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38화
그것은 동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예런 아르템,7세.
예런은 처음으로 마법이라는 세계 를 그 신비로운 학문의 매력을 환상 으로의 꿈을. 금색 별 마탑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 마법사는 금빛의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수수하면서도,절대 초라해 보이지 않는,로브 하나를 간단히
걸친 그 마법사는 인외(人外)의 존 재처럼 보이기도 했다.
땅거죽을 뒤집고,산을 깎아내리며, 바다를 가르고,천둥번개를 내려친 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재앙. 그러나 예런은 그 모습에서 공포 대 신 동경이라는 감정을 깨우치고 말 았다.
‘나도,저렇게 되고 싶어.’
마법을 동경하는 어린 아이들은 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리고 대부분 이 마법이라는 학문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가 비참한 재능에 절망하여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예 런은 달랐다. 그에게는 마나의 축복
이 내려진 것처럼,마법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처럼 그 모든 것이 쉽게 느껴졌다.
마법을 처음 접하자마자 그는 마법 진의 기초 형태를 이해할 수 있었 다.
마나를 숨 쉬듯 느낄 수 있었고 단전에 써클을 만드는 것은 다른 마 법사들이 몇 년이나 고생해가며 노 력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번에 만들어버렸다.
천재,그 중에서도 천재.
그것은 예런 아르템을 뜻하는 말이 었다.
탄탄한 집안,흔들리지 않는 재력, 아름다운 외모에 마법적인 능력과 리더쉽까지 전부. 신에게는 그에게 너무나도 많은 재능과 축복을 부여 했다. 예런은 그 모든 것들이 당연 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갔다.
22세가 되는 그 날까지.
“너는 금색 별 마탑에 들어올 자격 이 없다.”
예런이 4클래스를 달성한 직후,금 색 별 마탑에 달려가자마자 쫓겨나 며 들은 소리였다. 천재 중의 천재 였던 예런이 노력을 했던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금색 별 마탑에
들어가는 것. 자신이 동경하던 세계 를 제 발로 직접 걸어보는 것.
하지만 금색 별 마탑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금색 별 마탑의 가입 심사를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시험은커녕 간단한 면접조차 보지 않고 그대로 예런을 밖으로 쫓아내고 말았다.
금색 별 마탑에 대한 분노가 일어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참았다. 분명 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 이 자들은 아직 내 능력에 대해 모 르잖아?
그렇다면 증명을 하면 되는 것 아 닌가?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로드웰 아카 데미를 다니면서 오히려 교수를 가 르치는 지경까지 다다른 그의 마법 수준은 끝을 모르게 발전을 거듭했 다. 그런 예런에게 어떠한 소식이 들려왔다.
‘금색 별 마탑에 최연소 마법사가 가입했다.’
대략 그 정도일 뿐인 정보였지만 예런은 마법사 인맥을 동원하여 수 소문한 결과,그 최연소 마법사가 고작 10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 년이었으며 심지어는 금색 별 마탑 의 마탑주가 직접 찾아가서 캐스팅 을 했다는 말이 있었다.
질투심에 이를 빠득 가는 것도 잠 시. 예런은 곧 기회가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금색 별 마탑의 최연소 마법사가 직접 로드웰 아카데미에 찾아온 것 이다!
그것도 자신이 ‘정체불명의 문자’ 를 섞어가며 만든 주문의 시연식을 진행 중일 때 말이다.
‘기회다!’
예런은 주문을 발표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금색 별 마탑의 신입으로 추정되는 어린 소년에게 시선을 두 다가 수많은 마법 교수들이 보는 앞
에서 저 꼬맹이에게 망신을 줄 방법 을 간단하게 떠올리고 말았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마법사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마법에 대 해 설명해줄 수 있겠냐고 질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대답하지 못 한다면 예런이 여태 사교술을 하며 배워온 온갖 말빨을 이용해 천영을 깎아내릴 생각이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아무리 금색 별 마탑의 일원이 되었다지만 꼬마는 꼬마. 가진 재능을 금색 별 마탑주 에게 잘 보여서 가입은 했다지만 하 늘 아래 둘도 없는 천재인 자신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판단했다.
