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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2화 (22/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22화

6장 금색 별 마탑주의 방문

꿈을 꾸었다.

검고,어둡고 끝없이 펼쳐진 공간 속에서 천영과 다른 어떤 존재가 눈을 마주하고 있는 꿈이었다.

천영은 이 상황이 꿈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거대한 존재를 본 순간 정신이 득히 멀어지는 감각이 들었기 문이었다.

그것의 덩치는 올림픽 경기장조 차 가볍게 으깨버릴 정도로 거대 했으며 산을 하나 갖다가 심어놓 은 것처럼 높았다. 또한 굉장히 오 래되어 보였다. 여기저기 잔 흉터 가 남아있고 얼굴에는 주름이 조 금 있었는데 그래도 그 위엄은 사 라지지 않는다는둣 분위기가 천영 을 가볍게 짓눌렀다.

그것은 드래곤이었다. 남색 혹은 검정색의 피부를 가지고 등에 흰

저아 때

색의 줄무늬가 있으며 이마 위에 두 쌍의 금색 뿔이 자라 있었다. 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천영의 드 래곤 모습과 매우 흡사한 생김새 를 가진 드래곤이.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는 천영은 블랙홀 속에 몸이 빨려 들어간다 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 로 아득한 감각을 마주하고 있었 다. 상대방의 끝없는 지혜와 정신 력 속으로 몸을 맡기고 있는 느낌 이었다. 눈을 마주할 뿐인데 압도 당한다.

마침내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나에게……

직후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소용 돌이 속으로 드래곤의 거체는 빨 려 들어갔다. 세상은 점점 연한 빛 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천영은 무언가를 묻고 싶어서 입 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입을 열자 무엇을 묻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리 고 말았다. 그렇게 드래곤과 마주 하고 있던 정지된 시간의 모래시 계가 뒤집혔다. 마침내 천영은…….

쿵!

“끄윽 r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천영은 덜 덜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

았다.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자 낯선 장소였다. 마치 나무로 만 들어진 집인 것처럼 인테리어 된 작은 방에는 침대와 책상 몇 개가 놓여있을 뿐 별다른 장식이 존재 하지 않았다. 아니,그러한 것조차 의도되어 인테리어가 된 것이 아 닐까 싶을 정도로 ‘심플’을 강조하 고 있는 방이었다.

“머리야……

방금 전까지 자고 있던 장소로 추정되는 침대에 팔을 얹고 머리 를 쓰다듬었다. 굴러 떨어진 모양 이다. 머리를 박은 고통뿐만이 아 니라 마치 잠들기 직전까지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잔 것처럼 강렬 한 숙취 같은 것이 남아있어서 죽 을 맛이었다. 하지만 술을 마신 기 억은 없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 다.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부터 기억 이 없을 정도로 무지하게 퍼마셨 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두통이 온 것일 테지.

‘내 주량이 그렇게 허접할 리는 없어.’

자신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가 진 천영은 후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쓰러지기 직전에 무 리하게 마나를 움직이긴 했다. 하

지만 마나를 그렇게 막 다뤘다고 두통이 오고 그러나? 넥스트를 플 레이할 땐 마나가 다 떨어지면 그 냥 기운 없이 쓰러질 뿐 두통이 오진 않았다. 하지만 천영은 넥스 트에서 겪었던 대부분의 경험을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세계 에서의 경험은 대부분 ‘목숨’과 관 련이 되지 않는 너무나도 편안하 고 안전한 세계였고 실제의 세계 완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문을 내다보았다. 새하얀 타지 않는 예 쁜 쓰레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하 늘에서 눈이 내렸다. 새하얗게 물

든 세상. 그 모습이 꽤나 낯설다고 느껴버렸다. 현대와는 전혀 다른 양식을 가진 건물들이 하얗게 물 들고 있는 장면은 퍽 이질적이었 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며 침대에 몸을 앉혔다. 복장은 꽤나 환자복처럼 생긴 것으로 갈 아입혀져 있었다. 천영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아직 단 한 번도 스스로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정신을 잃었을 때 누군가 에 의해 갈아입혀졌을 뿐이다.

