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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08화 (107/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08화

천영과 백화연은 절벽 지대를 탐사 하기 시작했다.

절벽은 수십,수백 갈래로 이루어 져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누가 망 치로 땅을 한 대 때려놓은 것처럼 갈라져 있을 것이다. 그 만큼이나 길이 복잡하고 험했으며 낭떠러지가 가파르고 위험했다. 그것 뿐만이 아 니라 몬스터도 굉장히 자주 나타났 다. 때로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몬스

터가 등장하기도 했고 때로는 던전 에서 빠져나온 것만 같은 몬스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이 되자 비행 몬스터까지 자주 출몰하게 되니 천 영의 실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 다.

백화연은 천영의 마법 운용을 보면 서 살짝 감탄했다.

‘고작 240레벨의 마법사가 저런 마 법을……

백화연이 앞에서 싸우기 때문에 천 영이 무리해서 근접전을 펼칠 필요 는 없었다. 그러므로 천영은 뒤쪽에

서서 광범위 마법을 캐스팅했다. 하 늘 위로 검은색의 귀뚜라미 떼가 지 나치면 서른 번이 넘도록 연쇄되는 체인 라이트닝을 날리기도 했다. 나 무가 뒤뚱거리며 움직여 줄기를 날 려 공격하면 아예 그 땅 전부를 마 그마로 녹여버리기도 했고,단단한 몬스터가 나타나면 아예 광역 홀딩 마법을 사용한 다음 하늘 위에 거대 한 바위를 소환해 짓뭉개 죽이기도 했다.

과감하고 빠른 판단,그에 상응해 주는 초스피드의 마법 캐스팅 능력, 거기에 대규모 마법을 연발해도 무 리 없는 마나까지.

처음의 그 연약하고 보호해줘야만 할 것 같은 이미지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그 사고뭉치에 활기 발랄한 꼬맹이 이미지는 대체 어디로 갔는 지 전투가 시작되면 천영의 표정은 그야말로 전사 그 자체로 돌변했다. 그 낯선 모습에 백화연이 당황할 정

도로.

게다가 컨트롤은 또 어떠한가.

아무리 백화연이라도 천영을 완벽 히 지켜내면서 사냥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몬스터가 천영에게 접근하더라도 그는 아주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그것들을 제압했 다. 비록 백화연만큼 빠르지도 못하

고, 힘이 세지도 못하지만 천영은 적재적소에 어떤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 천영은 파티에서 선호할만 한 마법사 1순위였다. 굳이 지켜주 지 않아도 제 알아서 한 몸 잘 지 키는 ‘컨트롤’이라는 것이 신의 경 지에 다다른 마법사. 후방에 굳이 신경을 써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 에게 접근하는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심지어는 광역 마법과 홀딩 마법까 지 써주는 그런 완벽한 마법사.

게다가 그는 적을 무조건 죽이는 판단만을 택하지 않았다.

몇 시간 쯤 사냥을 하면서 전진하

고 있을 때. 천영은 벌레 형태를 가 진 몬스터를 모조리 죽이다 말고 갑 작스레 마법을 변형했다.

그것은 백화연 역시 익히 알고 있 는 것이었다. 상당히 높은 등급의 ‘금제’ 마법이었다. 한번 걸리면 숨 쉬는 것 외에는 그 모든 행동이 통 제받는 고급 마법.

차라라락!

보라색의 사슬이 휘둘리더니 도망 가려던 거대한 거미 하나를 낚아첸 다. 그 다음 끌어당기자 천영의 앞 에 쿵 하고 떨어졌다.

백화연은 그것을 마무리하러 걸어

갔지만 천영이 손을 들어서 제지했 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던 말던 도 륙해버렸겠지만 이제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검을 다시 집어 넣었다.

천영은 인벤토리에서 (마법)몽둥이 를 꺼내들었다. 은빛의 아름다운 몸 체를 가진 지팡이를 처음으로 꺼내 들자 백화연은 호기심이 생겼다. 여 태까지는 맨손으로 잘만 마법을 사 용하더니 대체 무슨 마법을 사용하 려고 지팡이까지 꺼냈단 말인가?

