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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68화 (167/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68화

45장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어 떻게 될까

론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노 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만 하는 기술. 론두는 낚싯대 하나 를 드리운 채 그저 가만히 하늘을 올려보았다.

바로 옆에 눈이 돌아가는 미녀가 낚싯대를 같이 드리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 다.

네청, 천 년 묵은 이무기. 신선.

그런 그녀에게는 감히 욕정 따위를 품을 수가 없다.

“재미있구나.”

“그렇습니까? 허허.”

처음엔 그저 평범하게 예쁜 여인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천 년

묵은 이무기란다. 하지만 론두의 태 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비록 마법이 나 도술 혹은 무술 등을 훈련하지는 않아 특별한 기운을 품지는 못했지 만 론두는 정신력 하나만으로 이미 신선과도 가까운 경지에 이르렸다. 어지간한 일로는 절대로 놀라지 않 는다.

움찔.

“응?”

낚싯대에 반응이 왔다. 이상했다. 낚시의 달인인 론두가 보기에 지금 입질이 오는 것은 뭔가가 맞지 않았 다. 하지만 일단 그는 낚시꾼이기에 그것을 건져낸다. 입질의 상태만 봐

서는 대단잖은 거물이라도 걸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가벼웠다.

좌악!

아주 가볍게 너무나도 손쉽게 낚싯 대를 들어올리자 그곳에서 흑색 머 리카락을 가진 꼬맹이가 튀어나왔 다.

서천영.

낚싯바늘을 부여잡은 채 천영이 튀 어나오자 론두는 화들짝 놀라며 뒤 로 자빠졌다.

“어이쿠야!”

어지간한 일에는 절대로 놀라지 않 는 론두이다. 하지만 물 속에서 갑

작스레 심장에 심각한 자극이 가게 만드는 생명체가 튀어나오면 아무리 론두라도 놀란다.

“깜짝 놀랬잖아! 갑자기 그런 얼굴 드리밀지 말라고!”

“하하하.”

뒤로 나자빠진 론두를 보며 천영은 물기를 털어냈다. 하지만 곧 무의미 한 행위임을 깨달았다.

“찾았어요.”

“뭘?”

“드래곤 블랙 샤크요.”

론두조차 이곳에서 몇 년이나 썩어 가며 찾고 있던 놈이다. 그런 드래 곤 샤크를 고작 이곳에서 한 달밖에 머물지 않은 천영이 벌써 찾았다니.

“믿을 수 없군.”

“있어요. 호수 밑바닥에 던전이 하 나 있거든요. 그곳에 이 장소와 똑 빼닮은 반전 세계가 있어요.”

“……정말이냐?”

“네.”

사실 천영은 그대로 던전에 진입하 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론두가 생 각났다. 이곳에 와서 드래곤 블랙 샤크 하나만을 잡겠다며 몇 년이나

썩고 있던 사나이. 그에게도 꼭 드 래곤 블랙 샤크를 보여주고 싶었다.

“가요. 이름도 지어야죠.”

“……좋아.”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론두가 일 어서자 천영은 네청을 쳐다보았다.

“어라,화연은요?”

“심심하다면서 근처에 의뢰 해결을 하러 나가더구나.”

“아……

그러고 보면 화연은 이곳에 상당히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청은 낚시가 즐거운 것인지 매일 같이 론

두나 천영의 곁에서 낚싯대를 드리 우고 있었지만 백화연은 하루조차 버티지 못하고 단 세 시간 만에 낚 시를 때려쳤다.

그러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 랑객의 작은 오두막에 머무는 주민 들이 곤란해하는 일거리를 모조리 해치우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말썽을 피우는 몬스터들 을 모조리 말살시켜버리는가 하면 이종족끼리의 다툼이 과해지자 그들 에게 찾아가 아주 평화적인 방법으 로(폭력으로) 해결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백화연 의 뛰어난 일처리 속도를 이곳 사람

들의 고민거리가 감당하지 못했다. 백화연은 자신의 능력 내에서 모든 일을 깔끔하게 해치워버렸다. 모조 리. 심지어는 요새 도시에서 유행하 는 요리가 먹고 싶다며 요리까지 천 영에게 배워가기도 했다.

