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02화
누군가에게 레이스 챌린지의 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 모 두 ‘던전 첼린지’라고 대답할 것이 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함정과 기먹, 그것을 초인적인 신체 능력과 화려 하고 기묘한 마법 컨트롤으로 극복 해나가는 참가자들을 보는 재미는 정말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었다.
허공에서 움직이는 바위를 건너가 거나,수수께끼의 화살을 맞혀 레버 를 당기거나,위와 아래의 중력을 뒤집어 지형을 뒤바꿔 숨겨진 길을 찾는다거나,강제로 구멍을 뚫어 남 들이 모르는 지름길을 뚫는다거나 하는 던전이지만 수십 가지의 다양 한 공략법이 나오기 때문에 관중들 은 단 1초라도 지루할 새가 없이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 었다.
-와우! 로스틱 팀이 벌써 최종 스 테이지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최종 스테이지의 기먹은 살 짝 특별해서 진입하자마자 방 전체
가 불바다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불바다가 사라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하지만 보스 몬 스터의 타임어택은 10분! 참가자들 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불길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판단을 택 한다면 보스의 공략이 상당히 어려 울 수가…… 아니,이럴 수가! 로스 틱 팀의 리더 렉톰이 단 1초도 망 설이지 않고 진입했습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 진입하는 용기! 그야말로 리더쉽 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군요!
요하엔과 하성 역시 경기를 지켜보 고 있었다. 비록 이전의 파이트 첼
린지에서 승리를 거뒀다지만 고작 1 승을 더 챙겨온 것만으로는 절대 점 수차를 메울 수 없었다. 심지어는 이번 던전 챌린지마저도 로스틱 팀 보다도 훨씬 뒤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요하엔은 서천영이 데려온 맥골라스 머치팽이라는 남자가 썩 마음에 들었다.
“아줌마,지고 있는데 괜찮은 거 맞아?”
하성이 팝콘을 씹으며 말하자 요하 엔은 피식 웃었다.
“나는 진작 천영에게 말해뒀어. 우
리의 목적은 우승이 아니야. 로스틱 녀석들한테 한 방 먹여 주는 거지.”
그리고 천영이 데려온 마법사 맥골 라스 머치팽은 그것을 아주 성공적 으로 해냈다. 파이트 철린지에서 로 스틱 팀을 아주 산산조각으로 자존 심에 영원히 스크래치가 난 채로 사 라지지 못하도록 박살을 내놓았으니 까.
로스틱 팀은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레이스 첼린지에서 우승을 거두겠지 만 파이트 첼린지에서의 패배는 아 마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이다.
그래,그녀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뭐…… 사실 찜찝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요하엔은 로스틱 클랜이 레이스 첼 린지에서 뭔가 심상찮은 꿍꿍이를 벌이고 있단 사실을 진즉에 알고 있 었다.
그녀와 아주 친한 사람이 로나스의 직속 부하와 레이스 챌린지의 심사 위원 중 한 명과 밀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정보를 전달해왔으 니까.
아주 우연히도 얻은 그 정보는 요 하엔을 계속해서 신경쓰게 만들었 고,지금에 와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마 점수를 조작하고 있거 나. 아니면 경기의 정보를 미리 흩 뿌렸을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요하엔 의 추측일 뿐 물증이 없다. 여기서 난데없이 ‘이 경기 조작이요.’ 라고 따져봐야 나이아가라 팀이 2위를 해 놓고 괜히 딴지를 거는 것이라고 욕 을 먹기밖에 더 하겠는가. 로스틱 팀의 비리를 밝혀내기엔 요하엔의 힘은 너무나도 작았고 로스틱 클랜 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충분히 만족해.”
“본인이 그렇다면 뭐……
그러다 문득 요하엔이 미심쩍은 표 정으로 눈을 비스듬히 뜨고 물었다.
“근데 너,경기 제대로 보고 있긴 한 거야?”
“응? 보고 있지.”
“아니,계속 심사 위원석만 쳐다보 고 있잖아.”
하성이 이상한 웃음을 내뱉자 그제 야 요하엔은 깨닫는다. 심사 위원석 에는 서천영이 앉아 있었다.
서천영,어쩌다가 이런 변태들이 꼬인 거냐. 요하엔은 차마 그 말을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 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스틱 팀이 던전을 클리어 하고 말았다.
-아,벌써부터 첫 클리어가 나왔습 니다! 로스틱 팀! 너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결국 로스틱 팀의 우승이 확정되자 로나스는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 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어차피 이렇게 이길 것을 파이트
첼린지에서 괜히 이미지만 망쳐놓았 군.’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울 정도로 파이트 첼린지에서 나이아가 라 클랜에게 무참하게 패배해버렸 다.