조금은 기대감이 생겼다.

"지광이는 왜?"

궁금증이 생겨 묻자 천영이 머리카 락을 어깨 뒤로 넘겨 단정하게 묶으 며 말했다.

"정보 좀 캐내려고."

"정보를?"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마법은 난생 처음 들어본다. 혹마법으로 적의 기 억을 아예 지워버리는 것 정도는 들 어봤지만 정보를 캐낸다니. 그것도 몬스터한테서.

대체 무슨 마법을 보여주려는 것일 까. 백화연이 그런 생각을 하며 지 켜보고 있자 천영은 지팡이로 어깨 를 툭툭 쳤다. 마치 강도를 확인하

는 것처럼.

“흠.”

그 다음 지팡이를 쓰다듬으며 고개 를 끄덕인 천영은 갑작스레 거미를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픽,퍼억!

“……으,응?”

순간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깜빡 했지만 천영은 여전히 지팡이를 몽 둥이삼아 거미를 마구잡이로 패고 있었다. 아니,마구잡이가 아니다. 아주 기묘한 손목 스냅을 보여주며 허리의 힘까지 얻어서 패는 것을 보 면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퍽퍽픽!

거미가 끼에에엑! 소리를 내며 괴 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친다. 거미의 피부는 바위보다도 단단한 껍질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천영은 그것들을 전부 벗겨내고 아주 교묘하게 아픈 부위만을 골라 때렸다.

한 3분쯤 때리자 어딜 때리면 더 아파하는지까지 분석이 끝난 상태였 다.

그렇게 한참을 구타하던 천영이 마 침내 입을 열었다.

“야,너 말 할 줄 알지?”

“씁,대답 안 해? 이게 뒤질라고.”

지팡이를 치켜들자,그제야 거미가 몸부림을 치며 입을 열었다. 사실 목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 라 사념이 흘러나오는 것이라 백화 연은 그것을 해석할 수 없었다. 하 지만 천영은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 었다.

-죄,죄송합니다요,형님! 제,제가 잘못했습니다!

뭐라뭐라 벌레언어 같은 것이 홀러 나오자 백화연 역시 깜짝 놀랐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정말 말을 할 줄 안다니. 고작 몬스터라고 생각했

“뭘? 네가 뭘 잘못 했는데?” -그,그게…….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

픽,퍽퍽!

-끼에에에엑!!

백화연은 자신의 가슴속에 품고있 던 천영의 이미지가 산산조각으로 깨지는 것을 느꼈다. 소리까지 들린 다. 쨍그랑쨍쨍광! 요란하다. 그만큼 이나 천영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아예 입을 헤 벌리고 멍

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이럴 리가 없어. 내 귀엽고 깜 찍하고 요정같고 천사같은 천영 이…….,

그는 백화연에게 있어서 그저 귀여 운 여동생 같은 이미지였다. 보호해 줘야만 하는 순수하고 착하고 여리 디 여린 존재. 그런 천영이 자신보 다도 덩치가 큰 몬스터를 포박해서 구타하고 있는 장면은 차마 눈을 뜨 고 볼 수가 없었다.

‘이건 꿈이야……

백화연이 그러건 말건 천영은 거미 를 구타하다가 물었다.

“너,이름 뭐야.”

-저는 이름이 없습니다요…….

“그래? 그럼 맞자.”

-왜,왜에엑끄이에엑!

적적!

또 한참이나 거미를 구타하던 천영 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

“너,어디서 왔어?”

-……말 할 수 없…….

“그럼 맞자.”

-꾸이에에엑!!

