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64 화
유비탄의 저택에서 나온 천영은 근처에 있는 여관에 찾아갔다. 네 청은 천영에게 지금 바로 로비탄 이라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게 아 니냐며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 었다.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요.”
“그렇군.”
그러자 네청은 군말 없이 천영을
따라왔다. 아무래도 천영의 뒤를 쫓아다니며 뭔가 배울 점을 찾는 입장이다 보니 그의 의견을 거의 100% 존중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이인실로 주세요.”
“어머나 언니랑 같이 견학 왔니?”
현재 천영의 복장은 연한 청색 스키니진에 살구색의 후드티 같은 살구색의 스냅백을 뒤집어쓴 채였 다. 나름 보이쉬함을 강조하기 위 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도 불구 하고 이런 오해를 받아버리자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관 주인은 이런 도시 에 타지에서 찾아오는 어린애들이 거의 없어서 삭막하네 뭐네 하면 서 떠들어댔다.
한참이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천영은 간신히 수다를 뿌리 치고서 자신의 방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침대에 풀썩 몸을 내던진 다음 얼굴을 베개에 처박고 있던 천영은 자신의 옆에 네청이 얌전 히 앉자 그제야 여자와 한 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로서 욕구를 전혀 해소할 수 없는 상태로 시간이 꽤
흘렀다보니 감각이 무뎌진 모양이 다.
‘이대로 내가 남자라는 자각까지 잊어버리면 정말 큰일 날 텐데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던 천영은 몸을 뒤집은 다음 인벤토리에서 낡고 오래된 책 하나를 꺼내서 펼 쳤다. 오래된 고전 게임에 관한 책 이었다. 너무나도 오래되고 낡은 책에 실려 있는 게임들이라 이제 는 사라진지 오래된 것들.
천영은 거기서 아까 유비탄에게 서 배운 게임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다.
아마 현대에 이르러서는 아는 사 람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지 않 을까 싶을 정도로 복잡하고 룰도 유비탄에게 들었던 것보다도 방대 한 게임이었다. 천영은 그것을 꼼 꼼히 읽으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 동안 천영은 이 나비탄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공장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관광 비슷한 것을 했 다. 아니, 마법사들이 천영에게 쩔 쩔매는 꼴을 보면 관광이 아니라
시찰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는 블랙 티타늄 아머를 생산 하는 곳입니다. 순도에 민감한 티 타늄을 위해 매일 일과가 끝나면 먼지 청소를 해서 환경 또한 매우 좋지요.”
“그렇군요.”
이곳은 나름대로 볼거리가 상당 히 많았다. 당연하지만 이 세계에 는 책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 들이 상당히 존재했다. 특히 이런 공장 지대에 관해서는 시대가 흐 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 에 천영의 머릿속에는 전혀 들어 있지 않는 것들이 존재했다.
마법 무구들이나 특이한 발명품 등이 생산되는 것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왠지 관계자들이 식은땀을 홀리며 긴장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에게 괜히 트집이라 도 잡혔다가는 상급자에게 된통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표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그제야 천영은 자신의 처지를 생 각해냈다. 천영은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즉 모든 마탑의 마법사들 중에서도 최상급에 위치한 존재.
‘……군부대에 난데없이 쓰리스타 가 들이닥친 격인가.’
평화롭게 일하고 있었을 터인 그 들의 사이에 금색 별 마탑의 마법 사 하나가 뚝 멸어지면 그대로 풍 비박산이 일어난다. 아마 유비탄에 게서 천영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이 공장의 직원들은 그날로 집합해서 대청소를 실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는 적당히 숨기고 다녀야 겠어.’
천영은 지구에 있을 때부터 넥스 트를 플레이할 때까지 전부 높은 위치가 아닌 말단의 위치에서 살 아왔기 때문에 그들의 심정을 완 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했
다. 그러니 반 년 전만 해도 비숫 한 처지였던 그들이 싫어하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아마 지금 공장 의 직원들은 천영을 괜히 원망하 고 있을 수도 있었다.
“좋은 구경 했습니다. 상당히 깔 끔하고 좋네요.”
“가,감사합니다.”
일부러 직원들이 들으면 기분 좋 을 소리만 해준 다음 천영은 공장 을 빠져나왔다. 정말로 시찰을 온 것이면 저 위치에 저건 대체 왜 있느냐 저런 건 비효율적이지 않 느냐 직원들의 태도가 불량이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트집을 무한
정으로 잡을 수 있겠지만 천영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공장을 구경하면서 실컷 호기심 을 푼 천영은 점심시간이 되자 다 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네청은 천영이 공장 구경을 한다 는 말에 자신은 별로 궁금하지 않 다며 드래곤의 정령인 파트라슈와 대화를 하겠다고 남아있던 참이다.
