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34화
“하,한 마리가 아니야! 이런 놈들 이 더 있어!”
절규는 사방에서 전염되기 시작한 다.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단단 한 신체와 강력한 힘을 가진 ‘변이 종’이 출현했다. 그것들은 비록 소 수였지만 하나씩 하나씩 처참하게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짓밟았다.
그들이 약하다 생각했던 것은 처참 한 오판이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어둠은 다른 세상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그 세상을 살아 가는 생명체로의 진화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만약 저런 것들이 그리픈에 더욱 오래 머물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지 상 상도 안 가는군.’
고작 30분 만에 끔찍한 변이종이 되었으니 1년이고 ■년이고 지나 게 되면 그리픈은 저 어둠에 의해 완벽하게 잠식당할 것이다.
“모두 전열을 변경한다!”
금강은벽 기사단이 소수의 강자를
대적하는 법을 훈련받지 않았을 리 없다. 이 세계는 넓었고,수많은 무 술이 존재했으며 생명체의 강함은 끝이 없었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 으니,그런 생명체들을 대적하려면 특별한 전법이 필요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존재가 나 타났다고 해서,새삼 겁에 질려 전 의를 잃은 자는 없었다. 애초에 싸 움이 쉬웠던 것이 잘못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상식 외의 존재 를 상대하기 위해 모였었다.
그런데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만들 었던 처음의 어둠이 지나치게 약했 고 덕분에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에
서 갑작스레 공포를 마주하게 되니, 그들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을 뿐이 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어. 우리의 목 표는 당장 저것들을 전멸시키는 것 이 아니야.’
‘치고 빠지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 이지만 기사단으로는 버티는 것도 힘들다.’
‘사제들의 성가대도 좋겠지만 가장 좋은 건 축복을 부탁……:
벨레인이 순식간에 머리를 굴리며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와중 어디선 가 빛이 뿜어져 나오며 금강은벽 기
사단에게 광역 축복 버프를 시전하 였다. 그들의 머리 위에 새하안 천 사의 날개가 생성되었으며 요정이 나타나 하늘을 날아다니고 새하얀 꽃밭이 생성되는 것만 착각이 들기 도 했으며 새하얀 새가 짹짹대며 기 사단의 상처를 콕콕 찔러 치유했다.
“이건……?”
전장에서 한 순간의 방심은 곧 죽 음으로 직결된다. 그럼에도 벨레인 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축복을 주는 사제단이 과연 있던가? 대체 어느 교단의 누구란 말인가.
“저,저 사람은 누구지?”
“성녀인가?”
“아냐, 무소속 성직자들이랬어.”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벨레 인이 입을 살짝 벌렸다.
“……혼자서?”
이렇게나 많은 인원에게 모두 축복 을 걸어줄 정도면 최소 백 명 이상 은 되어야만 한다. 헌데 지금 기사 단 모두에게 넉넉한 버프를 걸어주 고 있는 저 여인은 단신이었다. 혼 자 절벽 끄트머리에 나와 무릎을 꿇 고 기도문을 외우는 그녀의 등 뒤에 는 새하얀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천사 그 자체.
“저 여자,안시르엘이라는 성직자 입니다. 넥스트 출신이죠.”
이윽고 금강은벽 기사단이 아닌 타 국의 병력들에게도 버프가 스며들어 간다. 그것들은 안시르엘의 버프가 아니었다. 아무리 안시르엘이라도 금강은벽 기사단이 한계이다. 그러 니까,즉,다른 넥스터들이 버프를 시전하고 있다는 의미.
그들이 사용하는 축복은 ‘스킬’이 다. 그리고 RPG게임의 특성상 기본 적으로 스킬은 굉장히 화려하다. 그 리픈의 사제들이 사용하는 축복이 그저 밋밋하게 빛이 터져 나올 뿐이 라면 넥스터들의 축복은 온갖 꽃밭
의 향연에 써클이 생겨나거나 천사 의 형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여기 저기서 크고 작은 날개가 펼쳐졌다 가 사라진다.
“이,이렇게나 아름다운 신성력을 흩뿌리는 자들이라니……
“저런 성직자들이 신을 믿지 않는 이단이라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든, 상관없다. 전장의 지휘자인 벨레인 은 다른 것에 더 이상 시선을 빼앗 기면 안 된다.
벨레인이 또다시 병사들을 지휘하
여,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지상의 군대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법사들 역시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였다. 여기저기서 화려한 스킬 이펙트가 터져 나온다.
불꽃에 악마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가 하면 무지갯빛 전격이 생성되어 사방을 강타했으며 특이한 형태를 가진 물 덩어리가 지상을 굴러다녔 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대할 수 없는 어둠은 존재했다.
“으아아악!”
“제,젠장! 살려…… 끄특!”
“저게 뭐야아아!”
지금껏 이들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어둠이 있었다. 완벽한 인간 형태의 어둠.
그것은 그 어떤 전술이나 마법조차 가르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흡수하 거나 박살냈으며 가차 없이 생명의 목숨을 끊어내 버렸다. 그 강함은 전술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들 이었다.
