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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36화 (13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36화

34장 성녀 안시르엘

금색 별 마탑의 지하에는 거대한 연무장 비스무리한 장소가 있었다. 거의 축구 경기장 수준으로 굉장히 널찍한데다가 특수 합금으로 벽과 바닥,천장 등을 도배해놓았으며 수 많은 방어 마법까지 겹겹이 쌓아놓

아 완벽한 수련장의 형태를 뽐냈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쓰지 않는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들이 굳이 이런 곳에 찾아와봐야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곳을 이용하 는 고객들이 생겨났다.

맨 처음에는 네청과 서천영이었다. 천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네청의 마법은 정말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 하여 배워도,배워도 끝이 없었기에 천영은 항상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 에 내려와 그녀에게서 마법을 배운 다.

그 뒤로 찾아온 사람은 저주를 연 구하겠다며 인형을 가지고 돌아다니 는 인형술사 로문스라는 사내였다. 저주 마법에 특화되어있는 그 사내 는 온통 침침한 회색빛 낡아빠진 로 브를 입고 음침한 웃음소리를 홀려 대며 인형을 끌고 다니는 것으로 유 명했는데 유독 아끼는 인형이 없어 지는 날이면 마탑이 발칵 뒤집힌다 는 말이 있다.

이들 외에도 서천영의 마법을 구경 하기 위해 금색 별 마탑 소속의 마 법사들이 가끔가다 구경을 왔다. 지 금도 충분히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영향을 받아 찾아오는 마법사들이 꽤나 생겨났다. 몇 년째 그저 버려 진 공간이었던 이곳은 얼마 전부터 활기를 띄고 있었다.

천영은 네청과 함께 연무장에 들어 서자마자 보이는 얼굴에 고개를 절 레절레 저었다. 지금도 다른 마법사 들은 죄다 혼자 놀고 있는데 저 둘 은 항상 같이 다닌다.

렝 스토린과 백하란의 누나,백하 연이었다. 랭 스토린은 레이븐의 말 조차도 쌩 무시해버리고선 언제나 백하연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그녀 에게 마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백하 연의 겉모습은 어딜 보나 10대 후

반이었다. 랭 스토린은 쌀쌀맞은 중 년 아저씨처럼 생겼기에 천영은 그 를 볼 때마다 말한다.

“범죄자.”

“……왜 나를 볼 때마다 범죄자 취 급을 하는지 모르겠군.”

“나이차를 생각 하셔야죠 아저씨.”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랭 스토린은 천영의 말을 모른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대부분은 그의 비아냥을 무시하는 편이었다. 천영은 슬쩍 백하연을 쳐 다보았다.

“백하연.”

“네?”

“저 변태 아저씨가 이상한 짓 하면 말 해. 내가 확,그냥. 어? 알겠지?”

그러자,백하연이 울상을 지었다.

“저,저……. 아저씨는 저한테 잘 해주시는데요……

뭐라고 해야할까,그녀는 분명 똑 똑하고 마법 실력도 굉장히 출중하 여 천영이 보아도 천재라는 말이 어 울렸지만,반대로 백치끼가 조금 있 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

굴로 렝 스토린이 좋다며 졸졸 따라 다니기에 망정이었지 만약 그녀가 거부하는 듯한 낌새가 보였다면 천 영이 직접 나서서 랭 스토린의 팔목 에 은팔찌를 채웠을지도 모르는 일 이다.

렝 스토린과 백하연이 구석에 가서 한 자리를 차지한 다음 마치 소풍이 라도 나온 것처럼 알콩달콩 마법 수 련을 빙자한 데이트를 시작하자 천 영과 네청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시 작했다.

그렇다.

별 건 아니고 스트레칭이다.

퍼펑,콰과쾅!!

쿠직. 쿠궁!!

드드득,드득! 꾸드드득!!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을 터인 연무장에 갑작스레 해일이 들어닥친 다. 물이 소용돌이를 치며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천장에 먹구 름이 생성되더니 벼락 수십,수백 줄기를 내리치는가 하면 화염의 화 신이 나타나 망치를 찍고 바닥이 갈 라지며 소규모 화산이 폭발한다.

