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35화
33장 하늘이 열리니,용이 내려왔 다
그것은 신의 천벌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악마를 향해 내리치는 하늘이 내리 는 벌.
새하얀 빛의 기둥이 어둠의 율법이 지배하는 틈새를 꿰뚫고 나와 지상 을 강타했다.
그 충격파에 기사단이 모두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변이종에게서 도 망치기 위해 한참이나 뒤로 물러났 음에도 불구하고 여파가 미칠 정도 였다. 절벽 위에 서있던 사람들 역 시 모두 자세를 엎드렸다.
“크으윽,대체 무슨 일이야!”
누군가의 외침이 소음에 묻힌다. 사실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 도 모른다. 아니면 본인이 지르는 비명을 본인이 듣지 못하는 것일 수
도 있겠다. 그 만큼이나 빛의 기둥 이 가진 위력은 강력했고 이 땅을 뒤집어 버릴 것만 같았다.
벨레인은 눈을 부릅떴다. 빛의 기 둥은 정확하게 악마들을 공격했다. ‘어둠’이 주 원천인 저들에게 저런 빛이 자신들에게 내리는 축복일 리 가 없었다. 애초에 저것들은 빛에 약했으니까.
‘대체 누가……
이윽고 빛이 잦아들자 처참한 광경 이 시야에 들어왔다. 절벽의 사이에 거대한 크레이터 하나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늘 위에 떠있던 악마들 중 절반 이상이 그것에 휩쓸
려 사라져 있었다. 인간종 어둠도 70마리 남짓밖에 남지 않았고 수천 마리의 악마는 절반 이상이 없어졌 으며 거대종 어둠 또한 날개 한 짝 이 찢겨져 나간 채 허공에서 비틀거 리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것을 알려고 하기엔 그들이 아는 것은 너무나도 적었다.
모든 악마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빠져나왔던 게이트가 서서 히 푸른색으로 물들고 있었기 때문
쩌적,쩌저적!
“……얼어붙고 있어?”
‘어둠’이 모조리 극한의 냉기에 의 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것은 게이 트를 얼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악마 들까지 모조리 얼려버린다.
거대종 괴수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 자세로 얼어붙었으며 수천 마리 의 어둠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주변 을 두리번거리던 자세 그대로 얼음 덩어리가 되었다.
쩌저저저적!!
게이트에서 고드름이 솟구쳐 나왔
다. 사실 그것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기 중의 수분이 얼어 붙는 것이었다. 얼음의 꽃이 절벽에 만개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고드 름으로 이루어진 얼음꽃은 얼어붙은 악마들을 찌르거나 가두어버렸고 게 이트 아래에 있는 모든 존재를 공격 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이 다행이었 다. 변이종에게서 물러나기 위해,후 퇴하지 않았으면 저 냉기에 휩쓸릴 뻔했다는 사실에 벨레인은 내려앉을 뻔한 심장을 가다듬었다.
“저게 뭐지……?”
기사 한 명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교황들이 믿을 수 없는 무언가를 본 것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
모든 빛을 흡수하고 있던 어둠의 균열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금이 서 서히 가기 시작하더니 공간 그 자체 에 또 다른 균열이 발생했다. 마침 내 그것이 쨍그랑! 소리와 함께 터 지더니 안쪽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10m정도의 크기를 가진 남색 피부 에 금색의 뿔과 눈동자를 가지고 거 대한 날개를 펄럭이는 그것은.
용 (Dragon) 이 었다.
용 한 마리가 게이트의 틈새 사이
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새하얀 입김 을 내뿜으며,하늘을 유유히 날아 이 세상에 쳐들어온 모든 악마들을 얼려버린 그 용은 하늘을 향해 포효 했다.
휘오오오!
극한의 추위가 몰아치고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의해 작은 소용돌이가 생성되었지만 그것에 신경 쓰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율.
갑작스레 나타난 용이 악마에게 천 벌을 내렸으며 그들을 모두 얼어붙 게 만든 채 고요히 하늘에 떠있었
다. 갑작스레 목숨을 구원받았음에 도 불구하고 저 존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둣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하 늘을 쳐다보았다.
불현듯 누군가가 절을 했다. 용을 향해. 자신들의 구원자를 향해. 그들 은 칼라할 교단의 신도들이었다.
5교단은 모두 각자의 신에게 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 게 악마를 물리칠 힘을 달라고. 용 기를 달라고. 또는 구원을 바란다고.
그리고 그 기도를 들어준 신은 단 하나 뿐이었다.
용을 모시는 칼라할 교단의 신도들
은 자신들의 기도에 응답해준 드래 곤을 향해 모두 절을 올렸다. 3번 절하고 2번 목례를 한 다음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신도가 아닌 자들 역시 칼라할 교 단을 따라했다. 무소속의 성직자 안 시르엘이 이끄는 넥스터 사제들 역 시 용에게 기도를 올렸다.
