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05화
찾아오는 사람의 종류는 총 세 가 지로 나뉜다.
학벌 자랑하러 오는 사람.
돈 자랑하러 오는 사람.
마지막으로,천영에게 별 쓸 때도 없는 영화나 뮤직 비디오 촬영 제의 를 하는 사람이었다.
천영은 반쯤 풀린 눈으로 자신의 책상 맞은편에 앉아서 영어로 블라
블라 말을 쏘아대는 30대 초반의 서양 청년을 조용히 응시했다. 처음 에는 짜증도 났고,화도 치켜 올랐 고,어이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흥도 없어졌다.
“뭐라는 거야?”
구석에서 대기자 명단 및 면접 응 시 서류 등을 정리 중이던 로라에게 하성이 물었다.
“이번에 유명 가수 캡틴 캔디의 뮤 직 비디오 촬영이 있는데, 거기에서 천영 님이 꼭 춤을 춰줬으면 좋겠다 네요.”
“춤을 춰달라고?”
“네,노래도 불러주면 더 좋겠다는 데요. 그 얼굴과 목소리는 이대로 묵히기엔 너무 아깝다고,반드시 연 예계에 데뷔했으면 좋겠다네요.”
그러면서 로라는 천영을 데뷔시키 기 위해 바다 건너까지 찾아온 서양 청년이 보내준 영상을 터치패드로 재생시켰다.
영상 속에는 연습실이 찍혀있었는 데,젊은 여자가 간편한 옷을 입고 선 춤을 추고 있었다.
“이게 천영 님이 해줬으면 좋겠다 는 그 춤이래요.”
“흐음.”
가끔은 엉덩이를 흔들기도 했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기도 했으 며 깜찍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 그 춤은 여러모로 귀여움을 강조하는 댄스였다. 천영의 외견만 보자면 틀 림없이 어울리겠지만,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쯤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겠 군.’
그런 하성의 예상대로,천영은 속 이 타들어가는 것인지 자신의 눈앞 에 놓인 서류를 탁 내려놓고 입에 물고 있던 펜을 우물거렸다.
‘케드릭.’
“지금 몇 살이라고 했지?”
“네? 아, 저는 서른둘입니다.”
천영과 거의 동갑내기였다.
“그럼 케드릭 너한테 이 춤 보여주 면서 추라고 하면 출 수 있을 것 같아? 이,이…… 끔찍 아니,깜찍 한 표정까지 지으면서.”
“아하하,제가 저런 걸 추면 자괴 감에 파묻혀서 몇 년 동안 이불킥하 느라 잠도 못잘 걸요?”
케드릭의 명쾌한 대답에 천영이 손 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거야! 내가 딱 그 심정이 라고! 당장 나가!”
“죄,죄송합니다!”
콰앙!
케드릭한테 축객령을 내린 뒤 천영 은 씩씩거리며 다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최소한 평화에 관심이 있는 놈들만 찾아오라고 했는데 내가 춤 을 추는 게 세계 평화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고 찾아오는 거야? 논리 를 이해할 수가 없어.”
그렇게 천영이 툭 말을 내뱉자 아 직까지도 동영상을 보고 있던 하성 은 고개를 저었다.
“도움이 안 될 것도 없지.” “뭐?,,
“천영 네가 이 춤을 춘 뒤 유튜브 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보게 된 다면 틀림없이 모두가 마음의 안정 을 얻음과 동시에 용기가 솟아날 거 야.”
“너 진짜 개소리……
하성의 헛소리에 천영이 화를 내려 고 하자, 로라 역시 수긍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하네요. 물론 이 춤은 너무 과했어요. 가만히 있 어도 위험한데,지구인들의 심장을 생각하면……
“로라.”
“네?”
“나가서 커피나 사와.” “네……
주한성의 차량이 매끄럽게 멈춰 서 자 샐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차에서 내려,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듣던대로 어마어마한 빌딩이 시야에 들어왔다. 천영의 사무실은 저 중에 서도 제일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다
고 한다.
“긴장돼요?”
끄덕끄덕.
샐리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뭐 하나 볼 것 없는 샐리가 한국까지 찾아와서 서천영을 만날 수 있게 된 이유는,역시 주한성 덕분일 것이다.
오지에서 힘겹게 매일매일 간신히 밥벌이나 해가며 살아가던 샐리는 우연히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마법 이라는 학문을 깨달았고,짬짤이 공 부를 하던 와중 그녀에게 재능이 있 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마침 임무 수행
을 위해 근처를 지나던 주한성에게 눈에 띄게 되었다. 그리고 서천영에 게 직속으로 마법서를 물려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는 그의 응원에 힘입어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되었다.
