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01 화
레이스 챌린지에서 우승하기 위해 선,총 세 가지의 경기에서 각각 점 수를 따내 합산 점수가 제일 높아야 만 한다. 몬스터를 잡는 레이드 첼 린지,각 팀끼리 결투를 벌여 상대 방의 깃발을 빼앗는 파이트 첼린지, 마지막으로 던전을 공략하는 던전 첼린지가 있다.
현재 레이드 챌린지가 끝난 상황에 서 압도적으로 로스틱 클랜의 파티
가 정점에 서있었다.
-레이스 첼린지 이틀 차, 파이트 첼린지를 시작합니다!
와아아아!
경기장쪽에서 관중들의 시원한 환 호소리가 울려 퍼진다.
로서진은 아직까지 입장하지 않고 로비에 앉아 머리를 식히고 있었다. 도저히 심사를 하러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서천영의 얼굴을 볼 자신이, 전혀 없었다.
뚜벅,뚜벅.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에 로서진 은 고개를 들었다. 로나스가 주머니
에 손을 꽂아 넣은 채 거만한 걸음 걸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고민이 많은 모양이군.”
“……별로 그렇진 않습니다.”
“하긴 자네는 예전부터 생각이 많 고 심성이 너무 올곧아서 탈이었 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로나스 는 뒤쪽에다가 손을 지시했다. 그러 자 한 사내가 무언가를 들고 로서진 에게 다가갔다. 잠시 경계하던 그녀 는 그것이 어떤 상자라는 것을 깨닫 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네가 그렇게 원하던 서천영의 지팡이라네. 넥스터들이 과거 서천 영에게서 얻은 물건이라고 하더군. 그의 마법 이니셜도 박혀있으니 진 품인 것은 틀림없어.”
“그렇,습니까……
이런 와중에도 그 물건에 손을 뻗 으려고 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진 로서진은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로나스는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이미 시작된 일이네. 후회는 하지 말고.”
로서진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덕분에 그녀는 로나 스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망할 년이…… 주는 대로 받아 처 먹었으면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할 것 이지…….,
사실 로나스 역시 불안한 마음에 찾아온 것이다. 난데없이 서천영이 이 자리에 떡하니 등장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서천영이 등장한 이후 부터는 로서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상황이 좋지 않게 홀러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나스 는 그녀에게 아예 쐐기를 박기 위해 눈에 띄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자,받게.”
고개를 들어 올린 로서진은 한참이 나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후후,그래야지.”
로서진이 마침내 그 물건을 받아들 였다는 것은 결국 로나스의 편에 서 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일 터였다. 로나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씩 미소 를 지었다.
“다른 생각은 말고 그냥 조용히 지 나가면 되는 일이라네. 자네만 입 다물고 있으면 별 탈 없이 끝날 테
로서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로나 스는 할 말이 끝났다며 그대로 뒤돌 아 사라졌다. 로서진은 그 뒤로도 한참이나 자리에 앉아서 서천영의 지팡이를 쳐다보았다.
-전대미문의 점수입니다! 심사 위 원들이 만장일치로 엄청나게 높은 평가를 내려줬군요! 하지만 아직 두 경기나 남아 있으므로 결과는 모릅
사회자가 그렇게 말해도 사실 결과 는 거의 뻔해보였다. 이전의 레이드 첼린지에서 로스틱 팀이 너무 압도 적인 위용을 보여주었기 때문. 그들 은 단 한 번의 피격조차 허용하지 않고 두 번째로 빠르게 보스를 클리 어한 나이아가라 팀보다도 5분이나 더 빠른 기록을 낸 상태였다.
당연히 이 정도나 기록 차이가 나 면 관중들은 생각하게 된다.
‘로스틱 클랜의 팀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파티의 전략가가 대단한 모양인
데? 몬스터를 완벽하게 파악했어!’
‘통찰력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파티원들의 호홉이 장난 아니군.’
‘그야말로 최강이나 다름없어:
그리고 그 추측은 두 번째 경기인 파이트 첼린지까지 이어지게 된다.
-아,로스틱 팀의 푸첼리 선쉬 상 대방이 몰래 사용하려던 전법을 어 떻게 알아챈 걸까요! 캐스팅이 시작 되자마자 바로 돌진하여 캔슬 시켰 습니다!
