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14화 (213/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14화

58장 일곱 다리의 연결자

눈프카 차원의 동쪽 대륙.

그레이스 성채의 어느 작은 대장 간.

“할아버지,이게 대체 뭐죠?”

어떤 어린 소년이 땀을 뻘뻘 흘리

고 있는 늙은 대장장이에게 물었다.

대장장이는 침침한 눈을 가늘게 뜨 며 푸른 큐브 같은 것이 조금씩 비 틀리며 하나의 ‘기둥’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 평생의 작품이지.”

“하지만 이건 무기도,방어구도 아 닌 걸요.”

“그래,하지만 나는 이 기둥이 ‘신 종’으로 하여금 우리들을 지켜줄 것 이라 믿는단다.”

그것은 300년 전.

신종이 대륙을 침략하였고,인간들 은 모두 거대한 벽을 세워 그 안으

로 도망쳤을 때의 이야기.

자신들을 ‘위대한 건축가’라고 소 개하던 이들은 벽을 순식간에 세운 것도 모자라 심지어 싸움에도 일가 견이 있어 신종들을 마구 학살하고 다녔다.

그들은 영웅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을 살아가며 눈프카 차원을 수호했 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명이 다 한 영웅들과 신종들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어버린 탓에 지금은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작은 대장간에서 그저 하루하루 갑 옷을 만들어 내다 팔며 살아가는 이 늙은 노인 역시,300년 전 ‘지구’에

서 찾아온 위대한 건축가 중 한 명 이었다.

“이게 어떻게 우리들을 보호해준다 는 거죠?”

“글쎄. 나도 그저,대륙 곳곳에 흩 어져있던 힌트의 조각들을 모아서 만들었을 뿐이란다.”

노인은 자신이 얼마 살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평생 동안이나 이 대륙을 여행하며 얻은 수많은 정보와 전설 혹은 힌트 등을 조합하고 연구하여 마침내 이 기묘한 형태의 기둥을 만 들어냈다.

“전설에 따르면 이것은…… 새로운 태양과의 연결 다리가 될 것이라고 하더구나.”

“새로운 태양이요? 그럼 태양이 두 개가 되는 건가요? 엄청 더울 텐데

요.”

“허허. 태양이 두 개가 되면 확실 히 덥겠구나.”

노인은 은은하게 푸른빛의 기둥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는 마법도 모른다. 또한 지구에 서 살았을 적엔 과학자도 아니었다.

그저 게임 넥스트에서 가장 잘 나 가는 대장장이 중 한 명이었고,또

한 아주 조금 더 오래살 수 있는 종족을 가진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 기둥을 만들 수 있었을 뿐이다.

노인은 자신의 기둥이 완성품이라 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것은 아직까지도 생기가 부여되 지 않았으니까.

‘마지막 부품을 넣어야 될 텐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구나.’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노인은 별안간 눈 을 부릅떴다.

“이건……!”

그 어떤 에너지원을 넣어도 미동조 차 않던 기둥에서 갑작스레 어마어 마한 양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노인은 황급히 손자를 데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기둥에서부터 빛이 솟구치 더니…….

하늘 높이.

아주 멀리.

황금색으로 뚫려있는 단 하나의 구 멍.

그곳으로 발사되었다.

서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소 년이 지구에 마법을 전파한 이후로 10년이 흘렀다.

인간들이 학습 능력이 뛰어나며 적 응도가 상당하다지만,이미 과학이 발달하여 그 지식수준이 차원이 다 른 지구에서 마법까지 접목하게 되 자 문명 수준이 아예 몇 배로 껑충 뛰어버렸다.

이제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어디서 든 기본적으로 볼 수 있었으며 부자

들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빌딩에서 생활하였고 구름 위에 기지국을 설 치하여 날씨를 완벽하게 예고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은 ‘마나’라는 신비로운 에 너지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 기 때문.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으 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마법사들은 연구에 매진하기엔 시 간이 부족했다. 아주 훌륭한 병력인 그들은 항상 최전방에 서서 다른 차 원에서부터 침입해오는 괴수들과 맞

서 싸워야만 했다.

“날이 갈수록 ‘던전’이 더 자주 열 려요.”

젊은 청년의 말에 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심드렁한 표정이었 지만 그녀의 뛰어난 두뇌는 아마 던 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 와 클랜,마법을 제대로 전파 받지 못한 일부 부족 등을 시뮬레이션하 고 있을 것이다.

