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03화
칼라할 교단의 정예 성기사단이 모 조리 집결한 채,성당의 꼭대기에 세워진 ‘서천영’ 상을 바라보며 굳 건히 서있는 장면은 꽤나 장관이었 다.
별칭,‘용기사단’이라 불리기도 하 는 이들이 행군하는 모습이나 출동 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민간인에 게 공개되어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 도 그 든든함을 모두가 느낄 수 있
게 해주고 또한 이런 이유 덕분에 많은 기자들이 찾아오기도 하였다.
용기사단의 선두에는 붉은 머리칼 을 가진 여인이 새하얀 검을 앞으로 치켜세운 채 검을 빙그르 돌려 교황 리우펠리우스에게 경례를 했다.
그러자 척,착! 하는 박자에 맞춰 다른 성기사들의 경례가 대기를 진 동하였다.
셀라임은 그들의 출정식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엘 링이.”
“응.”
“대륙이 어떻게 되려는 걸까.”
연이어 들어오는 패전보,이계에서 쳐들어오는 끔찍한 괴수들.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 대응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도 역부족 이었다.
용기사단은 본디 칼라할 교단을 수 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군대.
이런 그들까지 차출해냈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였다.
당연하지만 셀라임과 안시르엘 역 시 싸우러 나간다.
보통 성녀(와 그녀를 수호하는 성 기사)는 최전선에 나서지 않는다.
승산이 확실한 전투 때에나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안시르엘과 셀라임은 그 마 음가짐부터가 달랐다.
어째서일까. 그녀들은 몇 년 전까 지만 해도 피 한 방울 모르던 평범 한 소녀들이었을 텐데 그리픈에 오 고 나서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힘 을 얻게 되었고,그에 따른 책임감 을 질 수 있게 되었다.
사명감.
자신들이 나서서 싸워내고,평화를 지켜야만 한다는.
“우리…… 무사할 수 있겠지?”
“물론. 오빠가 지켜주는 대륙이니 까.”
서천영,최근 들어서 얼굴조차 보 지 못하고 있는 그 어리고 엣된 누 군가를 떠올린다. 그 자그마한 등에, 도대체 얼마나 커다란 짐을 짊어지 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로서는 알 수 없었다.
‘아,생각해보니……: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셀라임은 교 단의 가장 깊숙한 곳에 소중히 보호
되고 있는 비밀 창고를 찾아갔다. 그냥 본능적으로,어찐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움직였 을 뿐이다.
자물쇠를 열고,내부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서천영이 소중히 보관해 두고 있는 용의 큐브들이 푸른빛을 띈 채 잠들어 있었다.
아니,잠들어 있을 터였다.
용의 큐브 세 개가 모두 웅웅대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수천 년 전,잠들어 있다가 서천영 의 손길을 받아 다시 깨어난 큐브 들. 그것들은 마치 자아를 가진 것
처럼 무언가를 말하려는 둣 발광하 고 있었다.
셀라임은 홀린 듯 그것에게 다가 가,가장 밝은 빛을 내는 큐브를 집 었다.
번쩍!
“으옷!”
셀라임의 손길을 받은 큐브가 새파 란 빛을 뿌려대며 공중으로 떠올랐 다. 그것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하더니,새하 얀 방패와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뭐…… 야……?”
아무런 무늬도 없다. 아무런 장식
도 없다. 온통 새하얗기만 한 그 양 날검과 셀라임의 상체를 가볍게 가 릴 정도로 커다란 방패는 둥실 떠오 른 채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게 대체……
홀린 듯이 그것을 집으려던 셀라임 은 다른 또 하나의 큐브가 갑작스레 발광하는 것을 눈치채고 황급히 고 개를 숙였다.
콰광!
피식…….
빛을 발하던 용의 큐브는 마치 탄 환처럼 바깥으로 쏘아졌고,그대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쿵! 콰직!
금색 별 마탑의 지하 연구실에서 난데없이 굉음이 울렸다.
연구원 하네론은 황급히 계단을 뛰 어 내려갔다. 복도를 질주하는데,뭔 가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느낌을 받 았다.
고개를 든다.
정말 태양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여긴 지하인데……
천장이 완전히 뻥 뚫려있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멀껑했던 천 장이.
아주 깔끔하게.
“이,이게 뭐야?”
하네론이 당황하고 있자 동료 연구 원인 세킴스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자네,갑작스레 무슨 일인가?”
“나도 모른다네!”
