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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79화 (78/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79화

서천영은 금색 별 마탑 내부에서 인맥이 그다지 넓지 않았다. 마법 사로서 내부에서 일하는 것이 아 닌 외부로 파견을 나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이기 도 하고 본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서천영은 언제라도 용의 큐브가 발견되면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기 에 인맥을 만들 시간은 터무니없

이 부족하다.

하지만 셀리시티에나는 달랐다. 그녀는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이미 지와는 달리 쉬는 시간에는 확실 히 재미있게 즐기는 편이었는지 의외로 마탑 내부에서 인기가 상 당히 많았다.

서천영은 셀리시티에나에게 마탑 여기저기에 끌려다녔다. 그녀는 마 탑 구석구석에 ‘숨어서’ 놀고 있는 마법사들을 찾아가 서천영을 소개 를 해주는가 하면 다른 요원들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처음엔 얼떨떨하게 끌려 다니기 만 했지만 이 점은 천영에게 있어

서 여러모로 이점이 많기도 했다.

“이 고속 비행정은 원래 아직 공 개되기 전이라 쓰면 안 되는 건데 메이지 서천영이니까 특별히 첫 번째 탑승권을 드릴게요!”

마법진이 그려진 네모난 판때기 하나를 들고 서있는 여인이 손으 로 지시를 하자 작업복을 입은 남 자들이 분주히 뭔가를 준비한다. 천영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부여 잡았다.

이곳은 현재 금색 별 마탑의 93 층 고속 비행정의 정류장. 커다랗 게 ‘F라는 문양이 그려져 있는 곳

의 가장자리에 서서 천영은 헬리 콥터와도 비슷하게 생긴 비행정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프로펠러는 없다. 마법적인 힘을 사용해 날기 때문에 차라리 로켓에 가깝다고 보면 되었다.

“이 고속 비행정은 마나 급발진 F1-Z1984 기술을 채택하여 마력 이 1900Mcc에 가깝고 고링스윙스 의 비행 술식이 사용되어 바람을 타고날 수 있게 되어있으며 또 한……

여인은 천영에게 마치 자랑을 하 둣 어깨를 으쪽거리며 비행정에 대해 설명했다. 아무래도 이 고속

비행정의 개발 담당인 모양. 하지 만 천영은 이런 전문 기술에 관해 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그저 얼떨떨하게 고개만을 끄덕였는데 여인은 마치 천영을 향해 아주 당 연히 모두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 하고 ‘대단하죠?’라는 질문을 해왔 다. 그 표정에 기대감이 반짝거려 천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그렇네요.”

“야호! 감사해요! 사실 저희도 아 직 심사받기 이전이라 마법사분들 게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정받으니 너무 기쁘네

사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대충 답 했지만 천영은 그냥 아무 말도 하 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네청은 천영의 옆에 서서 신기하 다는 눈으로 고속 비행정을 쳐다 보고 있었다. 사실 마법적으로 첨 단 도시인 스텔라아우렘의 모든 것들을 낯설어하고 신기해했던 네 청이다. 오랜 세월 문화와 단절된 생활을 해서 그런지 그녀의 눈으 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이 가득 한 모양이었다.

-크〜 세상 참 좋아졌어. 나 때 는 말이야〜 어?

파트라슈가 요즘 세대 애들은 어 쩌고저쩌고 하면서 개소리를 지껄 이기 시작하자 천영은 그 모든 것 을 무시하고 고속 비행정에 다가 섰다.

여인은 싱긋 웃으며 천영에게 탑 승하라고 말했다. 비행정에 올라서 자리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자 금색 별 마탑의 직원들이 손을 흔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을 종긋 거리는 것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천영은 “안녕!”하고 소리 를 쳤다. 아무래도 인사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행정이 출발을 하자 아 직까지 정류장에 남아있던 여인은 뭔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안전벨트 매라고 외치긴 했는 데…… 안 들린 걸까.”

“허억,헉 털썩.

천영은 절벽 위에 내려서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극심한 멀미, 미칠 듯한 속도감,몰아치는 바람 그 모든 것들의 조화가 어우러지 며 천영의 멘탈에 스매시를 날렸 다. 이리저리 휘날려 잔뜩 헝클어 진 머리를 정리할 생각도 못한 채 천영이 자리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뒤에서 네청이 뭔가 상쾌해진 얼굴로 내렸다.

“재밌구나.”

천영은 말없이 네청을 쳐다보다 가,비행정 운전사에게 원망스러운

표정을 보냈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의 두건을 휘날리던 운 전사는 천영을 보더니 엄지를 척, 세우고 이를 드러내며 씩 미소 지 었다. 어쩐지 운전사의 송곳니에서 빛이 번쩍한 것은 착각이 아닐지 도 모른다.