로나스는 잠시 분노가 솟아올랐지 만 그래도 일단 우승을 거머쥐었단 점에서 분을 삭일 수 있었다.
‘그나저나 강팀이 상당히 많군. ……미리 언질을 해두지 않았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
경기가 거의 종료된 듯하자 로나스 는 편안히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벌써부터 WIP석에 앉아 있던 주변 의 유명인사들이 로나스에게 슬쩍 다가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 는 최대한 겸손하게 받아쳤다. 그에 게 제일 중요한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하하하,축하드립니다. 안테오테의 회장님께서도 엄청 좋아하시겠습니 다.”
“저는 진작 로스틱 클랜이 이렇게 클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정말 뛰어난 인재들을 데리고 있 군요. 클랜을 운영하는 클랜장으로 서 솔직히 부럽군요.”
모든 것이 완벽했던 로스틱 클랜에 서 유일하게 부족했던 ‘명성’이 실 시간으로 상승하는 것을 느끼며 로 나스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레이스 철린지에서의 우승은,그만 큼이나 확실한 홍보 효과가 있었다.
“후후, 운이 좋았을 뿐이죠.”
그렇게 겸손을 떨며 로나스는 슬쩍 이제 막 던전 클리어를 완료한 나이 아가라의 팀을 확인했다. 확실히 그 들의 역량과 재능 또한 뛰어났으나 안타깝게도 소속이 ‘나이아가라’라는 점이 발목을 붙잡았다. 고작 소규모 클랜인 나이아가라는 아무리 애를 써봐야 두 발로 될 수밖에 없지만
로스틱 클랜은 들에 날개를 달고 훨 훨 날아갈 수 있었으니까.
세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모든 참 가자가 탈락하거나 통과하자 사회자 가 큰 소리로 외쳤다.
-경기 종료,최종 점수를 공개하겠 습니다!
그렇게 해서 맨 아래부터 11등까 지는 동시에 점수를 공개한다. 이 대회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대규모 클랜의 눈에 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 문에 우승하지 못했다고 하여 모든 참가자들이 아쉬워하진 않았다. 오 히려 생각보다도 결과가 잘 나왔다 며 기뻐하는 팀도 있었다.
사회자는 10등부터 차례대로 순서 를 공개했다. 몰래 벌어지던 내기 놀음 또한 흥분으로 뒤덮었다.
누가 이기는 쪽에 얼마를 걸었네, 누가 몇 등을 하는 것에 얼마를 걸 었네 하며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와 중에 마침내 등수가 3둥까지 공개되 었다.
로나스는 거기까지 확인한 다음 2 등은 나이아가라 팀이 먹겠거니 하 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1 등인 자신의 팀을 제외하고서 가장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팀이 그 들이었으니.
하지만.
-2등은 바로 ……어, 체,‘첼로 피 클로’ 팀입니다!
사회자 또한 예상외의 팀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인지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첼로 피클 로 팀 또한 굉장히 선전하던 팀들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승 없었는 지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나이아가 라 팀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망의 우승자 팀은,다름 아 \3--.
‘뭐지? 뭔가,뭔가 이상해.’
로나스는 황급히 심사위원석을 쳐 다보았다. 심사 위원들은 어쩐지 무 미건조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 놓은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을 깨 달았을 땐 이미 너무나도 늦은 상태 였다.
-……우승 후보였던 로스틱 팀이 반칙으로 인해 실격을 당해 우승팀 은 나이아가라 팀입니다!
그 순간 홀로세움에는 환호성보다 는 정적이 감돌았다. 로스틱 팀은 자신들이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했
다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사회자를 올려다보았다. 우 승을 해버린 맥골라스 머치팽 또한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 를 쓰고 있었다.
-아,아…… 이에 관해서는 심사 위원장께서 직접 할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자,잠깐……
로나스의 동공이 커진다. 로서진은 그런 로나스를 멀리서 내려다보더니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반투명한 계단을 올라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녀는 아무 감정도 깃들 어있지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폭탄
과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로스틱 클랜의 소속,로스틱 팀은 ‘뇌물 수수 혐의’로 인하여 실격 처 리 했습니다. 사전에 심사 위원에게 경기의 정보를 요구한 로스틱 클랜 ᅬ--.
그야말로 로나스에게는 청천벽력과 도 같은 말이었다.
-그들은 과거 5년 전부터 심사 위 원장을 자신들의 의지로 세우기 위
ᄒfl—•
로서진이 난데없이 로스틱 클랜의 비리에 대해 폭로를 하기 시작하자 그 클랜과 협력 관계에 있는 몇몇
집단의 고위직 간부들은 황급히 경 비에게 외쳤다.
“뭣들 하는 겐가! 빨리 가서 증거 도 없이 헛소리를 하는 저 여자를 끌어내려!”