이 근처의 카페에는 꽤나 많은 수 의 유명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 북을 두드리고 있었는데,그들이 작 업하고 있는 파일은 보는 것만으로 도 뇌가 녹아버릴 것처럼 어렵고 복 잡했다.
화학으로 유명했던 어느 대학의 교 수라든가 천체 물리학을 연구하던
늙은 박사라든가. 수많은 천재들 또 한 모였다.
“오늘로 사흘째네요.”
“아직도 마법서의 주인을 못 찾은 게 신기하네요. 이렇게 대단한 분들 이 모이는데.”
“그러게요.”
두뇌 쪽으로 꽤나 대단하신 분들이 마법서 원서를 물려받기 위해 찾아 왔지만, 천영은 번번이 그들을 내쳤 다고 한다.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 자격이라는 게 대체 뭘까
요……
“글쎄요. 천영 씨만 알고 있겠죠.”
“하,하여튼 엄청 대단하고 중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될 거예요. 저 같은 게 갔다가 비웃음이라도 사 면 어쩌죠?”
샐리는 그런 걱정을 내뱉었고,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서 면담 신청서 를 작성할 때 그녀는 깨닫고야 말았 다.
남들은 다 쟁쟁한 집안의 백이라던 가 학벌,혹은 그에 준하는 자격증 등을 들고 왔는데 샐리만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돈이 많은 것도 아
니고 마법도 딱히 더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이런 곳에 있어봐야,그저 남들의 발판이 될 뿐인 그런 존재.
다른 이들은 샐리를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심지어는 무려 서천영과 만 나는 자리인데 복장조차 제대로 갖 추지 못한 채 낡아빠진 일상복이나 입고 왔을 뿐이다. 자신들이 입은 럭셔리 정장과 너무나도 비교되어, 그들은 스스로의 콧대가 올라가는 기분을 느꼈다.
샐리가 벌써부터 기선제압을 당한 얼굴로 시무룩해 있자 주한성이 와 서 어색하게 웃었다.
“어차피 천영 님은 그런 거 신경 쓰시는 분 아니에요.”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해도 천영을 바로 만날 수는 없었다. 샐리는 주 한성의 안내를 받아 한국에서 대략 사흘이나 더 체류했고,그날 오후가 되어서야 간신히 천영과 만날 수 있 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시금 주한성의 에스코트를 받아 천영의 사무실로 향한 샐리는 문 앞 에서 침을 꿀적 삼켰다.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워낙 자유 분방하신 분이라. 격식 같은 건 크 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고요.”
노크를 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전형적인 청소 안 한 것 같은 분위 기의 사무실이 드러났다. 사실 생각 보다 깔끔한 공간이었지만 워낙 사 방팔방에 서류와 책이 흩어져있다 보니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어디 계시는 거지?’
샐리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천영이 없었다. 조금씩 안 쪽으로 걸어가며 고개를 돌려보고 있는데,책상에서 뭔가가 부스럭댔 다.
“헉.”
책상에 머리를 콕 박고 있던 천영 이 고개를 들었다. 어지러이 흐트러 진 머리카락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 인 채로 반쯤 감은 눈을 서서히 뜬 다.
‘귀여워……
부스스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던 천영은 하품을 크게 했다. 그 다음 멍한 눈으로,갑작스레 샐리에게 물 었다.
“그 박사 아저씨는?”
“네,네?”
“여기 와서 한 시간 내내 자기 학 벌 자랑하던 아저씨 있잖아. 아예 논문 300페이지를 전부 옮을 기세 라서 깜빡 졸아버렸어……
“그…… 방금 나가시던데……
샐리가 그리 답하자 천영은 눈을 힘겹게 비볐다. 엉망진창으로 꼬인 머리카락이 난리법석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다가 답답하다 는 듯 한 번에 묶으려고 했지만 워 낙 엉켜있어서 그마저도 실패했다.
멍하니 천영이 하는 행색을 보고 있자니, 문이 열리며 젊은 여인이 등장했다. 그녀는 손에 냉커피를 들
고 있었다.
“그러면 안 돼요.”
로라는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고 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들고 있 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천영의 옆 에 놔뒀다.
“사흘 전에 부탁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빨리 사와서 놀랐나요?”
