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80화
천혜랑은 바람의 숲 깊숙한 곳까 지 천영을 내려갔다. 그곳에는 나 무 안에 지어져 있는 ‘이족 보행’ 생물이 살 법한 건물이 몇 채 정 도 있었다.
설마 유니콘들이 사는 숲에서 이 런 형태의 건물이 있을 줄은 몰랐 기에 천영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천혜랑이 빙그레 웃었다.
“아무래도…… ‘유사 인종’의 형태
가 신과 가장 유사한 형태이다 보 니까 말이야. 차원계에 가장 흔하 고 널리 퍼져있는 모습이라서 우 리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연습하는 편이지.”
“그렇군요.”
숲에서 조금만 나가 ‘사회’에 툭 떨어지게 되면 대부분이 한 쌍의 다리와 한 쌍의 손을 가진 ‘인종’ 의 형태가 된다. 나갈 일은 적겠지 만 갑작스런 상황에 적응하기 위 해서는 신과 가장 비슷한 육체인 ‘인간’의 모습에 적응할 필요가 있 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 생각이 든 것도 꽤나 최근이
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럴 필요성 은 없었다만. 세월이 세월이다 보 니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었더군.”
그렇게 말하며 천혜랑은 천영과 네청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나무 로 이끌었다. 이곳에는 문이 없다. 그저 천혜랑이 다가가자 나무의 껍질이 스르르 열리며 공간을 만 들어준다. 마법적인지,생물학적인 지 원리를 알 수 없는 자동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가자 잠들어있 는 유니콘 세 마리가 눈에 들어왔 다.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이다.”
자세히 보니 세 마리의 유니콘은 전부 보랏빛의 우중충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천혜랑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 달 전쯤이었나 하늘이 열리더 니 기묘한 기둥이 떨어졌다. 추측 컨대 차원계가 연결되었겠지. 허나 저런 물건은 나도 처음 본다. 그것 은 기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순수한 바람의 숲을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네청은 쓰러져있는 유니콘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쓰다듬었다. 안쓰러 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네 청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나도……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 군.”
“그래…… 저것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대를 파견했건만 저런 모습이 되어 돌아오니 도저히 수를 쓸 방 법이 없다.”
유니콘은 상당히 순수한 존재이 다. 그리고 그 정체불명의 기운에 서는 ‘순수함’조차 오염시키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새어 나온다고 한 다. 그런 이유 때문에 더 이상 접 근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완벽하게 유니콘들의 상성이란 건가.’
천혜랑이 말하길 더 이상 그쪽에 다가 기운을 퍼뜨려 감각을 활성 화할 수도 없어 숲이 어떤 모습으 로 변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한 다.
“아마…… 숲 또한 오염되어 있겠 지.”
천영 역시 유니콘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아서 그들을 살 펴보았다. 묵묵히 입을 다물고 천 영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 자 천혜랑이 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그는 이맛살을 찌뿌리더니 고개 를 갸웃했다.
“오염이라기엔…… 그냥 물들었다 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린가?”
천혜랑이 되물었다. 천영의 황금 빛,드래곤의 눈동자는 반짝거리며 무언가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냥 뭐라고 설명하긴 좀 그런 데. 하여튼 그래요.”
“흐음.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 겠지만……
만물을 꿰뚫어 본다는 드래곤이
다. 비록 아직은 어려보이지만,그 래도 드래곤이 하는 말이었기에 천혜랑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수긍 했다.
“그 기둥이 떨어졌다는 곳은 어딘 가요?”
그 질문에 천혜랑은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지도를 천영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던 천영은 혀를 내둘렀다.
“……이 숲 굉장히 넓네요.”
“하하,그렇다네. 과거에는 ‘세계 수의 뿌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 였지. 지금이야 뭐 그저 신선들의
놀이터,영물들의 쉼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지도를 내려놓고 아직까지도 잠 들어있는 유니콘들을 쓰다듬는다. 당장은 위독해보이진 않지만 가끔 깨어났을 때 술에 취한 것처럼 횡 설수설을 하거나 제대로 걷지 못 하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줘 불안하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나. 새하얀 도화 지에다가 보라색 물감을 뿌린 거 나 마찬가지인데.’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수하고 새하 얀 유니콘들에게 있어서 이 정체 불명의 기운. 천영이 판단컨대 ‘혼
란’이 듬툭 담긴 이 진하고 끈적한 보라색의 기운은 술이나 마약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 아이들의 상태는 괜찮다는 건가?”
“네,일단 여기에서 휴식을 취하 게 하면 서서히 회복될 겁니다. 아 마 그 숲은 서서히 더 물들어 가 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천영은 유니콘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 다음 기운 을 조금 불어넣자 그들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천영 또한 새하얗 고 순수한 기운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가진 기운은 유니콘의 것과
는 차원이 다른 기운.