“천장이…… 이 방향은 메이지 백 하란이 연구하고 있는 시설이 아니 던가?”
“맙소사.”
지하까지 연결된 계단이 반쯤 박살 나 있었다.
다른 연구원들이 허겁지겁 달려오 더니 천장을 보고선 입을 헤 벌렸 다.
“자,자네들 봤는가? 푸른색의 상 자 같은 것이 떨어졌다네.”
“상자?”
“그래! 상자! 갑자기 하늘에서 나
타나더니 지하를 꿰뚫고 지나갔어.”
“……빨리 가봄세.”
그들은 어설픈 공중 부유 마법을 사용해가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완전히 초토화되었군……
무언가에 의해 박살난 것인지 수많 은 값비싼 연구 장치가 분쇄되어 있 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 따위 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연구 장 치 쯤은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가 장 중요한 것은 메이지 백하란의 생 사여부였다.
백하란은 이 그리픈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 발명가였다. 금색 별
마탑에 들어온 지 고작 2년도 안 된 주제에,마법 기술력을 30년 이 상이나 발전시켰다는 말이 신문 한 면을 공공연히 장식하는 것은 괜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지 백하란……?”
“……예,저 여기 있습니다.”
다행이도 안쪽에서 백하란의 목소 리가 새어나왔다.
연구원들은 천천히 걸어서 더욱 안 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새파랗게 빛나는 기둥이 백하란의 앞에 꽂혀 있었다. 황홀한 눈으로 기둥을 쓰다듬던 백하란은
입술을 달싹였다.
“완성입니다.”
“……신성대결계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이건 신성대결계 따위가 아닙니다.”
연구원들 역시 홀린 눈으로 기둥에 게 조금씩 다가갔다.
어떻게 보면,일곱 다리의 연결자 들이 전 세계 곳곳에 펼쳐놓은 ‘만 추의 기둥’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근본부터가 달랐다. 저것은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습격을 막기 위해 개발되고 있던 물건이다.
만추의 기둥이 길을 연결한다면,
신성대결계는 길을 막는다.
“대결계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대결계도 아니다. 만추의 기둥도 아니다.
그러나 그 둘이 모두 합쳐져 있다. “99%”
“예?”
“이것은 현재 99%로 완벽한 상태 입니다.”
마법적인 수치로 하여금,99는 마 법사들에게 노이로제를 유발하는 숫 자였다. 왜냐하면 100이 아니었으니
까.
100이라는 수치란 곧 완전체를 의 미하지만,99는 그렇지 못한다. 그 것은 어딘가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었고,결국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 는 뜻이다.
“하지만 만약 이게 100이 된다면, 절대로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백하란은 그리 말하며 기둥을 쓰다 듬었다.
‘용의 큐브……
하늘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용의 큐 브는 백하란이 몇 개월이나 공을 들
여서 만들고 있던 결계와 합쳐졌다.
전혀 진척이 없던 부분이,용의 큐 브가 나타나서 합쳐지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해결이 되어버렸다.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백하란이 의도하지 못했던 기 능이 생겨버렸으니까.
‘이 기둥은…… 모든 길을 차단할 수도 있지만, 모든 길을 완전히 활 짝 열어버릴 수도 있어.’
백하란의 눈빛이 어두워진다.
‘……서천영 형님께 여쭤보기 전까 지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겠군.’
단 두 사람의 싸움에 의해 지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면 과연,믿을 수 있겠는 가?
백에 구십은 믿지 못할 것이요, 남 은 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제정신이 아닌 열 사람이 내린 판단이 옳았다.
산이 두 동강이 났으며,호수가 메 워졌고, 바다가 뒤집히고,대지가 증 발했다.
두 사람의 싸움에 의해. “쿨럭……
웨지스턴은 힘겹게 한쪽 눈을 떴 다. 방금 전 지옥불인지 뭔지 하는 절망적인 작명 센스를 가진 마법에 의해 한쪽 시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슬쩍 팔에 힘을 준다. 오른팔에 감 각이 없다. 주먹을 쥐려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참. 나 오른팔 없지.’
그제야 휑한 어깻죽지에 쌀쌀한 바 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절단 된 팔의 단면은 아직 피가 채 마르 지도 않은 채다.
빗방울이 투둑 떨어져 내린다. 웨 지스턴과 솔렝 오르앙이 만들어낸 마법의 충돌에 의해,두꺼운 먹구름 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참 지 못하고,결국 물을 쏟아내기 시 작했다.
“그러게 진작 정신 차렸으면 후회 도 안 하고 좋았을 것을.”