“시간 개념이란 상대적인 거니까 이해는 할게.”
천영은 플라스틱 컵을 자그마한 손 으로 만지작거렸다. 이런 차가운 커 피의 경우엔 대부분 컵을 뭔가로 둘 러서 감싼다. 하지만 한손으로 들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 천영에게는 쓸 데없이 두꺼울 뿐이다.
천영은 그것을 벗겨서 쓰레기통으 로 대충 던졌지만 이상한 곳으로 날 아가고 말았다.
샐리는 화들짝 놀라 그것을 잡으려 고 했는데,갑작스레 바닥에 늘어져 있던 종이가 새의 형상으로 변신하 더니 날아올라 쓰레기를 낚아채서 쓰레기 통으로 직행시켰다.
“무,무,뭐야……
그 종이새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 고,샐리는 눈을 껌벅거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하품을 쩍쩍 내
뱉던 천영이 손짓하자,갑작스레 사 무실에 있는 물건이 전부 살아 움직 이기 시작했다.
책이 뚜벅뚜벅 걸어서 책장에 꽂히 는가 하면 펜이 날아올라 연필꽂이 에 꽂히기도 했고 먼지가 쓸려나가,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더니 바깥으로 쏟아진다.
“와,와아……
샐리 아니,지구의 수준으로는 전 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마법의 향연 에 그녀는 입을 쩍 벌렸다.
그녀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을 때,커피를 마시는 천영은 영 만족
스럽지 않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술주정뱅이 드래곤이라든가,뭐 그런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커피 마 시고 잠 못 드는 드래곤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지?”
뜬금없는 질문에 샐리가 고개를 황 급히 끄덕였다.
“네,네.”
“내가 딱 그래. 술은 기가 막히게 잘 듣거든. 심지어는 인간들 중에서 나보다 술 잘 마시는 놈들 수두룩 해. 근데 이상하게 커피는 나한테 안 통하거든. 이건 내가 드래곤인
게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체질의 문 제인 걸까? 어떻게 생각해?”
“그,글쎄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해야 되는 문제인 건가요?”
“응.”
“애초에 커피가 안 들으면, 왜 아 메리카노처럼 효과 위주의 커피를 마시는 거예요? 그게 맛이 없잖아
요.”
“달콤하고 맛있는 커피는 그냥 음 료수잖아.”
천영은 아메리카노가 들어있는 컵 을 살살 흔들며 비스듬히 웃었다.
“근데 이건 차갑고,써. 그래서 잠
이 확 깨거든.”
“……그런 방식으로 깨라고 만든 커피가 아닐 텐데요.”
“어찌 됐든,이걸 마셔서 잠이 깨 면 커피로써는 자신의 사명을 다한 게 아닐까?”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네요.”
카페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 해 생각하며 뇌의 활동력을 각성시 키고 심박 수를 중가시키는 화학적 인 원리를 머릿속으로 굴리던 그녀 는 이 대화가 뭔가 굉장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기,그게 문제가 아니라……
“자. 받아.”
툭!
천영은 서랍에 대충 박아뒀던 무언 가를 샐리에게 던졌다. 얼떨결에 그 것들을 받아든 그녀는 자신의 품에 들린 새파란 큐브와 마법서를 확인 했다.
“이게 뭐죠?”
“용의 큐브랑 마법서 원서.”
“……예?”
용의 큐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서 원서는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서천영이 언제나 품에 지니고 다니 면서,마법을 전파할 때 항상 펼쳐 들곤 했던 그 마법서였다. 마법이라 는 학문을 깨우친 지구의 모든 학자 들이 탐낸다는 바로 그 물건.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는 이 상황에 샐리가 어버버했다.
“이,이걸 왜 저에게……
“가져.”
“……예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놀란 나머지 샐리의 입이 이마보다도 커 다래 졌다.
“이,이,이이이 이거! 이,이거(T, This)!”
“디디스 고프레 와풀이 먹고 싶으 면 홍대라도 찾아가던가.”
당장 바깥만 살펴보아도 샐리보다 훨씬 더 쟁쟁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또한 천영은 방 금까지도 그러한 이들과 만났기도 했었고.
헌데,천영은 샐리를 보자마자 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마법서를 그냥 넘겨버렸다.
‘어째서 나에게…….,
샐리는 뭔가 천영에게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실 상 그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용의 큐브가 샐리에게 반응했 기 때문.
단지 그것 하나뿐이다.