마치 ‘이 세계가 자연재해로 멸망 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라는 이름의 시뮬레이션 영상을 본다면

꼭 이런 광경이지 않을까 싶은 작은 재앙이 금색 별 마탑의 지하에 펼쳐 져 있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좌를 한 채 앉아있는 바시락은 자신의 몸 주변에 결계를 펼친 채 꾸벅꾸벅 졸 고 있었다. 벽에다가 인형을 잔뜩 걸어놓은 채 바늘로 콕콕 찌르고 있 는 로문스가 보였다. 반대쪽 하늘에 는 늙은 마법사 한 명이 허공에 누 워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고 계단 위쪽에서는 누군가가 바닥에다가 그 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아랑 곳 않고 렝 스토린과 백하연은 서로

에게만 집중했다.

“아저씨, 이건 어떻게 쓰는 마법이 에요?”

콰쾅! 쿠,쿵!

“거기는 수인을 맺는 과정을 생략 하고 손가락만 펼치면 된다.”

“이렇게요?”

콰직!

과드드득!

“손을 줘봐라. 손가락을 이렇게 굽 히고……

“어머.”

목검 하나를 달랑 든 채로 지하 연무장을 들어선 로서진은 문을 열 자마자 나타난 혼란스러운 광경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하 연무장 한쪽에서는 용과 이무기가 온 사방 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는데 그 중심 에는 누군가가 낮잠을 청하고 있었 고 또 반대쪽 구석에서는 웬 커플이 돗자리까지 깔아놓고 알콩달콩 서로 의 손을 만지작대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로서진을 따라 연무장에 들어온 백 화연 또한 굉장히 심란한 얼굴로 그 들을 바라보았다.

“……저 여기 꽤 적응했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도 낯설어요.”

그녀의 말이란 즉,정상인 것 같은 사람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 대상의 중심에 서천영이 속해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백화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이 끝나면 천영 과 네청 역시 구석에 조용히 틀어박 힌다. 그들의 관계는 서로가 스승이 었으며 서로가 제자였다. 드래곤인 천영에게서 나오는 발상은 천 년이

나 살아온 네청 또한 생각지도 못했 던 부분이 상당수 존재했으며,또한 천 년이나 살아온 네청의 효율적인 마법과 노하우는 마법을 배운지 고 작 7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 천영에 게는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나의 배열 또한 그 형태에 따라 특정 물리법칙을 개입시키는게 가능 하다.”

네청의 말에 천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둣 고개를 갸웃하자,그녀 가 직접 손바닥을 펼쳐보였다.

새하얀 빛가루를 뿌리는 마법진이 네청의 검지손가락을 따라 그려진 다. 꼬불꼬불 마법진을 나선형으로

마치 달팽이 등껍질 무늬처럼 그려 낸 내청은 제일 가운데 부위를 손가 락으로 콕 잡아서 뒤로 당겼다. 그 러자,마법진이 마치 스프링처럼 늘 어났다.

“여기에 속성을 추가하면.”

마법진의 가운데에 화속성의 마나 가 깃들었고,네청이 그것을 놓는 순간 불꽃 덩어리가 화살처럼 튕겨 져 나갔다. 벽에 부딪힌 다음 쿵, 소리를 내며 불꽃이 사그라들자 천 영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개,개쩔어.”

“후후.”

먼저 시범을 보인 네청을 따라서 천영도 양손을 모아 손가락으로 마 법진을 그렸다. 하지만 아무리 드래 곤인 천영이라 할지라도 뭐든 한 번 에 되지는 않는 법. 다양한 시행착 오를 겪은 다음에야 간신히 울퉁불 퉁한 스프링 비슷한 마법진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 리며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천영을 말없이 바라보던 네청은 그가 마법 진을 완성하자 저도 모르게 손을 뻗 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작 천영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 고 여전히 마법진을 만지작대고 있

는데,네청은 순간 자신의 행동에 몸을 움찔 떨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본능과도 가까운 행동이었다.