-저럴 수가,저럴 수가,저럴 수 가! 말이 되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접근하던 암살자를 마치 미리 알
고 있었다는 것처럼 반응하여 캐치 해냄니다!
-로르템 팀의 자랑인 트라이앵글 연계! 미리 포지션을 잡아두지 않으 면 대처하기 어렵…… 이럴 수가! 로르템 팀이 트라이앵글 연계를 시 전하자마자 로스틱 클랜의 포지션이 순식간에 리버스 트라이앵글의 형태 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상상을 초월 하는 판단력입니다!
로스틱 팀은 그야말로 상대팀을 완 전히 ‘박살’내며 승리를 거듭했다. 승리 자체에 점수가 있기 때문에 많 이 이겨서 올라갈수록 더 높은 점수 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그들은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고 아니,애 초에 빈틈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승승장구하며 꼭대기까지 올라갔 다.
그리고 마침내 나이아가라 팀과 로 스틱 팀의 조우. 가장 기대했던 우 승 후보들이 만난 만큼 관중들 또한 굉장히 열광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은 참가자들 이 상대팀의 경기를 볼 수 없다. 그 렇기 때문에 맥골라스는 로스틱 팀 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는 모른 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팀을 압도적 으로 굴복시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맥골라스
는 자연히 긴장했다.
‘상대방의 조합은 무난하군. 마법 사 둘,탱커가 하나. 거기에 근거리 딜러와 궁수까지 있나? 그에 비하면 우리 팀은……
맥골라스의 팀은 밸런스가 엉망이 었다. 마법사 하나에 전사 넷,레인 저 하나. 원거리 클래스가 압도적으 로 부족한 상황.
하지만 맥골라스에게는 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무려 서천영이 직접 응원까지 해준 상황에 절대로 질 수는 없었다. 별 생각 없는 경기라지만 만약 상대가
이길 수 없는 강적이라 하더라도 맥 골라스는 충분히 자신의 한계까지 이끌어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렉톰은 나이아가라 팀의 꼬락서니 를 보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나 참,팀의 상태가 말이 아니군.”
로스틱 팀의 인원들은 하나같이 고 급 장비를 골라서 맞춘 데다가 디자 인까지 깔 맞춤을 한 상태였다. 척 봐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비들. 반대로 나이아가라 팀은 어 디서 주워온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 는 것처럼 허름했으며 깔 맞춤은커 녕 제대로 방어구의 기능은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장비를 착용하고 있
렉톰은 조용히 자신의 팀원들에게 말했다.
“조사원의 말에 따르면 급조된 팀 이라고 한다. 마법사는 조금 조심해 야 하지만…… 전략도 없고 전술도 없다. 그냥 원시인이나 마찬가지라 는 소리지.”
로스턱의 팀 또한 상대방의 전투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사전에 자신들이 누구와 결투를 하 게 될지 전달 받은데 클랜에서 상대 방에 대한 조사를 전부 끝마치고 렉 톰에게 정보를 전달해준 상태였다. 그리고 그 정보에 의하면 나이아가
라 팀은 정말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이번 대회에 참여한 몇몇 넥스터 팀 또한 가볍게 누르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쉽게 이기겠군.”
누가 봐도 나이아가라 팀이 훨씬 불리했다. 그것도 강팀과 강팀의 대 결이라면 팀의 조합 차이는 현저하 게 드러날 것이다.
그럴 것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 다.
나이아가라 헬스장의 또 다른 별 명. 그것은 바로 ‘동청 A구역 철거 반’이라는 특이한 별명이었다. 과거 넥스트에서 유저가 제일 많기로 유 명했던 ‘동청’이라는 지방의 A구역 을 지배하던 거대 규모의 집단을 나 이아가라 헬스장의 소수 인력이 모 조리 치워버렸다고 해서 붙은 별명.
그 말인 즉,그들은 넥스터들 중에 서도 이런 ‘결투’의 정점에 위치한 자들이라는 의미였다.
쿠쾅!!
경기 시작 직후,양팀의 충돌.
맥골라스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상대방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약해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뭐야,이게……?”
마법사 두 명의 수준은 3클래스 정도로 20대의 젊은 나이 치고는 단연코 재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 었지만 그들은 두 명으로도 맥골라 스 머치팽 한 명을 마크하지도 못했 다.
