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59화
정신을 차리자마자 허벅지에서 날 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옥!”
로서진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다 리를 끌어안았다. 건물 잔해에 긁힌 모양인지 피가 조금 새어나오고 있 었지만 움직이는데 큰 지장은 없었 다.
“쿨력!”
먼지가 휘날린다. 폐에 탁한 공기 가 들어와서 숨이 턱턱 막혔다. 눈 물이 살짝 고인 채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건물의 파편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아슬아슬하게 서로 가 서로에게 걸쳐서 간신히 로서진 에게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저대로 가만히 냅둬도 별 문제는 없 어 보인다.
‘누가 의도적으로 막아놨어.’
주변을 둘러본다. 제이나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지?’
건물이 무너지는 그 순간,로서진 은 반사적으로 빛살같이 몸을 날려 제이나를 보호했다. 그리고 그녀에 게 보호된 제이나는 마법을 사용하 여 하늘에서 떨어지는 파편들을 모 두 막아냈다.
마법 실력은 부족하지만 신체 능력 이 출중해진 로서진과 마법 하나만 큼은 탁월한 제이나의 합동에 의해 둘 다 무사할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 상태를 확인 한다. 대충의 지혈을 해놓아서 그런 지 걷는 것에 장애는 없었다. 그녀 는 주변 상황을 살폈다. 여기저기서 굉음이 울리고 사람들의 고함 소리
가 들려온다.
‘있다.’
간신히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 의 구멍을 찾은 로서진은 그곳으로 기어들어갔다. 한참이나 기어서 올 라가거나 내려가기를 반복하자,어 느 복도의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었 다.
이곳은 건물이 무너진 여파로 인 해,바닥이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 었다. 다행이도 창밖이 보였다.
로서진은 그곳에 상체를 걸친 채 바깥의 상황을 눈에다가 담았다.
“뭐,뭐야?”
도시에 있던 대부분의 건물들이 무 너져 있었다.
‘이 건물만 무너진 게 아니라고?’
로서진의 시야에 절반이 날아가버 린 건물이 눈에 띄었다. 저것이 뭔 지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 가 밟고 있는 건물의 바로 윗층이 뚝 떼어져서 바닥으로 떨어져내린 것이다.
“이럴수가……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논문 발표회 가 엉망진창으로 박살나버렸다. 저 곳에 있던 수많은 인재들 역시 제대 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허무하게 목
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그 누구 보다도 마법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이토록 처참하게 변해버린 현실을 쉽사리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힘이 쭉 빠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꾹 참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컴컴했을 하늘에 주황색의 오 로라가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 오로라의 사이로 기괴한 생명체 들이 조금씩 튀어나온다.
일부는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지기도 했고 일부는 고작 마차 정도의 크기 를 가지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그 들은 그리픈의 생명체들과는 전혀
다른 신체 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 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저건 게이트가 열린 건가?’
금색 별 마탑에서 서천영의 비서로 일했기 때문에 수많은 자료 사진을 볼 수가 있었다. 사충계를 포함해 게이트가 열린 이후 다양한 괴수들 이 출몰하는 장면이 찍혀있던 그 사 진 속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게이트의 원천이 되는 만추의 기둥이 없었다.
‘게다가 하늘에서 열렸다니. 삼대 월식 때와 매우 흡사해.’
하지만 오늘은 보름달이 하나도 뜨
지 않는 날이었다. 차원경계가 아주 견고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계와 의 문이 이렇게 간단히 열려있었다.
“……계획적으로 그 자들이 벌인 일이군.”
쿵쿵 울리던 가슴이 진정되었다. 그녀는 냉정하게 판단하였다. 저 게 이트는 절대 저 스스로 닫히지 않는 다. 어떻게든 마법사들을 끌어 모아 당장 게이트를 봉인시켜야만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발걸음을 옮긴다. 우선,제이나를 찾을 계획이었다. 복도를 달리다보 니 사방에서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한 기척을 감
지하고 그것들을 피해서 가려고 했 지만 결국 무언가와 마주하고 말았 다.
따가다다다닥!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생김새였다. 얇은 반구형태의 몸체 에 지렁이처럼 흐물거리는 다리가 13개나 붙어있는 그 검은색의 생명 체는 로서진을 발견하자마자 멈춰섰 다. 검은색의 껍데기 위에 하얀색의 구슬 수십개가 데구르르 굴러다닌 다. 그러다가 그 하얀색의 구슬들이 모두 로서진을 향하더니 멈췄다.
‘저건 눈인 모양이군.’
그녀는 살짝 뒤로 물러나 건물에서 뜯겨져 나온 철 막대기 하나를 주웠 다. 지체할 시간이 없으므로 빠르게 해치울 생각이었다.
키리릭!
키릭!
