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46화
이혜림은 위호에 도착하자마자 정 복을 입은 남자의 안내에 따라 어딘 가로 향했다.
그곳은 호텔의 고층에 위치한 접대 실 같은 장소였는데 이곳에 원정대 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 이었다.
별 생각을 품지 않고 호텔로 들어 가 접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이혜 림은 의외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
깔끔하게 빛나는 금발에 푸른 눈동 자를 가진 전형적인 백인 미남,케 일런. 그리고 그의 동료인 대머리의 흑인 알렉트로트와 회색 머리의 여 인 네란이 뒤쪽에 서있었다.
케일런은 무뚝뚝한 얼굴로 이혜림 을 보자마자 고개를 까딱 숙였다.
“오랜만이다,이혜림.”
“……의외네. 오빠가 이런 곳에서 원정 대장을 하고 있을 줄이야.”
“사람은 지나면 바뀌는 법이지.”
이혜림은 케일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안으로 들어갔다. 쇼파
는 총 4방향으로 놓여 있었는데 케 일런이 정면에 앉아있었고 그의 바 로 맞은편에도 한 명의 인원이 앉아 있었다. 갈색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가 이혜림을 보고선 방 끗방끗 웃으며 손을 흔들자 그녀는 왠지 힘 빠지는 미소를 지었다.
“렌디,너도 있었구나.”
“응,누나 올만!”
경계심이 풀리는 듯한 혜림의 모습 을 본 케일런이 커피를 홀짝이며 말 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 이후로 오랜만 인 것 같은데. 이렇게 세 명이 모인
국적도 다르고 게임 스타팅 지점도 다르고 심지어 처음 만났을 땐 레벨 대도 달랐다. 함께 다닐만한 접점이 없던 세 명. 그런 그들은 언제부턴 가 함께 뭉쳐 다니게 되었다. 단 하 나의 연결점,서천영에 의해.
아주 먼 홋날 그들이 각자 유명해 진 이후부터는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다른 사람들이 알 면 놀랄만한 과거의 일일 것이다. 그들 세 명은 전부 비슷한 마법 스 타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혹시 서 로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것 이 아니냐는 말이 상당히 많았기 때
문.
그 말은 반쯤 맞으면서도 반쯤 틀 렸다. 그들은 몇 년 전,유저가 NPC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NPC들 을 갈아치운 뒤 더 이상 마법을 배 울 수 없게 되어 마법의 암흑기가 되었을 시절 서천영에게 ‘야매’ 마 법을 배운 삼인방이었다.
당시의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배운 스킬 하나하나가 매우 큰 가치를 지 니고 있음을 깨닫고 서로서로 숨기 고 감추는 데에 집중했다. 그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대현자 NPC 덕분에 마법의 암흑기가 벗어나게 되지만 그 이전
까지는 초보자들에겐 마법사라는 직 업은 정말 꿈도 희망도 없고 오히려 더 이상 직업을 생성할 수 없게 배 척당하거나 사냥당하는 직업이었다.
안 그래도 키우기 어렵고 복잡한 마법사의 인원수가 줄어들도록 크게 일조한 사건 중 하나.
서천영은 그때 이들을 만나서 마법 을 가르쳤다. 물론 당시의 서천영 역시 제대로 된 마법사는 아니었기 에 아주 야매로.
‘야야,잘 봐. 파이어볼은 그렇게 쓰는게 아니야. 여기 이렇게 기름을 뿌려놓고 바닥에 집어던지면 그냥 연막탄 저리가라 할 정도로 폭발
‘주문 코드는 바꿀 수 있어. 대련 할 때 아주 유용하지. 적을 양단하 라! 라는 주문에 실드 마법을 입력 하거나 블링크라고 외치면서 라이트 닝 볼트를 날리면 상대방이 겁나 당 황함.’
‘그거 알아? 실드에 좌표지정 마법 진만 쏙 빼면 들고 휘두를 수 있어. 이걸로 때리면 겁나 아프거든?’
‘후각을 공격하는 중독 마법을 본 인한테 걸고 방귀 뀌어본 적 있냐? 푸하하하,순식간에 l〇〇m범위 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후각 마비에 걸 리던데!’
당시의 그는 절대 정상적인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남들 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비전 마법도 없고 필 살기 급의 마법조차 가지지 못한 천 영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마법을 사용하기에 이르렸다. 그리 고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 보자들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건 어 찌 보면 아주 잔악무도한 행위를 벌 인 것이다.
