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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07화 (106/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07화

백화연이 서천영에게 파티 초대 메 시지를 보낸 것은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천영은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 끼며 부스스한 눈을 비비면서 일어 났다. 바로 코앞에는 두 눈을 멀뚱 이 뜨고 있는 백화연이 누워서 천영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시선을 맞춘 채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답답해.’

밤새 2인용 침낭 안에서 백화연이 서천영을 껴안고 잔 것이다. 모닥불 을 사이에 두고 천영은 백화연의 맞 은편에서 잠을 청하려고 했다. 전사 들은 특유의 식스센스 스킬로 인해 자는 도중에도 적의 침입을 감지할 수 있다지만 그 범위가 매우 좁다. 또한 마법사는 식스센스 스킬 따위 는 없지만 새벽 사이 자신을 대신하 여 감지하도록 해주는 패밀리어나 결계 등등의 마법이 있다. 그 또한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백화연과 자신이 감지 범 위를 반반씩 분담하려고 반대쪽으로

이동한 것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위험해 보인다며 가만 놔두질 못하 고 천영을 껴안고 잠을 청한 것이 다. 그래도 웬만한 배우 뺨치는 미 인의 품에 안겨서 잠드는 거라 좋게 좋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백화연이 너무 세게 끌어안고 자서 조금 답답 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침에 일어나니 떡 하니 메시지가 떠있다.

[‘백화연’님의 파티 초대] [Y/N]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천영은 결국 Y버튼을 눌렀다.

[Lv. 375 백련검사 - 백화연] [Lv. 240 마법사 - 서천영]

백화연의 레벨을 확인한 천영은 입 을 쩌억 벌렸다.

‘375? 말이 돼? 얼마나 사냥만 한 거야 이 여자……

금색 별 마탑에 머물고 있으면서 천영은 여러 유명한 넥스터들과 꽤 나 접점이 있었다. 상당히 상위권인

그들은 모두 350레벨을 돌파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요구 경험치가 계단식으로 올라갔다는 것. 299레벨 에서 300레벨을 찍는 것보다, 300 에서 3이을 찍는 것이 두 배는 어 렵다.

하지만 349에서 350을 찍는 것보 다,350에서 351을 찍는 것은 네 배로 어렵다고 했다. 물론 실제 경 험치 요구량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체감상 네 배나 어렵다는 것이다. 경험치를 얻는 방 법이나 몬스터에게서 흡수할 수 있 는 경험치량의 변화,지식 등을 쌓 아야만 오르는 경우도 있고 특정 행

위를 해야만 하기도 했다.

거기에 ‘깨달음’이라는 것도 존재 하는 모양이다. 조금은 어처구니없 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어떤 검 사는 자신이 휘두르는 검에서 ‘길’ 을 느끼는 순간,순식간에 레벨이 2 단계나 오른적도 있다고 한다.

이토록 경험치를 얻기 힘든 만큼 350레벨을 넘는 순간 차원을 달리 하는 강함을 손에 넣게 되는 모양이 지만.

그렇기에,350을 넘은 넥스터는 아 주 극소수로 존재했으나 그 이상으 로 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한 넥스터 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런데 375라니.

‘이 여자는 진짜…… 여기에 도착 해서 밥만 먹고 사냥만 했다는 게 정말인 모양이야.’

마을이나 도시에 들르지도 않고 미 친듯이 사냥터를 전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백화연. 그녀가 그리픈에서 가장 유명한 기관인 금색 별 마탑을 모르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천영이 그런 감탄을 하는 와중 백 화연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240? ……너무 낮아.’

안쓰러운 눈빛으로 천영을 쳐다본 다. 어째서 이런 어리고 약한 아이

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곳에 서 240레벨이면 물론 충분히 1인분 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 하다. 절대 혼자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는 아니다. 최소 10인에 서 20인의 파티는 꾸려야만 행동하 기 편할 것이다. 특히나 마법사라면.

그녀는 결심했다. 천영을 반드시 지켜주기로.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한다 고 생각했다.

침낭 안에서 쏘옥 빠져나온 서천영 은 감자 몇 덩어리를 막대기에 꽂아 서 모닥불에 가져다 대었다. 아침밥 까지 진수성찬을 차리기는 귀찮았으

니까. 천영과 백화연은 대충 아침을 때운 다음 다시 출발했다.

던전까지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 다. 서천영이 그것을 슬슬 느끼기 시작한 이유는 나오는 몬스터의 종 류가 갑작스레 뒤바뀌며 특이한 형 태의 괴수들이 자주 출연했기 때문 이다.

척 보고서 느낀다. 이것이 바로, 던전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 터라고.