그렇게 말하는 솔렝 오르앙의 몸 역시 정상이 아니었다. 오른쪽 무릎 아래부터 완전히 잘려나간 상태였으 며 온몸 곳곳에 작은 찰과상이 새겨 져 있었고 목에 치명상을 입은 채였 다.
그래도 웨지스턴의 상태보다는 나 았다.
그는 아예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였으니까.
웨지스턴은 생각보다도 훨씬 강했 고,생각보다도 집착이 굉장했으며 전략이 복잡했고 수싸움에 있어서 여느 마법사 못지않게 대단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솔렝 오르앙은 승리했고,웨지스턴은 패배했다.
솔랭 오르앙은 싸움이 완전히 끝났 다고 생각했다. 이제 움직일 수 없 는 상태인 웨지스턴을 데리고 복귀 하여,어떻게든 그를 다시 자신들의
그룹에 집어넣으면 된다고 판단한 다.
……또한,그것은 솔렝 오르앙이 웨지스턴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 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소나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덜그럭,쿵!
자신의 몸을 깔아뭉갠 바위 덩어리 를 밀어내며,웨지스턴은 기어이 일 어섰다. 한쪽 발목이 반쯤 돌아간 상태라 움직이기는커녕 서있는 것조 차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웨지스턴은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반쯤 날아가 휑한 이를 드러내
며 웃었다.
“넌 미쳤군. 그 몸으로 어떻게 더 싸우겠다는 거지?”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그리 내뱉은 웨지스턴은 우뚝,말 을 멈췄다.
“잠깐,이 대사는 방패 들고 설치 는 미국 대장님의 명대사라,쿨럭! 내가 베끼면 조금 쪽팔린데……
“……이 와중에도 농담이 나오나보 군.”
“아냐,나 지금 간만에 쿨럭,꽤나 진지했어.”
솔렝 오르앙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웨지스턴을 보며 뭔가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엔 눈치 채지 못했지만,이내 시간이 흐르자 깨달 을 수 있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웃을 수 있는 저 미친 정신력에 대한 공포심.
솔랭 오르앙은 눈살을 비틀었다.
뭔가,뭔가가 불안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정체불 명의 불안감이 솔랭 오르앙을 서서 히 잠식하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도록 하지. 길르텐 님께 돌아가야 하거든.’
그리 말하며,솔랭 오르앙이 팔을 내뻗자 웨지스턴이 끅끅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끄흑,끄흐흐흐.”
“……뜬금없이 왜 웃는 것이냐.”
“크흡. 아니,너무 웃기잖아. 이 개 같은 상황이.”
웨지스턴은 정말로 눈물이 나오도 록 웃은 것인지,눈가에 눈물이 맺 혀 있었다.
“내 인생을 통째로 속여 넘긴 최악
의 사기꾼이,다른 머저리 같은 놈 에게 사기 당하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안 웃기겠어?”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솔렝 오르앙의 얼굴이 구겨진다. 웨지스턴은 그 모습조차 즐겁다는 듯 바라보았다.
소나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워워,충성심 높은 똥강아지 솔렝 오르앙 님 어디 가셨나? 응? 이럴 땐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묻는 게 아니라,개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내 입을 닥치게 했어야지. 안 그래?”
맞는 말이었다.
충성도 높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 운 솔렝 오르앙이다. 하지만 그는 웨지스턴이 길르텐 펄 리쉬를 비난 하는 듯한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되물었을 뿐 방해를 하지 않 았다.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거야.”
“그 여자가,역사상 가장 긴 세월 동안 사기를 치고 있단 사실을 말이 지.”
당연하지만 그 사기의 대상은,
일곱 다리의 연결자.
바로 자신들의 부하였다.
“그 미친년은 너희들과 함께 제국 을 세울 생각이 없어.”
“개소리를 예쁘게 포장해서 말한다 해서 예쁜 개소리가 되는 건 아니 다.”
“개소리는 네 주둥이에서 나오는 게 개소리구요, 이 사냥개 새끼야.”
그렇지 않아?
그리 말하며 웨지스턴은 어깨를 으 쪽했다. 그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지만,이상하
게도 웨지스턴은 아무렇지도 않았 다.
“생각해봐. 너는 그 여자의 최측근 이잖아. 최근 들어서 뭔가 이상하단 생각 안 들었어?”