유니콘이 순수함을 도화지로 비 유해 쉽사리 물들기 쉽다면 천영 의 순수함은 태양빛 그 어떤 더러 운 것도 밝게 비춰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괜찮다니…… 한시름 덜었군.”
유니콘들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 지자 천혜랑이 안도의 숨을 내쉬 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기운 은 아무리 오랜 시간 살아온 천혜 랑이라도 유니콘이기에 쉽사리 손 을 댈 수가 없는 것이어서 막막하 던 참인 모양이었다.
“그곳은 바로 가보겠는가? 오염된 지역까지 따라가진 못해도 근처까 지 안내는 해줄 수 있다네.”
그 말에 천영은 고개를 끄덕이려 다가 고개를 저었다. 거리가 조금 멀기도 하고 애초에 저녁이 다 되 어가는 시간인데다가 방금 전 비 행정을 타고난 뒤의 여파가 아직 까지 남아있어서 피곤하기도 했다.
“오늘은 쉬고. 내일 가보도록 할 게요.”
“알겠네. 아래에 내려가면 침소가 있네만. 거기서 지내겠는가?”
“침소라 하면……
“유니콘들이 지내는 곳이라 드래 곤에게는 맞는지 모르겠네만.”
“……저는 평범하게 인간들이 머 물 만한 공간으로 주세요.”
본체가 드래곤 변신 상태가 인간 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드래곤이 된지 일 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일 까,27년이나 인간의 모습으로 살 아온 천영은 여전히 인간의 몸이 더 편했다.
천혜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영 에게 숙소를 안내해준 다음 ‘잘 해 보게나.’라며 싱긋 웃은 뒤 사라졌 다. 그 의미심장한 웃음을 본 네청
은 ‘나는,이곳의 기운을 간만에 만끽하러 가보겠다.’라고 싱긋 미 소 짓더니 어딘가로 뛰어내렸다.
“흐음……
이 공간은 책상이나 의자,침대 같은 가구가 대부분 구비되어 있 었다. 그다지 좋은 품질은 아니었 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이 정도 의 편의성이 주어진 정도면 충분 히 만족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한복을 벗어던지고 셀리시티에나 의 친구가 선물해준 짧은 반바지 에 펑퍼짐한 박스티로 옷을 갈아 입은 천영은 침대 위에 벌렁 드러 누웠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아까 전 에 조금 흡수한 보라색의 정체불 명의 기운에 대해 분석한다.
‘대체 뭐지? 혼란이라는 속성을 가진 기운은 난생 처음 보는데. 마 법적인 힘이 담겨져 있지는 않았 고.’
그저 순수하게 그야말로 어떤 의 미로는 유니콘보다도 더욱 순수하 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기운이었다. 아마 ‘혼란’이 주가 되 는 차원에서는 저 기운을 품은 존 재가 그리픈의 유니콘과도 비슷한 존재일 가능성도 있었다.
-주인,나 바람 좀 쐬고 오겠다.
“왜.”
-유니콘들의 기운은 내 힘을 점 점 더 보중해주는 듯하거든.
“그래?”
슬쩍 파트라슈의 상태창을 올려 본다. 이곳에 온 뒤로 파트라슈의 경험치는 놀라울 정도로 높게 상 승해 있었다. 비록 넥스터와는 다 른 기준으로 오르기 때문에 파트 라슈를 레벨 업 시키는 방법에 대 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루블랑 의 신전에서 구한 정령과 관련 된 책에 의하면 순수한 기운을 많이
흡수할수록 또한 주인이 강해질수 록 계약한 정령 역시 강해진다고 하였다.
당장에 천영이 조금씩 드래곤으 로서 성장해나갈 때마다 파트라슈 역시 점점 더 눈이 밝아지고 현명 해지는 걸 보면 효과는 있는 모양 이지만 확실한 방법은 역시 맑은 정령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다.
“뭐, 그럴까.”
천영 역시 딱히 할 일은 없었기 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바람이나 쐬면서 마법서적이나 읽을 생각으 로.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문 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으객.”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유니콘 수십 마리가 단 한 사람 주변을 배회하면서 맑고 화사한 빛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는 장면 을 상상해보라. 새하얀 나무와 그 사이를 달리는 유니콘들. 그 누구 라도 쉽사리 볼 수 없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면이겠지만 저들의 목 표를 알고 있는 천영으로서는 겁 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육식…… 채식……
괜히 파트라슈의 비유가 떠오른 다. 저들은 여태껏 제대로 된 밥은
먹어보지도 못한 채 풀떼기나 깨 작깨작 거리던 처지나 마찬가지라 고 한다.
천영은 괜히 머리카락을 만지작 대다가 그것을 잡아당겨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까 천혜연은 이 머 리카락의 냄새를 맡아보고선 황홀 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게 이 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냄 새도 나지 않았다.
