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93화
지직!
지지직!
_홍…… 대학…… 상공. -코드 네…….
지직!
,드래곤(Dragon) 출현.
천영은 바닥에 쓰러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세리디안(으로 추정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게나 죽도록 쥐어 됐는데도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신기했다.
‘여긴…… 대학교인가?’
반쯤 무너진 대학교였는데,거기에 세리디안이 떨어져 내려서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천영은 바닥에 착지하여 휴먼 폼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그의 등에 타고 있던 하이 엘프 2명이 폴짝 뛰어내 려 세리디안에게 도도도 달려갔다.
“이럴 수가……
“완전히 오염 됐어.”
“큰일인데.”
저들끼리 뭐라 중얼거리더니 슬픈 한숨을 내쉰다. 천영은 전혀 죄책감 없는 얼굴로 어깨를 으쪽했다.
“말 안 듣는 개는 줘 패야지.”
-……그게 오 천 년 넘도록 생명 수를 수호해온 신수에게 할 말이야?
“사실이잖아.”
세리디안은 이미 미쳐있었다.
광기에 찬 비명을 지르며 눈에 띄 는 모든 것을 박살내며,생명을 닥
치는대로 살육하고,심지어는 하이 엘프들의 요정어조차 알아듣지 못했 다. 그는 자신을 뒤따라온 크린네와 필리어스가 세리디안을 설득하겠다 고 나서기에 조금 기다려줬는데,아 무래도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서 결국 제압을 해버릴 수밖에 없었 다.
“천영,여기가 네 고향이야?”
“응…… 일단은.”
하성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다음 건물의 위쪽에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공기도 더럽고,건물들은 죄다 무
너져있고. 멸망한 세계 아니야?”
“공기는 원래 더러웠고. 멸망한 것 같지는 않더라.”
천영은 세리디안과 싸우고 있던 인 간들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했다. 지 구에는 분명 저런 초능력자들이 존 재하지 않았다. 헌데,군복 혹은 제 복을 입은 인간들이 검과 마법을 사 용하다니.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애초에,3년 전에 지구인 10만 명 이 그리픈으로 이동된 일 자체도 이 상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지구 역시 3년 전에 무 슨 일이 발생하여,세상이 급변했다
는 이야기가 되었다.
“추억 좀 살려보려고 다시 왔는데, 영 말이 아니네.”
찜찜한 얼굴로 천영이 그리 말하자 하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 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결 한 천영이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왔 다니……
-?
“그래! 더러운 세상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야말로 가장 새하얀 법 이지.”
하성이 영문모를 헛소리를 지껄이 자 파트라슈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 다.
천영은 하이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어때. 뭐 좀 할 수 있겠어?”
“예,그래도 아직은 살아있어서,영 혼을 수거해갈 수는 있습니다.”
“그걸로 되겠어?”
“충분합니다. 영혼은 곧 생명의 씨 앗. 다시 순수한 세리디안으로 되돌 릴 수 있을 겁니다.”
“그거 다행이네.”
세리디안은 아직까지도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눈빛 이 살벌하게 번뜩이는 것이,체력만 돌아오면 당장 천영을 죽일 기세였 다.
“어쩌다 저렇게 변한 거지?”
“……아마 이곳의 공기와 기운이 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기가 더럽긴 하지만……
“이 세계에 퍼져있는 영혼의 기운 들은 너무…… 너무 혼란스럽습니 다. 욕망,전쟁,배신. 그 모든 것이 뒤섞여,순수한 것만 바라보고 살아 온 세리디안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왠지 하이 엘프의 입으로 저런 말 을 들으니 지구 출신의 인간으로서 뭔가 부끄러워졌다.
"그런 표정 지으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은 인간들의 감정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천영님의 고향이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어느 세계든, 인간들은 모두 똑같을 뿐이죠."
"그,그렇지?"
생각해보면 비단 지구뿐만이 아니 라 그리픈 역시 똑같았다. 인간들의 사회에서 높은 권력을 쥐려면 욕심 이 많고,호전적이었으며 이기적이 어야만 했다.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라."
담담한 어조로 천영이 그리 말하자 크린네와 필리어스는 세리디안의 머 리와 꼬리부분에 무릎을 꿇고 앉았 다.
그러더니 노래 같기도 하고 흥얼거 림 같기도 한 기묘한 음악이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듣고 있으면 뭔가,가슴이 미어터 지도록 슬퍼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지나자 거대한 새의 형태를 하고 있는 세리디안의 몸에
서 서서히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새하안 구슬 같은 것이 몸에 서 빠져나왔다. 크린네는 그것을 품 에다가 소중히 갈무리했다.
“끝난 거야? 빠르네.”
“네.”
“당장은 안 돌아가도 상관없지?”
“물론입니다. 헌데,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응,일단은 여기가 내 고향이라, 집이나 좀 둘러보려고. 그리고…… 저 게이트도 어떻게든 해야겠지.”
