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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73화 (72/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73화

20장 얼어붙은 사막에서

이른 오전,스텔라아우렘에서 30 분 정도 멸어진 넓은 공터에는 대 략 3,000명 가까이 되는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자신의 클랜원이 출 발하기 직전 장비는 제대로 챙겼 는지 서포트하러 온 사람도 있었

고 자신의 가족이 멀쩡히 가는지 배웅해주기 위해 나와 있는 사람 도 있었다.

공터에는 두껍고 날카롭고 거대 한 바퀴가 달린 흡사 탱크 같은 차량이 수십 대나 대기 중이었는 데 저것이 바로 원정대의 이동수 단이라고 한다. 질서정연하게 정차 되어있는 차량의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건만 백하란 만큼은 주변 에 아무 사람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의 친했던 동료 들은 이전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 다. 누나는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몸이고 살아남은 동료는 그런 누

나를 돌봐주느라 나오지 못한다.

백하란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 백하란에게 접 근하고 싶어 하는 다른 마탑의 마 법사들이나 여러 곳에서 파견된 회사 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백하란의 표정이 상 당히 냉랭해서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얄고 낮 게 울리는 소리이다. 백하란은 슬 쩍 고개를 돌렸다. 서천영이 서있 었다.

그는 어째선지 머리카락이 한 을 씩 삐죽삐죽 새어 나와 있는 상태 였는 데다가 표정 또한 지쳐서 죽 겠다는 얼굴이었다.

“여자들은 너무 전투적이야.”

“그렇습니까.”

“응,특히 자신보다도 어리고 약 하다고 생각한 존재에게는 더욱 더.”

서천영은 자신의 머리칼을 살살 어루만졌다. 백하란을 찾겠다고 이 원정대 무리에 들어온 것은 벌써 30분 전이지만 오는 내내 천영을 ‘길 잃은 꼬마’로 인식한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뻗는 바람에 하마 터면 숨 막혀 죽을 뻔했다. 길을 알려주겠다고 나서는 건 좋은데 왜 자꾸 머리를 쓰다듬는 건지 모 르겠다.

양손으로 힘겹게 머리칼을 정리 하는 그 모습 자체로도,퍽 매력적 이라 백하란은 그런 서천영을 가 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도,서 천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상기해내 고 고개를 젓는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너 보러 왔지. 자,이거나 받아.”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서천영은

무늬도 없는 은색의 목걸이를 하 나 꺼내서 백하란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백하란은 그 목걸 이에 마법 하나가 내장되어있단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막 겁나 대단한 방어 마법 같은 건 아니니까 그거 믿지는 말고. 드 라마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적 같은 힘으로 널 구해주진 않을 거 니까.”

“……알겠습니다.”

백하란이 멍하니 목걸이를 만지 작대고 있으니 서천영이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고 싱글벙글 웃으 며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 녔다.

“너 호구처럼 뒤지면 아까우니까 얼굴이나 한 번 보러왔어. 금색 별 마탑에는 내 후배가 필요하거든. 거기서 죽으면 내가 찾아가서 죽 여 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하하. 백하란은 헛웃음을 터뜨렸 다. 그래,저런 성격을 닮고 싶어 했었다. 백하란이 기억하던 서천영 이 틀림없었다. 비록 모습이 저럴 지라도 본인을 기억하고 있지 못 하는 모양이지만,아니 오히려 그 런 점이 다행이니까.

“알겠습니다.”

조용히 백하란이 고개를 끄덕이 자 서천영이 슬쩍 다가와 그의 등 짝을 후려쳤다.

짜악!

“새끼야,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힘 좀 팍팍 내라고.”

“으윽……

교묘하게 손을 높게 뻗어 백하란 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을 명중시 킨 서천영은 낄낄대며 돌아섰다.

“난 이만 가볼게.”

서천영이 그렇게 가려고 하자 백

하란이 그를 붙잡았다.

“정말 ……마녀를 잡으러 가시는 겁니까?”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로 백하 란이 묻는다. 그의 기억 속 ‘눈꽃 마녀 설린’은 상당히 강하고 공포 의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 존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으러 간다니. 아무리 서천영이라도 그건 무리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서천영 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얼굴이었 다.

“네가 나 걱정할 때냐? 후딱 해치 우고 쫓아갈 테니까,보스 양념 해 놓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서천영은 홀연히 사라졌다. 마치 안개처럼 연기처럼 서천영이 증발해 버리자 그를 몰 래 구경하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전히 제멋대로인 사람이지

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믿음직스 러웠다.

출발은 한 시간 뒤에 이루어졌다. 별 탈이 없었던 원정대는 예정대 로 출발했고 천오백 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단 하나의 몬스터를 잡

기 위해 대이동을 펼쳤다.

