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89화
23장 프로페서 서천영
맥골라스 머치팽은 엘리트이다.
심지어는 잘 생겼다.
마법사,즉 학자라는 ‘지적’인 이미 지에 잘 생김을 묻히고 거기에 말재 주를 얹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인물 상이 탄생했으나 너무 빈둥거리고
이기적인 경향이 있으며 자신밖에 생각할 줄 모르고 여자 관계가 상당 히 복잡하며 재능을 믿고 너무 노력 을 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그다지 이 미지가 좋지는 않은 인물이었었다.
그랬‘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요즘 메이지 맥골라스가 엄청 열 심히 하시는 것 같은데……
“응,그니까. 예전 같았으면 보고서 도 그냥 보지도 않고 싸인해줘서 좋 았는데 요샌 사소한 것들도 전부 검 토하고 지적한다니까. 저클래스의 팀장직이 마음에 안 드시나?”
“글쎄. 메이지 맥골라스 정도면 어 차피 시간 지나면 출세하는 건 뻔한 데 굳이 그런 이유로 사람이 바뀌었 을 것 같지는 않아.”
“그렇지?”
그럼 대체,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일 년만에 사람이 저리도 변한단 말 인가.
맥골라스 머치팽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제 대거 수정해야만 했다. 맥골라스 머 치팽은 천재 마법사이자 잘 생기고 말재주까지 있는데 심지어 노력파에 다가 모든 일을 자신이 떠맡아서 하
려고 할 정도로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 이제 여자 관계는 모두 깨끗 하게 청산해서 소문도 들려오지 않 고 더 이상 지저분하지 않다고 한 다.
이제 그는 정말로 마법밖에 모르 는,어떤 의미로는 정말 이기적일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심지어 노력까지 할 줄 아는 마법사 가 되어버렸다.
둔재들이 맥골라스 머치팽의 학습 력을 질투하면서도 심지어 노력하는 재능까지도 압도적이다 보니 질투를 하다못해 이제는 그냥 하늘 위에 떠 있는 존재라고 인식할 정도가 되었
다.
“메이지 맥골라스. 마법 학교에서 파견 교수에 관한 건 들으셨습니 까?”
“교수요?”
맥골라스 머치팽의 실력은 그야말 로 순식간에 자라나 벌써 5서클을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스물다섯이라 는 나이에 비해 정말 압도적인 경지 가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요새 넥스 터들의 축복받은 재능 때문에 빛이 좀 가려진다고 쳐도 그들의 성장속 도마저도 재능으로 찍어 누르는 맥 골라스 머치팽에게는 정말 수많은 마법사들이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그런 시기였던 가요.”
“네,각 다른 마탑에서는 벌써 준 비가 끝난 모양입니다. 저희는 일단, 메이지 맥골라스가 후보로 올랐습니 다.”
“흠,그 정도라면……
여름이 되면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마법 학교의 졸업 시기가 다가오는 때이다. 그때가 되면 각 마탑의 마 법사들은 마법 교수로서 학교에 파 견을 나가 그들에게 자신들의 마법 을 전수하면서 마탑을 흥보한다.
학생들은 현직 마법사로 일하고 있
는 젊은 선생들의 마법을 배울 수가 있고 마탑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 인 이벤트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스물다섯의 어 린 마법사에게 파견 나와서 학생들 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지는 않 는다.
스물다섯 정도면 보통의 마법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서클 정도를 성 취해도 잘 하고 있다는 말이 정도였 고 3서클의 경우 재능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최소한 4서클 에서 5서클 정도의 경지는 이뤄야
홍보효과가 된다. 그렇기에 이런 이 벤트는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를 이룩한 40대 이상의 마법사 가 교수로 파견을 나간다.
이런 역할을 따졌을 때 맥골라스 머치팽은 아주 훌륭하게 홍보에 도 움이 될 것이다. 20대라는 젊은 나 이에 5서클을 이룩한 천재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 얼마나 많은 이 들이 이끌리겠는가?
교수직 세 자리 중 두 자리는 이 미 다른 마법사들이 가기로 했다. 2~30대의 젊은 마법사 중 한 명이 마지막 교수를 해주길 원하는 것 같 은데……
거기까지 듣고 나서 맥골라스 머치 팽은 자신이 누구와 파견 교수직을 두고 경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 신들의 팀원 및 다른 마법사들을 데 리고 복도를 걷고 있던 맥골라스는 맞은편에서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걸어오는 외안경의 남자를 발견했 다.