증거도 없는 소리라기엔 로서진은 그 자체로도 이미 증거였다. 그녀가 사는 집 자체가 뇌물이었으며 그녀 가 사용하는 책상 또한 뇌물이었고 그녀가 사용하는 옷,신발,밥그릇 전부 하나하나가 전부 중거물이었 다. 그저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줬 다기엔 너무 입체적인 선물이었다.
“그게…… 이미 경비가 출동은 했 습니다만……
심사 위원석에는 이미 열 명이 넘 어가는 경비가 들이닥친 뒤였다. 하 지만 그들은 단 한 명도 로서진이 있는 곳까지 전급하지 못했다. 그녀 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유일한 계단에 천영이 주저앉아 나쵸를 씹 고 있었다.
로나스 역시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 얼거렸다.
“어떻게든 하란 말이야……
하지만 그들의 대처는 너무나도 느 렸고 로서진의 폭로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로나스는 아예 얼굴 이 잔뜩 창백해진 상태로 손을 덜덜
떨기만 할 뿐,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 이었다.
‘이건,말도 안 돼.’
나이아가라 팀은 고작해야 뛰는 놈 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클랜은 나는 놈에 속했다. 하지만 로나스는 몰랐 다. 나는 놈이 있다면 그 위에 무임 승차를 해버리는 양아치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무임승차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단골이,바로 서천 영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비밀 을 파헤치고 이 모든 것을 폭로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메이지 서천영
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WIP석에 앉아있던 하성은 콜라를 쪽쪽 빨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 음을 터뜨렸다. 비록 그와 함께 지 낸 시간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항 상 서천영은 뭔가를 하더라도 평범 하게 처리한 적이 없었다.
“이봐 아줌마. 서천영이 또 뭔가 이상한 짓을 한 모양인데?”
“……그러게.”
요하엔은 어찐지 그리웠다는 눈으 로 심사 위원석에 서 있는 서천영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얼마 전 오랜만 에 조우했던 서천영,그가 얼마나
낯설었던가.
생판 다른 사람처럼 변한 외모에다 가 가난에 찌들어 살던 시절과는 다 르게 부유한 모습에다가 성격 또한 미묘하게 바뀌어 있어서 마치 새로 운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요 하엔은 그의 등짝을 더 자주 노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서천영이 나이아가라 헬스장을 위 해 레이스 챌린지의 뒤에서 했을 노 력을. 남들 몰래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발에 땀을 홀리며 뛰 어다녔을 그 모습을 상상하며.
“기억났어. 저 녀석은 뭐든 한 번 물면 끝까지 해내고 마는 그런 성격 이었지.”
그래,서천영은 서천영일 뿐이다. 요하엔은 그렇게 생각했다.
‘‘.?,,
파트라슈가 서천영에게 물었다.
-주인,뭔가 했어?
“……아니? 난 지금 저거 처음 들 어서 안 건데?”
사실 천영은 아직도 상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회장님, 막내아드님이 사회적 으로 묻히고 있는데용?”
쇼파에 드러누워 신문을 보고 있던 번개 모양의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자신의 책상 에 정자세로 앉아 서류를 보고 있 던,안테오테의 회장 ‘기르슈’가 무 미건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로나스가 또 재롱을 피우다가 사 고를 친 모양이군.”
“아하핫! 나 참,회장님 아드님들 은 하나같이 개그맨이라니깐!”
하지만 자신의 막내아들이 뭐라고 욕을 먹든 기르슈는 별로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었다.
“흐응,제 생각엔 몇 시간 안에 회 장님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빌 것 같 으...”
따르르릉!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울 린다. 기르슈는 그 전화를 받더니 10초도 통화하지 않고 끊어버렸다.
“우하핫! 내 예상 맞았지? 그치?”
“그래.”
“쳇,반응 좀 해주지. 재미없기는.”
자신의 번개 모양 붉은 머리를 정 리하던 그는 미묘한 얼굴로 기르슈 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쩔겨?”
“알아서 하라고 둔다.”
“하긴 회장님한테 막내아들 정도는 이미 내다놓은 자식이니까.”
그 말에 기르슈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아예 신경을 끈 것처럼 보 였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신문을 읽으며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흠,그나저나 이 사건에도 ‘서천 영’이 끼어있는 모양인데……
붉은 머리의 남자는 어찐지 친숙한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그 이름을 천 천히 읊조렸다. 별 생각 없이 말한 것이었으나 의외로 기르슈가 반응했 다.
“……금색 별 마탑의 서천영말인 가?”
“오호? 자신의 막내아들보다 더 관 심이 있나봐?”
그 말에 기르슈가 날카롭게 눈을 빛낸다.
“관심이 있고말고. ……우리의 물 건을 홈쳐간 건방진 꼬맹이니까.”
붉은 머리의 남자는 한참이나 웃었
다.