던전 자체도 지구의 큰 문제점 중 하나였으나,샐리에게는 그저 수많 은 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대마법사 서천영의 후계자,샐리

타이 너.

다른 수많은 학자들과 재벌들의 대 쉬를 가볍게 무시하던 서천영이 샐 리 타이너를 보자마자 즉시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했다.

서천영은 뛰어난 인재를 볼 줄 아 는 눈을 가졌었고,샐리 타이너는 그에 걸맞게 10년이 지난 지금 가 장 뛰어난 마법사가 되어있었다.

물론 서천영은 그저 용의 큐브가 반응했기 때문에 대충 넘겨주고 훌 렁 사라진 것이지만 지구의 사람들 이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로드.”

“예.”

“오늘 느낌이 영 이상해요.”

“……무슨 느낌말이죠?”

“음,모르겠어요. 연구실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출국해야 합니다. 러 시에서 ‘구 마법사 협회’와의 회담 이 잡혀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었나요?”

“예,저녁에는 바로 북미로 가야합 니다. 대통령과 악수하고 사진 한 번 찍히면 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그녀의 스케줄은 언제나 가득 차있 었다. 현재 샐리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 ‘골든 스타’는 일종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마탑 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고 있었으니 까.

전 세계의 모든 마법은 반드시 샐 리를 거쳐야만 했고,그녀가 사용 금지령을 내릴 경우 특정 마법은 아 예 사용할 수가 없게 되며 마법에 대한 저작권 역시 샐리의 허락을 맡 아야만 하는 등 모든 지구에 존재하 는 마법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었 다.

과학에 이어,또 다른 학문인 마법

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시 대인 만큼 샐리는 미국 대통령보다 도 입김이 더 강했다.

그러므로.

“다 취소하세요.”

“네,네에?”

“급하게 연구실로 가야할 일이 생 겼다고 이야기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결국 청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샐리가 저렇게 고집을 부리면 누구 도 말릴 수 없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샐리는 누군

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두두…….

-예,사냥꾼 주한성입니다.

“오랜만이네요,미스터 주.”

-하하.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

회사 바깥으로 나오니 하늘이 회색 빛이었다.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 고 있었다. 운전수가 자신의 자가용 을 몰고 오자 샐리는 가볍게 올라탔 다. 투명한 장막이 그녀의 머리를 막아줘,비를 맞지 않는다.

“저야 뭐…… 항상 못 지내죠.”

-안 됐군요.

“그러는 한성 역시 바빠서 큰일이 겠어요.”

얼마 전,주한성은 서천영이 건네 준 용의 큐브를 각성시키는 것에 성 공하였다.

그곳에서는 푸른색 빛을 뿜어내는 기묘한 총기가 나왔는데 어떤 몬스 터의 갑피조차 간단히 뚫어내고 박 살내지 못하는 물체가 없었으며 그 어떤 불가능한 상대와 싸울지라도 반드시 이겨냈다.

주한성은 그것을 악용하지 않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S등급’의 괴 수들을 사냥하는 데에 애를 썼다.

-예……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경계선에서 ‘S-19’가 출몰했었습니 다.

“저런. 어떻게 됐죠?”

-막 쓰러뜨리고 돌아오는 참입니 다. 별명도 있더군요. ‘어스 이터’라 고—.

“지구를 먹는 다는 건가요?”

-예,땅을 마구 먹어치워서 다시 토해내는데,잡는 데 얼마나 애썼는 지 모릅니다.

아주 오랜만에 주한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샐리의 얼굴에 웃 음꽃이 폈다. 운전기사가 알게 모르

게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본 샐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한성,느낌이 이상해요.”

-……어떤 느낌이죠? 불길한 징조 라도 느껴지나요?

이미 아주 뛰어난 경지에 다다른 샐리였다. 그런 그녀가 느끼는 것이 라면 뭐든 간에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좋든,나쁘든 간에.

“아뇨. 막 불길하진 않아요. 오히려 좋은데…… 좋은 게 확실한지,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불안해

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죠?

“연구소로 가고 있어요.”

-그렇군요.

주한성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윽 고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서천영 씨에게 받은 큐브는 어떻게 하고 있죠?

“그냥…… 연구를 계속 해봤는데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서 그냥 보관해두고 있어요.”

-그걸 찾아봐요. 뭔가 나올지도 몰 라요.

기묘한 푸른빛을 띠고 있는 큐브. 서천영은 떠나기 직전, 샐리에게 그

것을 넘기고 갔다.