비행정이 다시 떠나가자 천영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 래곤 폼으로 비행하는 것과는 차 원이 다른 정말 압도적인 속도에 천영은 정말 죽어버리는 줄 알았 다. 하다못해 안전벨트라도 맸으면 그나마 좀 괜찮았을 것 같은데 뭣 도 모르고 출발하는 바람에 내부

에서 중력쇼를 펼치고 말았다. 네 청은 기가 막히게 중심을 잘 잡고 아예 바깥 풍경을 구경하던 모양 이지만.

“드래곤도 멀미는 하는 모양이 군……

덕분에 좋은 사실을 하나 알았다. 천영이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 네청이 다 가와서 그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 었다. 그러면서 절벽 뒤쪽에 있는, 마치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새하 얗게 펼쳐진 숲을 바라본다.

“바람의 숲이라…… 오랜만에 와 보는구나.”

“예전에도 와보신 적 있어요?”

“그렇지. 내가 아직 어린 뱀이었 을 때 신성한 기운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온 적이 있었다.”

-유니콘이라. 나도 옛날에 만나 본 적 있는 것 같아. 기억은 안 나 지만 느낌은 남아있어. 참으로 순 수한 놈들이었지.

“흐음. 유니콘……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천영이라 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꽤 있었다. 그것은 책으로 기록하기엔 정보가 너무나도 적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 중에는 유니콘의 정

보 또한 포함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유니콘이라는 생명체는 워낙에 유명해서 지구에 있을 때 도 소설이나 판타지 영화 속에서 수도 없이 접해봤다지만 그래도 실제의 유니콘이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유니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느냐?”

“음,그냥 처녀…… 를 좋아한다는 정도?”

“후후.”

네청은 천영의 말에 빙그레 웃었 다.

“그건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그들은 그저 ‘아름다움’과 ‘더러움 을 모르는 순수함’을 좋아할 뿐이 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합쳐지면 결과적으로 이성적인 관계가 없는 소녀가 될 뿐이지 단순하게 처녀 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행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변태는 아니라 서. 천영은 그 뒷말은 마음속으로 만 했다.

“그래서 너는 아마 조금 피곤할 수도 있다.”

“아예 성별이 존재하지 않아,그 누구보다도 순수하지 않느냐.”

“그,글쎄요. 저 드래곤이 되기 이전에는 남자로서 꽤나……

“‘드래곤이 되기 이전’은 중요치 않다. 용이 된 이상,아예 새롭게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너는 지금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순수 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니라.”

아예 확인사살을 당해버린 느낌 에 천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네청 은 천천히 걸어서 흰색의 숲 속으 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뭇잎조차 흰색으로 뒤덮여있는 정말로 신비

로운 분위기의 ‘바람의 숲’. 천영 역시 한숨을 푹 내쉬고 뒤따라 들 어가려다가 뭔가 이상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응?”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 다. 바람의 숲 반대쪽에는 초록색 의 나뭇잎만이 휘날릴 뿐이다. 금 색의 눈동자로 그곳을 빤히 쳐다 보던 천영은 고개를 갸웃한 다음 다시금 네청을 따라갔다.

조금씩 바람의 숲 내부로 진입하 자,답답하게 나무로 둘러싸여있던 하늘이 뻥 뚫렸다. 공중에는 흰색 의 빛무리가 찬란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부턴 가 그것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새하얗고,신비롭고,순수한,길쭉 한 뿔이 달린 말

그것들은 허공을 밟고 날아다니 며 천영과 네청의 머리 위를 배회 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상당히 환영해주 는구나.”

“그래요?”

“만약 우리를 적대했다면 이 숲의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저지당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네청이 조금 앞서

나가자 새하얀 나무 사이로 누군 가가 걸어 나왔다. 마치 소복과도 비슷한 복장을 한 붉은기가 감도 는 새하얀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 를 가진 청년과 여인이었다. 그들 은 아주 느릿하게 하지만 답답하 지 않은 속도로 걸어와 네청과 눈 을 마주했다.

“오랜만이구나, 네청.”

“그래,700년 만이구나.”

긴 머리칼을 가진 청년이 네청에 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넸지 만 천영은 새삼 놀라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살았기 때문인지 네

청은 여러 가지로 인맥이 넓었다.

“그나저나 자네가 직접 나올 줄이 야.”

“귀한 손님이 왔는데 응당 그래야 지.”

“귀한 손님이라……

네청이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였 다.

“나를 두고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군.”

“하하하.”

시원하게 웃은 청년은 천영을 쳐 다보더니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순수한 존재가 우리의 숲 에 찾아오는 경우는 정말로 드무 니까……

천영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청년이 빙그레 웃었다.

“저는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아니지.”

자신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청년 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러자 천영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바 꿨다.

“……드래곤,서천영입니다.”

“그래, 내 이름은 ‘천혜랑’이다. 유니콘의 왕이지.”

천영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천혜랑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의 옆에 서있던 여인은 부드럽게 미 소 짓더니 천영을 향해 손을 뻗었 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려는 것 을 네청이 팔로 제지하더니 고개 를 저었다.

“유니콘의 인사법이다.”

“네?”