천영은 용의 큐브를 믿었다. 비록 짧은 만남 뒤에 샐리에게 마법서를 넘기긴 했지만, 분명 그녀는 크게 될 인물일 것이다.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샐리는 지 구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가 될지 도 모른다. 혹은 지구를 위해 어떤 거대한 단체를 설립할 수도 있고 혹 은 사상 최악의 끔찍한 괴수를 단신
으로 상대해서 이겨낼지도 모른다.
어떠한 상황이든,어떠한 이유든.
어찌됐든 샐리는 지구에서 단 두 명뿐인 영웅이 될 운명이었다.
몸으로는 주한성,머리로는 샐리.
앞으로 꽤나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질 예정인 이 지구에서 천영이 떠나 가고 사라지면,그들이 이곳의 등대 가 되어줄 것이다.
‘지구에서 할 일도 어느 정도 끝낸 것 같고…….,
슬쩍 달력을 확인한다. 잠깐 머문 다고 왔는데,어느덧 40일이나 홀러 버렸다.
그리픈의 시간으로 따지면 총 나
호
슬슬 돌아갈 시간이다.
하성은 손에 들린 기계 장치를 하 늘에 가져다 대었다.
응응대며 기분 나쁜 소음을 흘린 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기분 좋은 소음이기도 했다.
“패턴이 안정화 되었어.”
“응,이제 깔끔하게 닫아버릴 수
있겠다.”
아무리 천영이라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저런 불완전한 게이트까지 마음대로 다루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그는 마법 강의를 하는 도중 깜짬이 저것 을 연구하였고, 지구인들은 알아내 지 못했던 마법적인 패턴을 완전히 풀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준비 됐지?”
“네!”
크린네와 필리어스는 이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낯빛이 밝아졌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아쉬운 듯한 표
정이었다.
처음, 그저 오염된 세계라고 말하 며 적응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꽤나 장족의 발전이다.
“지구인들에게 무술 훈련시키는 거 재미있었는데 아쉽네요.”
“……그게 훈련이야?”
천영은 언젠가 한번 크린네와 필리 어스가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무술 수련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크린네와 필리어스가 무술인들을 구타하고 있었다. 뭐든
맞으면서 성장하는 게 가장 빠르다 는 논리와 함께.
‘전혀 엘프와 어울리지 않아……
하이 엘프에 대한 선입견일지도 모 론다. 그래,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 리 그래도 저건 조금 심했다.
그래도 그들 덕분에 지구의 무술 수준이 몇 십에서 몇 백 년이나 진 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하루에도 피멍이 들 도록 얻어 터졌던 관장들은 도리어 감사하다고 넙죽 절을 하는 통에, 천영은 무술인들이란 정녕 맞는 것 이 취향인 변태들인가 하고 심각하
게 고민까지 했을 정도였다.
하성이 유니콘의 형태로 돌아오자 천영은 그 위에 사뿐히 올라탔다. 그다음 크린네와 필리어스에게는 중 력 조종 마법을 걸어서 천영이 직접 그들을 띄웠다.
“근데 천영 님,날 수 있으시면서 하성 님의 등에 타시는 이유는 뭐예 요?”
“편하잖아.”
천영이 그리 말하며 짧은 다리를 흔들거리자 크린네와 필리어스는 수 긍했다.
“저희 눈도 편해지는 것 같아서 좋
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천영이 되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하 지 않았다.
하성을 선두로 해서 4명이 모두 날아올랐다.
불완전한 형태로 여전히 기이한 기 운을 내뿜고 있는 게이트 근처까지 도달한 천영은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대로 게이트를 닫는 것과 동시에,통과하는 것으로 그리픈으 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게이트를 닫는 과정은 문제없이 진 행되었고,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게이트가 거의 닫히려는 순 간.
게이트의 신호를 알려주는 기계가 갑작스레 비명을 질러댔다.
삐 삐 삐 J
삐잉! 삐잉! 삐잉!
“뭐,뭐죠?”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당황하는 하이 엘프들을 내버려둔 채 천영은 황급히 기계를 꺼냈다. 붉은 점 여러 개가 전 세계에 동시 다발적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그리 고,붉은 점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
나였다.
“……또 다른 게이트가 생겨나고 있어.”
-말도 안 돼. 불완전한 게이트는 이렇게 갑작스레 생기지 않아!
파트라슈가 소리치자 천영이 고개 를 젓는다.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불완전하지 않아. ……삼대월식 때 보았던 게이트와 비슷해. 전부 완벽하게 제어된 게이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