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29화 (128/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29화

사흘 뒤 새벽.

대회의가 끝나면 각 교단의 교황들 은 오각형 형태의 도시의 꼭짓점에 위치한 각자의 숙소로 가서 지내게 된다. 말이 숙소지 교황과 성녀가 머무는 곳이니 만큼 각 교단의 특색 을 마음껏 입힌 거대한 저택이나 다 름없는 장소였다.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지내는 장소인 만큼 그들이 숙면을 취할 때

만큼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작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나 마찬가 지인 그 5개의 공간에 이른 새벽 난데없이 사제들이 교황을 찾았다.

얼떨결에 잠에서 깨어난 하에안 교 단의 교황 말베슨은 자신을 찾아온 고위 신관에게 물었다.

“아닌 밤중에 대체 무슨 일이지?”

“성하,신령결계 중 세 군데가 무 너졌다고 합니다.”

“……뭐라?”

신령결계가 어떤 장소던가. 아주 오래 전 영웅들이 세워놓은 차원 그 자체를 수호하는 방패막이가 아니던

가. 그런 장소가 세 군데나 무너졌 다는 것은 절대 쉬이 넘길만한 사안 이 아니었다. 신령결계를 수호하는 가디언들은 나이트급 성기사와 몽크 등의 전투직 사제들이 즐비해있었고 군대가 몰려와도 이기진 못할지라도 수비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견고 한 방어태세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누군가가 무슨 일을 벌이는 모양이군. 자세한 정보는 있나?”

“예,통신망이 전부 파괴되어있기 에 그것들을 전부 추적해본 결과 ‘일곱 다리의 연결자’라는 그룹이 배후에 있다고 합니다.”

“일곱 다리의 연결자……

말베슨은 그 그룹의 단어를 되새겨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처음 듣는 그룹이다. 헌데 처음 듣는 클랜이 신령결계를 세 포인트나 함락시키고 심지어는 통신까지 방해한다?

‘아주 단단히도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오던 놈들이군.’

필히 그런 놈들은 지독하다. 그리 고 아주 위험했다.

“……지금 당장 인근의 병력을 모 두 모집하라. 나는 급히 회의장으로 가보도록 하지.”

그리고 그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것 은 말베슨 뿐만이 아닌,다른 4개의

교단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5인 의 교황은 황급히 대회의장으로 향 했다. 늦은 새벽이지만 그들은 서로 의 정보력을 잘 알고 있기에 연락 따위 하지 않아도 모일 것이라는 사 실을 알 수 있었다.

“일곱 다리의 연결자?”

“예,그들이 신령결계 세 포인트를 파괴하였다고 합니다.”

레이븐은 다크서클이 깊게 가라앉 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명한 눈빛

으로 검은 복장의 사내에게 정보를 들었다. 신령결계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은 사실상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너무 크나큰 정보인데다가 애 초에 일곱 다리의 연결자에서 그 정 보를 의도적으로 홀린 것인지 금색 별 마탑 역시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클랜명 자체는 처음 듣는군. 하지만 아예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야.’

콧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레 이븐이 생각에 잠기자 검은 복장의 사내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없이 자리를 고수했다. 그리고 잠

시 뒤 검은 복장의 사내 옆에 같은 복장의 사내가 스르록 나타났다.

“마탑주 님,5대 교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충 예상은 가는군. 지원 요청이 겠지.”

“그렇습니다.”

일곱 다리의 연결자들. 그들에 대 해 아는 정보는 너무나도 적었다. 하지만 추리 정도는 너무나도 쉬웠 다.

‘삼대월식이 일어나기 직전 신령결 계를 파괴했다,라……

교황과 레이븐은 물론 삼대월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생각해낼 것이다.

정체불명의 집단이 마법적인 힘을 이용해 타차원의 게이트를 열려고 한다는 사실을.

보름달이 뜨면 차원 경계가 아주 조금 약해진다. 하지만 그 정도는 너무나도 미약해 티가 나지 않을 정 도로 약했지만 이계의 힘을 사용하 는 ‘흑마법사’들이 강해지는 시기이 기도 했다.

두 개의 보름달이 뜨면 그 경계가 더욱 약해지겠지. 하지만 두 개의 보름달이 겹쳐지는 월식(月餘)이 발 생하면?

차원 경계가 아주 미세한 ‘공허’만 을 남긴 채 흡사한 기운을 가진 차 원이라면 서로 이어질 정도가 된다.

역사 속에서도 월식이 일어나는 날 이계에서 건너왔다는 이방인은 심심 찮게 등장했다. 또한 얼마 전에도 대규모로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던가? 지구 속,‘넥스트’라는 세 계를 여행하던 넥스터들이 넘어온 시기 또한 두 개의 보름달이 뜨던 날이었다.

그럼 만약.

세 개의 보름달이 뜨면 아니,세 개의 보름달이 모두 겹쳐지는 현상

인 삼대월식이 일어난다면?

차원 경계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 도로 허물어져 ‘아주 약간의’ 자극 만 줘도 차원간의 문이 허물어지게 된다. 여태껏 천영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구해왔던 만추의 기둥과 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게이트가 발 생한다는 의미.