‘내 마법을 해석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소년,서천영은 예런의 마 법을 완벽하게 분해해버리고 말았 다. 심지어,자신조차 제대로 이해하 지 못한 ‘정체불명의 문자’까지 전 부.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가 개발한 공간전이 마법은 어째서인지 물건을 이동시킬 때마다 바스라지기 일쑤였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 지 못해 ‘불안정하다’라는 소개문과 함께 교수들에게 선보인 것이니까.
이 마법을 직접 조합해낸 예런조차 도 알 수 없었던 문제점을 저 서천 영이라는 소년은 보자마자 알아채고
지적한 것이다.
“폐기 처분 해야겠습니다.”
그것이 예런에게 꽂는 날카로운 비 수였다. 반박할 말이 없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예런은 슬쩍 천영의 옆에 서있던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헤이지를 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어떻게든 금 색 별 마탑의 일원에게 자신의 재능 을 인정해보이면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덤볐지만 상상 이상으로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는 대단한 존재였다.
‘망할,꼬맹이 주제에!’
하지만 생각 외로 기회는 또다시 돌아왔다.
로드웰 마법전! 전 세계 각지에서 젊은 마법사들이 자신의 마법을 뽐 내기 위해 모이는 장소. 예런은 이 곳에서 우승하는 것 따위는 목표조 차 되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단 하 나,완벽하게 우승을 거머쥔 다음 서천영을 불러내 일대일 마법전으로 완벽하게 박살내는 것!
금색 별 마탑의 일원을 일대일로 무너뜨렸다는 소문이 돌면 예런 본 인의 이미지가 높아질 것이 분명했 으며 분명히 금색 별 마탑 측에서도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봐줄 것이라
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전이란 즉 경험. 수 싸음의 중요성을 꼬맹이가 과연 알까?’
계획대로 아카메쉬 교수에게 메이 지 서천영에게 마법전을 관람하러 오게 해줄 수 없냐는 부탁을 하자 처음엔 끝끝내 거절하던 아카메쉬가 갑작스레 결승전 당일 그것을 수락 했다. 예런은 서천영과 일대일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와아아아아!”
만 단위가 가뿐히 넘어가는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메이지 서천영이 이
벤트전을 수락하자마자 경기장이 떠 나가라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예런은 그 순간 짜릿한 감각을 느 꼈다. 잠시 뒤 자신의 발밑에서 뒹 굴고 있을 천영의 모습을 머릿속으 로 그리며. 그 앞에 펼쳐질 천재들 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금색 별 마 탑의 일원이 된 자신의 모습을.
-참가자들, 모두 위치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예런은 바로 앞쪽 에 있는 경기장을 올려다보았다. 높 이 2m의 계단이 없는 정사각형의 경기장에는 마법사별로 각자 올라가 는 방법이 달랐다. 이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와 다름없었는데 고작 2m 높이의 경기장에 올라가는 것일 뿐 이지만 나름대로의 마법을 뽐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예런은 반대쪽에서 머뭇거리고 있 는 천영 쪽을 쳐다보았다. 관중들 역시 그제야 천영의 존재를 제대로 볼 수 있었는지 그쪽을 보느라 정신 이 없었다.
“뭐야,생각보다 더 조그마하잖 아?”
“몇 살이지? 키가 그냥 작은 건 가?”
“정말 마법사가 맞아?”
그들이 옹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다. 예런은 잠자코 천영이 하는 것 을 지켜보았다.
한참이나 멍한 눈으로 경기장을 올 려다보던 천영은 도움을 청하는 눈 빛으로 뒤쪽에 있던 구급 요원을 쳐 다보았다. 그 눈빛을 받은 요원은 난생 처음 도음요청을 받아본 바람 에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천영에게 다가가 그의 겨드랑이쪽에 팔을 집 어넣었다. 그 다음 번쩍 들어 올리 자 천영이 경기장의 바닥을 간신히 잡아,바동거리며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예런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 다. 아무리 수준 낮은 마법사라도 간단한 부유 마법을 사용할 지라도 마법을 이용해서 올라온다.
한데 요원의 힘을 빌려서 올라오는 꼬라지라니. 관중들 역시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예런은 발바닥을 쿵 굴렀다. 그러자 바닥에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얼음으 로 된 계단이 줄줄이 나타났다.
