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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41화 (140/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41 화

탐험선(고잉 천영 호)는 바람에 탑 승한 둣 무식한 속도로 질주했다. 그 위에 탑승하고 있던 원정 대원들 이 죽어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 다.

“으,으아아악!!”

“갑자기 왜 이렇게 빨라졌어!”

“아,까,그,마법,사가,동력,실, 에. 갔는……!!”

탐험선이 빨라졌다. 그것도,베테랑 탐험가들이 중심을 잡기에 급급할 정도로. 당연히 몬스터들이 탐험선 을 쫓아올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몬스터에게서 안전해졌고 더욱 빠른 속도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되었 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 도 그것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 다.

“항해가 아주 순조롭군.”

동력실에서 천영이 그리 말하자 마 법사는 기둥을 부여잡고 주저앉은 채 대체 어디가 순조롭냐고 묻고 싶

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동력 실의 마법진만 몇 년째 관리해왔던 선원은 천영이 만들어낸 마법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그는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마 이게 참고 있는 것이란 사실 을.

‘뭐라고 했다가는 진짜 전속력으로 달릴지도 몰라!’

탐험선은 거대한 계곡을 돌파했다. 원래는 이곳에서도 ‘절벽억새’라는 괴조들과 힘겨운 전투를 치를 예정 이었으나 절벽억새들이 채 반응을 하기 전에 탐험선이 계곡을 돌파해 버렸으며 산을 건너고 원형의 거대

한 호수까지 지나치니 거대한 절벽 지대가 나타났다. 이제 슬슬,비행선 의 속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절벽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시점에 서 탐험선은 원래의 속도가 되었다. 이 근방에는 더 이상 탐험선의 식별 기에 몬스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 문. 참으로 기묘한 광경이었다. 어느 기점을 시작으로 단 한 마리의 몬스 터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마치 무언 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무언가가 두 려워 다가가지 않는 것처럼.

절벽 아래 거대한 고원지대 같은 곳을 지나치며 탐험선이 조금씩 앞 으로 나아갔다. 두터운 구름 사이로

어떠한 실루엣이 보였다. 거대하고 묵직하고 세월이 느껴지는 것.

바람이 불어온다. 구름은 바람에 의해 흩어지고 또 다시 뭉쳐진다. 햇살이 구름의 사이를 비춘다. 그곳 하늘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도시가 하나 있었다. 이미 오래 전 죽어버 리고 멸망해버린 깊은 숲 속의 어느 도시.

온통 회색으로 이루어진 유적지, 람테르필이 었다.

멀리서 봐도 어마어마하게 커다랗 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적지인 람 테르필은 멸망한지 시간이 꽤 지난 것인지 높게 솟아오른 건물들이 대

부분 이끼가 껴 있었다. 멸망의 흔 적이나 다름없는 초록색의 식물들. 인간들을 천 년이 넘도록 찾지 못했 는데 식물들은 마치 제집인 마냥 람 테르필에 여전히 머물고 있었다.

탐험선이 유적지 람테르필 위에 털 털거리며 착지했다. 쿵 하고 비행선 이 내려서자마자 탑승하고 있던 탐 험대가 허겁지겁 땅에 내려섰다. 그 들은 반쯤 창백해진 얼굴로 바닥에 드러누운 채 온통 죽을상을 지었다.

“제,젠장……

멀미가 심한 몇몇 원정 대원들은

천영이 갑작스레 내버린 속도에 적 응을 하지 못하고 울렁증이 도진 것 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부일 뿐이었 고 대부분의 원정 대원들은 파리해 지긴 했지만 멀쩡한 얼굴로 주변을 경계했다.

탐험선이 착지하자마자 벌써부터 건물들의 숲으로 사라진 도적 한 명 도 있었고 제일 높은 건물 위에 올 라서서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여인도 있었다.

천영 역시 동력실을 관리하는 마법 사의 등등 팡광 쳐주고 내렸다. 그 는 자신의 수준으로 조작하려면 밤 새워서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마법진을 보며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였다.

가볍게 탐험선에서 내린 뒤 천영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난 아무래도 폭주족 타입인 가 봐. 나중에 오토바이라도 하나 구해봐야지.”

물론 그리픈에 지구에서와 같은 오 토바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영을 따라서 내린 백화연과 네청 은 생각보다 멀쩡한 표정이었다. 다 만 그녀들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있었다.

“자자,다들 자유롭게 행동하게 해

준다는 조항을 벌써부터 이행하고 계시는데 조금만 진정하시고. 일단 당장의 목표는 2황자 일행을 찾는 것이니까요.”