-그래,그렇지! 크크크,좀 더 분 발해 보라구.
“어렵군.”
“……뭐야?”
왠지 돌아오니 네청과 파트라슈
가 포커를 하고 있었다. 천영은 의 심스러운 눈빛으로 파트라슈를 쳐 다보았다. 그의 품에는 상당히 많 은 양의 금전이 쌓여 있었다. 원래 는 네청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
네청은 천영이 돌아오자 싱긋 웃 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왔는가. 여기 드래곤의 정령이 직접 용이 될 수 있는 수련법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배우고 있던 참이다. 이 포커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군. ‘게임’이라는 것은 정말 생 소한 콘텐츠다.”
- 하핫.
그녀는 천 년이나 살아온 영물이 다. 하지만 그 천 년이라는 세월을 거의 금욕적인 삶,즉 깨달음을 얻 기 위해 수행에다가 대부분의 시 간을 쏟아 부었을 것이다. 당연하 게도 술,담배에 관해서는 백지라 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몰랐고 도박과 관련된 것들에 대 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네청은 정말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 는 순수하고 깨끗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네청에게 약팔이를 하는 게 바로 용의 정령
이라니. 천영은 어처구니가 없어져 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파트라슈의 몸통을 낚아챈 다음 팔을 마구마구 휘둘렀다.
“년 누구 닮아서 그따구냐? 응?”
-으,아,악! 다,다 주인한테 배 웠지! 으악! 살려줘.
멈칫. 파트라슈의 그 말에 천영은 행동을 멈췄다. 그러고 보면 정령 은 주인을 닮는다고 했다. 천영은 아직까지도 아무것도 모른 채 자 신의 패를 바라보고 있는 네청을 쳐다보았다. 왠지 죄책감이 파도처 럼 밀려들었다.
“같이 죽자,파트라슈. 너의 이름 을 지을 때부터 우린 얼어 죽을 운명이었어.”
-으악,싫어! 난 살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파트라슈를 바닥 에 내동댕이 쳐버린 천영은 한숨 을 내쉬며 네청의 앞에 주저앉아 늘어져 있는 패를 주섬주섬 치우 고,돈도 돌려줬다.
“이건 용이 되는데 있어서 별로 좋지 않아요.”
“그런가? 나름 재미있었는데. 따 는 재미도 쏠쏠하고.”
천영은 네청의 앞에 있는 돈을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5골드짜리가 3개 놓여 있었다. 아 무리 봐도,파트라슈가 그녀에게 재미를 붙여준 다음 더 뜯어먹을 속셈으로 일부러 져준 티가 팍팍 나는 금액이었다.
‘이무기를 도박의 길로 빠트리려 고 하다니……
과연 드래곤의 정령이라고 해야 할까. 빨리 알아채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네청 님,저 좀 도와주 실 수 있겠습니까?”
“무얼 말이냐?”
“저와…… 마법전(魔法戰)을 해주
십시오.” “흠?”
네청은 의문을 품었다. 로비탄에 게 찾아가지는 않고 이래저래 도 시를 돌아다니다가 이번에는 마법 전 신청이라니. 하지만 그녀는 이 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드래곤 이 하는 행동이다. 뭔가 이유가 있 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크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알겠다.”
장소는 1년 전 폐업을 한 공장의 부지였다. 지금은 건물을 모두 철 거해버리고 널따란 공터밖에 남지 않은 장소. 주변에 사람도 없고 건 물도 없으니 마법전을 하기엔 딱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천영은 머리끈으로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꽉 틀어서 묶었다. 장비 는 일체 착용하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다. 연습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법전을 시작하게 되면 기본적 으로 각자의 마법 도구를 꺼내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천영과 네청,둘 다 그런
마법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네청은 양손바닥을 모으고 기운을 집중시키고 있었고 천영은 마치 무술가를 연상케 하는 낮은 자세 를 취하고 있었다.
천영과 네청은 눈을 마주했다. 시 작 신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때가 되면 서로의 마법이 발동되 는 것 그게 바로 시작 신호나 다 름없었다.
가장 먼저 네청이 마법을 캐스팅 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 르게 배열되는 술식과 마법 문자 들 그 사이를 써클이 파고들어 마 법을 완성시킨다.
퉁,투퉁!
보이지 않는 공기의 탄환이 천영 을 향해 쏘아졌다. 일반적인 탐색 전. 네청은 천영이 발동하는 마법 의 시간과 실드의 종류 그리고 그 질과 지속 시간을 모두 재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마법을 사용했으나 천영은 그 마법을 마법으로 대응 하지 않았다.
