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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6화 (2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26화

레덕슨에는 타지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총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차(魔車)를 대여해서 탑 승하는 것이다. 오해를 하면 안 된 다. 말로 움직이는 마차(馬車)가 아 닌,마나로 움직이는 마차(魔車)이 다. 이 세계의 과학은 상당히 발달 해 있어서, 판타지 소설에서 보던 것처럼 말을 자주 애용하진 않는다. 정말 대규모의 인원이 움직일 때나,

전쟁이 벌어지면 말을 자주 사용하 긴 하지만 적어도 이동 수단으로 사 용하기엔 말은 너무 원시적인 방법 이었다.

둘째는 배를 타는 방법이다. 조선 술이 21세기 급으로 발달해있는 탓 에 레덕슨에서 배를 탈 경우 어디로 든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도 했다.

세 번째는 열차를 타는 방법이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마나를 이용해 움직이는 기계인데 생각보다 열차가 설치된 곳이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그 기술 또한 옛날 중기기관 수준밖 에 되지 않아 그렇게 막 기대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 천영은 열차를 타기 위해 정 류장에 와있는 상태였다. 안타깝게 도 레덕슨에 비행정 정류장과 텔레 포트 포인트는 없어서,금색 별 마 탑의 마법사의 특권인 텔레포트 게 이트 자유 이용권을 사용할 수 없었 기에 가장 빠르고 익숙한 탈것인 열 차를 선택한 것이다.

“흐음……

정류장의 기둥에는 거울이 하나 걸 려 있었다. 천영은 그 속에 얼굴을 비추며 머리카락을 위로 틀어 올렸 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머리를 묶 어보았지만 그 어떤 헤어스타일을

해도 상당히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쯤 되니 단발로 해버릴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천영이 생각 하기에도 상당히 아까운 머릿결이었 다.

하는 수 없이 뒤에다가 머리카락을 틀어 모아 말총머리를 완성한 다음 붉은색 끈으로 묶었다. 적당히 보이 쉬하고 적당히 예쁘장하게 생긴 중 성적인 외형이 완성되었다. 만족한 얼굴로 미소를 살짝 지어본다. 아무 리 여자로 오해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 그래도 예쁘고 잘생겨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오빠,슬슬 열차 올 시간이야.”

안시르엘의 말에 천영은 정돈된 머 리를 가볍게 툭 털어낸 다음 자리를 옮겼다. 셀라임에게서 티켓을 받아 들고 실외로 나가자 낡고 오래된 정 거장에서 은은하게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쿵쿵거리며 그 냄새를 맡 은 천영은 그것을 쫓아 옆으로 조금 씩 이동했다.

“붕어빵이네.”

이런 곳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 랐기에 천영은 짧게 감탄했다. 기억 속의 그 붕어빵과 거의 비슷하게 생 겼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붕어빵

12개를 구입한 천영은 의자에 앉아 그것을 하나씩 꺼내먹기 시작했다. 행복한 표정으로 붕어빵을 작은 입 으로 조금씩 뜯어 먹자 안시르엘과 셀라임이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았 다. 그것을 어떤 의미로 판단했는지 천영은 붕어빵 하나를 내밀었다.

“먹을래?”

“아니.”

“오빠,많이 먹어.”

그녀들의 표정은 묘하게 ‘먹는 모 습만 봐도 배불러’같은 의미를 내포 한듯한 얼굴이었으나 천영은 그것까 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안 먹는다는

데 굳이 더 권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천영은 그대로 붕어빵을 다섯 개 째 해치웠다. 이윽고,여섯 번째 붕어빵을 꺼내서 입에 물려는 순간 누군가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 다.

당차고 힘찬 걸음걸이였다. 천영은 붕어빵을 입에 문 상태로 고개를 들 었다. 익숙한 여자가 그를 똑바로 바라본 채로 서있었다.

아슬리 였다.

“안녕하세요,천영 씨!”

“아,네……

저 여자와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던 것 같다. 마지막에 리슬류 그 러니까 게일리를 해치울 때 결정적 인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접점은 없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뭐지? 내가 뭔가 잘못을 했던가?’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듯 아슬리의 표정은 그다지 나빠 보이 지 않았다. 입에 물고 있던 붕어빵 을 우물우물 거리며 그녀가 꺼낼 말 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슬리는 묘하 게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뭔가를 망 설였다.

“무슨 일이죠?” “그게……

아주 짧게 뭔가를 고민하던 아슬리 는 이윽고 결심이 섰는지 잔뜩 기합 이 들어간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 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에 전부 담지 못할 정도로 화려하고 도 자연적인 아름다움의 향연이었

다. 지구가 아닌 세계. 상식이 전혀 다른 차원,그리픈.

천영은 하늘 높이 떠있는 거대한 섬과 둥둥 떠다니는 바윗덩어리들 그곳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구름까지 솟아있는 초록색의 식물들을 눈에 하나하나 담았다.

