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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90화 (189/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90화

매번 느끼는 거지만,하성의 등은 굉장히 편하고 쾌적했다. 천영은 하 성의 왼쪽 등에 양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한손으로 휘날리는 머리카 락을 고정했다. 획획 스쳐지나가는 주변 풍경이 너무나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워,천영은 시선을 멜 수가 없었다.

거의 집채만한 꽃이 사방에 피어있 는 모습은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었으며 구름으로부터 내 려오는 초록색의 식물은 이곳의 분 위기를 상당히 몽환적으로 만들어주 었다. 곳곳에 정령들이 날아다니고, 형체가 없는 요정들이 천영과 하성 의 근처를 배회하며 장난을 시도했 다.

물론 그들이 너무 재빨라서 대부분 이 무산으로 돌아갔지만.

-요정들이 같이 놀아달라고 소리 치는데?

“요정들은 시끄럽고 짜증나.”

-너무해.

파트라슈는 요정보다는 정령에 가

까웠지만 그래도 거의 동류인 입장 이었다.

-요정들이 들으면 상처받을 거야.

“들으라지.”

여타의 드래곤과는 다르게 천영은 꽤나 좋은 것과 싫은 것의 경계가 명확했다. 그는 어린 아이를 싫어하 는 편이었다. 그것도 어중간하게 나 이 먹은,대략 5〜8세의 꼬맹이들을. 그리고 요정들의 지능은 정확히 5세 에서 8세까지가 고작이었다.

굉장히 시끄럽고,예의도 없고,귀 잖게 굴기 때문에 천영은 요정들과 친해질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후우옹!

작은 산맥을 뚫고 올라가,구름을 스쳐 지나치자 드넓은 평야가 모습 을 드러냈다. 평야의 한 가운데에는 분지가 있었고,그 분지의 위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으며,그 호수의 위에는 입이 떡 벌어지도록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둥실 떠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의 위에는 새하얀 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책으로 사진은 봤지만,장난 아니 네.”

인간들이 지은 건물과는 전혀 다른

양식이었다. 새롭고 신비로운 아름 다움을 더해주는 그 성벽의 위에는 새파란 수정이 큼지막하게 박혀있었 다.

“천영,겉에 거대한 방벽이 둘러져 있어.”

“가까이 가기나 해. 내가 뚫을 테 니까.”

마법으로 만들어진 방벽이라면 천 영에게 있어서 별로 문제될 것이 없 었다.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을 철회해야만 했다.

마법이라면 문제가 없다. 근데,마

법이 아니었다.

자연 그 자체의 기운이 마치 카나 라시움을 보호하려는 듯 주변을 에 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저거야. 어떤 전설에서는 저 나무 를 세계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뭐 그건 좀 오바인 것 같고. 하여튼 대 단한 나무인 건 사실이지.

그제야 천영은 호수의 위에 카나라 시움이 둥실 떠있을 수 있는 원리를 알아낼 수 있었다. 얇은 것 같지만, 상당히 두럽고 단단한 나무가 호수 한 가운데에서 솟아올라와 카나라시 움을 받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에서는 끊임없이 신비로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어쩌지……

물론 하성과 천영이 무력을 사용하 면 뚫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방벽에 큰 피해가 갈 것이 고 하이 엘프들에게 좋은 시선을 받 을 수는 없을 것이다.

천영은 어디까지나 방벽을 조용히 열었다가 닫을 생각이었다. 나쁜 짓 을 하더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 가 아닌 것처럼.

결국 일단은 가까이 접근해서 생각 하자는 마음으로 하성은 카나라시움 의 방벽에 가까이 붙었다.

그러자,놀랍게도 방벽이 서서히 열리더니 정확히 하성과 천영이 지 나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겨났 다.

“이건……

“우리보고 오라는 것 같은데?”

“뭐,문전박대 당하는 것보다는 낫 네. 출발.”

천영의 출발 신호에 하성은 불안해 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내부로 진 입 했다.

카나라시움의 방벽 안으로 들어가 자,공기가 싸악 뒤바뀌었다. 밀도와 농도,그 모든 것이 인간들이 살아

숨 쉬는 공기와 전혀 딴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쾌하고 기분이 나 쁘냐면, 그것도 아니다. 뭔가 기술 발전의 부작용으로 인해 오염된 공 기를 맡은 대가로 썩어있던 폐와 기 관지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성은 천영을 등에 태운 채 비행 정의 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에 가까 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창의 형태로 도 보이고 지팡이의 형태로도 보이 는 무기를 들고 있는 하이 엘프 병 사들이 서있었다.

그곳에 접근하여,천영이 하성의 뒤에서 폴짝 뛰어내리자 병사들이 다가와 주먹을 불끈 쥐고 몸과 직각

되게 세우더니 천영을 향해 손등을 보였다. 아무래도 하이 엘프식 경례 인 모양이다.