백하란이 소속된 차량에는 예전 에 몇 번 던전에서 얼굴을 마주쳤 던 적이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들은 백하란이 혼자 있다는 사실 을 깨닫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그 를 자신들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였다.

“……그래서 이번에 유령 선장 잡 으러 가는데 마탑에서 막 지원을 안 해주겠다지 뭐예요? 참 어이가 없어서.”

“어머머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했긴! 카리찬이 찾아가서

책상을 발로 냅다 걷어차고 탈퇴 하겠다고 선언했다니까? 휘유〜 개 상남자.”

백하란은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 를 들었다. 그리픈으로 넘어와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의 이야기 는 정말 소설책으로 내놓아도 좋 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 아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시간이 흑흑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저들끼리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누다가 어느덧 표적은 백 하란이 되었다.

“그나저나 하란 씨,아까 그 여자 애는 누구예요? 동생? 호,혹시 여

자 친……

“멍청아. 메이지 백하란은 10대 중반처럼 보여도 실제 나이는 이 십대라니까?”

“어머,띠동갑?”

“……말을 말아야지.”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추측에 백 하란이 피식 웃었다.

“동생도 아니고 애초에 여자도 아 닙니다.”

“……예? 성별은 여자랑 남자밖에 없다구요. 여자가 아니면 남자라는 소립니까?”

“그렇게 되겠죠.”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지만 주 변 사람들은 전혀 대수롭지 않았 던 모양이다. 말도 안 된다며 혹시 헛것을 본 것인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기억이 조작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백하란의 앞 에 앉아있던 여자만이 피식 웃으 며 그 이야기를 농담으로 넘겼다.

“백하란 씨,생각보다 농담도 잘 하시네요.”

“그 애,여자 맞아요. 제가 봤거 든요.”

“무슨……

백하란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 인 헤난이 그렇게 말했다. 백하란 이 무슨 말이냐고 묻자 헤난이 뭘 시치미를 떼냐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꼬마애,서천영 맞죠? 제가 스텔라아우렘에서 같은 호텔에 지 냈거든요.”

그렇게나 자신들의 말만 꺼내기 에 바빴던 이들이 서천영의 이야 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참으로 마법같은 이름이라고 생각 하며 백하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헤난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거기, 수영장이나 찜질방 같은 곳이 있거든요. 근데 그런 장소에 출입하려면 몸에 착 달라붙는 옷 을 입어야 되는데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밤늦게 새벽에 야외 수영 장에서 홀로 수영하고 있는 서천 영이요.”

“그,그럼……

“몸에 딱 달라붙는 옷 입으면 보 이잖아요?”

헤난은 그때의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달빛 아래 고요한 야외 수영장에 서 홀로 수영을 하고 있는 아름다 운 요정 하나. 헤난은 그것에 시선 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잃은 채 쳐다보고 있었고 마 침내 수영을 끝마친 그 아이가 수 영장 위로 올라오는 순간 눈을 마 주쳤다.

헤난은 그 순간을 사진처럼 정확 히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그 새하얀 수영복 에 툭 튀어나온 무언가가 없이 밋 밋했다는 사실을.

“없었어요.”

해난이 그렇게 말하자 잠시 정적.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뻔했다.

“과연,그렇겠지. 아하하,메이지 백하란도 참 깜짝 놀랐잖아요,진 짜.”

“그니까요. 하도 무뚝뚝한 얼굴로 말해서 진짜인 줄.”

주변 사람들이 놀랐다고 말하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정작 제 일 놀란 건 백하란 본인이었다.

‘정말로?’

백하란의 등짝을 스스럼없이 아

무 때나 후려갈기는 그 호쾌한 성 격이나 상당히 거친 언동이나 그 러면서도 언제나 유쾌하게 말하는 활기찬 성격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는 근거 모를 자신감 등등. 어느 면으로 보나 산전수전 다 겪 은 20대 후반 남자의 성격이라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있었는데 저 이야기를 들어버리니 또 마음 한 편이 싱숭생숭해졌다.

‘정말,알 수가 없군.’

휘이잉,습기가 가득한 눈보라가 몰아친다. 하늘에는 두껍고 거대한 먹구름이 가득 껴있었고,그것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절대로 흩 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대륙에서 제일 큰 사막 중 하나였던 이 사막은,눈꽃 마녀의 등장과 함께 얼어붙는 바 람에 ‘사막’이라는 그 의미가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서천영은 입을 열어 입김을 호호 불어댔다.

“이거 봐,드래곤 브레스다.”

-이런 게 내 주인이라니. 하는

짓이 너무 한심해서 다른 주인을 찾아가야겠어.

“푸하하,어디 해보시지. 널 고용 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 넌 무보수 노동을 해줘야겠다,파트라슈.

