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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95화 (94/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095화

외전 위대한 드래곤 서천영에 관하 여

[위대한 드래곤 서천영에 관하여.]

[……그리하여 서천영은 ‘바람의 숲’에 기둥을 하나 남겨두고 왔다고 한다. 그곳에 적혀있는 글귀는 당대 에 와서 그 누구도 읽을 수 없다고

하며 심지어는 드래곤조차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입 을 모아 말한다. 서천영이 남겨둔 그 기둥에는 분명 미래를 예언하는 엄청난 의미가 담겨있다고…….

(중략)

‘지구’에서 넘어온 수많은 언어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그 글자가 한국 어로 ‘서천영 다녀감’이라는 것은 알아냈으나 해석을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찬 란하고도 영광스러웠던 영웅의 시대 를 이끌었던 위대한 드래곤 서천영 은 과연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 까?]

[……드래곤의 마법이 마냥 인간에 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것들 중에는 용의 각인이라는 저주가 있 다. 만 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기록 이 대부분 유실되어 최초 발견자는 서천영으로 기록되어있다. 그 전에 누군가가 더 발견했는지 어떤지는 모르나 유일한 치료법 역시 서천영 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기록상 서천영은 그것의 치 료법을 암호화 해놓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르나 용의 각인이라는 저 주가 치료하기 굉장히 난해할 것이 며,이것을 리바운드 없이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 암호를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마법사여야만 한다는 추측 이……(후략)]

대략 만 년 뒤,그리픈.

검은 마천루.

수천 아니,수만 명의 마법사가 쓰 러져 있었다. 레드 드래곤 렉칼리온 은 참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 보았다. 하늘 위에는 붉게 빛나는 ‘드래곤 스퀘어’가 둥실 떠있었다. 그것은 집채만 한 크기를 가지고 있 었지만 그 안에 내재된 에너지는 고

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태양의 에너지다.

그것은 드래곤 스퀘어,옛 언어로 는 용의 큐브라는 물건. 절대 드래 곤이 아닌 종족의 마법사가 탐해서 는 안 될 물건이다. 하지만 인간 마 법사들은 렉칼리온을 기다리다 못해 지쳤고,결국 그들이 스스로 ‘영웅’ 을 만들어내기 위해 드래곤 스퀘어 에 손을 대기에 이르렸다.

인간들은 절박했다. 지금도 타차원 에서 수많은 이종족들이 쳐들어오고 있었고 그들의 세력은 지금 이 순간 에도 약해지고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영웅이 절박한 이 시대에 영

응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렉칼리온은 눈을 질끈 감고 피가 나도록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내 탓이다. 인간들이 이렇게 된 것 은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다.

드래곤은 자책한다. 위대한 드래곤, 서천영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얼마 나 수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 었던가. 하지만 부족했다. 서천영은 찬란하고도 아름다웠으며 영광스러 웠던 시대에 수많은 영웅들을 이끌 던 위대한 드래곤이었지만 렉칼리온 은 고작 한 명의 영웅도 찾아내지 못하는 머저리 드래곤이었다.

마법사들의 피부에는 마치 ‘균열’ 이 간 것처럼 핏줄이 돋아있었다. 렉칼리온은 저것이 뭔지 알 수 없었 으나 드래곤 스퀘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조용히 바닥에 착지에 마법사 한 명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댄다. 기 운을 모조리 흡수하려고 했지만 드 래곤인 렉칼리온에게조차 반발하며 그 기운은 마법사의 마나 써클에 착 달라붙은 상태였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렉칼리온 님.”

“……썬,왔습니까.”

하얗게 센 머리와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썬이 렉칼리온에게 다가왔다. 그는 책 한 권을 그에게 건넸다.

“이 저주에 관해 적혀있습니다.”

“이건……

이 책 역시 서천영에 관한 이야기 였다. 벌써 만 년도 더 이전에 서천 영은 이 용의 각인을 발견했더란 말 인가.

“기록에 따르면 서천영은 이 저주 를 간단하게 해제했다고 합니다.”

“이 저주를……?”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렉칼리온은 서둘러 책을 펼쳤다. 용의 각인이라는 저주와 그 치료법 에 대해서까지. 하지만 치료법은 용 언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서천영 특유의 ‘암호화’로 인해 도 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렉칼리온은 드래곤인 자신조차 읽 을 수 없도록 되어있는 이 용언을 보며 참담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 었다.

“맙소사…… 도저히 읽을 수가 없 구나.”