“잘 오셨습니다. 저희들의 여왕께 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예,포유황에 천영님이 도착했을 때부터,저희들에게 정보가 전해진 상태였습니다.”

아니,알고 있었으면 안내라도 해 주지 그랬어.

천영은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 오른 것을 간신히 막았다. 하성은

인간의 형태로 돌아오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잘 생긴 친구들이구만.”

“재수 없게 생겼구만 무슨.”

“저 기생오라비들한테 넘어가면 안 돼. 겉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운데,속 은 고지식해서 영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단 말이지.”

그리 말하며 하성은 아주 먼 과거 하이 엘프를 만났던 때를 회상한다.

‘레이디,벌꿀 같은 그대의 머리카 락이 풍기는 달콤한 향기에 저는 그 저 한 마리의 일벌에 불과할 뿐. 이 렇게 꼬여버리고 말았습니다…… 노

을처럼 꺼지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니 제 가슴도 타오르는 군요. 부디 저와 함께……

찰싹!

100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고전 멘트를 날린 하성은 그대로 빨을 맞 았다.

천영은 그런 하성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년 언제나 유행이 한참이나 뒤떨 어져.”

“뭐가 어때서? 하이 엘프들도 인간 들의 농담을 좋아한다고 그랬어. 인 간들의 패션 잡지나 농담집을 얼마

나 열심히 읽는데!”

“암만 그래도 100년이나 철 지난 농담을 좋아하진 않겠지. 그리고 네 가 읽던 그것들도 죄다 10년 지난 거야.”

“응? 고작 10년 가지고 왜?”

“인간들의 사회에서 10년이면 이 미 고물 아니,화석이나 마찬가지야. 1년 마다 트랜드가 바뀐다고.”

“맙소사.”

정말 몰랐다는 듯 하성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럴 만도 했다.

하성 같은 경우에는 몇 백 년이나 되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세상을 아주 느리게 이해하고 적응해도 괜 찮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그들은 고작해야 백 년도 못 사는 종족들. 트렌드의 변화도 빠르고,발전 속도 도 빠르다. 다른 종족들이 인간들의 사회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데 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카나라시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 씬 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건물의

생김새는 마치 수정처럼 생겼는데, 모양만 다를 뿐 지구의 대도시와도 비슷했다. 모든 건물이 빌딩처럼 높 게 솟아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살짝 다른 점이라면,그나마 지구의 대도 시에는 낮은 주택가가 존재하기라도 했었는데 이곳에는 아예 없다.

아무리 낮은 건물이라도 최소 10 층 정도의 높이를 가지고 있었다.

천영은 길가를 돌아다니는 하이 엘 프들에게 시선을 쏙 빼앗겼다.

‘여기,천국인가……

괜히 엘프 타령을 하는 게 아니었 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지구의

톱스타 정도는 꼬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 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여름이라 그런지 복장 또한 굉장히 가벼웠는 데,몸매가 드러나는 하이 엘프 여 성이 지나칠 때마다 천영은 눈이 획 획 돌아갔다.

“천영,어딜 보는 거야.”

“그러는 너야말로.”

천영과 하성의 시선은 대부분 일치 했다. 하성이 바라보는 곳에는 곧 미인이 있었고,그곳은 곧 천영이 바라보는 곳이기도 했다. 처음엔 살 짝살짝 몰래 훔쳐보려고 했는데, 도 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하이 엘프를 최대한 눈에 담아둬야 한다는 일념에 천영은 드래곤의 기 억력을 100% 활용하여 모조리 머 릿속에 박아 넣었다.

-이런 변태가 드래곤이라니…….

파트라슈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이미 그녀의 말 은 하성과 천영에게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버스 정류장처럼 생긴 장소 에 도착하자 자동차와 비슷한 마차 같은 것이 나타났다. 천영과 하성은 조금 어색한 그 탈것에 올라탔다. 자동차와 다른 점이라면, 운전자가 뒤쪽에 위치했다. 상당히 이상한 구

조였다.

앞쪽을 먼저 나아가는 병사들의 마 차를 선두로 해서 대략 한 시간 정 도를 달리자 동쪽 성벽에 위치한 새 하얀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왕님께서는 현재 동쪽 성 ‘카니 프람’에 계십니다.”

“동쪽 성이면…… 이런 정신 나간 사이즈의 성이 더 있다는 소리야?”

“예,여섯 채 더 있습니다. 그 중 에서 카니프람의 사이즈는 다섯 번 째로 작습니다.”

“미친……

마그아티온 제국의 성보다도 사이

즈가 큰 성이 여섯 채나 더 있다니. 심지어 일곱 개의 성 중에서 다섯 번째의 크기란다. 이것보다 더 커다 란 놈들이 있다는 소리에 천영은 기 가 죽을 뻔했다.

‘이거 원,금색 별 마탑도 증축 좀 해야겠어.’

그러기 위해선 이곳의 양식을 조금 베낄 필요가 있어보였다.

