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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98화 (197/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 프 198화

“아니,그게 아니지.”

하성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트리뷔넬의 제 3법칙은 애초에 써클진을 형성할 땐 상관없다니 까?”

“어,그랬었지 참. 근데 왜지? 마 나 가속 응집에 관련하여 구동점 을 잡아주는 법칙이잖아.”

“왜냐고 묻지 말라고 한 건 너야,

천영.”

“그건 그래.”

주입식 교육에 ‘왜?’는 없다. 이해 를 굳이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외 우면 된다. 그것이 천영의 방식이 었고,또한 대한민국의 방식이다.

물론 이전까지의 천영은 모든 마 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다음 단 계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공부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모든 공부를 끝내고나서 완전히 드래곤의 가치 관을 갖게 된 천영은 더 이상 인 간들의 마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계기판 위에 적혀있는 숫자

를 달달 옮을 뿐인,그런 느낌이라 고 보면 된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는 있지만, 저걸 왜 굳이 저렇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그런 면에서 하성은 꽤나 도움이 되었다. 인간이든 유니콘이든 마법 이라는 학문에서는 공평했고,하성 은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마법 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법 을 완벽하게 이해한 입장에서 천 영이 만들고 있는 교재에 어떤 식 으로 설명을 서술하면 될지를 하 나하나 짚어주고 있었다.

“그건 마나를 회전시키려고 쓰는 게 아니었잖아.”

“아,맞다…… 자꾸 깜빡하네.” “그럴 수 있지.”

워낙 마법 공식이 많다보니 그 모든 것을 외운 천영이라도 이론 은 자꾸만 까먹었다. 마치 ‘회전하 는 법칙!’이라는 것이 있을 경우 인간들은 이것을 ‘마나를 돌리기 때문에 회전하는 법칙을 사용해야 만 하지’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천 영은 그저 ‘회전하는 법칙!’ 자체 하나만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보다 마법에 통달했지만,덕 분에 다른 마법사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천영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선 식은땀을 훔쳤다. 옛날 기억을 되살리면서 마법 공식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하성과 천영이 카페의 구석에 모 여 옹기종기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을 때,유리문이 열리며 금발에 정장을 입은 여인이 들어섰다. 하 성은 노트북을 보다 말고 즉시 고 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기묘하 게 떨렸다.

그녀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천영을 발견하고선 또각,구두 굽

소리를 내며 걸어왔다. 하성이 그 녀를 찌릿 쳐다보았다.

“누구야?”

“아,미스터 하성이시군요.”

“미스터? 난 유니콘이야.”

“후후,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들이 갑작스레 대화를 나누자 천영도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뭐야? 누구야?”

“안녕하세요,미스터 천영.”

그녀는 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천영의 앞에 올려놓았다.

“저는 ‘국제 몬스터 재앙 대응 기 구 (Internationa Monster

Catastrophe Response

Organization)’에서 나온 ‘로라’라 고 합니다.”

슬쩍 명함을 바라본다. 이니셜로 짧게 ‘IRO’라는 단어와 함께 ‘로라 힐리언’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근데요.”

천영은 표정을 구겼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죠?”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천영은 매 일 카페를 바꿔서 다녔고,가끔은 탬버거 집에 눌러 앉아있기도 했

다. 그런 천영을 이렇게 찾아왔다 는 뜻은 뒷조사를 했다는 소리밖 에는 안 된다.

“찾기 쉽던데요.”

“예?”

로라는 자신의 스마트 폰을 만지 작거리더니 천영에게 뭔가를 보여 주었다.

SNS 였다.

[가로수길 Enge n Top 카페에 출현!]

[깍 오늘 나 같은 카페에서 커피

마셨어!]

[와 이거 누구임??]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업로드 되고 있었다.

천영의 사진이었다.

“이,이거……

“어딜 가든 사람들이 찍어서 위치 를 보고해주더군요. 그래서 찾기 쉬웠습니다.”

황당한 얼굴로 천영은 자신의 얼 굴이 얼굴이 찍혀있는 SNS를 드

래그했다.

‘이 세상에 초상권은 어디로 갔는 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지만,그 녀의 말에 거짓은 없는 듯 보였다.

짧게 한숨을 내쉰 천영은 명함에 시선을 뒀다.

“IRO…… 들어본 것 같네요.”