“으으,파트라슈. 역시 너 혼자 갔다 와라.”
괜히 여기에 있다가는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아서 다시 숙소로 들 어가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웬
걸 문 앞에 어떤 유니콘 한 마리 가 금세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저,저기…… 혹시 비켜줄 수 있 나요……?”
그 유니콘은 말없이 자리에 앉은 상태로 천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뭔가를 원하는 듯한 제스처에 천 영은 다른 유니콘들이 몰려들기 전에 갭싸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유니콘이 반응하여 고개를 들었다. 뭔가를 강렬하게 원하고 있는 그 눈빛에 천영은 결국 그 유니콘의 목을 살짝 껴안았다. 그러자 푸릉 하고 콧소리를 내며 천영의 품속
에서 유니콘이 얼굴을 마구 비비 적 댔다.
“이, 이제 됐죠? 저 들어가게 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뒤에 서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또다른 유니콘들이 천영에게 다가와 머리 를 내밀고 있었다. 저들도 안아달 라는 제스처에 천영은 기겁하여 뒤로 슬쩍 물러났지만 이미 사방 아니,팔방이 전부 유니콘들로 가 득했다.
천영이 딛고 있는 나무 아래부터 시작해서 하늘 위까지 온 세상이 유니콘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크윽,큰일났다.’
이들이 착하고 맑은 존재인데다 가 그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할 뿐인 그런 영물에 가까운 종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악 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천영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차라리 나 쁜 마음을 품고 접근했다면 모조 리 드래곤 브레스로 날려버릴 텐 데 그러질 못하니 답답했다.
-주인,이 녀석들에게는 몇 백 년에 한 번 을까말까한 아니지. 드 래곤이 직접 이곳에 찾아오는 경 우는 정말 드무니까. 몇 세대에 걸 쳐서 한 번 간신히 찾아오는 기회
다. 조금 희생해주는 것은 어떤가?
“자기 일 아니라고 아무렇게나 말 하네……
천영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괜히 힘 빼는 것은 사양이다. 그렇 게 생각하여 어떻게든 집 안으로 도주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유니콘의 눈물이라는 것을 구해가 야 한다는 것이 기억났다.
‘가만 유니콘의 눈물은 어떻게 구 하는 거지?’
그는 슬쩍 주변에 바글바글대는 유니콘들을 둘러보았다. 적당히, 약하고,마음이 약해보이는 놈으
‘아무나 한 놈 구석에 데려가서 적당히 줘패면 질질 짜지 않을까?’
그 방법엔 문제가 있다. 주변에 유니콘들이 너무 많아,한놈만 몰 래 데려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
‘……차라리 호의를 보여서 나중 에 부탁한 다음 받는 편이 낫겠 군.’
결국 천영은 체념하기로 했다. 오 늘 하루만,몸을 포기한다는 생각 으로.
“그,근데…… 사람의 모습으로 좀 오면 안 될까요?”
그러자 천영의 그 말에 반응한 유니콘들에게서 전부 빛이 피어오 르기 시작했다. 사방에 작은 태양 이 터진 것처럼 밝은 빛을 내뿜더 니 이윽고 유니콘들은 전부 인간 의 모습으로 변해 바닥에 착지했 다.
공통적으로 붉은기가 도는 은발 에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진 모델 이나 배우 정도는 뺨을 프라이팬 으로 후려칠 법한 선남선녀들이었 다.
그저 백마가 바글바글하던 공간 에 연예인 이상의 꽃풍경이 펼쳐 지자 천영은 자신의 눈이 정화되
는 것을 느꼈다. 천국이 있다면 아 마 이곳일 것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들의 나이 대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라는 사실. 그에 비해 천영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정도의 외모에다가 심지어 키는 초등학생만도 못한 정도였다. 이 중에서 키가 제일 작 다는 소리. 여성 유니콘들도 키가 대부분이 160중반에 170을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천영은 왠지 주늑이 들었다.
‘젠장.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도 키는 꽤 큰 편이었을 건데……
가장 앞쪽에 있던 귀여운 인상의
여인이 천영에게 다가와서 손을 뻗었다. 천영은 저항하지 않고 여 인의 품에 안겨 들어갔다.
향긋한 꽃내음과 푹신한 감촉이 온몸을 감돌았다. 이들이 ‘말’의 형 상을 하고 있어 찜찜했던 방금 전 과는 달리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되 니 그런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행복한 느낌만이 남았다.
