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18화
금색 별 마탑주의 취임식이라는 행 사 자체의 의미는 이제 전 대륙적인 스케일이 아닌,차원적인 스케일로 다가오게 된다.
상상이나 해본 적 있는가?
지구의 미국 대통령만 바뀌어도 전 세계가 들썩이는데,비록 어딘가의 지배자는 아니라지만 차원 게이트를 모두 연결하고 관리하는 서천영의 금탑주 취임식이라니.
난리도 아니었다.
이 행사를 하는 데에 들어간 비용 만 해도 숫자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 도였고,동원된 인력도 어마 무시했 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스텔라아 우렘의 규모는 9년 전,천영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몇 십 배는 더 욱 거대해졌다.
차원 정거장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리고.
그 차원 정거장의 한 가운데,하늘 을 뚫을 것처럼 꼿꼿이 세워진 성이
바로 금색 별 마탑이었다.
그곳에는 지구의 대통령들이나 그 리픈의 국왕들을 비롯하여 일곱 개 의 차원에서 내로라하는 권력자들과 유명인사들이 모조리 몰려들었다.
아무래도 일곱 차원의 유명인들이 전부 모이는 바람에 서로가 어디서 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점이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힘을 가진 자들이 최초로 한 자리 에 모여,서로에게 명함을 건넨다.
비록 금색 별 마탑주의 취임식이라 는 명목 하에 모였긴 하지만 그들에
게는 각자의 목적이 있었고 천영 또 한 그것을 묵인하였다.
이윽고 취임식 당일.
천영은 자신의 몸과 맞지 않는 로 브를 입은 채 불평불만을 터뜨렸다.
“왜? 내가 또 이걸 입어야 되는 데? 거의 다 완성됐다면서?”
“전쟁 도중에 소실되었거든요
“근데 이건 남아있어?”
“창고에 보관 중이었으니까요. 마 탑주님의 로브를 만들고 있던 아이 템 공장은 타깃 1순위잖아요.”
그렇다. 천영은 또다시 맞지 않는 로브를 입어야만 했다. 팔목 바깥까 지 소매가 흘러나와 손으로 자꾸만 접어야 했으며 원래라면 적당히 엉 덩이까지 내려와 상당히 심플한 핏 이 살아나야만 하는 옷이건만 발목 까지 내려오는 형태가 되었다.
잔뜩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은 천영 은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뭐,이걸 입는 것도 오늘이 마지 막이니까 상관없겠지.”
“네?”
“아니야. 가자.”
금색 별 마탑의 직원들은 천영의
마지막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몸에 맞지 않는 금색의 로브를 걸 치고,마탑주를 상징하는 짧은 완드 를 들고서.
뚜벅.
짧은 복도를 지나.
수만 어쩌면 수십만이 ‘차원 전이 방송 송출 케이블’을 통해서 어쩌면 조가 넘는 생명들이 보고 있을 연단 을 향해서.
걸어 나가자,새하얀 햇빛이 천영 의 몸을 환하게 비췄다.
하늘 높이 수많은 대륙이 거꾸로
뒤집힌 것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일 곱 차원이 연결된 까닭에,이제 모 든 차원은 서로의 모습을 신기루처 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륙들의 중심에는 스텔라아우렘이 존재한다.
‘이 세상 역사상,다시없을 최고의 취임식이 될 거에요.’
누군가가 천영에게 그리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 하는 것처럼.
수많은 인파가 천영을 향해 환호성 을 내질렀다.
마치 이 대륙을 함성 하나만으로
찢어버리겠다는 것처럼.
이 오랜 전쟁을 끝내준 단 하나의 희망.
일곱 개의 차원을 구원의 길로 이 끌어준 모두의 영웅.
서천영은 천천히 걸어 태양빛을 받 아 금색으로 빛나는 마이크를 손으 로 쥐었다.
동시에 모두가 침묵한다.
천영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
“아,아.”
짧게 마이크 테스트를 한 천영은 멈칫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뭐라 말하지?’ 할 말이 없었다.
침묵.
천영이 입을 다물자,그 누구도 입 을 열지 않았다.
‘아,이거 좀 당황스러운데……
진짜로 할 말이 없었다. 딱히 마탑 주를 할 생각도 없었고, 별 긴장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이렇게 많 은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으니 아무리 천영이라지만 조금 식은땀이 흘렀다.
결국.
천영은 시원스레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
“에…… 제가 금색 별 마탑주가 되 는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그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파트라 슈가 굉장히 높은 곳에 위치한 VVIP석에 앉아 천영을 쳐다보고 있 었다.
“감사는 드리겠는데…… 이거 로브 가 몸에 좀 안 맞네요.”
