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 프 186화
웨지스턴은 반쪽짜리 마법사였다. 덕분에 웨지스턴이 할 수 없는 일 은 대부분 맥골라스 머치팽이 도 맡아서 하는 편이었다. 귀신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웨지스턴과 경계 마법진을 설치할 수 있는 맥 골라스 덕분에 그들은 밤에도 불 침번 없이 지낼 수 있었고,또한 낮에 돌아다닐 때에도 웨지스턴의 뛰어난 시력과 맥골라스 머치팽의
탐색 마법으로 목적지를 쉽게 정 할 수 있었다.
“거의 다 온 모양이군.”
처음엔 그저 웨지스턴의 추측 하 나만 믿고 이 무법지대를 돌아다 녔지만,지금은 예런의 위치를 어 느 정도 특정할 수 있게 되었다.
맥골라스 머치펭은 나무의 꼭대 기에 정좌를 한 채로 눈을 감고 사방에 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다. 웨지스턴은 나무 뿌리부분에 몸을 기댄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 비가 올 모양인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북서쪽입니다.”
“흐 ”
유 •
웨지스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북 서쪽의 하늘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눈에 마나가 일렁이며 공간을 꿰 뚫어,천리 바깔의 상황까지 그의 눈에 얼핏 들어왔다.
“하늘이 더럽군.”
“예,뭔가 있습니다.”
맥골라스 머치팽의 탐색 마법에 거대한 마나의 장벽이 감지되었다. 무언가가 그들의 감각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후로도 그들은 앞으 로 쭉쭉 나아갔다. 더욱 깊은 곳으 로 들어갈수록 괴수들이 점점 더 많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레벨이 보이지 않는군.”
“예?”
웨지스턴이 표정을 찡그리며 그 리 말하자,맥골라스가 되물었다.
“그리픈의 모든 몬스터는 ‘레벨’ 이 표시되거든. 근데 다른 차원에 서 넘어온 괴수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이것들은 죄다 그리픈의 괴 수가 아니야.”
그의 말에 맥골라스 머치팽의 표 정이 찡그러졌다. 제일 최악의 상 황, 벌써 게이트가 열려있고 괴수 들이 이 일대를 지배하는 것이 끝 났다는 추리에 가능성이 열렸다.
‘만약 게이트가 열린지 시간이 좀 지난 상태라면 힘들수도 있겠는 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걷던 웨지스 턴은 문득 피비린내를 맡았다. 인 간의 냄새였다.
“……이 근처에 마을이 있었던 모 양이군요.”
나무 사이로 부유 마법을 쓴 채
그의 말에 맥골라스 머치팽의 표 정이 찡그러졌다. 제일 최악의 상 황, 벌써 게이트가 열려있고 괴수 들이 이 일대를 지배하는 것이 끝 났다는 추리에 가능성이 열렸다.
‘만약 게이트가 열린지 시간이 좀 지난 상태라면 힘들수도 있겠는 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걷던 웨지스 턴은 문득 피비린내를 맡았다. 인 간의 냄새였다.
“……이 근처에 마을이 있었던 모 양이군요.”
나무 사이로 부유 마법을 쓴 채
팽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험악하고 열악한 곳에 살수록 인간이란 본디 더 강해지 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오지에 서 생활해오던 인간들이라면 얼마 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가만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군요.”
눈에다가 시야 확대 마법을 건 맥골라스 머치팽이 그리 말하자 웨지스턴 역시 시야를 돌렸다. 무 너진 폐허 밑에 깔려서 숨을 몰아 쉬는 남자가 보였다. 딱 봐도 얼마
안 가서 죽을 것처럼 보인다. 심지 어는 주변에 아직까지도 괴수 여 러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어,절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자.”
“잠깐만요. 저 남자 저대로 냅둘 겁니까?”
“그럼 어쩔 건데? 여기서 시간 지 체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게다가,저 남자를 구한다고 해서 살아날 수 있다는 보장은 있 나? 그리고 구해서 뭐하게? 정상 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순식간에 자신만의 세상을 모두
잃었는데?”
