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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84화 (183/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84화

휘이이잉!

산맥과 절벽 사이를 타고,거센 바 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레이븐의 로 브자락과 머리칼이 아주 살짝 흔들 린다. 이 거친 바람의 틈새에서 고 요히 날고 있는 레이븐은 전혀 자연 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 다.

그는 표정 없이 아래쪽을 응시하였 다.

뾰족한 산봉우리 3개가 서로 연결 되어있는 기묘한 건축물에 검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분주히 움 직이고 있었다.

‘저건,대포인가?’

화약을 넣어서 발사하면,폭발하는 무기. 하지만 대포는 효율성이 전혀 없었다.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위력 은 고작해야 2〜3서클의 마법사가 캐스팅한 마법만큼의 위력밖에 나오 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무려 타차원의 힘을 받아들여 자신의 능력을 증폭하는 ‘이형마법사’들의 거점이다. 저 대포

가 평범한 대포일 리는 없었다. ‘허탕인가.’

일곱 다리의 연결자,그들의 19번 째 기지. 물론 여태까지 발견된 기 지가 19개라는 것이 아닌 레이븐이 발견한 것이 19번째라는 것이다.

벌써 1년이 넘도록 온 세상을 뒤 지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 열아흡 번째의 기지를 발견했지만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도 없군.’

길르텐 펄 리쉬.

그녀를 찾기 위해 가보지 않은 곳 이 없다. 그리픈 대륙의 20%는 인

간들이 절대로 침범할 수 없는 금역 으로 지정되어 있어,레이븐은 혹시 그곳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목숨을 걸어가며 그곳을 탐 험했다.

마그마처럼 하늘이 펄펄 끓는 오지 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온 사 방이 다이아몬드 가시로 이루어진 절벽도 지나쳤다. 어지간한 나이트 조차 간단하게 씹어먹을 수 있는 초 대형괴수도 물리쳤고 식인식물들의 본거지에 실수로 잡혀들어갔다가 기 적적으로 생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길르텐 펄 리쉬는 없었다.

이번 탐색도 허탕이다.

레이븐은 침울한 얼굴로 자신을 공 격하기 위해 우글우글 몰려드는 흑 색 로브의 마법사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개성도 없지.”

금색과 우유색의 심플하지만 아름 다운 문양이 새겨진 자신의 로브를 펄럭이며,레이븐은 고개를 절레절 레 젓는다. 왜 항상 나쁜 놈들은 검 은색을 추구하는 걸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내가 나쁜 놈이었다면 흰색 옷을 입고 멀건 대낮에 나쁜 짓을 저질렀

을 거야.’

레이븐이 슬쩍 손바닥을 아래로 내 리자,마법사들이 기겁하며 마나 제 어 장치를 가동시켰다. 순식간에 무 형의 벽이 레이븐의 코앞에 생성되 고,대포가 그를 겨누었다.

지지지지이이엉!

“오호.”

이제 보니,평범한 대포가 아니었 다. 포신에는 마나가 응집되어 압축, 열 그리고 팽창을 지속적으로 입력 하고 있었다. 역시,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월척을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보는 기술이군. 넥스터들이 속해있다는 사실이 진짜인 건가?’

그리 생각하며 레이븐은 자신의 바 로 앞에 쳐진 실드에 손을 가져다 댄다. 마법사들이 레이븐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세워진 실드. 당연하지만 내부에서의 공격은 외부까지 뻗어나 간다. 레이븐은 그 마법의 공식을 아주 간단히 수정했다.

외부와 내부를 뒤바꾸는 것으로.

“발사해!”

투슝! 퉁! 퉁!

투응!

순식간에 포신 7개에서 백열(白熱) 이 터져나오더니 레이븐의 날고 있 던 위치에 작렬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드에 가로막혔다. 다름아닌 자신 들이 설치한 실드에.

“무,뭐야……

어떤 마법사가 허무한 듯한 목소리 로 그리 중얼거렸다. 레이븐도 확실 히 감탄했다.

이 정도의 위력이면 거의 여섯 번 째 클래스에 필적하는 마법의 위력 이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돈이 쓸데없이 많이 들겠는데. 상 용화는 힘들겠어.’

기술은 쓸만하지만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는 것 들은 지금도 무수히 많았다. 저 대 포는 그저 역사 속으로 묻힐 기술 중 하나로 보였다.

레이븐이 가볍게 마법을 막아내자 마법사들은 대포를 또다시 장전하면 서, 실드를 걷어낸다.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과 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웅웅웅응!

레이븐의 몸 근처에 13개의 마법 진이 형성되었다. 보라색을 띄고 있 는 그 마법진은 원이 아닌 다각형의

형태였으며 색 또한 매우 다양했지 만 그 안에 새겨진 문양은 모두 동 일했다.