“네,30년 전,재앙이 최초로 발 생했을 때 설립 된 조직입니다.”

명함을 내려놓고 천영은 로라와 눈을 마주했다.

그래서 왜 찾아왔냐고 묻는 제스

처 였다.

“다름이 아니라,미스터 천영께서 ‘정보’를 원하고 계신다고 들었습 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저희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의 학문 을 제공해주신다고 했구요.”

“그랬죠.”

“그럼…… 저희와 함께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미스터 천영께서 궁 금해 할 만한 것들이 준비되어있 습니다.”

“흠. 어디로 간다는 거죠?”

로라는 살포시 웃었다.

“저희들의 본부를 직접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살아생전,미국에 가볼 일이 다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IRO는 미국의 구석에 위치한 어 느 드넓은 평야의 지하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꼭 SF영화에서 외계 인을 납치해서 실험할 것만 같은 그런 연구소였다.

미군이 아닌,처음 보는 타입의 군복을 입은 다양한 인종의 군인 들이 기묘한 형태의 총을 들고 군

사차량에 탑승한 채 24시간 주변 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 더가 시시각각으로 사방을 감지하 였고 심지어 위성이 이곳을 지켜 보고 있기까지 한다고 했다.

또한 사냥꾼으로 추정되는 초능 력자들이 건물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니,이곳은 괴수로부터 완벽하 게 안전해보였다.

천영은 로라에게 새하얀 카드가 매달린 목걸이를 받았다.

“신분을 증명해줍니다.”

그것을 목에 매달자 전자기장이 살짝 지직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위치 추적기가 달려있는 모양이다.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워낙 기밀 사항이 많아서,이곳에서 일 하는 모든 연구원들을 감시할 필 요가 있거든요.”

이 카드가 없으면 그 어떤 곳도 출입할 수 없다. 위치 추적을 피하 겠다고 이것을 벗으면 그대로 갇 혀버린단 의미. 여러모로 기묘한 장소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닥터 드레식 이라고 합니다.”

횐색 가운을 입은 노인이 천영에 게 악수를 청했다. 슬쩍 이름표를

보니 ‘이계 물질 수석 연구원’이라 고 적혀 있었다. 악수를 받아주며, 천영은 노인의 표정에 서려있는 근심을 읽을 수 있었다.

“미스터 천영께서 와주시니 저희 는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제가 온 게 뭐가 고맙단 거죠?”

고작해야 서로 간의 정보를 교환 하는 조건으로 딜을 했을 뿐이다.

“저희는 사실 미스터 천영께서 마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단지,저희들이 얻은 정 보를 미스터 천영께서 열람하고 판단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건 제가 다른 세계에서 왔 기 때문입니까?”

드레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자는 예로부터 신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용기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계 에서 날아오기 시작한 괴수와 물 건들은 저희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고,오랜 세 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희가 알 아낸 것은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즉,드레식이 바라는 것은 단 하 나였다.

천영이 자신들이 발견한 것을 보 고 판단을 내려주는 것.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영은 신분조차 제대로 증명되 지 않았다. 이계에서 왔다는 것까 지는 게이트를 드래곤의 모습으로 통과해온 것이 온갖 카메라에 찍 힌 덕분에 입증이 가능하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신들의 정보를 공 개할 만큼 이들이 호구로 보이지 는 않았다.

난데없이 정보를 낯선 이방인에 게 공개하고,그 사람의 지식이 어 느 정도나 될지 알지도 못하면서

도박을 하는 꼴이라니.

‘……마치 궁지에 몰린 도박사 같 은 표정이야.’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생 각은 없었다.

“좋아요. 갑시다.”

드레식과 로라는 다른 경비를 물 린 다음 새하얀 복도를 걸었다. 천 영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그들을 뒤따랐다. 슬쩍 필리어스가 하성에게 말했다.

“근데,하성님. 그 옷은……

“후후. 이게 요새 유행하는 정장 이야. 어때? 천영.”

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천영은 하성을 무시하고 있었다.

하성이 입고 있는 옷은,나이트 클럽에서나 볼 법한 반짝이 양복 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어마어마한 속력으 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력을

느끼며,천영은 이 시설 아래쪽에 서 기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벌써부터 느꼈다.

하성이 코를 찡그렸다.