여태 예런은 수많은 등장 씬을 보 여준 것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열광 을 받은 바가 있었다. 공중으로 솟
구치기,바닥에 기둥 만들기,파도 타고 등장하기. 그의 개인기는 상당 한 눈요깃거리가 되었고 그만큼 기 대하는 사람 또한 많았다.
와아아!
얼음을 정교하게 계단으로 만드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만이 가능한 것이다. 4클래스가 된 예런 에게는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대단해 보였는지 열광이 들려왔다.
그 환호성을 만끽하며 예런은 천영 을 비웃었다. 고작 이 경기장 하나 올라오지 못해서 그런 꼴사나운 꼬 락서니를 보여줬냐는 식으로. 그제
야 천영은 이 경기장을 올라오는 방 식에 대해 이해했는지 볼을 긁적였 다.
‘아까 경기 시작 직전에 잠들어서 몰랐네.’
이미 지난 일인데 아무렴 어떠랴. 그는 그런 이미지 같은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천영 본인만 신경을 안 쓸 뿐 주변 사람들은 웅 성거리기에 바빴다.
“뭐야 올라와서 보니까 진짜 꼬맹 이잖아?”
“그냥 마법 아카데미 입학 조건에 도 안 맞는 수준인데?”
“금색 별 마탑은 무슨 그냥 마법 서적이나 읽을 줄 알면 다행인 것 같은데.”
그런 소리가 들려오자 천영은 자신 의 어린 외견을 탓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선 얼굴의 대부분 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획 집어 던지고 왼쪽 팔목을 걷어 시계 를 보여줬다.
명백히 금색 별 마탑 소속임을 증 명하는 마법진이 새겨진 손목시계. 천영은 그것을 보여줄 의도였으나 사람들은 다른 것을 보고 말았다.
“……예쁘네.”
“저,저 꼬마애 여자애 아냐?”
"와아,천사 같아."
“정말 남자 맞아?”
피곤에 절어 불그스름해진 뺨과 착 가라앉아서 깊은 내면을 감추고 있 는 듯한 금색의 눈동자,꼭 다물고 있는 연한 분홍빛 입술까지.
본래는 상큼한 분위기를 가졌을 터 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퇴폐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띄고 있는 아름 다움. 분명히 ‘소년’이라는 정보가 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오해 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외모가 드러 나자 관중들은 혼란에 빠졌다. 마법
전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조 금이라도 더 자신의 눈에 저 신이 내려준 예술 작품을 관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중들까지 생겨 날 지경이었다.
“근데…… 되게 힘들어 보인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천영은 아 직까지도 다 죽어가는 창백한 표정 이었고 덕분에 관중들에게 있어서 그의 이미지는 ‘병약한 꼬맹이’로 틀어박히고 말았다. 말 그대로 툭 치면 그대로 바스라질 것 같아 보이 는 소년. 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의 그 소년은 위태위태한 걸음걸이로 제 자리를
찾아서 걸어갔다.
-자 그럼,지금부터 메이지 예런과 메이지 천영의 마법전을 시작하겠습 니다!
위치에 을라선 예런과 서천영이 서 로에게 목례를 짧게 하며 예를 갖춘 다음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예런은 방금 전 우승 상품으로 수 여받은 금색의 지팡이를,천영은 마 땅히 꺼낼 것이 없어서 숟가락을.
“그걸 지금 무기라고 꺼낸 겁니 까?”
“그렇습니다만.”
“그런 숟가락으로 마법을 사용하신
단 말씀이십니까?”
“저는 콜라병을 딸 때도 숨가락을 씁니다.”
“지금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 다.”
“흠.”
예런의 지적에 잠시 고민하던 천영 은 숟가락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뭔 가가 생각났다는 듯 열은 미소를 지 었다.
“콩자반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을 씁니다.”
천영의 어처구니없는 대꾸에 뒤쪽 에 서있던 요원은 순간 ‘그건 좀 대
단하네.’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저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곧 후회하게 될 겁니다, 메이지 천영.”
“뭐 그랬으면 좋겠군요,미스터 예 런.”