‘속박.,

좌르르록!

동시에 열 세 개의 차원문이 열리 며 그곳에서 사슬이 튀어나왔다. 레 이븐의 팔과 다리, 목,배,가슴 등 을 칭칭 둘러 감은 뒤 마법사들이 수인을 맺으며 손을 움켜쥐자 엄청 난 압력을 행사하였다. 어떤 것은 중력,어떤 것은 열기,어떤 것은 어둠을.

각각이 계약한 차원의 주 속성에

속박의 각인을 부여함으로써 적을 강제적으로 봉인하는 마법 합격기로 보였다.

“대단한 걸.”

마치 학생을 칭찬하는 교수처럼 그 리 말한 레이븐은 가볍게 팔을 움직 였다. 그러자 사슬에 쩌적 금이 가 더니 모조리 뜯겨져 나가버렸다. 다 리를 가볍게 휘두르자 3개의 사슬이 공간째 일그러졌고, 기지개를 켜자 남은 사슬들이 모두 차원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화록!

하늘 위에 불꽃의 검이 생성된다.

그것은 레이븐을 향해 내리꽂혔지 만,팔을 휘둘러 쳐내는 것으로 공 격 궤도를 비틀 수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잉.

바람의 흐름이 기묘하게 변한다. 레이븐은 마법사들의 속내를 알아차 리고선 피식 웃음을 홀렸다.

‘안티 플라이 (Anti fiy):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은 기본적 으로 기류를 조작해서 몸을 띄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마법은 마법사 들 간의 결투에서 결코 사용하지 않 는다. 상대방 역시 바람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전제를 따져야만 했기 때

문. 만약 자신보다 상대방의 바람 조작 실력이 월등하다면,함부로 플 라이 마법을 사용했다가는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슬쩍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레이븐 은 누가 이 기류를 조작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거의 10명이나 되는 마법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레이븐 주변의 바람을 통째로 휘두 르려 하고 있었다.

허나,

“제,젠장. 뭐하고 있는 거야!”

“기류 조작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 다!”

“마치…… 바람이 철벽처럼 견고하 게 굳어져서 저 주변에서 도저히 흔 들릴 생각을 안 합니다.”

마법사들의 실력을 매길 때,기본 적으로는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써 클(Circle)으로 판단한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클래스까지 공부했는지 는 중요치 않다. 몇 개의 써클을 심 장에 두르고 있는가.

그것은 단 하나라도 많을 경우 날 경우 마법사들간의 월등한 실력 차 이가 나게 된다.

1써클과 2써클의 차이보다 6써클 과 7써클의 차이가 월등하게 난다.

그렇다면 8써클은 어떨까.

그것은 이미 인외의 경지.

천재 중에서도 타고난 천재만이 도 달할 수 있는 7써클의 마법사 수백 명이 모여,그중에서도 또 다시 타 고난 마법사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 지.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레이븐 생 텀은 이미 일곱 다리의 연결자들의 이형 마법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 도로 월등히 강한 존재였다.

그 어떤 마법도 소용이 없다.

그 어떤 공격도 소용이 없다.

레이븐이 가볍게 손짓을 하면 기둥 이 잘려나가고,목이 쳐내진다. 이 거대한 건축물은 마치 모래성을 무 너뜨리는 것처럼 너무나도 간단히 레이븐에 의해 파괴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산맥의 절반 이상이 마법 의 여파로 날아가 버렸다.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지형 그 자 체를 뒤바꿔버리는 경지.

그것이 바로 8써클의 마법사였다.

레이븐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폐허 가 된 건물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마 법사들을 살펴보았다.

‘살아있는 놈은 없군.’

화근이 되는 놈들은 모조리 죽인 다.

레이븐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과감 하게 판단을 내린다.

이들에 의해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 이 가족을 집에 내버려둔 채 전장에 나가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 에 아무리 울고 불며 애걸복걸을 해 도 도저히 용서할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나 찾고 있는데 길르텐은 코 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접근 방법이 잘못된 건가?’

아니다. 레이븐은 충분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몸 에 무리까지 가하며 ‘일곱 번째 통 로’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별 수 없지.’

마음만 급해서는 찾을 수 없다. 적 은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이나 잠적해왔던 은둔 생활의 대가였고, 레이븐은 이제 막 그녀를 찾기 시작 한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이만큼이나 적의 기지를 찾아낸 것

도 아주 놀라운 업적이다.

그래도.

그들의 계획이 뭔지 알 수조차 없 는 상황에 시시각각으로 불길한 예 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 이 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려던 레이븐은 제이나의 얼굴을 떠올렸 다. 그녀의 잔소리가 생각난다. 결 국,담배를 부러뜨린 다음 바닥에 내던진다.