지상에서 꽤나 잘 싸운다는 ‘나이 트’의 자격증을 기사가 여럿 달려들 었지만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인간 종 어둠의 손짓 한 번에 태풍이 일
어나고 주먹질 한 번에 대지가 갈라 졌다.
수많은 성기사들이 그 인간종을 정 화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슬이 되 어 사라졌으며 인간을 초월한 강함 을 가진 나이트 한 명이 목숨을 잃 어버리기도 했다.
‘젠장! 저것들만 어떻게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인간종에게 돌릴 병력 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것에게 병력을 돌리는 순간 모조리 죽어버 리게 된다. 고작 몇 초를 버티자고, 수십 명 가량의 병사를 잃을 수는 없었다.
즉,대책이 없었다.
레이븐 역시 전황을 살펴보며 어두 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바닥 끝 에서 빠져나가는 마나를 느꼈다. 지 금 당장 레이븐이 마법을 사용한다 면 틀림없이 저 인간종을 봉쇄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레이븐이 봉인을 그만두게 되면 게이트를 닫는 시간 역시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8서클의 대마법사 레이븐이 게이트 봉인을 도왔기에 망정이지 그가 아 니었으면 이 봉인에 걸리는 시간은 하루가 꼬박 넘어갈 것이다.
어느덧 봉인진이 거의 완성되어 게 이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부족했다. 이대로 가면 틀림없이 기사단은 전멸하게 되리라.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텐데……
레이븐이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 왔다.
여태까지 하성과 백하란을 보호하 기 위해 여태까지 그들의 곁에 서있 던 여인, 백화연이었다.
“지금 어딜 가는 겁니까. 당장 돌 아가야……
레이븐이 그녀를 막으려고 하자, 백화연은 무뚝뚝한 얼굴로 입을 열
“제가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그게 무슨……
저 인간종의 어둠은 여태까지의 것 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나 어린 여 인이 상대하러 가겠다는 말에 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이븐은 움 직이지 못하는 상태였고 결국 그녀 를 막을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절벽 위에서 안시르엘을 보호하고 있던 셀라임 역시 일어났 다. 그녀의 뺨에는 땀이 한 줄기 홀
러내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을 정도로 지친 상태였지만 싸울 상대가 아직까지 남아있었으므 로 쉴 수는 없었다.
“엘링이,이 언니 다녀올게.”
“……위험해.”
“괜찮아. 나한테는 천영 오빠가 준 비장의 카드가 있잖아.”
셀라임은 흑색의 돌을 꽉 움켜쥐었 다. 평상시에는 아끼느라 잘 사용하 지 않았던 물건. 루블랑의 신전에서 이것을 구한 뒤로,매일매일 존재하 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신에게 기도 를 올리며 조금씩 쌓은 신성력은 모
두 이 돌에 저장되었다.
그 흑색의 돌을 가슴에 가져다 대 자,셀라임의 몸에 신성력이 깃들었 다. 아주 제한적이지만 그녀에게 신 성력을 주는 아이템.
셀라임의 눈빛이 돌변했다. 날카롭 고 반대로 온화하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셀라임 은 거의 어지간한 나이트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강해진다. 평상시 신성력 없이 싸우는 것에 익숙해진 셀라임 은 그녀의 신체를 스스로 극한까지 단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킬 의 숙련도는 오르지 않았지만 ‘스 텟’이 레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
다. 레벨은 낮았지만 당장 스뱃만 따지면 백화연과 맞먹는 수준. 거기 에 흑색 돌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신 성력은 그녀의 스킬 효율을 몇 배나 증폭시켜준다.
“후우. 가볼까.”
가볍게 발을 구르자 콰광! 굉음이 터지며 돌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 다.
인간종 어둠에게 향한 인원은 셀라 임,백화연 뿐만이 아니었다. 나이아 가라의 요하엔,드락스크류 클랜의 루드묵,금강은벽 기사단장 레이철 파이테시온,소속 없이 활동하는 ‘나이트’로 알려진 칼이라는 이름의
사내까지 해서 대략 10명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
그리고 이 싸음은 그들을 중심으로 하게 되었다.
온갖 화려한 기술이 터져 나온다. 어둠을 상대하는 이들 중 넥스터는 넷. 그리픈은 여섯. 하지만 그 싸움 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야에는 넥 스터들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 이 사용하는 기술 하나하나가 굉장 히 화려했기 때문이다.
백화연이 춤을 출 때마다 연꽃이 피어올랐고 셀라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천사의 날개 깃털이 흩날렸 으며 칼이 검을 휘두르면 그 자리에
달빛의 흔적이 새겨졌고 요하엔의 등 뒤에는 거대한 거인의 형상이 나 타나더니 어둠을 짓이긴다.
“……참 나,보기도 힘든 ‘에픽 클 래스’가 넷이나 모인 건가?”
“그나저나 저 남자는 누구지?”
“몰라? ‘칼’이라는 넥스터인데 소 속 없이 활동하는 걸로 유명해.”