체일룬. 회색 바위 마탑의 젊은 마 법사들 사이에서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인물 중 하나. 비록 마법으 로서의 경지는 체일룬은 30대 초반 에 4서클이라 맥골라스보다는 경지 가 낮다고 볼 수 있으나 그의 인품 과 경력,그리고 수많은 업적들이
그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무보수로 몬스터 퇴치를 해주는가 하면 범죄자가 눈에 보이는 즉시 모 조리 잡아넣었고 힘든 이들에게 마 법을 배울 기회를 주는가 하면 개인 사비를 탈탈 털어서 시골의 학교에 지원금을 보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천사표에 가까운 그의 행 위에 이미 옛날 맥골라스 머치팽이 방탕하게 놀던 시절부터 체일룬은 견고하고 질긴 인맥을 형성하고 있 었다. 비록 본인은 그런 인맥을 별 로 신경 쓰지 않는 둣 했지만.
그리고 그런 체일룬은 또 다른 양 대 산맥인 맥골라스 머치팽과 라이
벌 관계이다. 비록 서클이 한 단계 낮다지만 체일룬의 지식은 맥골라스 머치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실제 로 마법전을 펼치면 둘이 거의 비등 비등할 정도로 체일룬의 순발력,수 읽기,효율적인 마법사용 등으로 마 법전 경험이 압도적으로 앞서나갔 다. 빠른 시일 내에 체일룬이 5서클 을 달성하면 맥골라스 머치팽은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둘을 서로가 라이벌 관계라는 걸 의식하고 있었다. 맥골라스 머치 펭 역시 체일룬을 인식하고 있었다. 체일룬 역시 젊고 뛰어난데다가 최 근에 들어서 정신을 차리고 마법에
집중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 하고 있었다.
“메이지 체일룬,간만입니다.”
“하하. 일주일 만에 보네요. 요새 너무 더워서 죽겠단 말이죠. 차가운 커피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더울 땐 더욱 뜨거운 것으로 이겨내야죠.”
체일룬과 맥골라스는 원래 별로 접 점이 없던 관계였지만 최근 마탑에 서는 둘의 경쟁구도가 둘을 더욱 더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중 요한 임무나 작업을 진행할 때는 언 제나 둘을 모두 후보에 올리고는 했
다.
맥골라스 머치팽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욱 하늘 높이 성장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체일룬 또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마탑에서 더 욱 높은 보직을 차지하길 원했다.
그렇기에 서로 양보할 수 없다.
맥골라스와 체일룬은 회의장에 들 어가 각자의 자리에 착석했다. 원로 급 마법사 세 명과 각 길드의 수장 들을 중심으로 자리가 형성되지만 맥골라스와 체일룬은 그들에 비해 기가 강하면 강했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워낙 마탑주의 후원을 든든하게 받 고 있는 인재들이라 발언권도 상당 히 강력했으며 절대로 무시 받지 않 을 정도로 뛰어난 지식과 말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재능 또 한 10년 안에 자신들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허투루 그들 에게 망언을 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그리하여 화이트 패레이징의 개발과 관련해서 의견을 듣고 싶습 니다.”
체일룬이 이야기를 꺼낸다.
“우선 인력을 36명으로 확장하고, 3개의 조로 나누어 리더를 정한 다
음에 패레이징의 세 부품을 건네주 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패레이징의 조각을 나누었을 때
체일룬이 이야기를 끝마친다.
“오호,그거 꽤 괜찮군요.”
“흠,저도 그 쪽으로……
맥골라스 머치팽이 입을 열어 반박 한다.
“패레이징을 다룰 정도의 기술자를 최소 9명 이상 고용할 때 들어가는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차라리 인력 은 줄이고 개발 기간을 더욱 길게 잡아서 불량품의 생산을 줄이는 편
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패레이징에 들어가는 공식의 경우 오차가 극심하게 갈리는 편이라 오 랜 기간 세밀하게 자격증을 가진 적 은 수의 기술자들이 나서는 편 이……
결국 머치펭의 의견이 발탁된다.
또 다른 안건이 나온다.
“회식 바위 마탑에서 제조하는 포 션의 효율이 심히 떨어진다고 하여, 이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투자금을 얼마 정도……
머치팽이 의견을 꺼낸다.
“포션의 경우 전문 마법사를 차라
리 고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 며……
체일룬이 반박한다.
“전문 마법사를 고용하게 될 경우 회색 바위라는 이름을 포션에 넣는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하여……
결국 체일룬의 의견이 발탁된다.
이런 식으로 체일룬과 맥골라스는 서로 팽팽하게 경쟁을 진행한다. 절 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주변의 다른 나이 많은 마법사들이 보면서 긴장이 될 정도로 흐뭇해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쟁 을 한다.
맥골라스가 이기기도 하고 체일룬 이 이기기도 한다. 그들은 항상 이 런 식이었고 이런 경쟁으로 인해 회 색 바위 마탑이 조금씩이지만 발전 해나가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체일룬과 맥골라스 는 방금 전 나누었던 회의에 대해 또다시 토론을 한다.