셜론과 함께 행동하던 여인이 소리 를 쳤다. 원정 대원의 절반이 벌써 부터 흩어질 기미를 보이자 재빨리 1순위 목적을 외친 것이다. 그러자 원정 대원들이 알겠다는 사인을 보 내더니 사방으로 사라졌다. 이 도시 는 어지간한 국가의 수도와 비견될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했고 고작 50 명의 인원이 하루 종일 뒤져봐야 제 대로 살펴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어떻게든 한

그룹으로 모아놓긴 했지만 탐험가들 은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다. 그들 은 혼자서도 한 구역을 담당하여 꼼 꼼하게 살펴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 을 지니고 있었기에 한꺼번에 모여 서 행동하라고 하는 것은 손해였다.

“메이지 천영,저희와 함께 행동하 시겠습니까?”

원정 대장인 셜론이 10명의 인원 을 이끌고 천영에게 다가와서 물었 다. 아무래도 원정 대장은 나름의 그룹을 데리고 다닐 생각인 모양이 다.

“아뇨,저는 여기 두 명이랑 개별 활동을 할 생각이라서요.”

“아쉽군요. 일단은 알겠습니다.”

셜론은 영 아쉽다는 표정이었지만 한번 거절한 천영에게 계속 권유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천영은 방금 전까지 날아오던 지역 을 슬쩍 쳐다보았다. 하늘 위에는 여전히 괴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 다.

‘과연 원정대를 모집한 이유는 어 디까지나 이 구역을 통과할 때 싸울 인원들이었고…… 유적지 안에서는 따로 ’일확천금‘을 노린다 이건가? 2황자 일행과 합류하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그들에게 들

러붙어서 뭔가를 얻어먹기 위해 애 를 쓰겠지.’

어쩐지 속내가 보이는 원정대였다. 아니,이런 파티를 원정대라고 할 수 있을까. 원정대장도 원정 대원을 통솔할 생각이 없고,원정 대원 역 시 원정 대장에게 따를 생각이 없는 이 파티는 그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임 시로 손을 잡았을 뿐이지 그 위험도 가 사라진 이상 그럴 필요는 없어졌 다고 봐야했다.

“그나저나 여기서 2황자 일행을 어 떻게 찾는다나.”

천영은 딱히 나서서 뭔가를 찾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보물이라고 해봐야,용의 큐브 달랑 하나일 것 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보물 찾기의 달인이 무려 50명이나 된다.

만약,그들이 보물이람시며 용의 큐브를 찾아오면 천영은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신해 이렇게 말할 것이 다.

‘그거 내 거야. 내놔.’

파트라슈가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그건 드래곤이 아니라 동네 깡패잖아.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세상에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

을 밝힌 뒤부터는 뭔가 마음이 시원 해졌다. 귀찮은 점을 피하기 위해 평상시엔 숨기고 다닌다지만 얼마든 지 드래곤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 이 아주 좋았다.

“그럼 우린 안쪽으로 바로 들어가 보자.”

천영은 네청과 백화연을 이끌고 유 적지를 천천히 감상했다.

천 년 전,멸망해버린 도시. 람테 르필. 생명의 기척 따위는 전혀 느 껴지지 않는 유적지를 걷고 있자니, 뭔가 기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천 년 전의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었을 이 공간이 지금은 이렇게 텅 비어버

린 것에 드는 어떠한 답답한 감각. 천영은 그 감각을 이해할 수 없었 다.

“익숙한 양식의 건물이구나.”

“본 적이 있으세요?”

“내가 어린 뱀이었을 때,인간들의 건물들은 죄다 이런 형식이었다.”

유적지 람테르필의 건물들은 사실 상 21세기 지구의 것들과 가까웠다. 좁은 면적을 십분 활용하기 위함인 지 건물들이 대부분 3층 이상이었으 며 많은 건물이 밀집된 구역은 50 층이 가뿐히 넘어가는 것들이 수두 룩했다. 인구가 밀집되어있던 지구

의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빌 딩숲’이 이곳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여긴 벌써 천 년도 전에 빌딩을 지으며 생활했던 건가:

현재의 그리픈에도 이런 빌딩 형식 의 건물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더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건물 양식 은 뭐니뭐니 해도 지구의 유럽 역사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의 성이 었다.