그것들의 생김새는 닮은 구석이라 고는 전혀 없었다. 어떤 것은 온몸 에 가시가 돋아있기도 했고 어떤 것 은 팔다리가 모두 칼날로 이루어져

있어 사족보행을 하기도 했으며 눈 알이 12개나 되는 기괴한 것도 존 재했고 다리가 수십 개나 달린 채 떼거지로 이동하는 몬스터도 있었 다.

천영은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관 찰하고 싶었지만 백화연은 그것들을 무참히 살육한다. 어째서 그녀가 높 은 레벨에 올라선 것인지 이해가 갈 정도로 과감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발을 가볍게 구르면 마치 공간이동 이라도 한 것처럼 백화연의 모습이 일그러지며 사라진다. 잠시 뒤,그녀 가 있던 자리에 바람이 몰아치는 것

을 확인하면 이미 상황은 종료. 몬 스터들은 모두 살해당한 뒤다.

물론 이런 식으로만 가면 천영을 지키기가 수월하겠지만 그는 전혀 지킴받을 생각이 없었다. 천영은 백 화연의 평소 사냥 스타일이 그냥 저 렇겠거니 싶었다. 그 역시도 평소처 럼 행동하고 있었다.

백화연이 저벅저벅 걷고 있을 때 천영이 갑작스레 풀숲으로 쏘옥 사 라지더니 잠시 뒤 돌맹이를 무더기 로 들고 등장했다.

“오,이것 봐! 만쥬레 뎅쥬레 버섯 이야!”

“……그냥 돌멩이잖아.”

“아니야. 버섯이야. 먹어볼래?”

절레절레. 그녀가 격하게 고개를 젓자 천영은 ‘진짜 맛있는데…….’라 고 중얼거리며 인밴토리에 수납한 다. 그 이후로도 신기한 꽃이나 생 명체가 보이면 몸을 가만두질 못하 고 용수철마냥 뛰쳐나갔다. 그래서 백화연의 마음속에서 천영의 별명은 이미 ‘용수철 소녀’였다.

나무 위로 꾸역꾸역 기어 올라간 천영이 무지개 색 날개를 가진 새를 확 낚아채자 백화연이 어이가 없다 는 둣 말했다.

“그 새는 만지면 덩치가 100배로 커지는……

우두둑,두둑.

“으악?!”

갑자기 덩치가 거대해진 새가 부리 로 천영을 낚아채자 백화연은 황급 히 도약해 그것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 다음 바닥에 떨어지는 와중에도 천영은 자신의 노트에다가 무언가를 기록했다.

[데인져러스 레인보우 버드,만지 면 감촉은 좋으나 굉장히 사나움!]

위험한 몬스터는 아니었기에 천영 혼자서도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지 만 백화연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도 와주었다. 천영이 떨어지는 속도보 다도 먼저 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백 화연은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그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천영은 그 감 각이 느껴지자마자 쏘옥 빠져나가서 또다시 앞장선다.

“가자. 여기 신기한 거 되게 많네.”

요새 금색 별 마탑에만 틀어박혀서 사느라 얼마나 좀이 쑤셨던가. 넥스 트에선 안 그럴지 몰라도 그리픈에

서 마법사는 본디 ‘학자’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신기한 것들을 가져다 가 연구하고,분석하고,발견하고 마 침내 뭔가를 알아내고야 마는 그런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자들.

천영은 어느 사이엔가 그런 마법사 에 가까워졌다. 항시 책(과 술과 간 식)을 곁에 껴두고 살기 때문에 어 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파사삭!

이번에도 뭔가를 발견한 것인지 천 영이 풀숲을 해치며 안으로 쏘옥 사 라진다. 백화연은 묵묵히 그것을 기 다렸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 를 느껴 자세를 취하고 검의 손잡이

에 손을 가져다 댄다.

파삭!

풀숲에서 다시 천영이 튀어나왔다.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였지 만,그의 표정이 어쩐지 다급해 보 였다.

“튀,튀엇!”

“..<?,,

쿠구구구구!!

하지만 의문도 잠시 저 멀리서 엄 청난 굉음이 실시간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l〇〇m도 더 넘게 멀리서 들렸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이곳에 도달할 것만 같은 속도로.

빠르게 판단한 백화연은 적의 덩치 와 수를 판단했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자 이내 알 수 있었 다. 몬스터들의 개체 하나하나가 3 층 주택만한 크기에다가 그만한 덩 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만한 속 도를 낼 정도면 하나하나가 괴물 같 은 힘을 발휘하는 존재들이라는 것 을.

백화연은 즉시 몸을 돌렸다. 그 다 음 아직까지도 짧은 다리를 총총 놀 리며 뛰어가는 천영에게 달려가 잽 싸게 낚아챈 다음 자신의 옆구리에 끼었다.