그들은 그저 마탑의 이미지를 위해 만들어진 공터를 천천히 거닐면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 을 뿐인데 지켜보는 사람들을 그들 이 신경전을 벌인다 생각하여 긴장 을 금치 못했다.
정작 그들은 사실 신경전은 접어두 고 방금 전 나누었던 회의에 대해 되짚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 전 패레이징에 대해 사실 궁 금한 점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그 게 자격증을 따려면 최소한 연수 기 간이……
“저도 그 연수 시간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그들은 경쟁 관계이지만 협력 관계 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협력하는 것 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에만 할 뿐이다. 당연하지만 자신들에게 유 리한 것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파견 교수라…… 커리쿨럼 점수에 높으니까 일단 참여하는 쪽이 좋겠 는데.’
‘흠,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한 번 경험해보고 싶군.’
맥골라스와 체일룬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파견 교수에 관한 생각이 맴돌았다.
절대로 파견 교수를 누구에게라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이벤트에 참여할 기회는 그다 지 많지 않다. 이 시기에 여유로울 때가 과연 언제 또 있겠는가. 이번 에 반드시 참여해야만 한다고 그렇
게 생각했다.
맥골라스와 체일룬은 서로의 이야 기를 마치고 다시 마탑으로 돌아와 이번 회의와 관련된 보고서를 제출 하기 위해 마탑주 전용 엘리베이터 를 찾아갔다.
그들은 보고서를 직접 마탑주에게 제출한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는 마탑주가 있는 방으로 직행하는 특 별한 엘리베이터다. 그런 엘리베이 터에 탑승하려는데 안쪽에서 은발 머리의 예쁘장한 소년이 내리자 맥 골라스와 체일룬은 의문을 표했으나 금방 신경을 꼈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잠시 기다
리자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무겁고 육중한 바위 같은 분위기를 가진 문 에 노크를 하자 안쪽에서 들어오라 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흰색 수염을 길게 늘어뜨 린 마탑주 스톤멜리지가 웃는 얼굴 로 소파에 앉은 채 반겨줬다.
“어서들 오게나.”
예의를 차리고 인사를 건넨 다음 스톤멜리지에게 보고서를 건네려고 다가가는데 그제야 그들은 그의 맞 은편에 앉아있던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름답게 찰랑이는 흑발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예쁘장한 소녀…… 로
도 보이고 소년으로도 보이는 누군 가가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즉시 알아본 맥골라스 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맥골라스 머치팽이 모든 것을 버리 고,마법을 다시 미친듯이 파고들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앉아있었다.
‘서,설마……
그때보다 키가 10cm정도 더 자라 있었지만,틀림없었다. 저 현명한 눈 동자를,저 아름답게 찰랑이는 머리 카락을,저 도도하고 앙증맞은 입술
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맥골라 스는 쿵쾅대며 뛰는 심장을 진정시 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한 가득 쥐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체일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밀하레 타 호수에서 만난,거대한 뱀 한 마 리를 가볍게 설득해 마을 하나를 소 리 소문 없이 구해내고 사라진 마법 사가 아니던가. 줄곧 그 신비로웠던 소녀 마법사를 떠올리고는 했다. 그 런데,설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아이,서천영은 그들을 올려다 보더니 깜짝 놀란 둣 눈썹을 크게
떨었다. 그 모습마저도 너무 사랑스 러워서 그리고 그리던 맥골라스 머 치팽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스톤멜리지는 맥골라스와 체일룬을 쳐다보더니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 을 대뜸 지었다.
“맥골라스,체일룬. 일전에 이야기 했던 파견 교수직에 대해 기억하는 가?”
“예.”
“물론입니다.”
차를 홀짝이며 스톤멜리지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표정으로 입을 열 었다.
“그게 자네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네만. 여기 메이 지 서천영이 회색
바위 마탑의 이름으로 꼭 루클렌 마법 학교의 파견 교수를 해보고 싶 다고 해서……
스톤멜리지는 솔직히 이들이 허락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파견 교수는 앞으로 맥골라스와 체일룬의 스팩에 있어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경력인 데다가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절대 쉽사리 오지 않을 것을 그들 역시 알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거절하면 메이지 서천영에게
는 미안하지만 그들에게 양보를 할 생각이었다. 그들의 경쟁심은 스톤 멜리지 역시 말릴 수 없는 것이었으 니.
“뭐,안 된 다면……
“됩니다.”
“무조건 됩니다.”
“……응?”
스톤멜리지는 의외의 대답에 고개 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았다. 맥골라 스와 체일룬은 왠지 엄청나게 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부담스럽게 눈을 마주했다.
“꼭 메이지 서천영이 파견 교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경력에 적히지 않아도 좋으니. 저희는 꼭……
그렇게 동시에 말한다.
“꼭 조수로 따라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