옆쪽으로 몸을 굴린 다음,발바닥 에 순식간에 마나를 집약시킨 다 음 폭발적인 속도를 얻어 네청에 게 돌진한다. 서로의 거리는 대략 20m 정도였지만 가까이 달라붙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채 걸리
지 않았다. 하지만 네청은 손을 휘 둘러 일정 범위 내의 적을 강제로 밀어내는 돌풍을 발생시켰다. 천영 의 타입을 이해했다는 듯 마법의 종류를 바꿔서 사용한다.
‘저런 타입의 마법사는 이토록 오 래 살았지만 난생 처음 보는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네청은 천영 이 사용하는 마법을 일일이 눈에 각인했다. 천영의 마법은 아주 독 특했다. 자신만의 마법 체계에, 드 래곤의 재능, 거기에다가 신체를 직접 움직여 싸울 수 있는 골렘의 마격투술까지 합쳐지니 마법사로 서는 그야말로 카운터라고도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법도 사용하면서 근접전까지 능숙하다. 비록 천영이 제대로 된 근접격투술을 배우진 않았기 때문 에 마격투술에 있는 기본적인 움 직임만을 구사할 뿐이지만 그것만 으로도 충분히 마법사들의 혼을 빼놓는 데에는 충분하리라.
물론 네청의 앞에서는 그저 어린 아이의 재롱일 뿐이었다.
천영은 최대한 네청에게 근접하 여 손에 마법진을 형성해 초근접 에서 적의 내부를 파괴시키는 공 기의 파동,무협지의 단어로 따지 자면 발경 비슷한 기술을 완성시
켰다. 하지만 그의 손바닥이 네청 의 복부에 닿는 순간 마치 스프링 이라도 건드린 것처럼 뒤로 크게 튕겨져 나간다. 공중에서 몸을 회 전시켜 허공을 밟고 재도약해 바 닥에 착지한 다음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가린 다음 잽싸게 네청의 뒤로 돌아가 킥을 먹였지만 그녀 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서 보이 지 않는 장막으로 발차기를 막아 냈다.
그러면서도 한손으로는 마법을 완성해 천영을 향해 쏘아낸다. 바 로 앞에서 광역으로 뿜어져 나오 는 불꽃의 향연!
천영은 황급히 몸에다가 물방울 을 둘렀지만 금세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몸에 불이 붙 은 채로 포기하지 않고 네청에게 접근했다. 그의 의지에 감탄하며 네청은 오른손으로는 방어 마법을, 왼손으로는 공격 마법을 캐스팅했 다. 천영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더 라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천영이 자세를 낮추고 접근해 네 청에게 손을 뻗는다. 공격이라고 생각한 네청은 방어하기 위한 마 법을 발동시키려고 했는데 그의 자세가 뭔가 이상하단 것을 깨달
았다. 천영에게서 특이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이상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마치 마나 자체가 의지 를 가진 것처럼 네청에게 달라붙 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응?”
네청은 그것의 정체를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든 방어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오 른손을 내뻗는 순간,천영이 그런 네청의 오른손바닥에 자신의 손을 마주 댔다.
직후 네청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정말로 찰나라고 할 수 있 는 짧은 틈이었다. 그녀와 그의 작
은 손바닥이 마주한 시간은 겨우 0.5초 남짓. 하지만 그 틈에 천영 은 네청의 급조된 방어 마법을 거 의 50% 가까이 ‘해킹’하고 말았 다.
‘이게 무슨……
하지만 네청이 황급하게 마법을 흐트러 버리는 바람에 그것은 실 패. 반대쪽 손을 내뻗어 얼음의 송 곳을 하늘에서 멸어뜨리자 천영은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르며 그것들 을 피해내며 거리를 벌렸다.
“허억,허억.”
천영이 숨을 고르는 것을 보며
네청은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보았 다. 아무리 급하게 만든 마법이라 지만 설마 타인의 마법에 저토록 빠른 시간 만에 간섭할 수 있다니. 오랜 세월 마법이라는 학문을 공 부해온 네청 조차,감히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마법에 함부로 간섭했 다가,상대가 그것을 역류시켜버리 면 오히려 본인의 마나 써클이 크 게 피해를 입는다. 그 뿐만이 아니 라 해킹에 성공하더라도 방금처럼 반격을 당하게 되면,어처구니없이 큰 피해를 입고 쓰러질 수도 있다.
물론 드래곤인 천영의 마나 써클
은 ‘드래곤 하트’이다. 비유하자면 남들은 젤리 같은 강도의 연약한 마나 써클을 원반의 형태로 이루 고 있지만 천영은 써클 자체가 존 재하지 않고 하나의 단단한 구체 로써 그 자체가 동력이다.