언제나 갑옷을 입고 몬스터의 정면 에 당당히 서서 마법을 펼치는 천영 의 마법은 그렇게 그들의 머릿속에 서서히 각인되었다. 보스가 방망이 를 휘두르면 실드로 막는 것이 아니
라 바닥에서 바위 송곳을 생성해 방 망이를 명중시켜버려 저지시키는가 하면,보스가 마구잡이로 달려들 때 는 바닥에 얼음의 장판을 형성해 슬 라이딩을 해서 반대쪽으로 넘어가곤 했다.
위험천만하고 상식 밖의 행동들이 었지만 초보자들이던 그들의 머릿속 에는 아주 신선하게 각인되었다. 결 국 천영은 장남삼아 그들에게 이런 정신 나간 마법을 가르쳤지만 아주 재능이 출중했던 삼인방은 훗날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거물급 의 마법사가 되고 말았다.
케일런의 오른쪽에 있는 쇼파에 앉
은 이혜림은 네란이 자신의 앞에 커 피를 가져다 놓자 그것을 집어 들고 홀짝거렸다. 비싸진 않지만 익숙한 맛. 아메리카노였다. 렌디가 이혜림 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누나,천영이 형 소식에 대해 뭣 좀 아는 거 있어?”
“……안 그래도 지금 서천영을 찾 는 중이야.”
그 말에 케일런이 조용하게 말했 다.
“어디까지 찾았지?”
“모르겠어…… 그저 동명이인의 넥 스터가 넘어왔다는 사실 말고는.”
“동명이 인?”
“응,금색 별 마탑의 어린 마법사.”
혜림의 그 말을 들은 케일런은 피 식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생각보다 도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까지 도달한 채 정답을 알아채 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생각보다도 재미있었다.
케일런은 얼마 전 로드웰 마법전을 구경하러 갔다가 보계 된 자그마한 소년을 상기해냈다.
무식하게 숟가락으로 불길을 바람 마법으로 갈라버리는 행위나 상대방 의 마법을 마법으로 대응하지 않고
단순무식하게 육탄전으로 돌파해 버 리는 그 방식은 절대 아무나 사용하 는 것이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갑옷 도 벗어버리고 키도 상당히 작아져 버린 모양이었지만 그럼에도 케일런 은 알 수 있었다. 그 소년이 서천영 이라는 사실을.
“천영이 형과 동명이인? 그 형 이 름 흔한 이름이 아닌데. 되게 신기 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그 천영이라는 이름의 마 법사는 어디 있는데? 나도 나중에 만나봐야겠어.”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별 생각도 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던 케일런은 다음 순간 혜림의 말에 몸을 움찔 떨었다.
“이곳에 와있다고 들었어.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던전에 참여하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데.”
“……잠깐 서천영이 여기에 와있다 고?”
케일런이 혜림에게 그렇게 묻는 순 간 접대실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대화의 맥이 순간 끊어지자 한숨을 내쉰 케일런이 들어오라고 말하자 푸른 머리칼의 넥스터 란팔로가 들
어와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혜림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 을 빛냈다. 이전에 란팔로에게 따로 서천영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기 때문 이다. 그리고 란팔로는 성공적으로 일을 끝마친 모양이었다.
“실례합니다. 메이지 서천영을 모 시고 왔습니다.”
“에…… 그러니까. 메이지 서천영, 레벨 125. 나이는 2…… 8? 마,맞 나요?”
끄덕끄덕.
닭꼬치를 우물거리면서 신상 정보 를 적어서 건네주자 갈색 단발머리 의 여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종이에 그것을 받아 적었다.
아무래도 루블랑의 신전에 참여하 고자 하는 의향이 있는 모든 넥스터 를 데려갈 수는 없으니 이렇게 참여 의사가 있는 넥스터들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두고 나중에 따로 연락을 날리는 방식으로 채택하는 모양이었 다.
난데없이 면접을 보는 느낌이었지 만 천영은 별 불평은 하지 않았다.
여인은 종이에 적힌 나이와 천영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어색하게 웃음을 홀렸다.
“그 저기…… 레벨이 너무 낮으시 고…… 또 나이도 거짓말을 치시는 것 같은데……
결국 또 너무나도 뻔한 자세로 나 오자 천영은 한숨을 푹 내쉬고 왼쪽 손목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금색 별 마탑의 상징,금색의 손목시계가 있 었다. 그것을 본 여인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더니,고개를 마구마구 끄덕였다.