마치 그리픈의 천 년 전이 지구인 것만 같았고 지구의 천 년 전이 그 리픈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생각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

다. 그리픈은 차원 경계가 약한 곳. 용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차원을 건 너는 일도 꽤나 자주 발생하는 일이 다. 로비탄 또한 차원을 건녔던 경 험이 있을 정도이니.”

“로비탄 님이요?”

흡혈귀계의 영물이나 다름없던 로 비탄이 차원을 건넌 적이 있다는 말 에 천영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로비탄은 다른 차원에서 머 물던 또 다른 용을 만나고 왔었다고 하더구나. 참으로 부러운 경험이었 지.”

“신기하네……

그렇다면 현재의 그리픈의 건물양 식이 유행하게 된 것은 천 년 전에 이 세계를 찾아온 지구인에 의해 유 행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 었다. 또한 현대의 지구가 빌딩이라 는 건물이 유행하게 된 이유 역시 그리픈에서 찾아간 누군가에 의해 그리 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새삼 차원이 라는 것이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기해낼 수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공존관계였다.

“어디든 똑같을 것이다. 특히 ‘인 간’은 여러 차원을 통틀어 가장 많 이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앞으로 네

가 죽을 때까지 모든 차원의 인간을 전부 만나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 같은 종족이 있는 다른 차원이라면 서로에게 더욱 쉽게 열리는 편이고 그렇게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된 다.”

천영도 모르고,네청도 모르는 또 다른 어딘가의 세상에서 그리픈과 지구를 닮은 문화를 이룩한 인간들 이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되었다.

여러모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 는 이야기였다. 여태까지는 별 생각 이 없었지만 최근 스스로가 ‘용’이 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천영으

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언젠가 그리픈이라는 차원을 떠나 다른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는 몸이 다. 또 다른 인간,또 다른 차원,또 다른 문화,또 다른 대륙.

“후후. 용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 인지 알겠느냐?”

그제야 네청이 왜 필사적으로 용이 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까운 도시에 있던 유명한 탐험가

에게 연락이 닿은 것은 정말 다행스 러운 일이었다. 셜론이라는 이름의 탐험가는 이 지방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2황자 러셀 리조차도 익히 들어봤을 정도이니까. 그들에게 도 움을 청한 것까지는 좋았다. 다만 먼저 유적지에 들어온 것이 화근이 었다.

호셈블이 잔뜩 지친 얼굴로 고층 빌딩의 창밖을 내다보았다. 유리도 하나 없이 휑한 이 폐허 건물에는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그 녀석’은 갔겠지요?”

“……모르겠구나.”

사실 황자 일행이 이곳에 도달하기 까지 많은 병력을 잃지는 않았다. 2 황자는 멍청하지 않았다.

오지를 탐험해야한다는 사실을 알 고 있었기에 싸음보다는 서바이벌에 특화된 병력을 차출해서 데려왔으며 무작정 몬스터들과의 교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최대한 피해 다니며 체력 을 보존하는 것을 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병력을 살려둔 채 람테르필 유적지에 도착하는 것 은 성공했으나,

“……설마 이 멸망한 도시에 ‘악 마’가 있을 줄이야.”

3황자,호셈블이 두렵다는 듯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현재 그들에게 남 은 병력은 총 9명. 기사 1명과,병 사 7명, 2황자와 3황자가 전부였다.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한두 명의 낙오자를 제외하고 전원이 살아있던 그들은 단 하나의 개체에 의해 거의 전멸 직전까지 몰렸다.

대응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대응 을 할 방법이 없다고 봐야만 했다. 도대체 그런 악마를 어떤 수로 이긴 단 말인가? 싸음을 아무리 잘 하는 그들일지라도 그런 종류의 악마를 만나게 되면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데리고 온 사제들마저 전부 당해버

심지어 가장 두려운 것은 그들을 전멸시킨 ‘그 악마’가 아니었다. 그 보다도 더욱 두렵고 거대한 무언가 가 분명히 있었다. 분명히,분명히 있는데.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자신이 직접 움직일 가치도 없다는 둣 인기척조 차 내지 않은 채. 숨죽인 채 그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뿐 이었다.

“그 놈과 마주하기 전에, 원정 대 장과 합류를 해야 할 터인데……

2황자는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탐험가들의 심리를 몰라도 너무 몰

랐다. 2황자에게서 연락을 받은 셜 론은 그 정보로 즉시 탐험가들을 모 아 원정대를 꾸려 출발했지만 그들 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다 같 이 행동하며 2황자를 찾을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지금은 기도할 뿐이다.

“부디 용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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