웨지스턴의 말은 전부 맞았다. 이 미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저 남자 는 설령 괴수에게서 구줄된다 해 도,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이다. 그렇다고 그들 일행이 바깥 까지 데려다주기엔 시간이 없었으 니까. 심지어 이런 오지에 세워진 마을이라면 그들에게 있어서 유일 한 세상이나 다름없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우물이 세계이다. 그리고,저 남자는 우물 이 철저하게 파괴된 상태이다. 그 런 상태에서 더욱 넓은 세상을 맞 이해봐야 절망스러울 뿐이다.
즉, 구해줘 봐야 저 남자는 얼마 가지 않아서 죽는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군요.”
맥골라스 머치팽은 납득했다. 물 론,머리로만 납득했다. 그러면서 도 가슴은 그 당연한 사실을 이해 하지 못했다.
“계속 생각해라.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어.”
“알겠…… 습니다.”
짧게 충고한 뒤 웨지스턴이 앞장 섰다. 절벽의 끄트머리를 가로질 러,마을이 무너진 장소를 몰래 경 유한다. 괴수들은 아직까지 그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좋아,꽤 순조로워.’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기만 하면 당장 넓은 지대는 피할 수 있어, 괴수들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웨 지스턴은 그리 생각하며 단축될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데,폐허에 있던 괴수들이 마구 울부짖었다.
뀌 효호오오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폐허 더미 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발견한 모 양이다. 기쁨의 세레모니라도 하는 걸까. 머리가 망치처럼 생긴 팔족 보행의 괴수들은 남자의 근처를
빙글빙글 돌다가 입을 쩌억 벌렸 다. 저 남자는 곧 잡아먹힐 것이 다. 그러나 그들과는 아무런 관련 이 없는 이야기이다.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푸른색의 방패가 생성되더니, 괴 수 중 하나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퍼억!
“……돌겠네 진짜.”
바로 자신의 뒤를 쫓아오던 맥골 라스 머치팽은 어느 사이엔가 괴 수들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눈깔이 헤까닥 가버렸군.”
맥골라스 머치팽은 똑똑하다. 매 우 이성적이고 항상 옳은 판단만 을 추구하며 절대 손해보는 계산 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마법사라는 이면에 또 다른 얼굴 을 감추고 있었다.
‘잘 알겠군. 저런 뻔한 성격.’
잘 알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본 적 없지만 웨지스턴은 자신이 지 구에서 살던 시절 ‘만화책’에서 저 런 성격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 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절대로 존재할 리 없는 성격 하지만 그리 픈 대륙에는 정말 아주 희박한 확 률로 탄생하는 성격.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한다는 꿈의 설정이 진짜로 있을 줄이야.’
그리고 보통,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경우 ‘주인공’이다. 또한 주인 공은 절대 쉽사리 죽지 않는다.
“귀찮은 놈을 데리고 왔군.”
웨지스턴은 결국 검을 뽑아들었 다. 저런 짜증나는 성격이지만 마 음에 안 드는 것은 또 아니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좋냐? 그렇게 지랄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건진 것 없이 손해만 봤 군.”
웨지스턴은 낄낄대며 웃었다. 맥 골라스는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푸른 시약이 물든 붕대로 감으며 침울하게 고개를 떨궜다.
결국 남자를 구하지는 못했다. 괴 수는 너무 많았고 그들은 둘 뿐이 었으니까.
“구했어도 문제긴 하지. 그대로 방치하면 양심에 찔리거든. 차라리 죽는 게 나았어. 그래야 네 ‘양심’ 이 정신승리를 할 수는 있잖아?
난 최선을 다했지만,구할 수는 없 었다! 아주 깔끔하고 최상의 결말 이지.”
웨지스턴이 비꼬듯 그렇게 말하 자 맥골라스가 그를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하지만 전부 맞는 말이었다. 이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웨지스턴은 가볍고 방정 맞아 보이는 외면과는 달리,내면 은 모든 것을 소름끼치도록 꿰뚫 어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마나의 흐름이 믹서기 마냥 더러운데.”
이 근처에 광역으로 마법이 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장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 오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장벽이 아니라 안개였다. 근처에 접근하는 모든 이들의 걸음을 다시 뒤로 돌 려보내는 마법.