“화,확인했습니다. 참고 사항에 적 어두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천영이 원정대에 참 여하는 데에 있어서 별 걱정을 하지 않던 이유이기도 했다.
레벨이 낮은 것과는 별개로 천영은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이다. 그 정 도의 마법사라면 레벨이 낮더라도 충분히 껴줄만한 이유가 될 것이라 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이지인지 뭔 지 하는 여자가 와서 구시렁거려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여인이 허겁지겁 뭔가를 종이에 받 아 적고 서둘러 일어나 어디론가 향 하자 천영은 찰랑거리는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헤집었다.
“에휴,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 나.”
하지만 그런 짜증도 닭꼬치를 다시 입에 집어넣자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하나 더 사먹어야지.”
술닭꼬치는 위호의 명물이라고 한 다. 취향을 상당히 많이 타긴 하지 만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닭꼬치에 듬북 절여서 먹으면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혀서 취해버린다고 한다. 여 러 가지의 의미로.
천영은 드래곤 브레스로 이 닭꼬치 를 절여서 먹었는데 중독성 있는 그
맛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미 그는 7개째 닭꼬치를 해치웠다. 그리고 닭꼬치를 몇 개 더 주문한 다음 한 복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아무래도 면접 비슷한 걸 보는 탓에 장비를 입고 있어서 닭꼬치가 옷에 묻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닭꼬치를 팔던 아저씨는 천영이 복 스럽게 먹어치우자 아예 몇 개 정도 를 서비스로 줬는데 천영은 그마저 도 좋다고 받아먹어서 서서히 배가 불러왔다. 그렇게 한참이나 서서 닭 꼬치를 먹고 있는데 안시르엘이 그 를 찾아왔다.
“오빠,슬슬 원정대에 데리고 갈
사람을 알려준다는데.”
“응,가자.”
못내 아쉬웠던 천영은 양손에 각각 닭꼬치를 하나씩 든 채로 약속 장소 인 위호 호텔로 향했다. 그곳에 들 어서자 로비에는 쟁쟁한 장비를 착 용한 넥스터들이 우르르 몰려있었 다.
셀라임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당연하게도 또다시 세 이지라는 여자에게 시비가 걸린 모 양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는 새로 구했어?”
“응? 아니,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아하핫,웃긴다,얘. 뭐 네가 던전 에 참여할 생각이 그렇게 없다면야 이해는 해줄게.”
“무슨 소리야. 나 이 던전 꼭 가고 싶었던 곳인데?”
“푸흡,꼭 가고 싶다면서 그런 꼬 마나 데리고 다녀?”
“꼬마 아닌데. 너보다 나이 많아.”
세이지는 셀라임을 놀리면서도 가 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뭔가, 뭔가의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서 놀 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짜
증이 났다.
‘하여튼 재수 없는 년.’
셀라임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 따 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대웅 을 하자 슬슬 열이 뻗쳐왔다. 하지 만 숨을 크게 들이쉬며 참았다. 어 차피 곧 있으면 결과가 발표될 것이 고 제대로 된 마법사가 없는 그녀의 파티는 떨어져나갈 테니까. 어쩌면 셀라임과 안시르엘은 파티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워낙 그 명성 이 대단하니까. 하지만 천영이 빠지 게 된다면? 그들로서도 상당히 곤란 할 것이다.
‘후후,조금만 두고 봐.’
세이지가 피식피식 웃음을 홀리고 있을 때 천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타났다. 긴장조차 하지 않는 너무 나도 활기찬 모습에 순간 어이가 없 어졌지만 세이지는 고개를 휙획 흔 들었다. 아무래도 꼬맹이라 생각이 없는 탓이라고 판단하며.
“꼬마야,여긴 어찐 일이니?”
“응? 곧 발표하잖아.”
이 꼬맹이가? 시작부터 반말을 내 뱉는 천영에게 순간 욱할 뻔 했으나 세이지는 어른인 자신이 일단은 참 는 편이 좋겠다며 꾹꾹 눌러 삼켰 다.
“내가 말했잖니. 너에게는 해당사 항이 없다고.”
“그래? 닭꼬치 먹을래?”
“나 먹을래.”
아예 자신을 병풍 취급을 하며 저 들 좋을 대로 이야기를 나누자 세이 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대 놓고 무시를 당한 적이 얼마나 있던 가.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그녀였기에 이 런 대우는 상당히 화가 치밀어 올랐 지만 그래도 참고 또 참았다. 어차
피 곧 있으면 그들을 비참한 표정으 로 돌아가야만 하는 운명이었으니 까.