솔랭 오르앙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지레짐작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가 너희들과 손잡고 룰루 랄라 가족놀이나 하고 있을 것 같 아? 틀렸어. 너희는 그저 장기말이 야. 쓰고 버리는. 알잖아?”
소나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솔렝 오 르앙의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렸 다.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던 무수한 사실들이 그의 감정을 후벼 파고 있었다. 충 성심이라는 그의 하나뿐인 감정을 도려낸다.
단지,그 감정에 상처를 입은 것만
으로도.
그를 혼란에 빠뜨리기엔 충분했다.
“뭐가 그리 심각해?”
흠칫.
솔렝 오르앙은 어느새 자신의 코앞 까지 도달해있는 웨지스턴의 목소리
에 아차 싶었다.
‘이 자식이,혼란을 주고서 접근할 생각이었나……!’
힘껏 팔을 뻗어,웨지스턴의 면상 에 압축 공기를 발사한다.
퍼엉!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하는 웨지스턴의 안면에 불완전한 마법이 적중했다. 비록 불완전하다지만,그 것만으로도 웨지스턴의 얼굴을 반쯤 망가뜨리는 것은 가능했다.
그럼에도 웨지스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솔랭 오르앙은 웨지스턴을 어떻게
든 떼어내려고 했지만,이미 늦었다.
나이트에게 거리를 내준 마법사는, 그 즉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은 한쪽 손으로 솔렝 오르앙의 목덜미를 턱,붙잡은 웨지스턴이 입 을 열었다. 그의 입술을 바라보며, 솔렝 오르앙의 눈이 큼지막하게 떠 졌다.
“참,방금 그 대사도 표절이야
“뭐,이……
마지막 순간까지,결국 농담 따먹 기나 하는 것이냐며 소리를 지르려 는 순간.
푸욱!
복부에 기분 나쁜 감촉이 스며들어 왔다.
“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곳에는,새파랗게 빛나는 단검이 솔렝 오르앙과 웨지스턴의 복부를 관통한 채 여전히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마치 큐브처럼 사락사락 돌 아가며 단검의 형태를 이제 간신히 만들었을 뿐인 그 무기는…… 솔렝
오르앙의 연약한 복부를 관통하기엔 충분했다.
“이게……
“하하하. 방금까지 네가 무슨 생각 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사실 그게 그리 중요한가?”
쿨력!
솔렝 오르앙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웨지스턴은 여전히 빗방울 을 맞으며 웃고 있었다.
“네가 꼴리는 대로 살면 되잖아. 그 미친 여자가 살인을 하던 세계 정복을 하던. 네가 좋으면 따르면 되잖아. 왜 쓸데없이 의심을 하고
그래?”
“이,이……
“하하하.”
웨지스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너……
솔랭 오르앙은 그제야 웨지스턴의 저 미소가 두려웠던 까닭을 깨달았 다.
“구름 참 예쁘다. 그치?”
저 미소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의 미소였다.
하지만 그 이유를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솔랭 오르앙의 의식이 서서히 수면 저 너머로 가라앉았다. 몸에 힘이 빠지고,부유 마법이 취소된다.
쉬이익,쿵!
당연하지만 웨지스턴 역시 솔렝 오 르앙의 옆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같 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적지 않은 반동으로 인해 웨지스턴 은 피를 한 움큼 뱉어냈다.
안 그래도 만신창이 상태였는데, 거기에 치명상을 하나 더 입어버렸
이래서야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 었다.
“정말 거지같은 인생이군……
우르릉,광!
쏴아아!
소나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야,자냐?”
웨지스턴은 팔로 솔렝 오르앙의 뺨 을 툭툭 쳤다.
반응이 없었다.
“새끼,치사하게 먼저 뒈지고 난리
야……
결국 웨지스턴은 죽을 때까지도 혼 자였다.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죽음으로서. 외롭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사실 을 알고 있었기에 웨지스턴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였다.
자신의 삶마저도.
그러나.
죽음이 다가오자,그의 가슴 속에 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삶 에 대한 갈망.
웨지스턴은 너무나도 죽고 싶었던 3년을 지나,마침내 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살고 싶었다.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 지만 참을 수 없었다.
살고 싶었다.
문득,제이나와 로서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들은 웨지스턴이 떠 나기 직전,긴급 통화 기능이 담겨 있는 명함을 그에게 건네주었었다.
그것만 있으면,어쩌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
‘참,내가 버렸지.’
그것도 갈기갈기 찢어서.
“하하하.”
우르릉,콰아앙!
쏴아아아!
소나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웨지스턴은 웃었다.
한참이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