“에휴.”

바닥에 짓이겨진 담배를 아깝다는 눈으로 바라본 레이븐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더 이곳에 있어봐야 생각만 많아진다.

그리 생각하며 발을 떼려는 순간,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건.”

반쯤 타다 남은 문서. 레이븐은 불 꽃계열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다. 즉,저것은 일곱 다리의 연결자 소 속 마법사들이 뭔가를 태우려고 했 던 흔적이었다.

망설임 없이 걸어간 레이븐은 그것 을 집어 들었다. 문서를 펼쳐 내용 물을 확인한 레이븐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레이븐이 금색 별 마탑에 귀환했을 땐,이미 서천영이 먼저 도착해 있 었다.

당연히 서천영은 집무실에 없었다. 그래서 레이븐은 서천영을 찾을 때 마탑주 집무실보다 휴게실을 먼저 찾는다.

천영은 항상 로서진의 등쌀을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기 때문이었다. 그 리고 이곳은 레이븐이 숨는 단골 장 소이기도 했다.

“역시 여기에 있었구만?”

“어,왔네.”

천영은 상처하나 없이 깔끔한 레이 븐의 몰골을 보더니 의문을 표했다.

“뭐야. 이번엔 월척 하나 건졌다면 서,허탕이었나 봐?”

“아니,기지 하나를 발견하긴 했어. 모조리 궤멸시켰지.”

“……우와. 상처 하나 없이?”

“뭘 새삼스레.”

자리에 앉아 본능적으로 담배를 꺼 내려던 레이븐은 손을 멈칫했다. 결 국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정상회담 건은 어떻게 됐지?”

“뭐,그럭저럭 잘 됐지.”

“그럭저럭 말고,제대로 된 보고를 하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븐은 눈을 게슴 츠레 떴다.

“너…… 왕들 상대로 막 협박하거 나 그런 건 아니지?”

“그,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 그럴 리 없잖아.”

천영은 참 여러모로 특이하고 독특 했으며 재미있는 친구였지만,한 가 지의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거짓말을 더럽게 못한다는 것. 레이 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잘 해결은 된 모양이야?”

황급히 구석자리에 있던 신문을 가 져온 천영은 그것을 레이븐에게 건 넸다. 신문의 일면에는 대문짝하게 ‘그리픈 연합’이라는 문구가 박혀있 었다. 단 하나의 국가도 빠지지 않 고 모두가 동의한 연합.

역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의 연합이 탄생한 것이다. 명백히 ‘일곱 다리 의 연결자’를 겨냥한 신문의 일면을 보며 레이븐은 씁쓸하게 웃었다.

‘대단하긴 하군.’

만약,레이븐이 저 자리에 나갔다 면 어땠을까.

산전수전 다 겪고 권력의 정점이라 는 금탑주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지 만,아마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거부 했을 것이다. 애초에 왕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만들지도 못했겠지. 오로지 천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는 자신보다도 영향력이 더 강 해진 천영을 보며 레이븐은 씁쓸함 과 동시에,안도를 느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뭐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어?”

천영이 무심코 던진 그 질문에,레

이븐이 입을 다물었다. 뭔가를 고민 하는 것이다.

갑작스레 레이븐의 분위기가 묘하 게 변하자 천영의 표정 역시 가라앉 았다.

“……뭘 찾았는데?”

“흔적.”

흔적.

길르텐 펄 리쉬의,

“천영,잘 들어. 난 이제 그 놈을 찾으러 갈 거야.”

“그놈이라면…… 설마 길르텐 펄 리쉬?”

레이븐이 일 년 내내 찾아다니던 인물. 전설 속에 등장하던 리오폰드 3세의 동료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했 던 성직자.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온 차원에 마수를 펼치고 있는 최악 의 악당.

“정확하지는 않아. 하지만 조사해 볼 가치는 있겠지”

그리 말하며 레이븐은 손가락을 꼬 았다. 천영은 묵묵히 그런 레이븐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제이나 누님한테는……

“말 안 해.”

“……이번에도 말없이 갔다가는 정

말 죽을지도 몰라.”

제이나는 항상 레이븐에게 잔소리 를 하곤 했다. 제발 말 좀 하고 돌 아다니라고. 워낙 레이븐이 바쁘게 세계 곳곳을 탐험하다보니, 요새는 마주칠 일도 적어서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지만 금색 별 마탑에 돌아 올 때면 항상 그녀의 잔소리가 반겨 주었다.

‘잔소리라.’

지금까지는 지긋지긋하고 귀찮기만 했던 잔소리였지만 어쩐지 느낌이 다르게 와닿았다.

‘한번 정도는 더 들어줘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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