결국 그녀는 이 근방을 떠돌아다니 고 있다고 한다. 개구리,악어,새, 들소 등등의 외형을 가진 이종족들 의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자그마한 사건까 지 모조리 그녀가 도맡아서 해결했 다.

“뭐, 화연은 어쩔 수 없네. 네청님 은 같이 안 가세요?”

“조금 궁금하긴 하구나.”

그렇게 네청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자 천영은 론두에게 손을 뻗었다.

“제 손을 잡으시면 물속에서도 숨 을 쉴 수 있어요.”

“그,그래……

천영의 새하얀 손을 조심스레 붙잡 은 론두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물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준비라도 하려는 모양이었지만 천영은 그를 가볍게 잡아 당겼다.

“그럴 필요 없어요.” “으,으악!”

물속에 가볍게 진입하고,론두가 황급히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 다. 하지만 네청이 부드러운 손길로 론두의 손을 떼어냈다. 버둥거리는 것도 잠시,숨이 멀쩡하게 쉬어지자 론두는 그제야 안도를 했다.

-물속이라 전음으로 대화할게요.

‘나는 할 줄 모르는데.’

론두는 혹시나 천영이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까 싶어 마음속으로 이야기 했지만 하늘을 날고 기는 재주를 가 지고 있는 천영이라도 남의 마음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 대신 무언의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천영은 그대 로 론두와 네청을 이끌었다.

-오호라. 호수 바닥에 결계가 쳐져 있구나.

-네,그래서 감지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폭포와 이어져있는 바람에 육안으로 식별하기도 힘들어서 찾는 데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원.

천영과 네청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론두는 아무런 말도 들 을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호수의 바닥에서 아른거리는 던전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황홀경.

론두는 그것에 혹하여 마음을 완전 히 빼앗겨버렸다. 세간에서는 던전 을 아주 위험하고 미스터리한 장소 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던전 중 에서는 그저 세계의 역사를 기록하 고 남겨두었을 뿐인,그런 역사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 있었다.

저곳이 바로 그런 장소였다.

‘하하하. 호수의 밑바닥에…… 하 늘이 있다니.’

하늘 아래에 위치한 호수.

호수와 하늘은 서로를 비춰준다. 하지만 호수의 속에 하늘이 있다면? 하늘 위에 위치한 호수를 비추는 하

늘이라면?

천영은 카푸치 호렌의 말을 듣고서 아주 우연히도 이곳의 하늘이 호수 와 닮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아주 만약의 가능성을 따지기 위해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예 상대로 호수의 아주 깊은 밑바닥에 서 거대한 던전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던전이라고 칭하기도 애매했 다.

그곳은 또 다른 반전 세계였다. 호 수의 표면 속으로 뛰어들어 끝없이 내려가 또다시 호수의 표면으로 빠 져나온다.

분명 아래를 향해 끝임 없이 헤엄 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내밀 자 그곳이 곧 하늘이었다.

“……밤이군.”

방금까지는 분명 낮이었는데,이곳 의 하늘에는 보름달 세 개가 떠있었 다.

삼대월식.

이곳은 일 년 내내 삼대월식이 진 행되는 아주 특별한,세상에서 격리 되어 떨어져 나온 공간이었다.

찰팍!

호숫가로 나간 론두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자리 였다. 그러나 낚싯대가 없었다. 마찬 가지로 방랑객의 작은 오두막 또한 없었다.

“이제껏 그토록이나 열심히 찾았는 데. 이런 곳에 숨어있었을 줄이 야……

휘 오오오오!!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잘못 들었다. 바람 소리가 아 니라 어떤 생명체의 울음 소리였다. 멀리서 들린 음파에,주변에 있던 나무가 흔들리고 호수에 잔잔한 물 결이 생겨났다.

천영은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한손 으로 부여잡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 을 본다.

“저건……

하늘 위에,거대한 먹구름이 나타 났다. 자세히 보니 먹구름이 아닌, 먹구름처럼 보이는 생명체였다. 시 야에 들어오는 하늘의 절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생명체. 그것은 고래 처럼 보이기도 했고,상어처럼 보이 기도 했으며 붕어처럼 보이기도 했 고 거북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드래곤처럼 생겼군.”

천영이 그리 말하자 네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저건 용이 되려 했 으나 그러지 못한 존재.”

그리고 나와 쏙 빼닮았구나.