하얀색 눈알이 굴러다니며 기묘한 소리를 내더니 다리 3개가 순식간에 늘어나며 로서진을 덮쳤다. 하지만 그녀의 막대기가 아주 절묘하게 휘 어지는가 싶더니 다리 3개를 모두 크게 사방으로 쳐냈다. 다리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힘껏 쏠리는 바람에 괴수의 몸체도 중심을 잃고 크게 기
울어졌다.
그 순간 로서진은 불쑥 접근하여, 막대기로 몸체를 강하게 찔러 넣었 다.
까앙!
“으옥!”
하지만 전혀 타격이 없었다. 오히 려 로서진의 손목에 심한 무리가 왔 을 정도로 저릿저릿했다.
‘내 마법은 실전에 별 도움이 안 되는데……
그녀도 마법사이긴 했지만 정확하 게 분류를 따지자면 학자에 가까웠 다. 모든 마법사들이 공격 마법을
배우지는 않는다.
로서진은 그저 기초적인 호신술에 가까운 마법만을 몇 가지 익혀뒀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서천영에게 전 수받은 것들이다.
오른손으로 철 막대를 들고,왼손 에 마나를 집중시킨다. 한손으로는 막대를 휘두르면서 한손으로는 수인 을 맺는 그 행위는 굉장히 비효율적 이다.
두 손으로 맺을 경우 5초도 되지 않아 완성될만한 수인도 한손으로 하면 1분이 넘도록 걸리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해야만 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만해.’
저 괴수의 껍질이 단순하게 강하기 만 하진 않을 것이다. 고작 저 정도 의 괴수 주제에 완벽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을 리는 없다.
당장에 그녀를 공격하는 수단만 보 더라도 그저 다리를 휘적거리며 주 변을 파괴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차원에서 넘어온 괴수인지는 모르지만 고작 해봐야 하급 수준이 그칠 것이다.
화륵!
우선 불꽃 덩어리를 생성해 괴수에 게 날린다. 하지만 괴수는 그것을 다리 하나로 간단히 쳐내고 또 다른 다리 여러 개를 날려 로서진을 봉쇄 시키려고 시도했다. 그 의도를 잽싸 게 파악한 그녀는 뒤로 훌쩍 물러난 다음 옆쪽으로 달려 벽을 딛고 달리 다가 한 바퀴 몸을 빙그르르 회전시 켜 빈틈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 다음 막대로 적당하게 괴수의 등을 가격하고 다시금 착지. 이번에 는 왼손에 전격덩어리를 생성한다.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강한 마법 을 만들 수가 없어!’
그녀의 왼손에 맺힌 전기 덩어리는 그저 말 그대로 전기 그 자체일 뿐 마법적인 공격 능력은 전무했다. 그 것도 직접 손으로 가져다 대어야 효 과가 좀 나타날 정도로 미비한 수 준.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손을 괴수에게 가져다 대었고,
파지직!
- 크륵!
아주 살짝이지만 효과가 나타났다.
‘역시. 원소 계열에 약한 대신,물 리 방어력이 높은 모양이야. ……진 작 마법 좀 배워둘걸.’
물론 어지간한 낮은 클래스의 마법
사들은 이런 괴수와 일대일로 싸우 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로서진이 검술을 배우지 않고 천영에게 마법 을 배웠더라면 부족한 신체능력 탓 에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해보지 못하 고 괴수의 다리에 붙잡혀 그대로 죽 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로서진은 검사에 가 까웠다. 마법사도 아니고 검사도 아 니지만 신체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 났다. 수련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 아 그렇게 막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 만 근육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고 효율적인 루트와 움직임을 모조리 계산하여 상대방의 수에 대응한다.
상대가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는 이 상,로서진을 단 일격에 쓰러뜨릴 수는 없다.
파트라슈가 로서진에게 ‘넌 조금만 수련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될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 로 그녀의 재능은 너무나도 두려운 수준이었다.
‘강력한 한방을 먹여야해.’
하지만 그런 마법을 준비하려면 로 서진의 수준으로는 넉넉한 준비시간 이 필요하다. 그녀가 마법을 캐스팅 하는 동안 괴수가 얌전히 기다려줄 리도 없으니 다른 타개책이 필요했 다.
‘그렇다면…….,
수인을 아주 짧게 맺은 다음 막대 의 끄트머리에 인챈트를 한다. 괴수 는 마법이 두려웠던 것인지 마나가 유동하자마자 다리를 쭉 뻗었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반대쪽으로 회피 한 뒤였다.
까가가각!!
막대로 바닥을 긁으며 괴수에게 접 근한 다음 휘두른다. 터엉 하고 튕 겨져 나오며 별 타격을 입히진 못했 지만 충격에 의해 몸을 흔들게 만드 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로서진은 아주 날렵하게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보이며 괴수를 앞뒤로 희롱했다.