만추의 기둥은 고작해야 그 일대를 뒤덮을 정도겠지만 삼대월식을 이용 한 게이트가 발생하면 이 차원 전체 가 그곳과 연결되는 것 또한 고려해 야만 한다.

‘하지만 그 놈들이 그리픈과 흡사 한 환경의 차원과 친절하게 연결해

줄 리는 없지.’

지구라는 차원의 이야기를 들어보 면 그리픈과 아주 흡사한 환경을 가 지고 있었다. 공기 중의 밀도나 성 분,살아가는 생명체나 동물. 문화권 의 발달까지. 기술을 ‘과학’과 ‘마법’ 으로 나누었고 지구라는 차원은 과 거에 이종족을 모두 멸망시켰는지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만 다를 뿐, 거의 쌍둥이 차원이나 다름없는 곳 이었다.

그런 차원은 굳이 애를 쓰지 않더 라도 쉽게쉽게 그리픈과 연결이 된 다. 그러니 굳이 연결을 하더라도 그리픈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니 분명 그리픈과 상반되는 기 운을 가진 차원과 연결을 시도할 것 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레이븐은 눈을 감고 어떤 남자의 얼굴을 떠올린다. 지독할 정도로 오래 살았고, 어둠보 다도 깊은 악의를 품고 있으며,속 내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한 사내.

‘……일이 커졌군.’

눈을 뜬 레이븐은 졸린 눈으로 검 은 옷의 사내들에게 지시했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마법사 가 별로 없어서 안타깝군. 현재 탑

에서 상주하는 마법사들은 총 몇 명 이지?”

“9명입니다.”

“‘레 보나스’님께서는 깊은 잠에 빠지셨으며 ‘후근’님은 부상을 입어 휴식 중입니다.”

“목적지 근방에 ‘하성’님이 머물고 계시며, 현재 ‘로덴’님과 ‘백하란’님 이 마탑으로 복귀 중입니다.”

“그래,전부 연락해. ……놈들이 어 디서 ‘파티’를 벌일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겠군.”

레이븐은 손가락을 뚜둑 꺾으며 지 도를 확인했다. 무너진 세 곳의 신

령결계,그리고 그곳의 중심이 되는 장소. 특별한 마나의 맥을 가지고 있으며 달빛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 는 자연 환경이 완성되어있고 그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장소.

“교황들에게 전해라. 당장 ‘명예로 운 일곱 호랑이의 절벽’으로 병력을 집결하라고.”

새벽에 난데없이 한바탕 소란이 일 어나고 오전이 되자 이 소식은 일파

만파로 퍼져나가 수많은 대규모 클 랜에게도 들어갔다. 그들은 이익에 의해 움직이고, 이익에 의해 죽고 사는 자들. 어찌 보면 용병과도 별 다를 것 없는 집단인 그들은 쉽사리 발을 떼려 하지 않았고,상황이 심 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정보까지 접 하자 덩치가 큰 클랜에서는 거기에 연관되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클랜도 분명히 다수 존재했다.

“뭐? 신령결계가 파괴되었다고?”

“응,그렇대.”

인원이 넥스터로만 구성된 윙 클랜

의 클랜장 케일런은 심각한 표정으 로 렌디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령결계라. 분명 다른 세계로부 터의 침입을 막아주는 결계라고 들 었는데……

그런 것이 파괴되었다는 말은 ‘다 른 세계의 침입’이 연관되어 있을지 도 모른다.

“다섯 교단의 병력과 금색 별 마탑 의 마법사들이 명예로운 일곱 호랑 이의 절벽으로 모이고 있대. 일곱 개의 절벽에 각각 마법사와 사제들 을 포진시키겠다나 뭐라나.”

교단은 자존심이 강하다. 그러므로

어지간해선 다른 세력의 힘을 빌리 지 않는다. 교단은 그 자체로 온전 히 강해야만 했고 그것으로 신도들 에게 신뢰를 준다. 하지만 몇몇 대 규모 클랜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 다는 이야기도 속속히 들려왔다. 심 지어는 국가와 금색 별 마탑의 마법 사들이 대거 모습을 비추고 있다는 말에 케일런은 사건의 규모가 크다 는 것을 깨달았다.

“형은 어떻게 할 거야?”

일곱 호랑이의 절벽은 윙 클랜의 본거지인 중립 구역 투르칸과 아주 가까운 장소이다. 분명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이곳까 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들도 움직인다. 넥스터들이 골칫덩어리가 아니고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엔 좋은 무대겠지.”

아직까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인 지 절벽에 많은 클랜이 모이지는 않 았다고 한다. 하지만 케일런과 같은 생각을 한 수많은 넥스터 클랜들이 아마 그곳으로 움직일 것이다.

지구에서 그리픈으로 넘어온 넥스 터들을 골칫덩어리라고 생각하는 사 람들은 아직도 충분히 있었다. 그런 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더라 도 그곳에 가볼만한 가치는 있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케일런을 보며 렌디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그런 이유 때문에 가는 것 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표면적으로 저 이유가 타당 하다. 하지만 케일런은 지금 논리정 연한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렌디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인이 ‘금색 별 마탑’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 소속된,자신들의 선생님이나 다름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겠지.