천영은 순간 백화연을 비롯해,여 태까지 만나왔던 수많은 지구인들의
얼굴을 떠을렸다.
백화연은 천영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 광적으로 그리픈 대륙을 헤매던 사람이다. 또한 백화연 뿐이 아니라 수많은 지구인들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 자들도 있는데,별로 돌아올 생각도 없었던 천영이 지구로 돌아 와 버렸다.
참,세상 불공평하다.
“게이트를 닫으실 생각이십니까?”
“응,근데 지금 당장은 무리야. 좀
알아볼 것도 있고 해서 말이지. 그 리고……
게이트를 바라보며,천영은 눈가를 살짝 구겼다.
“뭔가 이상해. 저 구멍에서,지구와 그리픈이 아닌 낯선 향기가 느껴 져.”
“그렇…… 습니까?”
물론,천영이 아니면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긴 했다.
-확실히. 느낌이 이상해. 기운도 기운인데,원래 저런 자연적인 게이 트는 잘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발생 한다고 쳐도 규모가 굉장히 작아.
“알아. 그리고 게이트를 통과하면 서 느낀 게 하나 있긴 한데……
-뭘?
“뭔가…… 차원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
파트라슈도 느끼지 못하고,하이 엘프도 느끼지 못하고,유니콘도 느 끼지 못한다.
하지만 드래곤은 알 수 있었다. 차 원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이 통 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그리고 구멍이 하나가 아니 라 여러 개가 나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들었다.
-그렇군…… 그래도, 일단 지구에 는 하나뿐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리 픈과의 기운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작용하지 않겠지.
“응,마치 하수구 같은 느낌인걸.”
-조금 언어를 고급지게 순화해서 블랙홀이라고 해주면 안 될까……?
“그게 그거지.”
지구의 기운이 그리픈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이상하게도 그 기운은 그 리픈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아주 극히 일부의 기운과 공기만이 그리 픈으로 진입했을 뿐 대부분은 소실
되어 없어졌다.
‘차원이 쓰레기통도 아니고,기운 이 어딘가로 증발했을 리가 없겠지. 다른 곳으로 통하고 있는 거야.’
심각한 얼굴로 아직까지도 일렁이 는 게이트를 올려다본다. 저것을 닫 으려면 준비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 였다. 마법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 라,자연적으로 발생한 게이트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하기도 힘들었다.
“응? 누가 오는데.”
하성이 귀를 종긋 세우더니 목을 쭉 내뻗었다. 유니콘이던 시절 하던 버릇인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인간
의 목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천영은 잠자코 세리디안의 옆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 뒤,몸놀림이 평범한 인간치고는 상 당히 날렵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각자 건물의 위쪽이나,기 둥의 뒤쪽,나무 사이,정원 등에 몸을 숨긴 채 천영을 지켜보는가 하 면 아예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는 이 들도 있었다.
프로 사냥꾼.
각각의 목적을 가진 그들은 S-01 이 쓰러진 곳을 살폈다.
’맙소사. s-이가 완전히 쓰러졌어!■
’코드 네임 드래곤은 어디로 사라 졌지?,
'저기 있는 자들은 누구야7
’미쳤군. 끝내주게 잘 생겼어:
사냥꾼들의 시선이 정신없이 획획 돌아간다. 어지간한 배우가 한 트럭 으로 와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 도로 빼어난 미모를 가진 뾰족한 귀 의 남녀 한 쌍과 새하얀 피부를 가 진 남자 하나.
그리고 어린 여자애인지 남자애인 지 애매한 아이 하나까지.
누군가가 침을 삼켰다. 워낙 고요 한 장소였기 때문에 그 소리는 꽤 크게 울렸으나 누구도 신경 쓰지 않 았다.
저 소년은 이상한 마력이 있었다. 사냥꾼들의 시선을 현혹시키고,어 지럽히고,가슴을 뒤흔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그는 때로는 요염했고,때로는 순 수했다. 아찔하게 유혹하는 듯하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느낌으로 시치미를 떼는 분위기에 사냥꾼들은 저들끼리 심장이 떨려왔다.
하지만 누구도 접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쩐지 너무나도 고귀한 느낌이 들 었기 때문이다. 감히 만질 수 없는 신성스러운 무언가를 영접한 것만 같은 느낌으로.
결국,기다리다 못한 검은색 머리 칼의 전형적인 한국인의 외형을 가 진 잘생긴 20대의 청년이 검을 허 리춤에 집어넣은 뒤 천영에게 저벅 저벅 걸어갔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인한 눈빛,잔잔한 머릿결과 새하 얀 피부까지. 동양인이라고는 믿기 지 않을 정도로 끝내주게 잘생긴 친 구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거북선’ 클랜
의 A등급 사냥꾼,주한성입니다.”
“안녕. 나는 금색 별 마탑의 서천 영.”