그러나 주한성이 그 큐브를 받고 지구를 구하는 것에 아주 잘 사용하 는 것에 비해 샐리는 큐브의 정체를 밝혀내지도 못했다.

“역시…… 그렇겠지요.”

-예,틀림없이,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다름 아닌 서천영이 주고 간 물건이 니까요.

“고마워요.”

전화를 끊은 샐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서천영의 큐브.

그녀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것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뭔가,이변이 발생하고 있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저편에는, 금색으로 뻥 뚫려있는 구멍이 하나 존재하였다.

‘부디……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이 신의 선물이기를.’

아침 댓바람부터 백하란이 지하 연 구실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고 있 자,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다른 연 구원들이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 다.

“아무리 그래도 메이지 백하란을 두고 먼저 퇴근하긴 그렇지 않소?”

“메이지 백하란이 공방에 틀어박혀 서 궁상떠는 게 하루이틀이오?”

“흠흠,나는 구경하고 싶구먼. 메이 지 백하란의 발명품은……

“아니,메이지 리스 턴. 당신의 그 열정은 잘 알겠지만 저희를 피곤하

게 하지 말아달란 말이오!”

그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이유는 별 것 없었다.

백하란은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로 서,그들의 상관이나 다름없다. 그런 데 백하란이 아직까지도 연구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보다 직책이 낮은 마법사들끼리 퇴근을 하자니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아예 다 같이 퇴근을 해버리면 또 모를까,한두 명은 마법에 대한 열 정이 쓸데없이 강해서 남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 면,그들이 남게 되면 퇴근해버린 다른 마법사들이 괜히 눈치가 보인

다는 것.

“내가 보고 싶다는데 왜 자꾸 지랄 들이시오?”

“어허,지랄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 시오.”

“당신의 그 열정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집에 들어가 가족을 보고 싶은 우리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 않소?”

결국 쓸데없는 싸움이다.

“좋소. 그럼 메이지 백하란에게 말 하고 퇴근하고 싶은 사람은 퇴근하 는 것이 어떻겠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언제 메이지 백하란이 퇴근 시간 가지고 뭐라 지적한 적이나 있소?”

“사람의 인성은 분명 훌륭하나,하 급자로서 눈치가 있다면 그럴 수는 없단 말이지요.”

해서,결론이 내려졌다.

“하여튼,나는 오늘 곧 죽어도 메 이지 백하란이 연구하는 것을 봐야 겠으니 그리들 아시오. 정 퇴근하고 싶으면 가서 말하고 퇴근하시던가, 그냥 가시던가.”

“크윽……

제 의지대로 직장에 남아서 일 하 겠다는 마법사는 아무도 막을 수 없

다.

결국 퇴근이 고팠던 마법사들을 포 함해 일단의 무리가 백하란이 있는 지하 연구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백하란은 어느덧 어깨까지 자란 은 발을 대충 꽁지머리로 묶어놓은 채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예전에 만든 결계 아니오?”

용의 큐브와 신성대결계가 합쳐져 새로이 탄생한 기둥. 그것의 용도는 아무도 모른다. 백하란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기 때문.

호기심 강한 마법사 몇 명이 백하 란에게 접근하였다.

“메이지 백하란,저녁까지도 열심 히 하시는군요. 헌데,이 결계의 기 둥을 이 늦은 시각까지 관찰하는 이 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소?”

“……여.”

백하란이 뭐라 말했다.

마법사들은 잘 듣지 못해,귀를 다 시금 기울였다.

“뭐라고 했습니까?”

“숙여요!”

백하란이 다급히 뒤를 돌아보며 광 역 중력 마법을 시전하여 마법사들

을 모두 엎드리게 한 순간, 갑작스 레 기둥이 폭발하였다.

아니,폭발이 아니다.

그저 건물이 박살나는 소리 때문에 폭발음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기둥에서부터 빛이 솟구쳐 올라가, 하늘까지 연결되었을 뿐이다. 그 과 정에서 방해를 하고 있던 천장을 모 조리 부셔버린 것이고.

“……이거,데자뷰 같은데.”

“몇 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소만.”

“그게 문제가 아니오.”

퇴근이 간절했던 어떤 마법사가 창 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오늘 우리의 퇴근이 물 건너갔다 는 것이 중하지.”

그리하여 금색 별 마탑의 아래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퇴근하지 못하는 작은 해프닝이 발생하였고.

총 일곱 개의 차원에서는,각각 어 떤 드래곤이 준비해둔 특정 ‘용의 큐브’에 의하여 하늘로 뚫린 구멍이 모두 연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