“별로 좋은 느낌은 안 드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드레식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천영은 고 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뭔가 비밀 기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 다.

“우와……

“저희 ‘정원’보다 몇 배는 넓어 요.”

“뭔가 엄청 많네.”

수많은 연구원들이 이곳을 돌아 다니고 있었다. 새하얀 벽에 갇혀 있는 끔찍한 형태의 괴수. 중앙에 놓여있는 기묘한 우주선. 천장까지 닿을 둣한 지구의 것이 아닌 타차 원의 건물이나 동력을 잃은 골렘 까지.

공통점도 없고,규칙도 없는 수많 은 ‘이계’의 것들이 이 지하에 잠 들어 있었다.

“30년 간 꾸준히 이계에서 넘어 온 물건들과 괴수를 포획했습니다 만,저희들이 알아낸 것은 별로 없

군요.”

천영은 굳은 표정으로 이곳을 둘 러보았다.

내심,천영은 이들이 모은 물건들 이 그리픈의 물건일 줄 알았다. 왜 냐하면 지구와 그리픈은 아주 밀 접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그리픈의 물 건도 몇몇 보이긴 했지만 대다수 의 것들은 죄다 처음 보는 형태였 다. 몇 천 년 전부터 녹슬기 시작 한 듯한 함선,괴이한 형태를 가진 괴수,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도구들.

‘정말 수많은 차원에서 쓰레기들 이 모였군.’

천영은 드레식에게 손을 내밀었 다.

“차트.”

“예,여기 있습니다.”

드레식이 터치패드 하나를 꺼내 천영에게 건넸다.

‘정말 많기도 하군.’

드레식이 건네준 패드에는 이곳 에 가져온 수많은 물건과 괴수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한 번에

전부 읽는 것이 힘들 정도로. 서툰 손짓으로 그것들을 터치하며 넘기 던 천영은 한숨을 쉬었다.

“천천히 둘러봐야 뭐 좀 알 것 같 은데.”

“예,시간은 충분합니다.”

“아,그리고 이것 말고 다른 건 더 없어요? 궁금한 게 하나 있는 데.”

“다른 거라면…… 어떤 걸 말씀하 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 의 이야기는 그곳에 담겨 있습니 다.”

드레식이 그리 말하자 천영은 터

치 패드를 그에게 넘기며 말했다.

“30년 전에,100만 명이 실종된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꺼내주세 요.”

“예,별로 대단한 정보도 아닙니 다.”

드레식은 가볍게 몇 번 건드리는 것으로 천영이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주었다. 천영은 다시 터치패드 를 받아서 천천히 그것을 읽어 내 렸다.

[20x8년 4월.]

[‘실종 패턴’의 분석 결과.]

[게임 ‘넥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 으로 추정.]

쓸데없는 잡설은 빠르게 내린다.

[조사 결과,칭호 ‘위대한 여행자’ 를 가진 대략 9만 명의 게이머가 사라졌으며 또한....]

[……각각 ‘위대한 건축가’,‘위대 한 재산가’,‘위대한 전략가’, ‘위대 한 전사’ 등의 칭호를 가진 50만 명의 인원이 단 한 명도 남지 않 고 사라진…… (중략) 대략적인 합 산 결과 실종 인원은 6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

[정확한 수치는 판단 불가.]

천영은 드레식에게 그것을 보여 주며 물었다.

“정확한 수치를 왜 판단할 수 없 다는 거죠?”

“그게…… 저희들의 계산으로는 대략 60〜70만 명이 실종된 것이 틀림없으나 조사를 채 진행하기도 전에 최초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 여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기 때문 에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불가 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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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랬다.

이상 현상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 람이 죽어나가는 와중에,실종된 인원만 따로 꼽는 것도 어려운 일 일 것이다. 어마어마한 사상자와 이유를 알 수 없는 실종자가 나오 는 마당에 이 정도까지 추론을 해 낸 것도 대단했다.

‘……그러고 보니,위대한 시리즈 의 칭호는 여행자가 끝이 아니었 어.’

꽤나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전부 기억하지는 못했다. 왜냐면 위대한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위대 한’ 시리즈 역시 얻는 방법도 불 명,효과도 알 수 없었기 때문. 누 구도 신경 쓰지 않았고,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가만…… 그럼 혹시,나 말고 다 른 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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