칼이 유명한 이유. 그것은 그저 그 가 단순하게 무지막지한 강함을 소 유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넥스터들 이 그리픈으로 넘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마법사 서천영과 함께 크라 켄,흑마법사 리슬류를 격파한 원정
대에 속해있었던 것으로 처음 이름 을 날린 칼은 그 이후로도 사냥하기 힘든 레이드 보스를 족족 격파해나 가며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날렸다.
항상 졸린 눈을 가진 칼이라도 지 금 이 순간만큼은 굉장히 진지했다.
“미,미친……
“저게 인간들의 싸움이야?”
“……괴수들끼리 싸우는 것보다도 여파가 더 심한데.”
절벽 위에서 치료를 받으며 쓰러져 있던 이들은 모두 그들의 싸움을 지 켜보았다. 결코 키가 2m도 안 되는 생명체들이 싸우는 장면이라고는 생
각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고 처절 한 전투였다. 주먹질 한 번에 파동 이 퍼져나가고 절벽의 절반이 깎여 나가고,소규모 지진이 나는 것 마 냥 대지가 뒤흔들리며 갈라진다.
이윽고 인간종 어둠의 형태가 허물 어진다.
끄록,끄르륵.
이 자리에서도 손꼽는 강자들이 어 둠을 향해 공격을 휘두르자,무적에 가까워 보였던 인간종 어둠도 결국 에는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승리 의 기쁨도 잠시 고개를 돌린 그들은 곧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간신히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가장 강한 이들이 모두 달려들어 인 간종 어둠 한 마리를 쓰러뜨렸을 뿐 인데.
그런 놈들이 100마리나 더 있었다.
하늘 위에서 이전의 인간종보다도 더욱 거대해진 날개를 소유한 채로. 마치,이 땅에 드리운 7개의 그림자 를 비웃기라도 하는 둣.
균열의 바로 아래에서 서서히 날개 를 펼쳐 인간종 어둠이 내려오기 시 작하자 벨레인이 황급히 외쳤다.
“모두 최대한 물러나라!!”
병력들이 도망치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인간종은 그들이 도망치는 것 을 그저 지켜보았다. 어디 멀리 도 망가보라고 지켜보는 것처럼. 언제 나 그들을 사냥할 수 있는 자신감을 내포한 것처럼.
“마,망했어. 이건……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평소 같 았으면 그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이 소리쳤겠지만, 그럴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인 간종 100마리. 그 위에는 거대한 날 개가 달린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또 한 마리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더 있었다.
그 위로 어둠의 악마들이 가득했 다. 크기가 3m 남짓한 날개 달린 악마들이 수천 마리 이상. 그것들이 그리픈의 대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제는 숫자의 이점마저 무의미해 진다.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
레이븐은 이를 악물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봉인술을 당장 해제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마법이라면 저 것들을 모두 격파하지는 못해도 저
지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마법 하나하나가 모두 재앙급에 가까운 8 서클의 대마법사가 그들을 상대하기 시작하면 분명 전황이 뒤바뀌겠지 만.
‘그래선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돼.’
그들을 물리친다고 치자. 그럼 그 것들보다 더 강한 놈들이 튀어나오 겠지. 어둠은 끝없이 진화하여 이 세상의 가장 강한 자로 군림할 것이 다.
그 전에 봉인을 완성해야만 한다. 레이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전황을 보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희생
을 감내해야만 했다.
또한.
5대 교황 역시,황녀 역시,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전 병력……
벨레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금강은벽 기사단은 이 순간 미끼로 쓰이는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이 봉인을 완성할 때까지.
‘앞으로 몇 분이면,충분하겠지.’
그렇게 힘든 결정을 내린 벨레인은 입을 열었다.
“싸워라.”
그렇지만 결국.
“……내가 선두에 서겠다.”
벨레인은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기 사단만을 홀랑 희생시킬 수가 없었 다.
“이 땅에 내려서려는 저 악마들을 몰아내라.”
그렇게 외치며 벨레인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금강은벽 기사 단이 모두 검을 치켜들었다. 일시에 은빛의 검이 하늘을 향하는 그 광경 은 꽤나 장관이었으나 그들이 지금 희생을 하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아버 린 사람들은 결코 좋게 볼 수가 없
었다.
“젠장…… 결국 이렇게 되는 건 가.”
물러나기엔 늦었다. 절망을 맞이했 던 사람도,공포에 질린 사람도 기 사단의 표정변화 하나 없는 그 모습 에 용기를 얻었다. 그들 역시 무서 울 것이다. 하지만 공포에 패배하지 않았다. 싸우다가 죽는다. 그것이 그 들의 선택이니까.
모두가 무기를 재차 겨누었다. 하 늘에 떠있는 저 ‘악마’ 100마리 중 단 10마리만 내려와도 이 땅은 초 토화가 될 것이다. 그들은 그리픈의 생명체를 상대하기에 아주 최적화된
진화의 형태를 찾아냈다. 결국 그리 픈의 완벽한 카운터였으니까.
황녀 벨레인이 입을 열었다.
“전원……:
죽으러 가자.
격! 이라고 외치려는 그 순간. 번쩍!!
갑작스레 하늘에서 빛이 뿜어져 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