“꽉 잡아.”

“어,어딜?”

파,앙!!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백화연은 자리를 박차고 도약했다. 서있던 자 리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남을 정도 로 엄청난 가속력!

천영은 다급하게 눈을 질끈 감았다 가 다시 한쪽 눈을 슬쩍 떴다. 백화 연이 천영을 거꾸로 잡고 있었기 때 문에 그는 뒤쪽의 상황을 볼 수 있 었다.

‘미,미친! 여기까지 쫓아온단 말이 야!’

그것들의 생김새는 코뿔소에 가까 웠으나 그 뿔이 다이아몬드처럼 생 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금강코뿔소라니…… 그것도 대형 금강코뿔소라니.’

금감코뿔소는 일정 시기가 되면 저 렇게 떼를 지어서 이동한다고 한다. 그것은 사실 딱히 천영과 백화연을 쫓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 의 이동경로에 천영과 백화연이 있 었을 뿐. 하지만 그것들의 덩치,그 수,그 강함. 금강코뿔소의 이동경로 에 있다가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그 뿔에 찔리면 그 어떤 갑옷도 찢겨져 나간다. 그것들의 질주를 막 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마주치면, 튀어라. 그것이 답이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금강코뿔소들 이 쫓아오는 것을 쳐다보던 천영은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양손을 허우 적댔다. 백화연은 가만히 있으라며 째릿 눈치를 줬지만 사실 이 행위는 수인을 맺는 것이었다.

‘크고,강하게,대지 속성으로,한 방 먹인다. 그럼 좀 늦어지겠지.’

수인을 맺은 뒤 양손바닥을 마주 댄다. 응웅대며 엄청난 양의 마나가

세밀하고 집요하게 모이기 시작했 다. 이렇게 흔들거리며 움직이는 와 중에 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는 마법 사는 아주 높은 경지에 다다른 마법 사만이 할 수 있었지만 천영은 이것 이 숨 쉬는 것보다도 더욱 쉬웠다.

마법의 캐스팅이 끝나자 천영은 눈 을 번쩍 떴다.

‘캐스팅 완료…… 조준, 전방 120m. 범위는 300m로 잡고 땅을 정확히 27%부분에서 등분해 뒤집는 다. 그 다음 다시 양쪽 30%부분을 나눠서……

모든 계산을 끝마치고 바닥을 향해 손바닥을 가져다 대어 시동어를 외

치려는 순간 갑작스레 백화연이 하 늘 높이 도약했다.

“우, 으아아!”

마법의 캐스팅이 순식간에 취소되 고 천영은 당황한 눈으로 땅을 내려 다보았다.

보였다.

절벽이 흐르는 강물이.

그리고 거대한 가시가.

“가,가시 절벽?”

악귀가 울부짖는 절벽에서도 아주 유명한 장소였다. 절벽의 표면과 바 닥에 우후죽순(雨後竹管)처럼 돋아

나고 있었다. 저것들은 절벽 위에 생명체가 감지되면 저렇게 가시를 뻗는다.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백화연이 향하고 있는 장소를. 그곳은 인간의 도약으로 가기엔 너무나도 멀었다. 하지만 백화연은 표정 변화 하나 없 이 허공을 밟더니 재도약을 시전해 버렸다.

투승!!

응집된 공기가 터져나가며 마치 로 켓처럼 쏘아진 백화연은 우아하게 건너편 절벽에 착지했다. 그 다음 천영을 내려놓자 꼴사나운 모습으로 뒹굴뒹굴 구르며 바닥으로 툭 떨어

졌다. 백화연 또한 천영의 옆에 앉 아 숨을 골랐다.

그러다가 그를 찌릿 쳐다본다.

“그…… 저거 내 잘못 아닌데

그저 금강코뿔소가 지나치고 있었 을 뿐이다. 하지만 왠지 백화연이 무섭게 노려봐서 변명하기도 힘들었 다. 천영이 우물쭈물 하고 있자 백 화연은 살포시 웃으며 귀엽다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애 취급 받는 것을 좋아해야할 지 말아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백화연은 또다시 자리 에서 일어났다.

“……돌아갈래?”

천영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디어 절벽 라인에 도착했다. 이제 부터는 정말로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니 백화연이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녀는 던전을 꼭 조사하고 싶었다. 단서가 잡힐 둣 말듯한,그런 정보를 얻었 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영이 돌아 가자고 하면,다시 베이스캠프로 그 를 바래다주고 올 의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백화연은 천영이 겁을 지레 먹고 돌아가길 원했다. 자신의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그를 바래다 줄 의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천영은 절대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천영 역시 던전을 확인해야 만 했다.

“아니,가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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