‘건방진 꼬맹이……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천영이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닭꼬치를 거의 다 비웠을 무렵 누군가가 그들을 향 해 다가왔다.
세이지는 자신이 아는 익숙한 얼굴 이 다가오자 반가운 표정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 다.
“란팔로 오빠,안녕하세요.”
“그래.”
깔끔한 옷차림을 한 란팔로는 제법 분위기와 핏이 살아나는 남자였다. 세이지가 수줍은 소녀처럼 인사를 건넸지만 란팔로는 별 관심도 주지 않고 살짝 고개만 끄덕이더니 그녀 를 지나쳐버렸다. 그러고선 뒤쪽에 있는 간의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던 천영에게 말을 건다.
“메이지 서천영,위층에서 당신을 만나 뵙기를 원하는 분이 있습니 다.”
“응?”
“앵?”
세이지도 천영도 심지어는 셀라임
과 안시르엘도 뜬금없는 방문에 놀 랐다. 천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금색 별 마탑이라는 사실을 알려 줘서 그런가? 하긴 손수 찾아올 정 도로 금색 별 마탑이 대단하긴 하 지.’
대충 추리를 끝낸 천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이지는 뭔가 상황이 이 상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뭐지? 위층에 기다리고 있을만한 사람이면 원정 대장인 케일런 씨밖 에 없을 텐데……
세이지가 무슨 생각을 하던 관심도
없었던 천영은 가볍게 폴짝 뛰어서 란팔로를 따라 나섰다. 셀라임과 안 시르엘 역시 천영을 쫓아가며 멀어 지는 세이지의 표정을 확인한 다음 고개를 저었다.
“어휴,재는 언제까지 저럴 생각이 야.”
“괜찮아. 곧 있으면 철들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이나 올라 가자 대문짝만한 문이 달린 접대실 이 나타났다.
란팔로는 앞장서서 접대실의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말 이 들리자 란팔로는 문을 열고 안쪽
에 있는 누군가에게 짧게 목례를 했 다.
“실례합니다,메이지 서천영을 모 시고 왔습니다.”
그러자 안쪽에서 누군가가 오두방 정을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익숙한 그 목소리에 천영은 순간 불 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내 빼기에는 란팔로가 어서 안으로 들 어가 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 어서 늦었다.
결국 별 일이야 있겠어? 라는 마 음으로 천영은 접대실 안쪽으로 들 어섰고 표정이 뻣뻣하게 굳고 말았 다.
“오랜만이다,서천영.”
그곳에는 아주 익숙한 얼굴 세 명 이 나란히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 었다.
꿀꺽.
침을 소리가 나도록 삼킨 천영은 도주 경로를 계산했다.
‘젠장 왜 하필 여기서 이런 모습으 로……
하지만 그런 천영의 마음을 란팔로 가 먼저 알아챈 것인지 셀라임과 안 시르엘마저 접대실 안쪽으로 밀어 넣은 그는 문을 닫아버리고 흘연히 사라졌다. 졸지에 접대실 안쪽에 갇
혀버린 천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 다. 만나고 싶었던 얼굴들 그러나 지금 당장 만나기에는 조금 껄끄러 운 이들.
천영은 이들이 그리픈으로 넘어와 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은 둘째 치 고 적어도 이 세 명을 만나게 된다 면 최소한 어른의 모습으로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쩌랴. 이렇게 마주쳐버 린 것을. 천영은 케일런을 향해 말 했다.
“……케일런,오랜만이긴 한데. 나 알아보겠어?”
그의 질문에 케일런이 입꼬리를 살 짝 비틀었다.
“당연하지. 너를 내가 어떻게 못 알아보겠어?”
그 미묘한 분위기에 렌디가 쇼파 위에서 엉덩이를 마구 들썩였다.
“뭐야뭐야,케일런 형 뭔데? 누구 야?”
“누구긴.”
이혜림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으 로 서천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가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던 이미 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소녀 아 니,소년이 익숙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귀찮아하는 표정,말을 하기 싫 을 때면 머리를 살짝 흔드는 버릇과 불안할 때면 손을 주머니 속으로 꽂 아 넣는 행동까지. 이혜림이 1년 가 까이 지내면서 알아낸 서천영의 버 릇이었다.
케일런은 아예 웃음을 감추지 않 고,이를 드러내 보이며 미소를 지 었다.
“우리에게 이상한 마법을 전수해버 리고선 도망쳐버린,그 서천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