묘하게 ‘미스터’라는 단어를 강조 해서 말하는 천영의 비아냥거림에 예런은 결국 발끈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이윽고 사회자가 경기 시작을 알리 는 외침에 예런은 금색의 지팡이를 천영에게 겨누었다. 마치 지금 당장 저 건방진 꼬맹이를 이 세상에서 지
워버리겠다는 듯한 눈빛을 한 채로.
화르록!
사회자의 경기 시작이라는 말과 함 께 예런의 지팡이에서 불꽃이 뿜어 져 나왔다.
캐스팅도 없고 주문도 없이 즉시 시전되는 마법이었기에 위력은 약했 다. 하지만 천영은 갑작스러운 공격 에 당황하여 팔을 쭉 내뻗었다.
그 다음 가볍게 손바닥으로 불꽃을 휘어잡아 바깥으로 쳐내버렸다.
« 〇 ” f....
예런 역시 유효타를 생각하지 않고 내지른 공격이었기에 가볍게 막힐
것 정도는 예상했다. 다만 방어 마 법도 시전하지 않고 맨손으로 막아 낼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하 지만 예런은 고작 이런 사소한 정도 로 당황하지 않았다.
우우옹,예런이 지팡이를 360도 회 전시키자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며 공기 중의 마나가 공명하기 시작했 다. 수많은 마법 문자가 순식간에 배열되기 시작했다. 마나가 엄청난 속도로 응집되어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에 마법 하나가 완성되었다. 천 영이 불꽃을 막아낸다고 시간을 허 비하는 사이 예런은 마법 하나를 완 성해낸 것이었다.
지팡이로 바닥을 찍자 쩌저적,소 리가 울려 퍼지며 사방팔방으로 바 닥이 갈라졌다.
언뜻 보면 대지 계열 마법이 아닐 까 싶을 정도로 땅에 큰 충격을 주 는 전격 마법이 발현되더니 하늘로 솟구치는 전기가 순식간에 천영에게 돌진했다.
“헐.”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영 이 손을 내뻗자 정면에 지름 lm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전격과 흰색 마법진이 충돌하자 쩌정! 하고 유리
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리며 두 개의 마법이 모두 소멸했다. 하지만 예런 의 마법 공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 다. 지팡이를 힘껏 휘두르자 불의 파도가 생성되어 경기장의 절반을 뒤덮을 기세로 맹렬하게 돌진하였 다.
이것이 바로 예런의 주특기 연속 캐스팅. 남들은 한 번에 마법 하나 를 제대로 완성시키기도 힘든 시간 에 에텐은 동시에 몇 개나 되는 공 식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주문을 배열하여 상대가 대응하기도 전에 몰아쳤다. 이 패턴으로 에텐의 공격 을 버틴 마법사는 이번 대회에서 3
명도 되지 않았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예런이 시작부터 맹공을 퍼붓자 그 화려함에 흠텍 취한 관중들은 예런 을 응원하기도 했고 몇몇은 천영을 걱정하기도 했다.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라지만 아무래도 겉모습이 작고 귀여운 아이처럼 생 기다보니 본능적으로 보호 본능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천영이 저런 공격에 버티 기는커녕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의 파도가 덮쳐오는 상황에도 천 영은 여전히 반쯤 감긴 눈으로 그것 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회자가 신이 나서 ‘아,위기 상 황입니다!’라는 등의 대사를 내뱉었 지만 천영에게 들리진 않았다.
‘위력이 이 정도면 차라리 아슬리 가 나을 정도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수도를 세우고 위 에서 아래로 휘두르자 놀랍게도 불 의 파도가 정확하게 두 갈래로 나뉘 어 정확히 천영이 있는 자리에만 피 해를 입히지 못한 채로 지나치고 말 았다.
천영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신 의 마법을 파훼하자 예런은 잠시 당 황했다. 전방위 실드를 사용하여 버 텨낼 줄 알았는데 마법을 사용하는 기색조차 전혀 보이지 않고 3클래스 급 마법을 간단하게 갈라버리다니!
‘좋아,조금 한다 이거지!’
예런은 캐스팅 중이던 마법을 방금 전 날려 보낸 불꽃의 파도와 결합시 켰다. 자그마한 소용돌이를 만드는 바람 계열 마법과 불꽃 파도의 결 합!