심지어는 맥골라스는 왼손으로 한 명,오른손으로 한 명을 마크하면서 입으로 따로 주문을 외워 팀을 도와
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근거리 전투 또한 차 이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시작부터 힘 싸움을 시도하려고 한 로스틱 팀 을 가뿐하게 날려버린 나이아가라 팀의 인원들은 단번에 세 명을 리타 이어 시키고 깃발을 보호하고 있는 곳까지 돌진하고 있었다. 이건 뭐, 맥골라스가 전략을 판단하고 말 것 도 없이 그냥 무식한 싸음 하나만으 로 싸음이 정리되고 있었다.
‘상대방이 약하다? 아니야…… 우 리 팀이 너무 강해.’
마치 이런 싸움을 계속해서 해왔다 는 것처럼 나이아가라 팀은 완벽하
게 적을 압도했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적당히 기절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누가 가장 위태로운 자리 에 서있는지,어떤 루트로 가면 깃 발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지 이 모 든 것을 전부.
맥골라스는 의문을 품는다.
‘정말…… 이런 전투력을 가진 팀 이 우리보다 몬스터를 더 빨리 공략 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도 나이아가라 팀보다 5분이나 더 빠른 속도로?
‘불가능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뛰어난 전략가인 맥골라스 머치펭
또한 몬스터의 패턴과 특징 등을 파 악하기 위해 공략 시간의 절반가량 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17분이나 걸려서 몬스터를 공략했다. 하지만 시간상으로 따지면 상대팀은 맥골라 스가 몬스터를 공략하고 있을 때 이 미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보스를 마무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 다.
‘……고작 저런 팀이?’
결과는 참담했다.
렉톰은 무릎을 꿇은 채 깃발을 뽑 아든 채로 서있는 맥골라스 머치펭 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아예 로스 틱 팀을 가지고 놀다 못해 심심했는
지 맨 뒤에 서있던 맥골라스를 불러 직접 깃발을 뽑게 만들었다.
“믿을 수가 없군.”
맥골라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실 망했다는 듯 싸늘한 시선으로 렉톰 을 내려다보자 그는 자존심이 상한 둣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WIP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로나스 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한 것을 간신히 억제했다.
‘말도 안 돼…….,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급조된 팀에 다가 조합도 엉망이고 심지어 제대 로 된 전략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그 말대로 그들은 모든 것이 엉성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 되자마자 없던 전략도 갑작스레 생 겨났으며 조합 따위는 힘으로 무식 하게 커버를 쳤다. 분명히 마법사와 는 합을 맞춘 지 얼마 되지도 않았 을 터였는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 다.
이를 악물고 손톱을 잘근잘근 씹던 로나스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요 하엔이 환한 얼굴로 자신들의 팀원 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다시금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 앉혔다.
‘후우,그래. 압도적인 승리를 원했
지만…… 우승은 어차피 우리의 것 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지금이 마지 막이 다.
‘……로서진에게 미리 찾아가길 잘 했군.’
로나스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닫고 한시름 놓았다.
다음 날.
서천영은 하품을 쩍쩍 내뱉으며 로
비를 걸었다.
“나 참…… 뭔 경기를 연속으로 진 행 하냐고.”
선수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조금의 텀은 둬도 괜찮지 아니한가? 그런 생각을 품고는 있었지만 사실 말할 곳은 따로 없었다.
-주인,어제 그 놈들 어떻게 생각 해?
“뭐,로스턱인지 숏스틱인지 하는 놈들?”
-구린 냄새가 나던데.
“흐음.”
확실히 뭔가가 석연찮기는 했다. 분명히 레이드 철린지를 진행할 때 만 해도 그들의 전투력은 나이아가 라 팀보다도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 여주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서천영은 기억 속 장면을 재생하며,판단을 정정한다.
‘아니지,그 놈들…… 개인의 무력 이 그렇게 강했던가?’
워낙 순식간에 압도적으로 재빠르 게 빈틈없이 과감하게 몬스터를 쓰 러뜨리는 바람에 개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살피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 말 교과서를 보면서 몬스터를 잡는
것처럼 마치 몇 번이나 연습해본 것 처럼 거의 묘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 여 주며 몬스터를 잡던 그들이 너무 나도 인상적이어서 강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흐음,단기간에 그런 공략법을 생 각해낸다는 게 신기하긴 한데……
구린 냄새가 나긴 했다. 하지만 이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 경기 보면 알겠지.”
- 흐음.