‘의외로 바로 위쪽이 취약한 모양 인데.’
괴수의 등껍질에는 하얀 눈알이 위 치해 있었지만 그것들은 중력의 영 향을 받아 음직이는 것인지 둥그스 름한 제일 위쪽 부분에는 고정되질 못했다.
그저 흘러가듯이 몸체의 가장자리 만 데굴데굴 굴러다닐 뿐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괴수가 제대로 진 화하지 못했다는 중거.
그런 괴수에게 로서진의 계략을 알
아첼 지능은 없었다.
까강!
로서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워낙 사방을 헤집으면서 다니는 바람에 이미 잔뜩 지친 채였다. 땀으로 뺨 이 홈뻑 젖어 머리카락이 들러붙었 다.
검사들은 기본적으로 체내의 마나 (오러)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보조 하지만 이미 마나 서클을 만든 로서 진에게 그런 기술은 절대로 불가능 했다. 그러므로 온전히 자신의 신체 능력만을 사용해야만 했는데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가 지쳤다는 사실을 알아챈 괴 수가 다리를 뻗었다. 하지만 로서진 은 움직이지 않고, 왼손을 들어 손 가락을 튕겼다.
따악!
……쿠광!
-끼이이이익!!
괴수의 몸체 바로 아래에서 검은색 의 얇은 선으로 그려진 마법진이 폭 발하더니 괴수의 몸을 불꽃으로 휘 감았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단단하지만 원
소 마법에는 취약했던 괴수의 껍질 이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어지간한 수준급의 마법사가 오면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껍데기가 녹아내리자 그나마 몸을 지켜주던 방어력마저 전부 증발해버 려 쇠막대를 간단히 휘두르는 것으 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휴……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싸우는 도중에는 몰랐지만,다리의 통증이 몰려왔다.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도 않은 채 격하게 움직인 탓이다. 하지만 이런 괴수가 사방에 즐비하
다고 생각하니 멈춰있을 수 없었다.
로서진은 다시금 움직였다.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제이나가 있을 터 였으니까.
쿵,쾅광!
“옥!”
가까운 곳에서 강한 진동이 울려왔 다. 순간적이지만 지축이 전부 흔들 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로서진은 황급히 그곳을 향해 달려 갔다. 복도가 점차 넓어지고 문이 꽤 많은 공간이었다.
‘여기는……?’
그제야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 장소는 로서진이 막 논문 발표 를 위해 나서려고 했던 바로 그 장 소.
대강당이 었다.
반쯤 박살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불타고 있는 강당 내부가 훤히 보였 다. 수많은 마법사와 거물급 인사들 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사방에 쓰러 져 있었다.
그리고 정중앙에 제이나의 멱살을 잡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로서진의 옆 자리에 앉아서 논문 발표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그 남자였다.
“끄윽……!”
사내는 이를 드러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더니 들고 있던 단검을 제 이나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아,안 돼!”
자리를 박차고 도약한다. 제이나와 사내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너무 나도 멀었다. 하는 수 없이 로서진 은 들고 있던 쇠막대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깡!
사내는 그것을 단검으로 간단히 쳐 냈지만 어쨌든 제이나에게 해를 가
하려는 것을 저지할 수는 있었다. 허공으로 도약하여 막대를 다시 캐 치해낸 로서진은 그대로 사내에게 돌진하여 그 자가 제이나를 놓치도 록 만들었다.
털썩!
“쿨럭!”
무력하게 바닥으로 쓰러진 제이나 가 공기를 황급히 들이켰다.
“하아,조심……
제이나가 그렇게 경고하려는 순간, 이미 사내의 주먹이 로서진의 복부 를 가격한 채였다.
“컥……!”
퉁,투옹!
로서진은 최대한 기교를 살려 사내 에게서 시간을 끌어보려고 했다. 하 지만 그 사내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로서진의 움직임을 간파하고선 짧은 펀치를 날렸다.
고작 그 정도의 간단한 펀치였지만 로서진의 몸이 몇 미터나 날아가서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강력한 일격 이었다.
“자꾸 귀찮게 하는 놈들이 많은 데.”
“루빈카 님,제가 처리할까요?”
루빈카라고 불린 사내의 뒤쪽에서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 슴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섹시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또각 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루빈카에게 다가갔다. 매혹적인 웃음을 홀리며 쓰러진 로서진을 비웃는다.
“후후후. 역시 재미있단 말이죠.”
그녀의 입술이 붉게 빛났다. 립스 틱 탓이 아니었다. 피가 묻은 흔적 이었다.
“난 별로 재미없다. 이토록이나 아 름다운 계획이 진행되는 와중에 자 꾸만 방해를 받으니 썩 기분이 좋지
는 않구나.”