이미 발현된 마법 수식을 막 캐스
팅 중이던 마법과 합치는 것은 숙련 된 마법사도 쉽사리 할 수 없는 것 인데 예런은 그것을 아주 쉽게 해냈 다.
사방으로 열기를 뿜어내는 불꽃 회 오리가 천영을 꼼짝도 못하게 만들 었다.
“허어,예런이 작년에 비해 훨씬 발전했군요.”
“과연 대단한 인재입니다. 저 정도 면 바로 ‘특수 목적 마법부서’에 보 내도 되겠는데요?”
마탑에서 찾아온 고위급 인사들이 예런의 마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
원래 이런 마법전에 잘 찾아오지 않는 이들이지만 오로지 그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한 예런을 보기 위해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예런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컸고 곧 졸업할 예정인 예런을 어떻게든 데 려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 고 있었다.
“흠,그나저나 저 아이는 대체 정 체가 뭐죠?”
“아직까진 제대로 마법을 쓰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금색 별 마탑의 손목시계는 틀림
없는데……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감히 금색 별 마탑을 사칭할 수는 없었다. 만 약 금색 별 마탑을 사칭하다 걸리면 12개의 마탑에서 절대로 사칭범을 가만두지 않고 세상 끝까지 추격을 하게 되니까. 심지어 이렇게 많은 마법사가 모인 자리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금색 별 마탑의 손목시 계에 걸려있는 특유의 인첸트를 못 알아보는 마법사는 단 한 명도 없었 다.
불꽃의 소용돌이는 천영을 가둔 채 무자비하게 회전했고 그 내부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의 날카로운
칼날과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 심한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 다.
관계자들은 다급히 마법사 요원들 을 불러 모아 경기를 중지시킬 준비 를 했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상 황이 나오면 즉시 다수의 마법사들 이 나설 수 있도록.
하지만 예런의 표정이 영 좋지 못 했다. 그는 식은땀까지 뻘뻘 홀려가 며 소용돌이를 유지시키고 있었는데 이내 마나를 유지하지 못한 예런이 그것을 풀어버리자 화륵! 허공에 불 꽃이 흩어지며 그 안에 갇혀있던 천 영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늙은 마법사 한 명이 감탄사를 내 뱉었다. 특별한 마법을 보았기 때문 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감탄사가 나왔 다.
최소 4클래스에서 위력만 보자면 5클래스 정도나 되는 위력의 마법 속에서 천영은 그을림조차 없이 멀 껑한 상태로 걸어 나왔다. 졸린 눈 을 하고 있던 천영의 눈빛이 살짝 살아난 점이 그나마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천영은 바람에 의해 먼지가 묻은
로브를 툭툭 털어내었다. 명백히 상 대방에게 여유를 보이는 모습!
예런은 순간 열이 확 뻗쳐을라 발 을 쿵 굴렀다. 그러자 돌맹이 파편 수십 개가 공회전을 하며 그 표면이 날카롭게 변모하더니 천영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천영은 그것을 보 더니 숟가락을 쭉 뻗었다.
지이엉,소리를 내며 천영의 숟가 락 바로 앞쪽에 지름이 10cm도 채 안 될 것 같은 작은 마법진이 생성 되었다. 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궁금 할 정도로 너무나도 작고 하찮은 마 법진.
그 모습에 예런은 돌조각에 더욱
마나를 불어넣어 스피드를 높였지만 그 공격 궤도가 갑작스레 전부 비틀 리기 시작했다.
툭,투툭.
천영의 온몸을 구석구석 노리고 돌 진하던 날카로운 돌조각들이 전부 천영의 숟가락에 모여들어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마치 그 중심에 강력한 중력장이라도 생성되어 있는 것처 럼.
돌조각들이 뭉치고 뭉쳐서 거대한 바위의 형태가 완성되자 천영은 그 것을 옆에다가 쿵 내려놓았다. 그 다음 턱을 붙잡고 뭔가를 고민하더 니 자신 역시 바닥에다가 발을 굴러
서 돌덩어리를 튀어나오게 한 다음 작은 바위덩어리를 만들어서 그 위 에 얹었다.
……그것은 흡사 눈사람 아니, 돌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
“흐음,좋네.”
“……이 건방진 꼬맹이가.”
예런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