약 그것이 발동됐다면 정말로 위 험할 수도 있었다. 결국 리슬류는 자신의 마지막 한 수까지 전부 가로 막히게 된 것이었다.

리슬류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모두 가 원망스럽다는 얼굴로 쓰러져갔지 만 아무도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없 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마침내 리슬류가 쓰러진 것을 확인 한 천영은 가파른 숨을 몰아쉬었다.

이 승리의 순간에 도취되고 싶었지 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의 정신력 이 버텨주질 못했다.

‘흐, 젠장…… 조금만 자야겠 어……

천영은 힘없이 눈을 감았고, 자신 을 부르는 목소리를 모두 무시한 채 수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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