“후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애 초에 이곳으로 위치를 선정한 이유 도,쟁쟁한 마법사들이 많이 모여서 그런 것이니까요.”
그들의 대화에 로서진이 간신히 상 체를 일으켰다.
“지금 무슨……
여인이 모델 워킹으로 로서진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이윽고 상체를 숙 이자 매혹적인 가슴팍이 훤히 드러 났다.
로서진은 그녀의 심장 부위에 이상 한 문신이 새겨져있단 사실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뭔 지는 알 수 없었다.
“아가씨,그냥 얌전히 있어. 흠,자 꾸 방해해대는 귀찮은 마법사들을 처리하려고 오긴 했지만 아가씨는 썩 대단한 마법사는 아닌 것 같네.”
그렇게 말하더니, 여인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죽일 거지만.”
“으윽……
과악!
여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날카로운 하이힐로 로서진의 허벅지를 짓밟았 다. 피부가 터져 나오며 도저히 참
을 수 없는 통증이 불타올랐지만 로 서진은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뿜어대는 살기를,도저히 감 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서진은 비명을 간신히 삼키고 입을 열었다.
“어,어째서…… 이런 일을…… 끄 흑……. 벌이신 거…… 죠?”
“어째서냐고?”
그녀가 슬쩍 웃었다. 방심을 한 것 처럼 보이는 순간 로서진은 잽싸게 반격을 할 계획이었지만,그녀는 전 혀 빈틈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격을 한다고 쳐도,뒤쪽에 있던 남자가…… 너무 강해.’
호리호리하게 생긴 인상의 루빈카 는 로서진의 힘으로는 도저히 대적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예상컨대 나이트급 의 무력을 갖추고 있으리라. 지금 이 장소에서 로서진과 제이나가 도 망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뭐,대의를 위해서. 라고 말하면 이해 못하겠지? 하여튼 우린 이 세 상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거야. 알 겠지?”
“그런…….,,
헛소리였다.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사람들을 학살해놓고,심지어는 논 문 발표회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든 이들이다. 그런 자들이 이 세상을 위해서 일한다고 하면,그 누가 믿 겠는가.
“깔깔깔! 안 믿겠지. 그래,맞아. 사실 우리는 우리만을 위해 움직이 고 있어.”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냐고? 뭐,어때?”
붉은 입술을 가진 그 여인이 매혹 적인 미소를 짓는다.
“우린 나쁜 놈이거든.”
그렇게 말한 뒤,하이힐을 비틀었 다. 로서진의 입에서 가날픈 비명이 터져나왔다.
“꺄아악!”
“하하핫! 아주 좋아. 사실 난 위대 한 계획인지 뭔지는 관심이 없었거 든. 사람 죽일 수 있다는데,그런 게 무슨 상관이람? 안 그래요,루빈 카 님?”
여인이 상큼발랄하게 웃으며 그렇 게 물었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 다.
“루빈카 님? 여기서 대답 안 해주 시면 제가 상당히 뻘쯤한…… 어
같잖은 농담을 내뱉으며 여인은 뒤 를 돌아보다 말고 말을 멈추었다.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뭔가가 데구 루루 굴러가고 있었다. 루빈카의 머 리였다.
이윽고 루빈카의 몸이 털썩 쓰러진 다. 여인은 아직까지도 상황을 제대 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멍한 얼굴로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루빈카의 시체 옆에 붉은 번개 모 양의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서있었 다. 그는 검 끝으로 루빈카의 가슴 팍을 헤집더니 문신을 확인했다.
“제대로 찾았군.”
그러더니 이번에는 여인을 쳐다본 다. 정확히는 그녀의 가슴을.
“나쁜 놈이라.”
붉은 번개 모양의 머리칼을 휘날리 며 웨지스턴이 웃었다. 언제나 유쾌 하고 발랄한 가면을 쓰고 있던 웨지 스턴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자조적 인 미소였다.
“너,너는 누구냐!”
이제는 방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여인은 황급히 로서진에게서 떨어져 반격태세를 갖추었다. 무려 나이트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루빈
카가 찍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죽음 을 맞이해버렸다. 절대로 쉽사리 상 대해서는 안 되는 자였다.
“네가 나쁜 놈인 건 좋은데,아쉽 게 됐어.”
“무슨……
웨지스턴이 검을 휘둘렀다. 사실, 여인은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도망 쳤어야 했다. 그래야 단 몇 초라도 생을 연명했을 테니까.
“내가 요새 나쁜 놈 잡고 다니는, 더 나쁜 놈이거든.”
서격!
여인의 목이 아주 간단하게도 베여
져 바닥에 멸어진다. 너무나도 허무 할 정도로 간단하게. 이 상황을 지 배하던 자들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