사실 서천영은 별 생각이 없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 나이아가라 팀이 이긴 것은 정말 다행이었지만 이미
그 전에 따놓은 점수 차이가 너무 압도적 이었다.
레이드 첼린지에서 제로 피격에 12분 클리어라는 압도적인 기록은 파이트 첼린지에서 비록 그들을 이 겼다지만 점수 차이는 좀처럼 메워 지지 않았다.
‘던전 챌린지에서 누나네 팀이 이 기면 또 모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자리로 돌 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출구 쪽에 누군가가 서있는 것이 시 야에 들어왔다. 별 신경 쓰지 않으 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로서진이 라는 것이 그의 흥미를 돋웠다. 그
녀는 밤새 한숨도 잠을 못 잤는지 다크 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상태였 다.
“여기서 뭐해요?”
이전번에 서천영은 로서진과 대화 를 나누면서 그녀가 자신에게 정도 이상의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말도 제대로 못 꺼 내고 당황한 둣 버벅이고 우물쭈물 하다가 혹시나 시선이라도 마주치면 바로 눈을 내리까는 그 모습은 영락 없이 첫사랑에 빠진 소녀였다.
-저 여자는…….
파트라슈가 난데없이 심각한 표정
을 짓건 말건 서천영은 환하게 웃으 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남자란 자신 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여자를 안 좋게 볼 수는 없는 종족이다.
“……메이지 서천영을 기다리고 있 었습니다.”
“네?”
기다릴 이유가 있던가? 뜬금없는 말에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물건을 꺼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 시추에이션만 보자 면 마치 소녀가 짝사랑하던 선배를 학교 뒤편으로 불러내 러브레터라도 주는 장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로서 진이 꺼내든 물건은 낡아빠진 지팡
이였다.
“이건……
서천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경직되 었다. 로서진은 힘없이 웃으며 그것 을 건네주었다.
“이걸,어디서 구했죠?”
“……로스틱 클랜장이 저에게 준 물건입니다.”
서천영은 본디 지팡이라는 무기를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아예 안 쓰 는 것은 아니었다. 넥스트라는 게임 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레벨 이 낮은 시절에는 서천영도 평범한 마법사처럼 플레이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서천영은 던전에서 나 름 희귀하다고 알려진 지팡이를 하 나 구했었고 그것을 꽤나 오랫동안 애용했었다.
그랬었다.
이 지팡이와는 꽤 좋지 못한 방식 으로 헤어졌다.
당시 서천영은 대규모 공성전에 참 여를 했었고 마지막 수비 거점에서 상대방과의 일대일 상황에 닥쳤다. 하지만 상대방은 서천영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했다.
서천영의 클래스는 평범한 마법사. 하지만 상대의 클래스는 ‘지옥에서
돌아온 마검사’라는 무시무시한 이 름을 가지고 있었다.
서천영의 종족은 인간이었다. 상대 의 종족은 물리 공격에 대해 완벽하 게 면역이라는 사기성을 가진 ‘저승 의 원귀’였다.
서천영의 레벨은 당시 100대였다. 또한 상대방의 레벨 역시 동일했다.
레벨만 보면 조건이 똑같았지만 그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밀렸다. 서천 영은 제대로 된 마법 한 번 써보지 도 못한 채 그야말로 사기 소리가 터져 나오는 마검사에게 속수무책으 로 밀렸다.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다.
똑같이 마법을 사용하는 클래스인 데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었다.
그 날 죽임을 당하고 지팡이를 잃 은 서천영은 다시는 지팡이 계열 무 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히든 클래스 는 정말 하늘에서 벼락을 연속으로 맞을 정도의 천운이 따라줘야 구할 수 있었으므로 스스로가 마법사 클 래스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로 결심 했다.
갑옷을 입고,후미에서 안전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스스로 구른 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그렇게 남들 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던 서천
영은 어느덧 지팡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았다.
‘……이건 분명히 그 놈,마검사 웨지스턴이 가져갔을 텐데.’
그런 아이템이 여기에 있다는 건, 당시 서천영에게서 지팡이를 벳어간 웨지스턴 역시 그리픈으로 넘어왔다 는 이야기가 된다.
“괜찮으신가요?”
“괜찮고 말구요.”
어찌 보면 서천영은 웨지스턴에게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다. 서천영이 지팡이를 놓게 만들고 남들과는 다 른 마법을 개척하게 만들었으며 그
에게 끈기와 의지와 노력을 선물하 고 마침내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의 탈태 퀘스트까지 손에 넣게 만들었 으니까.