여인은 천영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더니 그것을 살짝 움켜쥐어 가 까이 다가와 코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더니 살짝 숨을 들이키더니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천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둣 어정 쩡한 자세로 서있자 네청이 말했 다.

“유니콘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 재에게서 기운을 얻는 방법이다.”

천영의 머리카락을 가져다가 냄 새를 맡던 (?) 여인은 이내 그것을 놓고 살포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 다.

“‘천혜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려요.”

“그,그래요……

“하하하,우리들의 인사법이 어색 한 모양이야. 미안하군. 하지만 우 리들은 어쩔 수 없단 말이지……

그리 말하는 천혜랑 역시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게 천영에게 뭔가 를 바라는 모양이었지만 여자면 모를까 남자에게는 자신의 머리카 락을 내주기 싫었기에 겁먹은 표 정으로 고개를 황급히 저었다. 그 러자 천혜랑은 아쉽다는 눈으로 왠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들을 이런 곳에 세워둘 수는 없지.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

천혜랑은 흰색의 나무 사이로 걷

기 시작했다.

파트라슈는 천영의 어깨 위에 앉 아 마치 일광욕을 즐기는 아저씨 마냥 늘어진 자세로 눈을 감고 콧 노래를 흥얼거렸다.

-역시 이곳은 기분이 좋아.

“꼴에 정령이라고 순수한 거 좋아 하나보네.”

-꼴에 정령이라니. 이 세상의 모 든 정령들 중에서 가장 강하고 힘 이 세거든!

평소 파트라슈의 모습을 보아왔 던 천영은 피식 비웃음을 홀렸다.

“웃기지마.”

-이,이이…….

실제로 천영에게 보여준 것이 없 었던 파트라슈는 반박하지 못해 이를 앙 다물고 볼을 부풀렸다. 작 은 여자아이의 외형을 하고 있는 탓에 꽤나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천영이 보기엔 그저 우스울 뿐이 었다.

-근데 주인,너무 유니콘한테 박 한 거 아닌가?

“또 뭐가.”

-아까 유니콘의 왕인지 뭔지 하 는 남자가 ‘스킨쉽’을 원하던 거 같은데. 그렇게 매정하게 거절할

줄이야. 그래도 주인이 드래곤이라 고 예의 차리느라 더 부탁하진 못 한 거 같은데.

“뭔 소리야 그게.”

그러자 파트라슈는 다리를 흔들 거리며 말했다.

-유니콘들에게 스킨쉽은 인간들 로 비유하면 일종의 ‘성욕’이나 ‘식 욕’을 해소하는 것과도 비슷해. 음, 그 두 개를 전부 합쳤다고 봐도 좋으려나.

파트라슈가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평소에는 이곳에 퍼져있는 기운

을 흡수하며 사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순결한 처녀와의 ‘스킨쉽’을 하는 것보다는 한참 부 족하지. 마치 육식 동물이 채식만 하면서 사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까? 거기에 주인이 내뿜는 순수 한 기운은…… 인간들로 치면 일류 요리사가 만든 만찬이나 마찬가지 라구.

"내가 음식이냐."

비유하고는. 천영이 투덜댔지만 파트라슈는 아무렴 어떠냐는 식으 로 어깨를 으속했다.

-유니콘이 속세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어. 저 천혜랑이라는 유니

콘은 몇 백 년 동안 채식만 하며 굶은 상태란 말이지.

-거의 뭐,졸졸 굶은 사람 앞에 다가 초화음식 차려놓고 냄새만 맡게 하고 먹지를 못하게 하다니. 너무 불쌍한 걸.

그렇게까지 들으니 왠지 천영은 천혜랑이 대단해보였다. 그 정도로 배가 고팠다면 저도 천혜연이라는 여인처럼 즉시 스킨쉽을 시도해왔 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참았 다니. 그 정도로 천영을 향해 예의 를 차려줬다는 것이니 괜스레 미 안한 감정이 부풀어 올랐다.

“……스킨쉽은 그냥 머리카락 냄 새만 맡게 하면 되는 거야?”

-음. 그건 제일 낮은 단계야. 그 다음은 포옹이 있고. 키스가 제일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

“그,그러냐.”

천영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아까 전부터 유니콘들이 정신 없이 천영의 머리 위를 마구마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천영을 힐끗거리면서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천혜랑의 손님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 천혜랑이라는 놈은 나이도

많고 타종족의 예절을 잘 알고 있 어서 쉽사리 스킨쉽을 시도하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모양이지만?”

-다른 유니콘들은 다를 거야. 조 심해야해. 주인처럼 순수한 존재에 게 있어서,여긴 눈 감으면 입술 떼이는 곳이야.

파트라슈의 말이 끝나자마자 천 영은 즉시 인벤토리를 뒤졌다.

-뭐 해?

“마스크 좀 찾느라……

근데,없네.

네청은 어쩐지 불안한 눈빛을 보 이는 천영을 보며 그런 모습이 귀 엽다는 듯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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