“……실례지만 처음 들어보는군요. 금색 별 마탑에 대해 여줘 봐도 되 겠습니까?”
“아니.”
“아,알겠습니다.”
설마 아니라고 할 줄은 몰랐던 주 한성은 살짝 당황했다.
가장 먼저 주한성이 말을 걸자 주 변에서 속속히 사람들이 몰려들었 다. 서양인도 있었고,동양인도 있었 다.
“뭐야,여기 한국 아니었나? 코쟁 이 형님들이 꽤 많아 보이네.”
분명 한국말로 말했지만,그들은 전부 알아들은 모양이다. 몇몇 서양 인들이 슬쩍 모습을 드러내더니 눈 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S-01(세리 디안)을 쓰러뜨린 자들 중 이런 어 린 아이가 속해있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일정 거리까지 다가오던 그 들은 어쩐지 천영에게 더 이상 다가 오지 못하고 손을 움찔움찔 떨거나 얼굴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하성 은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는 둣 표정 을 찌푸렸다.
“재들 마음에 안 들어.”
“왜?”
“몰라서 물어?”
“모르니까 묻지.”
“……하여튼,짜증나.”
왜 저런데. 천영은 하성이 그러던 말던 주한성 쪽으로 걸어가며 이곳 에 모여 있는 이들의 장비 및 무기 를 슬쩍 훌었다. 굉장히 익숙한 것 들이었다.
‘넥스터?’
저런 게임에서나 쓸 법한 갑옷이나 검,활,지팡이 등의 무구를 들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단 하나였다. “너네, 레벨이 몇이야?”
“크흠.”
천영의 질문에 어쩐지 그들은 표정 이 조금 굳더니 대답을 회피했다. 주한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천영에게 설명했다.
“하하.. 잘 아실 텐데요. 저희
프로 사냥꾼들은 서로의 정보를 밝 히지 않습니다. 그저 등급으로 나누
죠
“등급? 골드,플래티넘,뭐 그런 거?”
“아뇨. F부터 A등급으로 나눕니 다.”
“우와,유치해.”
그렇게 말을 툭 내뱉은 뒤 천영은 주한성에게 훌쩍 접근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뻔한 주한성은 자신 의 코앞까지 다가온 천영을 보며 동 공을 크게 떨었다. 하지만 천영은 주한성보다도 반응이 빨랐다.
양손으로 그의 양 뺨을 고정시킨 다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그러자 주한성이 뜨악한 얼굴로 얼 굴을 화악 붉혔다.
천영이 주한성의 눈을 뚫어져라 쳐
다보자,드래곤의 눈을 통해 그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300레벨은 넘었네? 3년이나 지난 것 치고는,많이 낮은 편이긴 하지만.”
“그,그걸 어떻게?”
“대충 찍었는데 맞췄나보네.”
물론 찍은 건 아니었지만, 설명하 기 귀찮았으므로 얼버무렸다. 천영 이 말한 것은 둘째치고,주한성이 바보처럼 반응을 제대로 해준 덕택 에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삼백?”
“정말로?”
“맙소사…… 평범한 A랭크가 아니 었군.”
“역시,저 남자를 스카우트해야 하 는 건데……
주한성의 레벨을 주워들은 주변 사 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의 반응에 천영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왜들 저러지?’
주한성의 정확한 레벨은 312. 솔직 히,그리픈으로 넘어간 지 3년이나 지난 지금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 었다. 그리픈으로 넘어간 넥스터들 중에서는 350레벨을 넘어서는 이들
도 꽤 생겨나고 있으니까.
“300이 높은 거야? 구 만랩이잖 아.”
천영이 그리 묻자,갑작스레 주한 성의 뒤에서 어떤 여자가 튀어나오 더니 그의 팔을 홱 뿌리쳤다. 그러 더니 주한성의 한쪽 팔을 잡고 슬쩍 뒤로 물러난다. 그녀의 표정은 흡사, 자신의 남자친구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는 듯한 얼굴 이었다.
“너,너 말야. 장난해? 300레벨을 달성한 게이머 8만 명은 대부분이 30년 전에 사라졌잖아.”
“그리고 레벨 한 단계 올리는 데에 들어가는 ‘가능성’과 ‘경험치’가 얼 마나 큰데. 300을 무시하는 거야? 그러는 넌 레벨이 몇인데?”
“가능성이라니. 그건 또 무슨……
여자의 말에 천영은 굉장히 혼란스 러 워 졌다.
“30년이라고? 3년이 아니라?”
“그래! 30년. 넥스트를 플레이하던 게이머 100만 명이 모조리 사라질 때,300레벨을 달성한 구 만랩 유저 들의 대부분이 함께 실종되었어.”
100만?”
그리픈으로 이동된 지구인들은 위 대한 여행자 10만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만이 아니라,분 명히 100만이라고 했다.
“대체……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 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