‘이거,여성용 아닌가?’

무릎 위까지 오는 원피스 형태의

흰색 티셔츠와 그 아래에 가려져 있는 짧은 사각팬티 같은 의복은 절대로 남자의 복장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사각 팬티라 는 것이 굉장히 꽉 끼는 상태라 남자였다면 분명 뭔가가 툭 튀어 나와 강조될 것만 같은 하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입혀져 있으니 별 다른 방법은 없었다. 딱히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를 쓰다듬자 살짝 곱슬곱슬 한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매만져졌 다. 이런 모습으로 변한 뒤에 느끼 는 건데 이 머리카락 정말 황홀할

정도로 부드럽고 향기로워서 만지 고 있으면 마음의 안정이 온다. 덕 분에 주변 사람들(특히 안시르엘) 이 시도 때도 없이 만지려고 들어 서 상당히 귀찮았지만.

침대에 누워서 더 잠이나 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두통이 서서 히 가라앉고 있는데다가 잠도 오 지 않아 움직이기로 했다.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책상 옆에 차트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였 다. 그것을 들고 읽어보니 천영의 대략적인 신상 정보가 적혀있었고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가볍게 휘갈겨져 있었다.

이름 : 서천영

나이 : (글자가 반쯤 지워져 읽을 수 없음)

성별 : (남자에 동그라미를 쳤다 가 볼펜으로 직직 긋고 여자 쪽으 로 동그라미를 침)

종족 :

국적 : 지구

상태 : 마나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몸에 무리가 와서 탈진함. 며

칠 푹 쉬면 깨어날 것으로 보임.

그것을 읽어 내린 천영은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나이를 적는 칸 에 적혀있던 글자를 자세히 읽어 보니 27이라고 적혀 있던 모양이 지만 누군가가 거칠게 지운 것으 로 보였다. 성별 또한 마찬가지로 남자에서 여자로 수정한 티가 팍 팍 났다. 예상하건데 천영을 잘 알 고 있는 셀라임이나 안시르엘 혹 은 칼이 이 신상 정보를 적어줬지 만 의사가 신체를 대충 보더니 나 이를 아예 지워버리고 성별 또한 수정해버린 모양이다.

그의 생식기는 중성이기에 뚜렷 한 형태를 가지지 않고 있었다. 하 지만 어느 쪽에 가깝다고 묻느냐 면 역시 여자 쪽이었다. ‘아무것도 없음’의 상태는 여자의 생식기와 매우 흡사했으니. 아마 천영의 옷 을 갈아입히다가 성별이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판단하고선 여자라 고 수정한 모양이다.

‘참 나. 왜 성별 칸에 남자와 여자 밖에 없는 거야?’

판단의 기준이 지나치게 흑백으 로 치우쳐진 세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천영은 여자에 쳐 져있는 동그라미도 볼펜으로 직직

그어버렸다. 나이를 적는 칸의 옆 에 다시 27이라는 숫자를 적어 넣 고 종족 칸에 인간이라고 적어 넣 으려는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를 가로막았다.

“종족은 제대로 적어 넣지 그래?”

“헉!”

바로 뒤에 누가 있는 줄도 몰랐 다. 차트를 껴안고 뒤로 슬쩍 물러 나자 마치 ‘내가 바로 의사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백의의 가운을 입 은 할머니가 날카로운 표정을 지 은 채 서있었다. 그녀는 키가 천영 보다 아주 조금 클 정도로 굉장히 작았는데 그럼에도 풍기는 분위기

가 굉장히 살벌해서 입을 함부로 열기 힘들 정도였다.

“종족이라니 그게 무슨……

“네 몸. 인간과 아주 흡사해. 나 도 처음엔 그냥 인간인 줄 알았으 니까.”

“……네?”

의사의 말에 천영이 고개를 갸웃 했다. 그녀는 품에서 곰방대를 하 나 꺼내더니 불을 피우고 근처에 있던 의자에 걸터앉았다. 천영이 그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 자 그녀는 그 시선을 어떻게 이해 했는지 아! 하고 입을 벌렸다.

“너도 피우게? 하나 줘?”