결국 30분쯤 지나자 거미는 눈물

콧물을 질질 짜기 시작했다. 눈과 코가 총합 28개라 꽤나 지저분했다. 그것을 옷에 묻히기는 싫어서 살짝 물러나자 거미는 묻지도 않은 것을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저,저희는 ‘사충계’에서 왔습니다 요. 가까운 곳에 던전 ‘악귀의 주둥 이’가 있는데 그 안의 제일 깊숙한 곳에 ‘만추의 기둥’이 소환되어 던 전 내부를 완전히 사충계의 기운으 로 물들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던전과는 무관한 존재들이라,빠져 나올 수가 있었구요…….

“더 말해봐.”

-사,사실 저희가 소환된 장소는

이곳이 끝이 아닙니다. ‘그리픈’차원 에는 아마 7개 정도는 더 있을 겁 니다. 저희는 이곳의 냄새가 좋아서 이곳으로 나왔구요.

“응,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희를 누가 소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그 게 항상 만추의 기둥이 꽂히고,빠 져나오면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 마 법사들이 없어서 말이지요. 그럼 대 체 원하는 게 뭔지 궁금하긴 하지만 저희는 그냥 문이 열린 김에…….

“신나게 날뛰셨다?”

-그,그렇습죠.

“그럼 맞자.”

끼에에엑!

퍼어억!

마침내 거미형태의 몬스터가 완전 히 사망하자 천영은 손을 탁탁 털었 다. 그러면서 지팡이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음,이거 꽤 마음에 들어.”

-……주인, 드래곤의 이미지가

“뭐 어때.”

작업(?)이 끝나자 천영은 백화연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뭔가를 골똘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심각해 보여서 천영 은 건들지 않았다. 그저 뭔가 고민 할 일이 있는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 없어…… 이건 꿈이 야…….,

그래,꿈이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끝낸 백화연 은 다시 눈을 떴다. 천영의 몸에는 피가 단 한 방울도 튀지 않은 상태 였다. 그녀는 천영의 겨드랑이에 손 을 집어넣고 번쩍 들어올렸다. 또다 시 대롱대롱 매달려버린 이 상황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백화연이 타이르듯 말했다.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아줘.”

“음…… 그러지 뭐.”

하지만 타이르는 것은 둘째 치고, 천영은 나름 스물여덟이나 먹은 성 인이다. 이렇게 자기보다 어려보이 는 여자에게 안겨있는 것도 꽤나 부 담스러워서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녀 는 요지부동이었다.

어제부터 하도 천영을 곁에 두지 않으면 불안해 하기에 ‘내 나이 스 물여덟에 남자야.’라고 말까지 했는 데도 불구하고 백화연은 그저 ‘그래 그래,알았어.’라며 어린애를 대하듯 넘겨버렸다. 전혀 믿지 않는 말투였

백화연은 천영을 품에 껴안고 어디 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살짝 바동 거리며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녀가 힘을 빡 주는 바람에 포기했다. 결 국 천영은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방금 전에 얻은 정보를 골똘히 고민 했다.

‘열린 문이 한 개가 아니라……

7개나 더 열렸다는 뜻은 의도적으 로 사충계의 존재를 이곳에 누군가 가 소환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 것도 만추의 기둥을 사용해서. 게다 가 사충계는 천영 또한 들어본 적이 있지 않던가?

‘바람의 숲은 사전 실험이었단 건 가.’

그 안에어떤 괴물이 있든 간에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아직 까지는 약한 몬스터만 나온 모양이 었지만 바람의 숲에서 네청이 해치 웠던 몬스터를 생각하면 천영 또한 방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던전,사충계. 나 혼자의 힘으 로는 힘들 텐데…….,

몬스터들 중에서 ‘지성’을 갖춘 것 을 잡아내 정보를 캐낸 것까지는 정 말 운이 좋았다. 그 운이 없었다면 하마터면 조사 임무가 더욱 복잡해

질 뻔했으니까. 그러므로 생각한다.

‘여기까지 하고 돌아갈까?’

더 이상은 던전에 접근할 이유가 없었다. 그 안에 만추의 기둥이 있 다는 사실도 알아냈고 사충계가 열 렸다는 사실 또한 알았으며 몬스터 가 지금도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온 단 사실 또한 알아냈다. 그리고 그 리픈 어딘가에 7개의 입구가 열려있 단 사실도 알아냈다.