“예쁘네.”

천영이 무심코 그런 말을 내뱉자 안시르엘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어깨에는 꾸벅꾸벅 졸던 셀라임이 기대어 잠이 든 참이었다.

“특이한 세상이야.”

“그러게.”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 다. 그런데 그리픈이라는 세계의 티 끌만큼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로 이 해했다고 생각한 것은 우물 안의 개 구리나 마찬가지였다.

천영은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리픈만의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겼다.

이곳에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존 재하지 않는다. 몬스터를 완전히 몰 아내어 안전지대로 만든 구역 ‘그린 필드’이기에 저 아름다운 광경을 해 칠 수 있는 생물체는 없었다.

“오빠.”

안시르엘이 부르자 천영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까부터 뭔가 를 계속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아슬리 양의 부탁을 왜 거절한 거 야?”

“아까 그거?”

아슬리의 터무니없는 부탁. 하지만 천영은 그것을 칼 같이 잘라낼 수는 없었다. 아슬리가 천영 본인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잘 알 고 있었다. 또한 상당히 자기중심적 으로 사고하던 그녀가 자신을 스스 로 굽히며 어리고 레벨도 낮은 천영

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청할 정도 면 엄청나게 고심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자라니. 내 꼴에. 어불성설이지.’

문득 천영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 렸다. 언제나 천영을 믿고 철썩 같 이 따르던 병아리 같은 마법사 3인 방.

‘요즘 시대에 사제지간이 어디 있 어.’

확실히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친 적 은 있었다. 하지만 제자라는 단어에 는 어폐가 조금 있었다. 천영은 그 저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쳤을 뿐 선

생을 자처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결국에는 그들이 천영보다 도 더욱 강해졌고 넥스트에서는 모 르는 사람이 더 적을 정도로 유명해 졌다.

하지만 천영은 유명하지도 않고 특 별하게 강하지도 않았다. 비록 그들 에게 마법을 처음 가르친 것은 천영 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셋 모두 청출 어람을 해버린 것이다. 드래곤 탈태 퀘스트를 받은 이후로는 그들에게조 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어 살아서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겠지 만.

“어쩔 수 없었지. 나는 지금 당장

마법을 가르칠 만한 여유가 없으니 까.”

“그건,그렇지.”

아슬리의 부탁은 거절해야만 했다. 유감이지만 아슬리를 제자로 받아들 인다고 해서 가르칠 것은 없었다. 현재 천영이 사용하고,연습하는 마 법은 용언이 조금씩 섞여 들어가 인 간의 신체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 는 것들이었다.

드래곤이 되어 마법을 그 어떤 생 명체보다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천영은 누군가에게 마법을 제대 로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난다면 모를까 지금 당장

은 절대로 무리였다.

그렇기에 천영은 몇 가지의 묘수를 썼다. 아슬리에게 문제를 내고서 그 것을 맞추게 된다면 제자로 받아들 이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천영은 결코 쉬운 문제를 내진 않았다. 열차가 올 때까지 3개 의 문제 중에서 한 문제만이라도 맞 추면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아슬리 의 말에 천영은 마법적으로 포장한 난센스에 가까운 수학 문제를 냈다.

당연하게도 아슬리가 그것을 풀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끝끝내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한 그녀는 잔 뜩 낙담한 표정으로 열차를 타고 떠

나가는 천영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인연은 인연으로.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한 뒤,천영은 서둘러 열차에 탑승했다.

아슬리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고 원정대에서는 상당히 불편했던 관계 였던 것에 비해 굉장히 깔끔한 이별 이었다.

“묘하네.”

안시르엘이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 자 천영도 마주 웃어주며 말없이 책 을 펼쳐들었다.

마탑에 들어간 이후로 대부분의 마

법서적과 마탑 소유의 책을 자유자 재로 대여할 수 있게 된 천영은 아 예 책을 끼고 사는 수준이 되었는데 이제는 슬슬 책을 통해 경험치를 얻 는 속도도 느려져서 효율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틈틈이 읽어 주면 나름 쏠쏠한 경험치가 쌓였다.

‘그렇다고 아주 막,아무 의미 없 이 내뱉은 말은 아니었는데.’

원정대를 따라다니며 아슬리가 마 법을 사용하는 것을 몇 번 보긴 했 었다.

마법사로써 만레벨을 달성했던 천 영의 눈에는 그녀의 마법이 상당히 허술하고 어설프다는 것을 금방 알

아챘다. 하지만 굳이 말해주지 않았 다. 천영의 경험상 그것은 말로 설 명해준다고 어떻게 되는 종류가 아 니었으니. 결국 스스로 깨닫는 수밖 에 없었다.

이후로 천영이 책 속으로 빠져들자 안시르엘도 가만히 앉아서 경치를 구경했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나 남아있었으니.