물론 새삼스레 손을 떼지도 않았 다. 손을 회수한 네청은 천영이 마 법진을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이것저것 노하우를 더욱 알려주었 다.

마나를 물처럼 홀리지 말고 바람처 럼 휘날려라 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 이 들으면 당최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이었지만 천영은 용 케도 전부 알아들었다.

그렇게 해서 한 시간가량 연습하자 마침내는 네청이 사용했던 것과 비

숫한 마법진을 만드는데에 성공했 다. 유지 시간도 짧았고 불안정했지 만,이 마법진을 만듬으로서 천영이 마나를 더욱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 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오늘의 수업이 끝나고 마법 연습까 지 끝마친 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입고 있는 트레이닝 복에 살짝 땀이 젖어있었다. 목에 걸치고 있는 수건으로 뺨을 슬쩍 닦 다가,구석에서 검술 대련을 하고 있는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

로서진과 백화연.

서천영이 공식적으로 드래곤으로서 세상이 이름을 알린 뒤 2주.

사실 큰 변화는 딱히 없었다. 다만 전 세계의 국가에서 서천영을 꼭 초 대하고 싶다며 연락이 오는 통에 조 금 골치가 아파졌을 뿐. 덕분에 서 천영은 어디 싸돌아다닐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금색 별 마탑에 틀어박 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로서진과 대 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는데,그녀 가 끔찍할 정도의 업무량을 모두 처 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렇게 서류만 보다간 죽을지도 몰라.”

그런 천영의 말에 결국 로서진은

일주일 전부터 검술 수련을 시작했 다. 파트라슈가 어쩐지 로서진을 볼 때마다 ‘저 여자는 꼭 검을 배워야 해.’라며 펄쩍 뛰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

검술 스승은 다름 아닌 백화연. 그 녀는 누군가에게 검을 가르쳐본 적 도 없고,배운 적도 없다. 그저 스 킬과 레벨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을 뿐이지만,그렇게 성장하여 ‘나이트’ 급의 초인이 되었으니 그녀의 안목 과 감각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 었나요?”

로서진의 물음에 백화연은 스스로

가 강해진 비결을 떠을린다. 그리고 답했다.

“그냥 닥치고 때려잡았더니……

로서진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건 이 여자도 정 상은 아니었다.

백화연은 로서진에게 목검 한 자루 를 쥐어준 다음 무작정 자신에게 덤 비라고 말했다. 백화연 역시 기본기 를 아예 모르는 상황인지라 무려 나 이트급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로서진 과 함께 기초 검술 교본을 보며 함 께 기본자세를 연습하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로서진에게 검술에 대한 기 초 상식이 들어서자 그 뒤로는 순조 로웠다.

백화연이 로서진에게 검술을 가르 치는 방식은 굉장히 단순했다. 자신 이 강해졌던 것처럼 강한 상대와 싸 우다 보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들은 무작정 검을 주고 받았다.

당연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작정 싸 운다고 해서 검술이 늘어나는 것이 비정상이다. 하지만 로서진은 아주 상당히도 비정상인 축에 속했다. 검 을 잡으면 돌연 로서진의 눈빛이 날

카로워진다. 기초 체력 단련도 제대 로 되어있지 않았을 터인 로서진은 흡사 야생의 본능과 감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굉장히 뛰어난 동체 시력 을 자랑하였다.

백화연의 모든 움직임을 하나하나 세밀히 기억한다. 백화연이 봐주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옴직임을 파 악하고 근육의 움직임까지 계산하여 머리로 기억한 다음 분석하여 따라 하는 로서진의 두뇌와 육체는 그야 말로 환상의 조합.

공부는 기초 검술 교본을 본 것이 전부였지만 로서진은 애초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천재였고 검술에 관

해서는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날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로서진 을 보고 있자 트레이닝복 주머니에 숨어있던 파트라슈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저것 봐. 환상적이지 않아?

“그러게.”