지금 이 순간 마그아티온 제국과 마탑 5대 교단의 모두가 생각했다.
천 년 전의 예언을.
‘천 년 뒤. 밤의 세 수호자가 모였 을 때 하늘이 열리며 용이 내려올 것이다.’
하에안 교단의 교황 말베슨이 자조 적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예언이,이루어졌군. 리우펠리우
천영은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 보 았다. 누군가는 절을 하고,누군가는 기도를 올린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 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마나를 거의 1시간 가까이 모았다.
거기에 남은 마나까지 모두 쏟아 부 어 빙제현에 나있는 작은 틈새에 발 사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다크룰 디 멘션에 연결되었을 터였다. 헌데 빠 져나오고 보니.
‘그리픈이잖아……?’
익숙한 마나의 향기,익숙한 하늘, 익숙한 대지. 낯선 땅이었지만 천영 은 그리픈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 다.
하늘 위에는 얼어붙은 악마들이 가 득했다. 그들은 아직도 진화하는 중 이었으며 안타깝게도 절대영도보다 도 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어둠조차 얼려버리는 극한의 냉기에 견딜 수
있는 신체를 갖추지는 못했다.
꽁꽁 얼어붙은 채 죽어버린 어둠의 시체들의 사이로 하늘색의 고드름이 서로서로 연결되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마가 동사 (凍死) 했다.
실상 천영 혼자였다면 인간종 어둠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조차 벅찼을 것이다. 이 상황은 그저 우연이 만 들어낸 결과물. 마치 이 세상이 천 영을 돕는 것처럼.
-주인.
“응.”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
천영은 파트라슈의 말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었다. 빙제가 했던 말을 상 기해낸다.
용이란 본디 모두에게 희망을 불어 넣는 존재.
그는 아직 완벽하게 결정을 내리지 는 못한 상태였다. 그의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의 감정이 휘몰아친다.
용이 가져야만 하는 사명에 대한 부담. 정체를 밝혔을 때 찾아오는 후폭풍에 대한 공포. 그 모든 것들 을 감내하고서 정체를 밝힐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처럼도 괜찮지 않 을까.
하지만 마치 그런 천영의 의지를 확고하게 만들기라도 하겠다는 것처 럼. 하늘이 시키는 것 마냥.
이렇게 만들어진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보다도 더한 기회는 없다 고 생각했다.
“그래,언제까지고 숨기고 살 수만 은 없으니까.”
천영이 거체를 움직여 하늘로 내려 오기 시작하자 마치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다크룰 디멘션의 게이트가 닫혔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들이 게이트를 봉인하는 것에 성공했을
뿐이지만 정황상 드래곤이 게이트를 닫으며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경외를 할 수밖에 없다.
한참 내려가던 천영은 바닥에서부 터 솟아있는 거대한 고드름을 확인 했다. 주변에 수많은 얼음 꽃이 여 전히 생성되고 있었지만 천영에게는 감히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는 날개를 펄럭여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 고드름은 굉장히 길고 높아 주변 에 있는 7개의 절벽보다도 훨씬 높 게 솟아있었다. 비록 얇지만 단단한 얼음 기둥.
천영은 그 위에 착지했다.
드래곤의 몸이 아닌 인간의 형태로 서.
10m가 넘는 거대한 드래곤의 신체 가 빛과 함께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작은 소년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긴 흑색의 머리칼을 휘날리는 별빛 눈 동자를 가진 자그마한 소년.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것만 같은 얼음송곳 위에 고요히 발을 내딛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어둠의 균열이 닫히자 다시금 달빛 이 쏟아져 내렸다.
삼대월식의 모든 빛이 직행으로 내 리꽂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천영이
내딛고 있던 고드름의 위쪽이었다. 붉고,푸르게,노란색으로 찬란하게 비춰지는 그 달빛 아래에서 천영은 말없이 땅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드래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 실을 알린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신도들에게는 신념을 불어넣는다.
어디선가 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 은 신성력이 각성하는 빛이다. 몇 년에 한 번 나을까 말까하는 그 현 상은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었다. 그 현상을 겪는 대다
수는 아직 신을 믿지 않고 있던 넥 스터 성직자들이었다.
“셀라임,괜찮아?”
“으,응”
셀라임 역시 몸에서 갑작스레 신성 력이 터져나오자 그 여파로 인해 쓰 러졌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기운. 그동안은 아이템의 힘을 빌어 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이 힘이 갑 작스레 나온 경위를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 본다. 그곳에 서천영이 있었다.
그제야 깨닫는다. 성기사인 셀라임 은 ‘신념’을 되찾음으로써 다시 신
성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셀라임은 결국 이번에도 천영에게 도움을 받 았다.