이곳의 구조는 옛날 유럽에서 사용 되던 열차와 매우 흡사했다. 길게 이어져 있는 복도의 양 옆에 존재하 는 수많은 방. 그리고 그 내부에는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의자와 그 사 이에 책상이 하나 놓여 있는 구조였

다. 문을 닫고 안에 들어가 있으면 가끔 잡상인이 문을 두드리며 뭔가 를 판매하곤 했다.

천영은 군것질거리를 파는 잡상인 이 오는 족족 그것들을 죄다 구입했 는데 덕분에 책상 위에는 젤리나 빵,사탕,과자 등이 잔뜩 쌓여있는 상태였다.

열차가 얼마나 달렸을까 ‘예스룸 역’이라는 곳에 잠시 정차하자 사람 들이 꽤나 많이 탑승하는 것이 느껴 졌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천영은 책을 계속 읽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 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시르엘이 그렇게 말하자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젊은 남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하. 실례지만 합석해도 되겠습 니까? 자리가 없어서 말이죠.”

“물론이죠. 앉으세요.”

남자는 천영쪽으로 여자는 아직까 지 졸고 있는 셀라임의 옆에 가서 착석했다.

천영은 그들의 얼굴을 홀깃 쳐다본 다음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천영의 옆모습을 잠깐 쳐다본 남자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안시르엘을 향

해 웃어보였다.

“제 이름은 ‘백 케임스’라고 합니 다.”

“반가워요 미스터 백. 저는 안시르 엘이라고 해요.”

“어머머 예쁜 이름이네요. 제 이름 은 ‘류 슈왕수’라고 해요. 잘 부탁해 요. 호호.”

케임스와 안시르엘,슈왕수는 서로 말문이 트였는지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잠에서 깨어난 셀 라임이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주변 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그녀는 안시

르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뭐야,무슨 일이야?”

“목적지까지 동행하게 된 분들이 셔.”

짧게 소개를 받은 셀라임은,순식 간에 그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발랄 하고 활기찬 성격을 가지고 있는 셀 라임이기에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천 영은 지금 한창 마법서의 중요한 부 분을 읽고 있었기에 단 한 마디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케임스는 묘한 눈으로 천영을 훔쳐 보았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

모에 더해 가만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까지. 상당히 신비로운 분위기 를 풍겨대고 있기에 자연적으로 호 기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슈왕수가 먼저 셀라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기 저 여자애는 누구예요? 동행 하는 아이? 어머,되게 예쁘다.”

“네? 아…… 제 동생 영이라고 해 요. 조금 낯을 가려서요.”

물론 거짓말이다. 천영은 낯을 가 리기는커녕 낯선 사람들의 사이에 섞여들어 식사를 뜯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 철면피를 가진 사내 였다. 하지만 천영이 아까부터 책에 잔뜩 집중하여 도통 입을 열지 않으

니 이렇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자애 아니에요. 남자니 까,주의해주세요. 여자라는 말에 민 감하거든요.”

“어머나? 그러고 보면 조금 남자 같기도 하고……

영락없이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케 임스도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자라는 말을 듣고 다시 살펴보니 소년티가 제법 나기도 했다.

“그나저나 두 분은 부부이신가요?”

안시르엘의 그 질문에 케임스와 슈 왕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어설픈 웃음

을 홀리며 긍정을 표했다.

“무,물론이죠. 신혼여행을 가는 중 이려나요.”

“오오! 신혼여행이요? 혹시 어디로 가세요? 관광 명소 같은 걸 저희가 잘 몰라서요.”

셀라임의 질문에 케임스가 순간 말 문이 막힌 듯싶더니 눈동자를 데구 루루 굴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슈왕 수가 답답했는지 대신 입을 열었다.

“호호. 저희는 ‘마들레앙 대별장’으 로 가고 있어요.”

“마들레앙이요?”

“네네, ‘레 본데 노프르 초원’이라

고 들어보셨어요? 오천 년 전에 레 본데 제국과 노프르 연합 사이에서 대전쟁이 있었던 곳인데,지금은 경 치가 아름다워서 그저 관광지로 쓰 이는 모양이에요. 거기에 마들레앙 이라는 대부호가 굉장한 대별장을 공개해서 요새 난리도 아니라니까 요? 아유 글쎄,거기 폭포 한 번 보 면 그냥 빠져나올 수가 없다니까

요.”

“와아. 대단하네요.”

안시르엘과 셸라임이 감탄을 하며 그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 하자 슈왕 수가 식은땀을 한 줄기 홀렸다. 설 마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몰랐

다는 표정이 조금 드러났지만 너무 순식간에 사라진 탓에 안시르엘과 셀라임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슈왕수의 대답을 들은 천영이 어느덧 책을 덮고 묘한 눈빛으로 케 임스와 슈왕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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