“아뇨,그냥 저 그래도 환자인 데……

“뭐 어쩌라고. 병원에선 의사가 왕이야. 꼬우면 네가 나가있던가.”

“그냥 가만히 있을게요.”

상당히 무시무시한 의사다. 천영 은 침대 위에 얌전히 앉았다. 그 모습이 꽤 요조숙녀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아마 본인은 모를 것이다.

“저기,선생님……

“엘럼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라.”

“네, 옐럼 선생님. 아까 하신 말

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구나. 네 몸은 인간인데도 너무 깨끗하 고 맑아. 신성스러워. 몸을 만지는 것조차 황송할 지경이라고. 썩을. 너 혹시 요정이나 뭐 그런 거냐?”

옐럼의 그 말에 천영은 내심 안 도의 숨을 내쉬었다. 혹시 드래곤 이란 사실을 들키지 않았을까 걱 정이었는데 거기까진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몸을 살펴본 의사였으니 평범한 인간이라는 말은 이제 사용할 수 없는 모양이다.

“뭐, 조금 비슷하죠.”

“후우. 그래,말하지 않아도 좋아. 딱히 관심은 없으니까. 난 애초에 네놈들 ‘넥스터’인지 뭔지 하는 놈 들을 이해하길 포기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리픈 사람들의 입장에서도,다 른 세계에서 건너온 지구인들은 상당히 신기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존재일 것이다. 천영은 그것을 이 해하고 있기에 그저 웃음만으로 상황을 넘겼다.

“제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죠?”

“사흘.”

“꽤 오래 잤네요.”

“그러게 말이다. 흠,벌써 9시인 가.”

대화를 하던 도중 시계를 본 옐 럼이 ‘곧 오겠군.’이라며 귀찮다는 듯 인상을 팍팍 썼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난 없는데. 넌 있겠지.”

“네?”

무슨 말인지 되물을 필요도 없이, 잠시 뒤 천영은 그녀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7명 정도 되는 인 파가 천영을 찾아온 것이다. 하지 만 그들은 이 건물의 입구에 가로 막혀 들어올 수가 없었다. 옐럼이

‘누구지?’

자신을 찾아왔다며 입구에서 럼의 손자에게 뭐라고 설명을 대는 저 사람들은 원정대원은 니었다.

“아는 얼굴들은 아니지?”

“네,처음 봐요.”

귀찮다며 들어오지 말라고 지시했 다는 이유 하나로 옐럼의 손자라 는 소년 한 명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모양이다. 천영은 그제야 이 건물의 구조를 조금 파악할 수 있 었는데,이곳은 병원이라기 보단 그냥 가정집 같은 느낌이었다.

옐 해아

“다행이군. 네 망할 동료들이 자 주 병문안을 오기에 기특하다고 생각해서 통과시켰더니 저 미친 것들이 네 동료라고 속이고 몰래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었거든. 썩 을 자식들. 모조리 혀를 뽑아버려 야 해.”

“하하……

상당히 입이 거친 할머니였다. 천 영은 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신 을 찾아오려다가 도리어 쫓겨나는 광경을 보며 호기심이 잔뜩 들었 다.

“대체 누구죠?”

“글쎄다. 마탑인지 뭔지 하는 하 여튼 학자 나부랭이들이 너를 만 나고 싶다고 사정하는 모양이던데. 너 뭐 어디에서 탈출한 실험체라 던가 그런 건 아니지?”

“에이 설마요.”

“그럼 다행이고. 마탑에서 저렇게 발정난 개새끼마냥 달려드는 걸 보면 네가 단순히 예뻐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네가 대단한 마법사 이거나. 그렇겠지.”

“……아직 대단한 수준은 아닌데.”

고작해야 1단계 용언을 배웠을 뿐이다. 인간의 1단계 즉 1클래스

마법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 력하고 편리하다지만 그래도 고작 1단계이다.