백화연은 정말 스승으로서는 꽝이 었다. 하지만 로서진에게 있어서는 백화연은 그야말로 최고의 스승이었 다. 그녀가 가르치는 무식한 방식은 로서진에게 아주 효율적으로 통했고 기초와 논리로 접근하려는 다른 스

승에게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확 실하게 검술을 배울 수가 있었다.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로서진은 벌 써부터 막대기를 들게 되면 동네 건 달무리정도는 가뿐하게 눕힐 수 있 을 정도의 호신술을 익히게 되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이미 마법을 익힌 몸이라 검으로는 대성할 수 없 는 상태가 되었어.

검술과 마법을 동시에 익힐 수는 없다. 그것은 이 세상의 그리픈의 당연한 이치이다. 체술을 사용하면 서 마법까지 사용하는 것이 허락된 종족은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아니지. 한 명이 있긴 했는데

천영은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린 다. 웨지스턴. 마검사라는 히든 클래 스를 얻은 자. 넥스트의 초창기 시 절,유저들이 탈태라는 시스템도 모 를 때 히든 클래스를 얻어 유명해진 웨지스턴은 그 당시 종족이 인간이 었다.

에니안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어 쩌면,넥스트는 용이 만들었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세계이다. 그렇기에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는 의 미. 그곳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리픈에서도 존재가 가능했다. 만

약 웨지스턴이 종족 탈태를 하지 않 고 인간으로 남았으며 또한 위대한 여행자 타이틀을 얻었다면 인간인 상태로 마검사의 힘을 갖고 그리픈 으로 넘어왔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 족일 터이지만,

‘만약 웨지스턴이 이곳으로 넘어왔 다면……

어쩌면 그에게서 마법과 검술을 동 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간단히 샤워를 끝마치고 마탑주의 집무실로 향하자,레이븐이 거의 해 골과 다름없는 상태로 죽어가고 있 었다. 천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죽을병이라도 걸렸나?”

“……너, 때문이잖아. 망할.”

천영이 드래곤이라고 해서 새삼 주 변 사람들이 그를 다르게 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의 정체를 모르던 사람들이 드래곤이라는 정체를 들었 다고 해도 조금 놀랄뿐이지 애초부 터 상당히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였 던 천영이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기

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건 아주 친한 주변 사람들 한정이다. 금색 별 마탑의 다른 직 원들은 천영을 볼 때마다 뭔가,뭔 가 엄청난 하여튼 뭔가 엄청난 것을 보는 듯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쳐 다보는 통에 그는 아주 죽을 맛이었 다.

천영은 슬쩍 레이븐의 책상에 쌓여 있는 서류를 읽었다. 개 중에는 용 (Dragon)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많 이 보였다.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전 설 속에서나 등장하던 용이 천 년만 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그가 금 색 별 마탑의 소속이다 보니 레이븐

에게 이런저런 연락이 오는 모양이 었다.

물론,천영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다른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레이븐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었으니까.

“훌렘에는 안 가보나? 칼라할 교단 의 성녀 즉위식을 한다고 벌써부터 각 국가의 인사들에게 초대장이 날 아갔던데.”

천영에게도 초대장이 오긴 했다. 드래곤 서천영이 아닌 금색 별 마탑 의 마법사 서천영에게.

“으음. 가야할까……

즉위식이라 하면 축제나 마찬가지

인 날이다. 그리고 그 축제의 주인 공은 다름 아닌 안시르엘.

안시르엘은 칼라할 교단의 성녀가 되었고,셀라임은 ‘성녀의 검’이라는 직책을 받았다는 모양이다. 그런 안 시르엘이 주인공인 축제에 천영이 가봐야,괜히 이목이 본인에게 쏠릴 것이다. 주목 받아서 좋을 것도 없 고,사람들의 인지도를 쌓아야만 하 는 자리에 가서 안시르엘의 관심을 모조리 렛어와 봐야 괜히 그녀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몰래 한 번 찾아가보긴 해야겠 지.”