파트라슈는 네청 쪽으로 쪼르르 날아가서 그녀의 어깨에 앉았다.

-이봐,빨리 용이 되란 말이야. 나는 저런 주인 말고,너처럼 대화 가 좀 통하는 사람이 좋단 말이지.

“후후,내가 용이 되더라도 서천 영의 것을 빼앗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천영와 파트라슈가 티격대격 대고 있자,네청은 가만히 생각하 던 것을 말했다.

“천영, 그 백하란이라는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나?”

“백하란이요? 음,조금 특이한 종 족인 것 같긴 한데. 영물이 될 가 능성이 높더라구요.”

그러자 네청이 고개를 젓는다.

“그 점 말고 같은 사람으로서 어 떻게 생각하느난 말이다.”

“어,앞으로 내 빵셔 E…… 후배가 될 인재?”

네청은 백하란과 서천영이 이야 기하는 것을 창문 밖으로 한 번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때 백하란 이 서천영을 바라보는 눈빛을 네 청은 잊을 수가 없었다.

“……천영,분명 너는 성체가 되면 남성을 선택한다고 했나?”

“응? 그랬죠.”

그 아무렇지도 않은 대답에 네청 은 어쩐지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녀는 정말로,정말 너무나도 서천 영이 성별을 선택하게 될 그 순간 이 기대되었다.

“나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하나뿐이었다.”

용이 되는 것.

“하지만 하나가 더 생겼다.”

“그게 뭔데요?”

“네가 성체가 되는 순간을 내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왜지.”

천영은 이해를 할 수 없겠지만, 네청은 그저 즐겁다는 듯이 웃었 다.

‘앞으로도 천영 네가 이런 식으로 다닌다면……

그가 성체가 되는 순간 주변 사 람들은 천영이 절대 남성을 선택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천영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희생잉들이 천영에게 홀렸는가.

앞으로 천영이 성체가 될 날은 멀고도 험하다. 그 동안 만난 인연 들이 그 수많은 희생양들이 과연 천영이 남성을 선택하도록 가만히 놔둘까?

서천영은 그저 성체가 되면 끝이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성체가 되더라도 절대로 순탄치 않은 여

정이 시작될 것이다. 네청은 그런 천영의 미래가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네청과 천영이 그런 이야기를 나 누며 사막 한 가운데를 간편한 복 장으로 멀쩡히 걷고 있을 때 파트 라슈가 갑작스레 고개를 들었다.

-주인,도착한 모양이다.

그 말에 서천영이 고개를 돌렸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붙잡 고,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 곳을 바라보는 시이는 눈보라로 가득 차 도저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드래곤의 두 눈동자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솟아있는 거대한 탑 하나를.

“저게 말로만 듣던 눈꽃 마녀 씨 의 집이구만?”

기이한 마법 장벽이 시야를 가리 고 있었고 침입자를 되돌려 보내 는 마방진에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땅 속에서 마법이 솟아오르는 함 정까지. 절대로 누군가를 접근시키 지 않겠다는 그 위험천만한 길 따 위는 천영과 네청에게 있어서 별 로 힘든 길이 아니었다. 오솔길을 걷듯 여유롭게 길을 통과한 서천 영은 탑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기 지개를 쭉 폈다.

“후,슬슬 가볼까.”

네청이 걱정스럽다는 둣 그의 이 름을 불렀다.

“천영.”

하지만 천영은 별 문제 없다는 둣 씩 웃을 뿐이었다.

“배운 대로만 하면 된다니까요.”

그동안,이 마법만을 위해,얼마 나 공부하고,수련하고,연습했던 가. 레이븐이나 네청 등의 뛰어난 마법사에게 지혜를 요청하면서까 지 공부한 결과 성체의 드래곤이 나 사용할 법한 마법을 극히 일부 지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흐읍!”

발을 힘차게 굴러,하늘 위로 솟 구치더니 천영의 몸이 5m나 되는 거대한 크기의 드래곤으로 변신한 다.

휘오오오오!

탑을 중심으로 몰아치던 눈보라 의 방향이 기이하게 꺾여 마나와 바람의 흐름이 강제로 장악당해 드래곤의 몸을 중심으로 휘몰아치 기 시작했다.

작고 어린 드래곤 한 마리가 힘 차게 포효한다. 그 소리를 들었던 걸까,탑의 꼭대기 위에 고깔모자

를 쓴 마녀 한 명이 등장했다.

드래곤과 마녀의 눈이 마주친다.

마녀는 분노한 듯 지팡이를 드래 곤에게 겨누고 힘껏 마법을 준비 했지만,안타깝게도 상대는 모든 마법사의 천적인 드래곤이었다.

남색의 피부를 가진 드래곤의 몸 에서 둥그런 구체 형태의 마법진 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이 지대를 장악했다.

직후 눈보라가 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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