이를 악물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고

개를 푹 숙이는데 옆쪽에서 마법사 들이 괴롭다는 듯 몸부림을 치는 것 이 보였다. 절박함이 이들을 죽음으 로 몰아넣었구나,렉칼리온.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던 탓에 인간들 중에 서 가장 유능한 마법사들이 모조리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해석을 시작한다.”

렉칼리온은 그대로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혔다. 그에게는 밤낮이라는 개념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잠 따위는 자지 않아도 된다. 그저 서 천영이 남겨둔 이 기록을 해석할 수 만 있다면. 서천영이 생각했던 것의

티끌만큼이라도 알아볼 수 있다면.

하루가 지나고,사흘이 지나고,일 주일이 지났다. 마법사들은 썬에 의 해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송된 상태 였지만 의사들은 도저히 그들을 치 료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 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고 드래곤 스퀘어의 해석을 주도했던 마법사들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렉칼리오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서천영이 마지막으로 남겨둔 메시지 를 해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마침내 열흘째가 되는 날. 그것의 해석에 성공한 렉칼리온은 펜을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화이…… 팅?”

이게 대체 무슨 단어란 말인가. 당 최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등장하자 렉칼리온은 머리를 싸댔다.

“썬! 지금 당장 언어학자들을 불러 주세요.”

그리하여 그리픈 대륙에서 내로라 하는 유명 언어학자들이 모여 ‘화이 팅!’이라는 단어를 해석하기에 이르 렸다. 그들 또한 렉칼리온과 함께

힘을 합쳐 사흘이나 날밤을 새가며 마침내 그 단어를 해석하고야 말았 다.

“이 단어의 뜻은…… 응원 메시지 입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힘을 내라

“예?”

그게 무슨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란 말인가. 서천영이 그 위대한 드래곤 이 용의 각인이라는 저주의 치료법 에 고작 그런 단어를 써놓았다고? 말도 안 된다.

언어학자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해석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한다

며. 이 기록 또한 조작이 아니냐며.

“조용!”

렉칼리온이 소리를 질러 그들을 저 지 했다.

“제 생각엔,화이팅이라는 단어의 해석은 거의 정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알아본 결과,만 년 전 과거 에는 화이팅이라는 단어를 수많은 상황에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치열 한 결투,스포츠인들의 경쟁,시험을 치러 갈 때에도,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사람에게조차.”

“이것은 만 년 전의 위대한 드래곤 서천영이 저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 다. 이건……

렉칼리온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한 다.

“아무래도 더 이상 자신의 자취를 뒤쫓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라는 말 을 전하려는 것입니다.”

“그,그럴 수가!”

“과연 서천영이라면 그럴지도 모르 겠어.”

그동안 렉칼리온은 서천영의 뒤를 쫓기만 했다. 위대한 드래곤이었던 서천영의 발자취만을 쫓아 너무 수

동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영웅을 찾지 못하는 렉칼리온이라 도 서천영처럼 살아가면 어떻게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 적으로 그는 실패했고 결국 이번에 도 서천영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 았던가?

‘서천영이시여 당신은 대체 어디까 지 예측한 것입니까? 당신의 후대 드래곤인 제가 당신에게 의지할 것 이란 사실조차 예상하신 겁니까?’

렉칼리온은 조용히 서천영에게 경 의를 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차원을 걸쳐가며 세계를 구원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위대한 드래

곤에게 짧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만 년의 세월을 건너,서천영이 보 내는 메시지.

그것을 완벽하게 수신한 렉칼리온 은 주먹을 꽉 말아 쥔 다음 자리에 서 벌떡 일어섰다.

“갑시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결 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부터 저는 마법사들을 아니, 그리픈을 구하러 갑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위대한 드래곤이 탄생하려 한다.

다시 만 년 전,금색 별 마탑에서 파트라슈는 못내 궁금했는지 결국 입을 열었다.

-주인,대체 그때 노트에 적어뒀던 ‘화이팅!’의 뜻이 뭐야?

그러자 서천영은 왜 또 귀찮은 걸 물어보냐면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냥 적어놓기 귀찮아서 아무 말 이나 써 놓은 건데. 설마 용의 큐브 를 건드리는 미친놈이 미래에도 있

겠어?”

-있으면?

“그 놈이 알아서 하겠지.”

-주인 진짜 겁나 무책임한 거 알 아?

그는 피식 웃으며 오징어 다리를 뜯었다.

“뭐 어때. 얼굴 볼 사이도 아니고. 미래의 드래곤이 누가 됐든 개는 내 이름도 모를걸?”

천영은 그렇게 의사에게 건네주었 던 수첩에 대해서 영원히 잊고 살았 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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