‘서천영 형이 과연 오려나-

안시르엘이 이끄는 성직자 집단은 거의 1,000여명이 넘어간다.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었다. 모든 넥스 트 출신 사제들이 합류한 것이 아니 기도 하고 애초에 넥스트에서 넘어 온 사제들을 만나러 다니기에 시간 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직업 분포도 를 따져보아도 아직까지 몇 천 명 정도의 성직자들이 어딘가에 제대로 소속되지도 못한 채 방랑하고 있을

터였다.

“1년 만에 이 정도면,정말 대단하 네.”

자신들을 뒤따라오는 성직자들을 보며 이혜림이 그렇게 말했다. 그녀 는 이 그룹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 임과 동시에 모든 곤란한 일을 해결 해주는 ‘해결사’였다. 그리픈에서는 성직자와 마법사가 상당히 사이가 좋지 않다지만 넥스터들은 다르다. 파티 내에서 항상 후방에 위치한 사 제와 마법사는 상당히 친한 존재였 고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므로 그들이 이혜림을 싫어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이 거대 한 규모의 집단에서 유일한데다가 대륙에서도 손꼽는 수준의 마법사였 기에 엄청난 인기인이나 다름없었 다.

하지만,그들이 이혜림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유도 안시르엘과 사이 좋 은 파티원이기 때문이다. 그리픈으 로 떨어진 수많은 넥스터 사제들은 갈 곳을 잃었다. 그 와중에 자신만 의 성직자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안 시르엘을 만나 그녀와 함께하길 원 해서 이렇게 집단이 완성된 것이다.

이 집단에 이름은 없다. 성직자 집 단이지만 특정 신을 믿지도 않는다.

안시르엘은 그렇게 공표해놓았고 그 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우리들은 언제나 그리픈의 사제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넥스터 성직자들은 많아봐야 일만 명 가량밖에 되지 않을 터였다. 그 런 넥스터들이 따로 모여서 교회를 하나 더 만들어봤자 5대 교단의 심 기를 거스르는 일밖에는 되지 않는 다. 그러니 안시르엘은 택했다. 그리 픈의 신전에 소속되는 것을.

하지만 아직까지도 5대 교단에서는 그들을 거부하고 있었고 1,000명이

넘는 성직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신을 찾지 못한 채 세계를 방랑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신령결계의 세 포인 트가 함락되었고 특정 지역에서 어 떠한 위기가 있을 예정이라 세력들 이 모이는 중이다.’라는 소식을 접 했으니 그곳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 찌 보면 당연했다. 넥스터 사제들은 여태까지 자신의 능력을 세계에다가 증명하지 못했다. 교단이 그것을 거 부했고 그렇기에 언론 또한 거부했 다.

하지만 만약 무대가 큰 장소라면? 그곳이 정말로 위험한 곳이라면? 교

단이 다른 세력을 불러들일 정도로 큰 위기가 처한 곳이라면 그들이 갈 이유는 충분히 되었다.

그렇기에 안시르엘과 셀라임 역시, 사제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한다.

자신들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그아티온 제국.

포나리온 제 13황궁,109층. 어둠 보다 빛이 가까운 용좌(龍座)에는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황제가 조용

히 턱을 괴인 채 앉아 있었다.

“그렇군.”

5대 교단의 움직임에다가 금색 별 마탑을 포함한 13개의 마탑이 모두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황제 는 그러한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세력의 음직임은 아 무래도 좋았다. 그저 ‘삼대월식’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예언대로라면 삼대월식에 하 늘이 열리며 용이 내려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습니다.”

마그아티온 제국은,천 년 전 영웅 리오폰드 3세가 용의 도옴을 받아 건국하였다. 그렇기에 마그아티온 역시 용을 숭배한다. 그러므로 천 년 전 마지막 여행을 하며 골드 드 래곤 레가로스가 남기고 사라진 예 언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애 초에 오늘만을 기다려 왔다고 봐야 한다.

“헌데 하늘에서 용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악마가 나올 것이라고 하였 느냐?”

“……그렇습니다.”

“그것 참,기구한 운명이로다:

그들에게 있어서 용의 말은 절대적 이다. 틀릴 리가 없다. 하지만 황제 는 신도가 아니다. 칼라할 교단이 제국에 가장 많이 들어서있긴 해도 그것을 절대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현실적이기에 교황이 아니라 황제라 는 이름을 갖고 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 황제는 세력의 움직임을 결단코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우리도 병력을 차출하여 보낸 다.”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하던 황제는 얼마 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2황자 와 3황자를 떠올렸다.

못난 놈들. 그리 생각하며,황제는 명을 내렸다.

“황녀,벨레인을 보낸다.”

그렇게.

각자의 목표를 가진 채 세계 곳곳 의 여러 대규모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그들은 명예로운 일곱 호랑이의 절벽에 속속히 모여들었 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