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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33화 (32/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33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예런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다른 종이를 꺼내들었다. 또 새로운 마법을 보여주는가 싶어 마 법사들이 전부 입을 다물고 다시 집 중하기 시작했다.

“이건 아직 제대로 완성되진 않았 지만 텔레포트 마법진을 제 나름대 로 개량해보았습니다.”

“오오,텔래포트 마법진을 말인

“공간 계열 마법은 다루기가 무척 힘들텐데……

마법사들의 눈빛이 빛나자 예런은 인상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허공에 직사각형의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예런은 그 곳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뭔가를 그렸다.

‘텔레포트 마법진인가. 직접 타본 적은 없지만……

천영은 아직까지 직접 타본 적은 없지만 공간 계열 마법이라는 것 자 체에 홍미가 상당히 깊어서 관련 서

적을 모조리 독파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런이 그리고 있는 마법진이 원래의 형태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이지는 그 마법진의 향연을 보고 선 눈을 빛냈다.

“흐응,대단하긴 대단하네. 싸가지 를 팔아먹은 대신 마법적인 실력이 올라간 게 아닐까 싶단 말이야.”

예런의 마법진은 점차 완성되어 가 기 시작했으며 그것에 대입되는 공 식과 프로그램,주문의 난이도 자체 가 고작 일개 학생이 생각해냈다고

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등급이라 는 사실에 마법사들은 입을 쩍 벌리 고 감탄하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그 중 몇몇 주문은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마법사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종류가 섞여있었다.

‘말도 안 돼! 저 오리진 마나 배양 공식을 공간계와 좌표에 결합시켰다 고? 대체 무슨 방법으로?’

‘저 문자는 대체 뭐지? 어떻게 저 런 방법을 생각해냈단 말인가……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완벽하게 파 악할 수 없는 마법진의 불투명함에

마법사들은 입을 다물고 침음을 홀 렸다.

“이보게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홈흠. 공간계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그,그렇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 네.”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 록 마법진을 완성시킨 예런은 손가 락을 내려놓고 미리 준비해왔던 스 크롤을 꺼내들었다. 두 장의 스크롤 을 각자 바닥에 펼쳐보이자 예런이 방금 전까지 그렸던 마법진 작게 그 려져 있었다. 예런은 그것의 위에다

가 사과를 올려놓더니 팔을 번쩍 들 었다.

“자,이게 제가 보여드릴 새로운 마법 입니다.”

“자네 뭘 하려는 겐가? 고작 그만 한 크기의 마법진으로 텔레포트를 시도하겠다고?”

“말도 안 된다네. 스크롤 자체에 내장되어있는 마나량은 아주 미약하 기 그지없어.”

하지만 예런은 그들의 말에 빙긋 웃어보이더니 이윽고 스크롤에 손을 가져다 대어 힘을 불어넣었다.

우우옹 거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푸

른빛을 내던 스크롤은 마침내 번쩍! 하고 강렬한 섬광을 뿜었다. 그리고 이내 왼쪽 스크롤에 있던 사과가 오 른쪽 스크롤로 이동했다.

“어떻습니까?”

“대,대단해!”

“이건 혁명이야! 자,자네 우리와 계약할 생각이 없나!”

“예끼 이 사람아. 장소는 가려야 지! 자자,예런 군,아니지. 메이지 예런,저번에 잡았던 일정 말인 데……

예런에게 쏟아지는 러브콜에도 정 작 본인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명백한 갑의 입장.