천영은 성의 구조를 눈에 세세하게 담아두며 병사를 따라 걸었다.

복도는 새하얀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 다. 바닥에는 그 흔한 카페 하나 깔

려있지 않았고,벽에도 그림 하나 정도는 걸려있을 법 한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휑한 공간이었지만,그 공백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천영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 었다.

“저는 여기서부터 갈 수 없습니 다.”

푸른색의 대문이 있는 장소까지 도 착하자 병사들이 물러났다.

천영은 하성을 앞세워 대문에 다가 가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듣기 좋은 마찰음이 울린다. 천영 과 하성은 슬쩍 내부를 둘러보았다. 겉모습이나 복도가 상당히 이질적이 던 것과는 다르게,내부의 풍경은 인간들의 건축물과 가구 구조가 흡 사했다. 테이블이나,커텐,창문,발 코니 등.

그리고 정중앙에 있는 테이블에는 금색 머리칼에 뾰족한 귀를 가진 30대 초반의 여인이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천영을 바라보며 부 드러운 미소를 홀렸다. 하지만 천영 의 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 비춰보 였다.

‘뭔가,근심이 있는 모양인데……

시녀의 안내에 라라 여왕의 앞에 착석한 하성과 천영은 손가락만 꼼 지 락댔다.

분위기만으로 압도당했을 때,이런 느낌일까. 하이 엘프의 여왕은 굉장 히 고고하고 상대방을 짓누르는 그 런 패왕의 기운이 엿보였다. 물론 천영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괜히 말을 걸기가 힘들었다.

“제 이름은 ‘파티크리스의 열일곱 번째 뿌리’입니다. 보잘 것 없지만 카나라시움의 여왕이지요.”

“아,네…… 저는 서천영. 얘는 하 성. 일단은 유니콘이에요.”

“후후,반갑습니다.”

파티크리스는 하성과 천영을 부드 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드래곤과 유니콘 모두 맑고 고운 기 운을 품고 있기 때문인지 하이 엘프 의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었다.

‘실상 둘 다 속내는 시커먼데 말이 지……

파트라슈는 저 여왕이라는 여자가 천영과 하성의 본 성격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랄지 기대가 되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용께서 찾아와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금 같은 시기라니요?”

시녀가 차를 따라주었지만,티타임 을 즐길 새도 없이 파티크리스는 급 하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요즘 들어,내륙에서 ‘이상 게이 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습 니다.”

“예,……그렇죠.”

“그것들은 모두 관측할 수 있는 것 들이었습니다. 인간 마법사들이 차 원 게이트를 관찰하고 그 크기를 측 정할 수 있듯,저희 역시 가능했습 니다.”

그걸 아는 여자가 지금까지 꽁꽁 숨어 있었냐며,입을 열 뻔 했지만

천영은 그러지 않았다. 이들은 워낙 폐쇄적이고 다른 종족들의 전쟁에 신물이 나서 이렇게 숨어서 산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얼마 전,카나라시움 에도 이상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전혀 관측되지 않는 종류 로.”

“……예?”

하이 엘프들의 마법 기술이라면 틀 림없이 뛰어날 것이다. 비록 그 마 법 계열이 다양하지 않고 생명학 위 주로 발전된다. 하지만 차원 게이트 정도는 간단하게 감지할 수 있을

“감지가 되지 않는 게이트…… 그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밖에 없습 니다.”

“설마 게이트가 자연 발생했다는 겁니까?”

천영의 그 말에 파티크리스가 어두 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차원간의 경계가 자연적으로 허물 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그리 픈과 지구처럼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차원조차도 몇 백 년에 한 번씩 아주 자그맣게 균열이 일어나

서 사람이 한두 명 이동할 뿐이었 다.

하지만 파티크리스가 저렇게 심각 한 표정을 지을 정도면 고작 그 정 도의 규모일 리가 없었다.

“……피해는 어떻게 되죠?”

천영의 질문에,파티크리스가 아랫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희들의 생명수를 수호하는 신 수,‘세리디안’이 차원 저 너머로 사 라져버렸습니다.”

-마,맙소사…….

세리디안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천 영이 벙찐 표정을 짓고 있자,파트

라슈가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아까 이 카나라시움을 받치고 있 던 나무가 바로 생명수야. 그리고 세리디안은 그 나무를 가꾸는 정원 사 같은 존재이지. 헌데, 정원사가 사라지면?

“……카나라시움이 추락하겠군.”

파티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어떻게든 저희들의 힘으로 생명수를 돌보고 있습니다만…… 세 리디안이 아닌 이상 저희 하이 엘프 들의 힘으로는 생명수에게 영양을 보충시킬 수 없습니다.”

만약 이대로 생명수가 시들어버리

면? 그로 인해 카나라시움 그 자체 가 무너져 내리면?

틀림없이 대참사가 발생할 것이다.

“……어째,가는 데마다 일이 꼬이 냐.”

“그러게……

천영과 하성은 서로를 마주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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