레이븐은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운 눈동자로 책상 위에 엎어지며 말했 다.
“……서천영 때문에 피곤해.”
일손이 부족해서 데려온 인재였다.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 선지 그를 데려오고 일이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제이나 역시 드물게 힘 들다는 얼굴로 동의했다. 그녀의 옆 에는 ‘마법서’의 견본이 잔뜩 놓여
있었다. 서천영이 이번에 개발한 마 법 문자인 ‘은,는,이,가’가 포함된 개량 마법서였다. 앞으로 이것은 전 세계 곳곳 심지어는 이종족이 사는 곳까지 퍼질 것이었다. 서천영이라 는 이름이 당당히 새겨진 채로.
“마법서도 검토해야하고…… 아직 이것 때문에 들어온 지원 건도 처리 하지 못한 게 상당한데……
금색 별 마탑의 마탑주라는 특성상 출장 임무도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레이븐은 요 몇 주는 아예 바깥공기 는 맡아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심지어 이번에 레이스 첼린 지를 구경하겠다며 난데없이 뿅 하
고 사라지더니 심사 위원을 해버리 질 않나,거기서 또 뇌물 비리 사건 하나를 해결해서 대규모 클랜 하나 를 폭삭 망하게 하질 않나.
그 건으로 인해 레이븐은 현재 전 화벨이 폭주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레이븐은 자 신의 서류를 한 움큼이나 집었다. 이것은 모두 원래는 서천영이 처리 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는 서류 처리보다는 자유롭게 돌아 다니는 쪽을 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레이븐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 는데 더 이상을 봐줄 수 없었다.
“사무직의 고통을 친히 맛보게 해 주지.”
그러자 제이나가 의자의 소리를 쿵! 하고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도 상당히 결연한 것이 서천영이 만들어내는 일 때문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 은 모양이었다.
“동감입니다.”
그렇게 레이븐과 제이나는 품에다 가 서류를 가득 안은 채 엘리베이터 를 타고 서천영의 사무실로 내려갔 다. 아마 그는 지금도 빈둥거리며 놀고 있겠지!
“……했었다구요? 흠,재밌네요.”
사무실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 려온다. 레이븐은 이마에 힘줄을 빠 직 세운 채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 다. 이 와중에도 놀고 있는 꼴이라 니!
벌컥!
“그래서…… 응? 레이븐 아저씨가 무슨 일이래?”
천영의 사무실에는 왠지 낯이 익은 여자와 서천영이 소파에 앉아서 이 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레이븐은 이 를 악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입 을 열었다.
“뭐,뭐야. 왜 그래 아저씨.”
제이나 역시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서천영의 맡은 편에 앉아 있 다가 그들이 들어오자 엉덩이를 일 으키던 여자를 쳐다보았다. 어찐지 익숙한 얼굴이었다. 레이븐은 여전 히 서천영에게 분노를 표출하기 위 해 게이지를 채우고 있던 모양이지 만 제이나는 손님이 있다는 생각에 빠르게 표정과 분위기를 정리했다.
“실례했습니다. 손님이 계실 줄은 몰랐군요.”
잽싸게 표정을 예의바른 얼굴로 정
리한 제이나가 그렇게 말하며 왠지 이름을 알 것 같기도 한 그녀를 향 해 물었다.
“실례지만 성함을 여쭤 봐도 되겠 습니까?”
“아,저는……
그녀는 뭔가 자신을 밝히기가 꺼려 진다는 둣 머뭇거렸지만 이내 포기 하고 말한다.
“.로서진이라고 합니다.”
로서 진.
그제야 기억났다. 레이스 첼린지가 끝나고 나서 수많은 기자회견에 참 여해 로스틱 클랜의 비리를 낱낱이
밝혀낸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 이름을 어떻게 모르겠는가. 하 지만 지금 당장 로서진이 기자 회견 을 했든 뇌물을 어쨌든 비리를 밝혀 냈든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래,그런 사소한 것은 문제가 되 지 않는다.
단지 로서진이 한 때는 레이스 첼 린지의 심사 위원장이 될 정도로 능 력이 있는 사무직의 인재라는 점과 현재 아무 직장도 없이 백수라는 것 이 가장 큰 핵심 포인트였다.
레이븐과 제이나는 동시에 로서진
에게 다가가 지옥의 서류더미를 안 겨주었다. 난데없이 서류더미를 건 네받은 로서진이 멀뚱멀뚱 눈을 뜨 고 당황하고 있자 레이븐이 입을 열 었다.
“합격.”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듯한 상쾌 한 얼굴로 레이븐이 엄지를 척 들자 로서진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오늘부터 서천영의 비서로 출근하 십시오.”
“……예에?”
레이븐의 표정은 어찐지 천 년 묵 은 변비를 한 번에 해치워버린 듯한 시원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