예런은 지금 이 순간 마탑의 길드 뿐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종 거대 규모의 ‘클랜’에도 마음대로 골라갈 수 있는 입장이 되 었다. 예런은 간이라도 빼서 넘겨줄 것 같은 마법사들의 유혹에도 아랑 곳 않고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더니 갑작스럽게 헤이지와 천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떻습니까,금색 별 마탑의 마법 사분들? 이번에 금색 별 마탑에서 두 명이나 찾아왔다기에 조금 놀랐 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예런은 천영의 손목

을 살펴보았다. 긴 소매에 의해 반 쯤 가려졌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금색 별 마탑의 심벌. 그것을 쳐다 보던 예런은 아주 잠깐 눈썹을 꿈틀 거렸지만 이내 미소를 다시 지었다.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금색 별 마 탑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정도 는 되지 않겠습니까? 아,잘 모르시 려나요? 왼쪽의 어린 소녀께서는 아 직 마법의 기초 단계를 간신히 배울 것처럼 보입니다만…… 뭐 대단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죠?”

분명히 자신을 지목하는 것이 틀림 없는 그 저격에도 천영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

면 이를 빠득 갈거나 소리를 꽥 질 렸을 천영이 이상하게 침묵을 유지 하고 있자 안시르엘이 그의 안색을 살폈다.

“……오빠,괜찮아?”

“오빠? 오빠.”

“어,응? 응. 괜찮아.”

멍하니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던 천 영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자 예런은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쯧. 제대로 이해조차 못하겠지. 왜 저딴 꼬맹이가 금색 별 마탑에

그런 속마음과는 다르게 예런은 예 의바른 청년의 가면을 유지했다. 그 는 재차 물었다.

“제 마법진에는 문제가 조금 있습 니다만 이번에 새로 들어오셨다던 메이지 ‘서천영’께서 그것을 보완할 만한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 습니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라면 가능하겠지요?”

예런의 그 말에 다른 마법사들이 옹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천영?”

“아,이번에 금색 별 마탑에 가입 했다던 그 어린……

“맙소사. 완전 꼬맹이가 아니던 가?”

“쯧쯧,메이지 레이븐도 다 늙었나 보군. 저런 손녀뻘 되는 꼬맹이

를……

마법사들이 천영을 보며 그렇게 수 군거리자 그제야 천영 역시 상황이 상당히 거지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대놓고 저격을 하세요. 성격 참 지랄 같다는 게 정말이었군.’

헤이지가 왜 예런의 싸가지를 논하 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천영에게 그런 것은 별 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저 마법진에서 아주 익숙한 것이 느 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저 언 젠가 읽었던 마법진을 보았겠거니 싶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생각하지 도 못했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마법진에는…… 드래곤의 언어 가 한 글자 섞여있어.’

고작 한 글자다. 고작,한 글자. 그 렇지만 그 한 글자가 가지는 파급력 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간이 마법진을 만들어 텔레포트를 성공시 키는 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인간들이 만든 미숙한 마법진에 강 제로 그 완성도와 기술력을 몇 단계 나 증가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언

‘인간이 드래곤의 언어를 이해한 것도 신기하지만 저렇게 마법진에 응용하다니. 천재는 천재인 모양이 지만…….,

천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모 습을 본 예런은 드디어 저 꼬맹이가 포기했다 싶어서 관중들을 향해 팔 을 펼쳐들며 이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마 이곳에 있 는 대부분의 마법사는 저것을 이해 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하며. 하지 만 예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청아하 고 순수한 마치 옥구슬이 흘러가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마법진에 대해 지적해드리겠습니 다.”

“……뭐?”

고개를 돌려본다. 예런은 목소리의 주인이 천영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이 마법진을 지적 하겠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기에 예 런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표정을 되찾았다.

“하하,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께서 지적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

웃기고 있군,건방진 꼬맹이가.

속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한 예런이 빙그레 웃자 천영은 강당의 정중앙

으로 짧은 다리를 놀려 걸어갔다. 그 다음 텔레포트에 성공한 사과를 들어올렸다.

“첫째로 이 마법은 생명체에게 사 용할 수 없습니다. 마나의 효율을 줄인 대신 공간에 구명을 내어 문을 여는 과정을 생략하고 그대로 물질 자체를 공간을 접어서 이동시키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을 견디려면 최소한 드래곤급은 되어야 하겠지.’ 천영은 그런 뒷말을 생략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점. 그 공간 이 일그러지는 여파를 견뎌내기 위 해서는 이 마법진에 사용되는 마나

량의 수 백 배가 넘는 에너지를 쏟 아 부어서 방어 마법을 설계해야만 합니다.”