천영이 그리 말하자 레이븐은 너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그나저나 용의 큐브가 하나도 없 으니까 허전한데……

언제나 고민이 생길 때면 용의 큐 브를 만지작대곤 했던 천영이었기에 그것들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졌다.

용의 큐브. 그것은 용의 물건이며 이 세상에 용은 천영 한 명뿐이다. 그렇기에 칼라할 교단에서 보관 중 인 용의 큐브에게도 권리를 행사하 여 렛어오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칼라할 교단은 5대 교단 중 유일하게 성물이 없는

교단이 되었다. 비록 천영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5대 교단 중 유일하게 모시고 있는 존재가 직접 이 대륙에 있는 교단이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문제로 성물에는 여러가지의 쓸모가 있다.

교단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축제나 행사,대기도회나 교황의 연설 때 등등에는 항상 성물이 쓰이기 마련 이었다. 여태까지는 단 하나뿐이었 지만 어쨌든 간에 성물이 존재했는 데 이제는 천영이 참여해주지 않으 면 허전한 상태에서 행사를 벌이게 생겼으니 결국 용의 큐브를 전부 칼 라할 교단에 보관하기로 결정한 것

보관만 하는 것이다. 언제든 때가 되면 되찾아올 수 있도록.

‘용을 상징하는 다른 성물이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네……

천영 이전의 마지막 드래곤인 레가 로스 때까지만 해도 칼라할 교단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즉 천영의 세대 부터 최초로 칼라할 교단을 맞이하 는 것이기에 드래곤이 사용했다는 용의 큐브 말고는 별 다른 성물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용의 큐브는 빛을 완전히 잃은 지 벌써

300년이나 됐다고 한다. 천영이 만 지니 다시 힘이 돌아오긴 했지만 너 무 인간의 손을 오래 탄 덕분에 큐 브 스스로가 다른 생명체들이 자신 의 힘에 취하지 않도록 힘을 숨겼다 나 뭐라나. 파트라슈의 말이니까 하 여튼 그럴 것이다.

“저번에 네가 말했던 그거 정보가 들어왔다.”

“그거라면 그거?”

“그래. 그거.”

레이븐에 대충 문서 하나를 던져주 었다. 그것의 맨 위에는 ‘드래곤의 흔적’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아이올피아 지방?”

“북대륙에 위치한 곳이지. 천 년 전부터 내려오던 신화가 하나 있거

드 ”

‘약속된 자가 찾아오는 날,용의 선물이 깨어날 것이다.’

물론,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용의 선물을 찾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 었다.

“이번에도 ‘천 년’인가.”

대부분의 용에 대한 전설이나 신화 는 ‘천 년 전’이라며 날짜가 명확했 다.

-응,대부분 레가로스가 남긴 흔적 들이야. 그리픈 대륙을 모조리 돌아 다니면서 용의 큐브를 보관해두었거 든.

“귀찮게 하네 진짜. 나는 이거 다 모으면 하나로 합쳐서 눈에 잘 띄고 양지바른 곳에 대충 쳐박아 놓을 거 야.”

-……이런 놈이 드래곤이라니.

파트라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지만 천영은 진심이었다. 이렇게 후 손을 귀찮게 하는 게 드래곤이라면, 차라리 본인 세대부터 뜯어고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모르는 게 있는데 큐브의 개수는 원하는 대로 막 정할 수 있 는 그런 게 아니야.

“앵? 그럼.”

-세대에 따라 개수가 바뀌어. 미래 의 별을 점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용의 큐브는 ‘다음 세대의 용’에게 맞춰서 큐브가 나뉘거나 합쳐져. 즉 애초부터 주인 때문에 큐브가 이렇 게 나뉘어져 있던 거고 덕분에 전대 드래곤인 레가로스가 개고생을 한 거지.

“음…… 그것 참……

그렇게 들으니 천영도 조금은 미안

했다. 정말 아주 조금.

“그것 참 내가 개고생 안 해서 다 행이군.”

한 3초쯤 지나자 현실적인 감정이 밀려들어오며 미안하다는 마음이 순 식간에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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