마법 실패에 따른 리바운드는 다 른 마법사들에 비해 거의 받지 않 으며 써클이 돌아가는 것으로 고 등급의 써클 마법을 사용하는 마 법사들과는 다르게 그런 틀에 박 힌 형식을 벗어나 자신만의 특이 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게 바 로 드래곤이다.
‘하지만 이런 마법을 연습하는 이
유가 뭐지?’
지금까지 천영이 보여줬던 행동 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 다. 왜 굳이 접근을 하려고 하느 냐,왜 위험을 무릅쓰고 마법을 직 접 파고드느냐. 그것은 네청의 마 법을 간파하여 직접적으로 그녀의 마법을 빼앗아가기 위한 행동이었 다.
마치 천영은 상대방이 사용하는 전략을 자신의 것으로 유연하게 돌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만 같 았다.
쿵,쿠쿵!
천영과 네청의 마법이 충돌하는 여파로 진동이 크게 울려 퍼지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 했다. 그들은 나름 사람이 없는 멀 리까지 피해왔지만 인간의 호기심 이란 생각보다도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것들이었다.
“저게 누구지?”
“왼쪽의 저 꼬마는 금색 별 마탑 의 그 마법사 아냐?”
“그럼 오른쪽은 누구지. 엄청 강 해 보이는데.”
“멍청아. 저렇게 막상막하로 싸우 는데 누구겠어. 똑같은 금색 별 마
탑의 마법사겠지.”
마탑의 하청업체가 모여 있는 곳 이니만큼 이곳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마법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지금 천영과 네청이 사용하는 마법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 임을 보이며 신출귀몰한 전투를 벌이는 천영과 도대체 언제 캐스 팅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초고 속으로 연산하며 마법을 난사하는 네청의 전투.
언뜻 보면 네청이 완벽하게 천영 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들
의 싸움은 ‘어떤 의미로는’ 막상막 하였다. 마법을 발동시키는 와중에 천영에게 해킹당하지 않도록 주의 해야만 하는 네청과 반대로 그것 을 빼앗아가기 위해 애를 쓰는 천 영.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던 싸움의 결판은 의외로 허무하게 끝이 나 고 말았다.
천영은 자신의 공격에 허수를 담 아 발동한다. 정면으로 마나탄을 발사하다가도 금세 태세를 전환하 여 발차기를 먹이는가 하면 주먹 을 내지르다가도 불꽃의 구체를 난사하기도 한다. 그런 점을 알고
있기에 네청은 언제나 천영의 모 든 공격에 다음의 다음 수까지 생 각하며 대응을 하곤 했는데 천영 은 일부러 다음의 수를 생각하는 척 하며 직설적인 공격을 가했다.
손바닥을 너무나도 뚜렷이 보이 는 루트로 네청에게 내지른 것. 당 연히도 네청은 그것이 거짓이라 판단하였다. 이대로 저것에 속아 마법 캐스팅을 끊으면 자신이 속 아 넘어간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역으로 천영에게 공격하기 위한 마법을 발사했지만 천영은 그것을 강제로 뚫고 넘기며 네청에게 손 바닥을 마주하는 것에 성공했다.
짜악!!
순간,정적.
네청의 손바닥에서 그려지고 있 던 붉은색의 자그마한 마법진에 테두리가 하나 씌워진다. 그것은 푸른색의, 불꽃과는 정반대의 속성 을 띄고 있는 물 속성의 마법.
네청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손 바닥에서 서서히 속성이 변화하고 있는 마법을 쳐다보았다.
그 찰나의 틈에 천영은 자신의
마법을 완벽히 파고들어 정반대의 마법으로 역산하는 것에 성공했다.
“후욱,후……
천영은 온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고 옷 또한 잔득 찢어진 상태였 고 지금 이 순간도 눈이 감겨오고 있었다. 그에 비해 네청은 상처 입 은 곳이 거의 없었으며 땀조차 한 방울도 홀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네청이 승리한 상황. 하지만 네청 은 자신이 패배했음을 깨달았다.
‘이게,진짜 마법……
고작해야 반 백 년도 살지 못한 어린 아이다. 일대일로 정면 승부
를 벌이면 천영이 네청에게 패배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 렇기 때문에 애초에 천영은 네청 에게서 이길 생각이 없었다. 천영 은 정말로 자신보다도 뛰어난 마 법사에게서 무언가의 성취를 얻기 위해 온몸을 날린 것이다.
그 결과 네청은 어느 부분에서 천영이 자신의 마법을 뛰어넘었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부분에 있 어서 질투심 같은 하찮은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이 맑고 환해지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네청은 가슴이 벅차올랐 다. 천 년이나 살아오면서 더 이상
타인에게서 뭔가를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 게나 어린 아이에게서 그것 찾아 내고 말았다.
‘아아,이것이 바로 용이라고 부 르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