“……잠깐만요. 이해가 되지 않는 군요. 공간을 접어서 이동시킨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천영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예런 이 되물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아직까지 허공에 떠있는 마 법진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러고선 의도적으로 그의 호칭을 바꿔서 불 렸다. 아직 마법사 자격증도 따지 못한 너 따위가 무슨 마법사 행세냐 라는 의미를 담아서.

“‘미스터’ 예런께서 양쪽에다 적어

둔 이 주문은 ‘공간’과 ‘좌표’를 의 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는 손가락으로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드래곤의 언어를 가리켰다.

“이것은…… ‘접어라’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굳이 덧붙여서 설명할 것 도 없이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접어 버립니다. 능동사에다가는 공간을 피동사에다가는 좌표를 설정했으니 원하는 좌표에 있는 공간을 접어서 이동시키겠군요. 이제 이 마법의 문 제점을 아시겠습니까? 인간은 공간 의 일그러짐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 것은 공간에 문을 열어 건너는 마법

인 텔레포트가 아니라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리는 파괴적인 마법이라는 뜻입니다. 그것도 이만한 마법진을 그려야 간신히 자그마한 물체를 무 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비효율적 인.”

그렇게 말한 다음 천영은 사과를 조겠다. 그것을 책상 위에 툭 던지 자 사과즙이 줄줄 흘러나왔다. 내부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 고 마치 무언가에 의해 짓눌린 둣 액체로 변해버린 그것들이 책상을 적셨다.

“마법진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입니 다만 아무래도 저 문자를 빼버리면

마법진의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니. 뭐…… 죄송할 따름이지 만…… 이 마법은 폐기 처분 해야겠 습니다. 이상입니다.”

천영은 그렇게 말한 다음 예의 바 르게 청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 던 예런에게 미소를 한 번 지어준 다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 면서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예런의 마법진에 대해 되풀이하며 생각했 다.

‘아무래도 예런은 저 문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어떻 게? 어디서? 용언(龍言)을 구한 거

지?’

추측을 해보자면 예런은 어디선가 저 언어의 존재를 알아챘으며 아주 우연히도 그 단어 중 하나가 ‘접어 라’라는 의미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한 예런은 공간 마법에 응용시 켰다. 그러자 마치 텔레포트가 되는 것 같은 마법이 완성되었다는 이야 기.

‘……용언이 라.’

천영도 내심 이 세계의 어딘가에 살고 있는 드래곤을 만나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 런 드래곤들은 이미 천 년 전에 모

두 모습을 감췄다고 하며 마지막으 로 남겨진 것은 그들이 사용하다가 버려진 ‘용의 유산’뿐이었다.

“이야,우리 뉴비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데?”

“아뇨,그냥 저 마법사 지망생의 마법에 구멍이 많았을 뿐이에요.”

헤이지가 작게 칭찬을 하자 천영은 일부러 다 들리라는 듯 크게 말했 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깔보고 비 아냥대려던 예런에게 작고 소소한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의 생각대로 다른 마법사들의 반응 이 상당히 잠잠해졌다. 방금 전까지 는 어떻게 해서 예런을 자신들이 데

려가려고 발버둥치던 마법사들은 서 로 눈치만 보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아니,몇몇 마법사들은 천영을 보 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자신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마법을 이해 하고 분석한데다가 그것의 허점까지 지적했다니. 금색 별 마탑에 벌써 속해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굉장히 뛰어난 마법사였다.

“천재라고 유명한 예런을 보러 왔 다가 진짜배기 천재를 보고 가는구 려.”

“껄껄,세상은 아직 넓은 것 같소.”

몇몇 마법사들이 떠들기 시작하는

것을 뒤로 한 채 천영은 헤이지를 이끌고 강당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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