‘리슬류의 마법을 해킹해서 그런 건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하여튼 저들을 만나봐야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천영은 내심 옐럼이 저 마법사들 을 막아주는 것에 감사하며 침대 에 다시 몸을 옹크렸다. 이렇게 짧 은 옷을 입고 있는데도 하나도 춥 지 않았다. 난방이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병원의 앞에서 어떻게든 자신과 만나기 위해 애쓰는 마법 사들을 무시하고 옐럼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짧게,짧게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레 병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옐 럼이 들어오게 라고 말하자 아까 전까지 건물의 입구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마법사들에게서 방어선 을 만들고 있던 손자가 창백한 얼 굴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하,할무니. 마탑에서 환자님을 만나고 싶다고 찾아왔는데유.”

“전부 돌려보내라고 하지 않았느 냐.”

“그,그게 말이여유. 금색 별의 마탑주가 지,직접 찾아왔어유.”

“뭐라고?”

손자의 그 말에 엘럼이 보기 드 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영은 금색 별의 마탑이라는 단어를 곱 씹었다. 마법 서적을 읽으면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마탑이었다. 하지 만 그 마탑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 지 까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금색 별의 마탑이 어떤 곳인데 그래요?”

“……대륙에 정말 몇 안 되는 대 마법사가 마탑주로써 현역으로 일 하는 마탑이지.”

“그,그래요?”

그 말에도 솔직히 잘 이해할 수 는 없었다. 아무리 잡다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천영이라지만 대륙이 돌아가는 판세에 대해 적힌 책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까. 이러한 부분은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에 게 듣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들여 보내거라.”

“맵!”

옐럼의 말에 손자가 마치 군대

상관에게 복종이라도 하듯 깍듯하 게 대답한 뒤 후다닥 뛰어나갔다. 옐럼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쭉 폈다.

“생각보다 굉장한 거물이 찾아왔 군. 이제 보니,네놈도 꽤 귀찮은 손님이야.”

“아하하……

아직까지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 가 잘 되지 않아 천영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브를 차려 입은 두 명의 남녀가 손자의 안내 에 따라 병실로 들어오게 되었다.

눈을 잔뜩 맞아 젖어버린 푸른 머 리카락을 가볍게 털어낸 30대 초 중반의 미남자는 상당히 장난스러 운 어투로 싱글벙글 웃으며 이마 의 땀을 훔쳐냈다.

“휴우,간신히 살았네. 망할 마탑 애송이들이 저들도 들여보내달라 고 붙잡는 통에 힘들었지 뭐야.”

그 말대로 푸른 머리칼의 남자는 복장이 잔뜩 흐트러진 상태였다.

“안 그래? 제이나.”

“네.”

하지만 금색 머리칼을 가진 제이 나라는 이름의 여인은 복장도 완

전 멀쩡하고 별로 지쳐보이지도 않았다. 그 점을 발견한 남자가 인 상을 와락 구겼다.

“너,내가 붙잡혀서 고생하고 있 는데 멀리서 구경만 했지!”

“저는 그런 더럽고 추잡한 개싸움 에 끼어들기 싫었습니다.”

“더럽고 추잡한 개싸움이라니! 인 재를 발굴하기 위한 광부의 피땀 나는 노력이라고 해주지 그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피땀 나는 개싸움이 었습니 다.”

천영은 무릎을 끌어 모은 다음 이불로 몸을 감싸고 침대 구석에

처박혔다.

‘뭐야 이 미친놈들.’

상당한 멍청이다.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푸른 머리색 을 가진 남자는 숨을 한 번 고르 더니 천영을 향해 멋진 미소를 한 번 날렸다. 여자라면 순간 마음이 설렐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천영에게 있어서 미친놈이 먹이를 궁지에 몰아넣고 기뻐하는 모습으 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실례했습니다,메이지 천영. 무 례를 꼭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만나고 싶었거든요.”

천영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만나기 싫었는데요……

“괜찮습니다! 당신이 저를 만나기 싫어하는 마음보다,제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욱 강 했기 때문에 마침내 이렇게 마주 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입니다! 이 또한 운명이니라.”

옆자리에 앉은 금발의 여인이 눈 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은 더럽고 피땀 나는 추 잡한……

“너,그만해!”

천영은 왠지 울고 싶어졌다.

‘누가 판타지한 세계 아니랄까봐 인성들도 아주 판타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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