네청은 그 뒷말을 간신히 삼킬 수 있었다. 저것은 겉모습만 다를 뿐, 네청과 완벽하게 똑같은 존재였다. 용이 되지 못한 생명체가 왜 이곳에 서 살아가고 있는가. 어째서 저 생 명체는 몸속에 용의 큐브를 보관한 채 기나긴 세월 동안 이 가짜 세계 를 떠돌고 있는가.

천영은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끝이 살짝 떨린 다. 이대로 모른 척,외면하고 싶었 다.

파트라슈는 천영의 그런 모습을 보 더니 입을 떼었다.

-주인. 이무기의 뜻을 알아?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세간에는…… 용이 되기 전의 구 렁이를 뜻한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정보야.

이무기. 용이 되려 했으나,그러지 못한 생명체.

-그런 잘못된 뜻이 퍼진 이유 는…… 이무기의 뜻을 ‘용이 되지

못한 구렁이’라고 사전에 못 박아 넣은 여자가 바로 저 용이 되려다가 포기한 유일한 생명체인,구렁이였 기 때문이야.

천영도 금색 별 마탑에서 수많은 책을 읽어봤기에 알 수 있었다.

네청의 과거를. 그녀에 관한 전설 을. 아주 오랜 세월 전부터 용이 되 기 위해 도전했던 12마리의 생물이 있다고 했다.

그들 중 11마리는 실패하여 죽음 을 맞이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동물,뱀은 용이 되는 것을 포기한

채 세상 저 끝으로 잠적해버렸다고 하였다.

그 뒤로 뱀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 내지 않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 리며 ‘용이 되지 못한 동물은 이무 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아. 이 세 상에 존재하는 누구라도,용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어. 태어나서부터 용으로 태어난 자는 존재하지 않아. 미생물이라도 용이 될 수 있고,풀 밭에서 자라는 잡초라도 용이 될 수 있지.

다만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기에

그 누구도 도전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네청은 용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존재였고,저 물고기 또한 용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실패한 존 재였다.

네청의 이전 세대,

천영의 이전 세대.

레가로스가 리오폰드 3세를 이끌던 시대.

황금색으로 빛나는 용이 영웅들을 이끌어 이 세상을 통합하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최초의 대제국을 건 국한 시대.

저 생명체는 그 시대를 머물며 용

이 되기 위해 자신의 일평생을 바쳤 으나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 까지 결국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라는 뜻이군.”

-그렇지…….

우옹우우우우!!

천영은 저 울음을 이해할 수 없었 다. 다만 굉장히 서글퍼하는 것만 같았다. 그는 차마 네청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서천영은 드래곤이다. 비록 인간이 었고 아직까지도 인간 티를 벗어내 지 못한 불완전한 드래곤. 허나 드

래곤은 본디 완벽한 존재이다. 아니, 그래야만 할 줄 알았다. 천영은 깨 달을 수 있었다.

드래곤은 완벽하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론두조차 알아차 렸다. 온몸이 털이 곤두선다. 너무나 도 끔찍한 광경을 네청에게 보이고 만 것이다.

꼭 빼닮지 않았는가.

용이 되어 지금도 수많은 차원을 방랑하고 있는 골드 드래곤 레가로

그러나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천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리

픈,그조차도 되지 못하는 찌꺼기 차원 속에 숨어들어 평생을 눈물 홀 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용이 되어 영웅들을 이끌기 시작하 는 서천영과 용이 되지 못한 채 여 전히 천영을 따라다니는 네청.

앞일이 불 보듯 뻔했다. 용이 되지 못한 그녀는 하늘에서 떠돌고 있는 저 이무기와 똑같은 신세가 될 것이 라는 사실을.

론두가 입을 열었다.

“자네,실수했군……

조금 더 깊게 생각했어야만 했다.

레가로스와 관련된 거대한 생명체에 대해서. 어째서 그런 생명체가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지. 어째서 이런 찌 꺼기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게 되었는지. 어째서 저런 압도적인 존 재가 이곳으로 숨어들었는지.

생각이 없었다. 천영은 그저 네청 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을 뿐이다.

아니다. 핑계일 뿐이다.

그래,실수다. 애초에 이런 곳에 네청을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고작 그 정도의 실수를 할 정도로 결국 드래곤은 완벽하지 못한 존재

였다.

그저 그런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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