‘……아직 열려있는 만추의 기둥을 온전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남 은 7개의 문 역시 닫을 수 있을 텐 데.’

하지만 그것은 무리다. 저번에는 단 한 마리의 개체,그러니까 대장 급 보스가 나와서 자잘한 몬스터들 이 빠져나오지 않은 모양이지만 이 번에는 너무 수가 많다. 아무리 홈 치는 거 좋아하는 천영이라지만 이 번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 일단은 돌아가서……

그렇게 판단하고 백화연에게 말하 려는 순간 가까운 곳에서 섬뜩한 감 각이 퍼져 나왔다.

백화연은 순간적으로 반응해 양팔 을 풀고 천영을 내려놓은 다음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천영 또한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감각을 느끼고 선 양손등 위에 마법진을 생성하였 다.

“……가까워.”

별빛의 눈동자를 굴려서 주변을 확 인한다. 이곳의 지형은 너무 복잡하 고 시야가 제한되어있어 전부 확인 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눈을 감 는다. 일부러 음파를 퍼트린 다음 그것을 다시 캐치해내는 방식으로 탐색을 한다.

……으아악,……살 도망……!!

챙…… 화록. 쾅!

무리…… 너…… 흑.

•흑기사!!

거기까지 확인한 천영이 눈을 번쩍 떴다.

슬쩍 백화연을 올려다본다. 그녀의 분위기는 이미 심상치 않게 변해있 었다. 표정이 일그러져있는 것이 상 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는데 그들 의 위치를 알 수 없어서 다급해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그들을 돕고 싶 은 모양이었다.

백화연의 본성은 선하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천영은 피식 웃었다.

‘돌아가긴 글렀군.’

천영이 손가락을 어딘가로 뻗었다.

“저쪽이야.”

그러자 백화연은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천영을 등에 업 은 다음 자리를 박차고 도약했다. 바위를 밟고,나뭇가지를 사뿐히 도 약하고,허공마저 돌파하며 전속력 으로 질주한 결과 상황이 보이기 시 작했다.

백화연은 두 눈을 부릅떴다.

“저건……

그것은 그래,언뜻 보면 정말 ‘흑 기사’처럼 보이는 생명체였다.

키가 2m쯤 넘었을까 싶은 작은 덩 치에 양발은 마치 인간의 것과 닮아

있었지만 머리부위는 매끈매끈하고 눈코입이 없었으며 그저 붉은 안광 3개만이 번쩍일 뿐이다. 거기에 양 팔은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져 있 었고 그것은 그 무엇도 반사하지 않 고 빛을 모조리 흡수하여 마치 지옥 의 어둠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흑기사는 무심하고 냉정 하게 파티 하나를 몰살하고 있었다.

시체가 사방에 널려있었다. 그 범 위가 좁은 것을 보아하니 차마 도망 치기도 전에 모조리 붙잡혀서 학살 을 당한 모양이다.

흑기사는 살짝 걸음을 디뎠을 뿐인 데도 순식간에 몇 십 미터나 이동했

고 팔을 살짝 휘둘렀을 뿐인데 전방 이 부채꼴로 잘려나간다.

백화연은 이를 악물고 흑기사를 향 해 도약했다. 그녀의 등 위를 박차 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천영은 땅을 향해 마법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우선 한 방 먹이고 시작해야……

그 순간 흑기사와 천영의 눈이 마 주쳤다.

번뜩!!

“……뭐?”

정말 눈을 한 번 깜빡하기도 전에. 백화연이 땅을 향해 도약한 직후, 나무 위에서 떨어진 낙엽 잎이 바닥

에 닿기도 전에,흩날리는 땀방울이 허공에 흩어지기도 전에 ‘인간’의 인지 속도가 채 반응하기도 전이었 다.

화악!

흑기사가 천영의 코앞으로 순식간 에 날아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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