‘과연 드래곤이었던 것인가.’
레이븐은 잔뜩 탈진한 상태로 천영 을 바라보았다. 워낙 특이하고 개성 넘치는데다가 또라이 같은 만행을 자주 저지르고 다녀서 절대 평범한 정체를 가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 각했는데 설마 드래곤이었다니.
믿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봐버린 이상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누군가가 흐느끼기 시작 했다. 한 둘이 아니었다. 울음은 파
도처럼 사방에 번져나갔고 거기에는 감격,안도를 포함한 각종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은 역시.
“리,리우펠리우스. 괜찮소?”
“성하……
칼라할 교단의 교황,리우펠리우스 였다.
그는 마치 이제 죽어도 더 여한이 없겠다는 둣 새빨갛게 물든 눈시울 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이보게들…… 내가 말하지 않았 소. 용은 틀림없이 존재한다고……
이제는 그 누구도 리우펠리우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언제나 용 은 이 세상에 없다며 리우펠리우스 를 비난하던 이들은 그저 부끄러움 에 얼굴을 붉힐뿐이었다.
악마가 내려왔고 모두가 절망한 순 간 기도에 응답해준 존재는 단 하나 뿐이었다.
용 (Dragon).
용은 실재한다.
모든 신문사의 표지를 장식하는 기
사는 다름 아닌 ‘용’의 출현에 관한 것이었다.
명예로운 일곱 호랑의 절벽에서 있 었던 대규모의 전투. 타차원에서 홀 러들어오는 악마들을 상대한 영웅 들,그리고 그들을 위험하게 만들었 던 강력한 악마까지. 그 모든 것을 묘사하며,결국엔 용이 모든 것을 구원했고,또한 그 용의 정체가 ‘서 천영’이라는 사실까지 신문에 모조 리 실렸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서천영.
그가 사실, 전설 속에나 등장하던 드래곤이었다는 사실은 온 대륙을 통틀어 충격에 휩싸이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신문은 오랜만에 보는데 재밌네요 나름.”
정말 별 게 다 써있었다.
드래곤의 성별이 사실은 무성이며, 성체가 되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는 내용도 신문에 실려 있었으며 넥 스터들 중 영웅이나 다름없는 존재 가 된 수많은 유명인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계의 악마를 상대하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선두에 선 황녀 벨레인 또 한 영웅이 되어 있었으며 그 동안 무명에 가까웠던 소규모 클랜 나이
아가라 헬스장 역시 신문에 실려 있 었다.
5개의 교단 중,용을 숭배하기에 이번 사건 이후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칼라할 교단에서 ‘넥스터’ 성직자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선 언한 것 역시 신문의 한 페이지를 큼지막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칼라 할 교단의 성녀의 사진 역시 당당히 실려 있었다.
칼라할 교단의 성녀,안시르엘.
그리픈 대륙의 그 누구보다도 강력 한 신성력을 가진 그녀가 결국 성녀 가 되었다. 그녀가 이끌던 넥스터들 및 아직까지 대륙을 방황하던 소속
없는 넥스터 성직자들이 모조리 칼 라할 교단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5대 교단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가장 약한 세력을 가지고 언제 해체 될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던 칼 라할 교단은 용의 출현 하나만으로 이제 그리픈에서 제일 세력이 넓은 교단이 되었다.
“드래곤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 했습니다.”
검은색의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한 명이 중얼거린다.
“그러게 말이오.”
일곱 다리의 연결자들. 그들은 이
계획을 진행하면서도 다크룰 디멘션 이 막힐 것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애초에 삼대월식과 다크룰 디멘션은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 한 무대장치였으니까.
온 세상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 키기 위해. 공포를 불어넣기 위해.
그러나 자신들의 행동은 오히려 역 으로 작용하여 드래곤이 난데없이 등장해버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 어넣고 말았다.
“하하하! 단단히 망했는걸?”
웨지스턴이 낄낄대며 웃었다. 여전 히 그는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것처
럼 보였다.
“이봐,넌 저 드래곤을 사냥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두렵지도 않아?”
그러자,웨지스턴이 그게 무슨 헛 소리냐며 웃어제꼈다.
“아니,상대가 강할수록 게임은 재 미있는 법이거든.”
상대가 드래곤이라도 상관없다. 그 에게 이 세상은 그저 게임이니까. 보스 몬스터가 강하면,그에 걸맞는 강함을 가진 이가 나서면 된다.
웨지스턴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해 를 하지 못 하는 게 아니라,그저 미쳤을 뿐이었다. 단단히 미쳤지만
이 자리에서 누구도 웨지스턴을 함 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그는 어지 간한 이형마법사들도 상대하기 어려 울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 니까.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웨지스턴이 눈을 살벌하게 번뜩였 다.
“내가 직접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 면 문제없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