‘무협지에서 보던 진법(陣法)과 비슷하군.’
자신의 감각이 어지러이 흩어지 는 것을 느끼며 웨지스턴은 표정 을 찡그렸다.
“어때 이거 뚫을 수 있겠어.”
“가능은 하겠군요.”
이런 종류의 마법은 그리픈 대륙 역사상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하
지만 맥골라스 머치팽이 누구던가. 서천영과 같이 다니며 그의 마법 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또 공부했 던 사내였다. 그는 이 마법방진과 비슷한 방식의 마법을 본 적이 있 었다.
물론,서천영이 사용하는 것을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서천영이 이것 을 뚫는 모습을 보았다.
‘당시 천영 님은 그저 걷는 것의 패턴을 뒤바꾸는 것만으로 마나의 흐름을 아예 날려버리셨지.’
이것과 상당히 흡사한 마법방진 을 천영은 걸음 몇 번으로 해제시 켰다. 하지만 맥골라스에게 그 정
도까지는 무리였다. 다만 천영의 방법을 공부한 덕택에 어떤 식으 로 접근해야 되는지는 알 수 있었 다.
맥골라스는 당장 펜을 꺼내들었 다. 새하얀 종이를 공중에 띄우고 동그란 원을 그린다. 이것은 마법 진과 흡사해 보이지만,사실 나침 반에 가까웠다. 원 안쪽에 마나의 표식이 새겨지며 그것이 조금씩, 조금씩 이동한다.
그 이후로 맥골라스와 웨지스턴 은 이 근방을 한참이나 헤매었다.
이 마법방진을 뚫기 위해서는 아 예 해제하는 방법과 특별한 루트
를 개척해서 뚫는 두 가지의 방법 이 있었는데,그들이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마법을 모두 해제하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강제로 진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왼쪽으로 돌았다가 나무 하나를 두고 세 번 빙글빙글 돌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전진. 그러다가 가볍게 점프도 하고 뒤쪽으로 180도 꺾어 서 돌아가기도 한다. 웨지스턴은 맥골라스 머치팽이 왜 저러는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아무튼 따 르기로 했다. 그에게는 이 마법방 진을 뚫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으 니까.
이윽고 안개가 서서히 걷혀졌다. 사실 안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지만, 워낙 마나에 민감한 그 들이었기 때문에 온 사방에 정말 로 안개가 끼어 있다가 걷어지는 것처럼 느꼈다.
휘 이 이 잉!
« ᄋ ”
'W.
마법방진을 뚫고 진입하자마자 바로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일시 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이 마법방진 내부에는 강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쿠르룽, 쾅쾅!
“맙소사.”
맥골라스가 저도 모르게 그런 말 을 내뱉었다.
하늘에 거대한 원반 형태의 구멍 이 뚫려있었다. 그 안쪽에서 천둥 벼락이 내리치더니 지상을 강타한 다. 초당 수십,수백 회의 천둥벼 락이 지상을 강타할 때마다 땅은 흉터를 입고 점점 원래의 형태를 잃어간다.
“괴수들은 저기서 빠져나온 모양 인데.”
바깥에서 보았던 괴수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곳에 들어오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수백,수천 마리의 괴수들이 마법방진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이 안쪽을 마 구 맴돌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 니는 비행형의 괴수들은 마법방진 으로 들어갔다가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온다.
그 괴수들은 맥골라스와 웨지스 턴을 보고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 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곳에 서 빠져나가는 것. 그것에 대해, 괴수들은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 다.
“게이트가…… 생각보다 크군요.”
하늘을 거의 뒤덮을 듯 거대한 게이트. 그 사이로 그리픈과 정체 불명의 차원이 서로의 공기를 공 유하고 있었다. 바위가 찢겨져 나 가 저쪽 차원으로 넘어가고,저쪽 차원의 나무가 뜯겨져 이곳으로 날아온다. 서로의 차원이 뒤섞이 며,그 화음에 맞춰 천둥벼락이 땅 에 내리 꽂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예런이군.”
마법사 하나가 로브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