“……본인의 물건이 맞으시다니 다 행이군요.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 는 것이 맞으니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저야 좋긴 한데……
로서진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 다. 서천영은 그녀에 대해 아는 것 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하나 만큼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로서진은 인생의 방 향을 뒤틀어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가진 채 무언가를 결정하 려 하고 있었다.
서천영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들죠?”
그녀는 아니라고 그렇게 대답하려 다가 서천영의 그 질문에 저도 모르 게 솔직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미 서천영은 전부 꿰뚫어보고 있 을 것이다. 굳이 거짓말을 해봐야 의미는 없다.
“……네.”
그 대답에 천영은 쓰게 웃으며 그 녀에게 다가갔다.
‘나 참. 심사 위원장 보직이 상당 히 힘든가보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영은 그렇 게 생각하며 위로의 의미로 어깨를 살짝 쓰다듬었다. 비록 로서진은 힘 드냐는 질문에 긍정은 했지만 알려 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으 레 해주는 말 정도는 할 수가 있다.
그는 예의상 마치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대충 말을 툭 내뱉었다.
“일이 힘들고 뭐든 때려치우고 싶 으면 저한테 오세요.”
천영은 그저 밥이나 한 끼 사주겠 다는 의미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로서진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마치 눈물이라도 뚝뚝 홀릴 것처럼. 감격 받은 얼굴 로.
‘아,서천영,서천영…… 내 모든 것을 이해해준 걸까……
로서진 또한 심사 위원장이므로 서 천영이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파악 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 다. 그렇기에 그녀는 용기를 내서 서천영에게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처음엔 실망시켜서 미안하다는 그런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
다. 그래서 최소한 그의 원래 물건 을 돌려주자는 마음에.
그런데 서천영은,진작에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래,전부 다 내려놓자.’
서천영이 저렇게까지 말해준 이상 로나스의 지원에 연연할 필요는 없 다. 그녀는 결심이 굳은 표정으로 살짝 눈물방울이 맺힌 얼굴로 환하 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왠지 모르게 갑작스레 기운이 팔팔 해진 로서진은 그에게 강제로 지팡 이를 쥐어준 다음 후다닥 심사 위원
석으로 달려 들어갔다.
서천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 의 손에 다시 돌아온 지팡이를 쥐었 다.
“뭐지? 밥 얻어먹은 게 그렇게 좋 았나?”
비싼 걸로 사줘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파트라슈가 조용히 있다가 문득 말을 꺼낸다.
-주인.
“왜.”
-방금 그 여자,마법사였지?
“일단은 그렇더라. 높은 수준은 아
닌 것 같지만.”
그 대답을 듣고서 잠시 고민하던 파트라슈가 말한다.
-다음에 저 여자 만나면 혹시 검 술 배워볼 생각은 없냐고 물어봐.
“뭐? 뜬금없이 왜.”
-아니,그냥…… 저 여자에게서 검 사의 자질이 강하게 느껴진단 말이 지.
파트라슈가 그렇게 말하자 천영은 그게 뭐냐며 싱겁게 웃었다.
‘그나저나 이거 진짜 오랜만인데.’ 로서진에게서 지팡이를 어루만진
다. 너무 오랜만이지만 그럼에도 손 은 지팡이의 감촉을 기억한다.
‘지팡이가 커졌네.’
아니,내가 작아진 건가.
서천영은 헛웃음을 삼켰다. 길이 lm에다가 끝부분에 푸른 보석이 박 혀있는 이 은색의 막대기는 당시 서 천영이 한손으로 들고 휘둘러도 문 제가 없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에 와 서는 두 손으로 들어야할 정도로 사 이즈가 상당했다.
그것을 살살 쓰다듬던 서천영은 지 팡이로 어깨를 툭툭 치며 마사지를
“이거 꽤 쓸만하겠는데?”
천영의 그 말에 마법 지팡이에 대 해 잘 모르는 파트라슈가 물었다.
-주인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성능 이 그렇게 좋나?
그러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천영은 그것을 허공에 획획 휘둘렀 다. 딱 만족스러운 무게감,양손바닥 에 착 감겨오는 그립감,단단한 재 질,몇 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내 구성.
그야말로,
“몽둥이로 좋겠다고.”
사람 적당히 쥐어 패기에 알맞은 (마법)몽둥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