“너무 좋아……
유니콘 여인이 그렇게 말하며 천 영의 머리에다가 자신의 뺨을 대 고 비볐다. 한참이나 그렇게 천영 에게서 순수한 기운을 만끽하던 여인은 다른 유니콘 소녀가 다가
오자 자리를 비켜줬다. 또 다른 소 녀와 포옹을 한 천영은 이 일도 꽤나 할 만하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리고 다음으로 천영에게 다가 온 남성 유니콘 무리를 보며 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대부분의 덩치가 180抑!는 가볍게 웃돌았고, 아름답게 빚어진 근육들이 꿈틀댔 다. 그들은 가차 없이 천영을 껴안 았는데 얼마나 힘이 강한지 허리 뼈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끄흑…… 조,조금만 살살……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 다음 부터는 세게 포옹을 하는 유니콘 은 없었다. 이들과 포옹을 하면서
천영 역시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순수한 기운은 천영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정신이 맑아지고 가슴이 진정됐으 며 200레벨을 넘은 뒤로는 미동조 차 하지 않던 경험치가 소량이지 만 오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여러모로 천영에게도 이득이 많 은 프리허그였다.
그렇게 한참이나 유니콘들과 때 아닌 프리허그를 하고 있는데,갑 자기 유니콘들의 무리가 갈라지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은발을 야생적 으로 커트한 헤어스타일의 남자와 기가 강해보이는 여인이었다. 이곳
에 모든 유니콘이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의 숲 곳곳에 퍼져있 는 또 다른 유니콘들 역시 이곳에 자신의 동족들이 몰려있자 호기심 이 들어 찾아온 모양. 그리고 이 남녀는 유니콘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계층인 모양이다.
“우왓,뭐야. 어,엄청 순수하잖 아……
“어서오십시오,세연청 님. 하성 님.”
“응! 근데 저 아이는 누구야? 유 니콘은 아닌 것 같은데 유니콘보 다 더 순수한 기운을 가진 소년이 라니……
세연청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여 인이 그렇게 말하자 하성이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 소리야. 저 애가 어딜 봐서 소년이야?”
“그럼 여자게?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리 봐도 남잔데?”
“응? 여자라니까.”
천영은 말없이 그들을 쳐다보았 다. 아무래도 천영이 무성이다보니 느껴지는 기운으로 성별을 판단하 는 그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햇갈 리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라며 말을 자른 하성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천영에게 다 가왔다. 그러더니 천영의 머리카락 을 한 응큼 가져가 자신의 코에 가져다 댄다. 인간으로 치면 예의 가 없는 행동이지만 천영은 이 하 성이라는 남자가 유니콘으로서 최 대한 예의를 차리고 인사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트라슈가 말하길 머리카락 정 도의 스킨쉽은 상대방을 존중하여 최소한의 접촉을 하는 인사라고 했으니까.
“하아…… 이렇게 순수하고 깨끗 한 소녀는 처음 봐……
“소년이라니까.”
티격대격 대는 와중에도 하성은 천영의 머리카락을 놓지 않았다. 세연청이라는 여자는 하성이 다른 유니콘들을 새치기했다는 사실에 그들을 향해 미안하다고 인사했다. 하지만 하성은 천영에게 심취해 주변의 다른 그 어떤 것도 돌아보 지 않았다.
눈을 감고 마치 최고급 와인을 마시는 소믈리에마냥 기운을 조금 씩,조금씩 만끽하며 정신이 우주 로 가버릴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던 하성이 뜨거운 눈빛으로 무 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세연청이 그를 밀쳐냈다.
“그만해.”
그 얼굴에 묘한 질투심이 서려있 는 것을 본 천영은 고개를 갸웃했 다.
“둘이 사귐?”
“아니야!”
“아니거든!”
동시에 대답하는 것을 본 천영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에이,맞구만 뭘.’
세연청은 천영의 싱글벙글한 미 소를 보더니 무언가에 홀린 듯 말 없이 그의 턱을 붙잡았다. 갑작스
러운 그녀의 행동에 천영은 눈동 자를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세 연청은 자신의 고운 손가락을 천 영의 머리카락에 가져가 조심스레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러워…….,
그녀는 서천영의 이목구미를 오 목조목 살폈다. 동그랗게 떠진 맑 은 눈동자,귀여운 콧대,결정적으 로,앙증맞고 귀여운 탐스러운 입 술까지.
천영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던 세 연청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는 들어서 익히 알고 있다. 유니콘이
순수한 소녀에게서 순결한 기운을 흡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키스 룰. 너무나도 탐스럽고 달콤해 보 이는 입술이었다.
“너…… 너무 귀엽다.”
“응?”
그렇게 말하며 세연청은 정말로 반해버릴 것만 같은 아름다운 얼 굴로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부탁할게.”
“뭐를……
직후 세연청은 천영에게 서서히 얼굴을 가져갔다. 순수한 기운을 가장 쉽고 빠르게 흡수하는 방법
을 시행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서천영을 향해 다가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입 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 천영은 세연청의 입을 손바닥으로 턱 가 로막았다.
천영은 그 어떤 존재보다도 순진 무구하게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살짝 밀어낸 다음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여긴 유료야. 눈물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