좌우간 천영이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자,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
는 금탑의 직원들은 순간 싸한 느낌 이 들었다.
‘설마.’
‘아니야.’
‘그래도 이런 엄청난 자리에서
‘설마……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그래서 금탑주 안 하렵니다. 금색 별 마탑주 하실 분?”
이윽고 전 차원의 모든 사람들의 의문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예에?!”
일주일이 지났다.
천영은 잔뜩 피곤한 몸을 이끌고 휴게실로 들어갔다. 말이 휴게실이
지,사실상 흡연실이다. 그곳에는 몇 몇 직원들이 앉아 있다가 천영을 보 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아니,그럴 필요는 없고…… 난 이제 마탑주도 아닌데.”
“아,아닙니다! 마탑주가 아니시더 라도 이런 대우를 받기에 충분하십 니다!”
“그러시겠죠……
그에게 딱히 사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정의를 실현하 고자 하는 그런 튼튼한 목표가 있었
던 것도 아니고,모두를 구원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나 의무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천영은 그저 천영이었다.
천영은 그저 천영처럼 움직였고, 또 행동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이러한 결과 를 낳았다.
정말 단순한 계산이다.
랭 스토린은 담배를 태우고 있다가 천영을 보고선 살짝 고개를 꾸벅였 다. 어쩐지 예전과 대우가 달라져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렝 스토린의 옆에는 하성이 앉아서 커
피를 마시며 손을 흔들었다. 이상하 게 둘의 사이가 좋아보여서 의문이 었다.
“랭 스토린. 그러고 보면 예전에 유니콘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하지 않 았어요?”
근데 하성과는 어째서 친한 걸까.
하지만 정작 하성도 몰랐는지 깜짝 놀라며 렘 스토린에게 물었다.
“엉? 아저씨 유니콘이랑 사이 안 좋아?”
“……당연하지. 내 종족이 종족이 니만큼.”
“아,맞다. 일각수(一角獸)였나.”
일각수.
그것이 렝 스토린의 종족이라고 한 다.
“근데 일각수는 유니콘을 뜻하는 다른 단어이지 않아?”
“맞아. 그리고 스토린 아저씨 종족 의 이름이기도 하지. 뭐,옛날에 엄 청 치고 박고 싸웠다나봐. 지금 은…… 모두 사라지고 혼자만 남은 모양이지만.”
그러나 하성은 렝 스토린이 유니콘 과 사이가 좋지 않든 어떻든 상관도 없다는 둣 어깨만 으쑥할 뿐이다.
“그러려니 하지. 저들끼리 사이 안
좋은 걸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잖 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정확히 말해 서 나는 혼자만 남지 않았다.”
렝 스토린은 정말 행복하다는 둣, 누군가를 떠올렸다. 천영은 그가 누 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굳이 듣지 않 아도 알 수 있었다. 백하란의 누나 하연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일각수의 마지막 여인이 내게 와서 정말로 다행이야……
들어보니 백하란의 누나는 넥스트 로 오기 직전 일각수 종족으로 탈태
에 성공했다는 모양이다. 저렇게 되 면 멸종 위기는 모면한 듯싶다.
“담배 좋아요?”
렝 스토린은 곰방대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천영에게 권했 다.
담배를 받아든 천영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선 팔을 등받이 뒤로 걸 었다. 전형적인 아저씨 포즈에 하성 이 눈물을 줄줄 홀렸지만 그는 개의 치 않았다.
“쿨럭, 좋네.”
처음 펴보는 담배였지만 스트레스 를 풀기엔 꽤 좋은 것 같았다.
“그러다 폐 상하면 어떻게 해.”
“누굴 걱정하는 거야.”
천영은 담배 아니,독가스가 가득 한 공간에서도 멀쩡히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 다. 고작 담배가지고 폐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계속 피고 싶지는 않 네.”
아직 인간이던 시절의 버릇을 못 버린 탓일까. 천영은 몸이 상한다는 관념이 있는 담배를 그다지 좋아하 지 않았다. 또한 지구에서 살던 때 에는 담배 값이 워낙 비싸서 감히
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고.
“그나저나. 괜찮겠어?”
하성은 업무에 찌들어서 죽어가는 파트라슈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 레 저었다. 전쟁이 끝난 후 3년 간 서천영에게 일을 인수인계 받긴 했 다. 하지만 그녀는 워낙 정령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여러모로 인 간과 숲의 종족 사이에 가벼운 상식 까지 모조리 습득해야 했다. 그 부 분이 어지간히 힘든 게 아니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힘든데,배우 는 입장은 얼마나 답답할까.
“요샌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 예전
엔 여자 화장실도 못 찾더라고.”
원래 정신체였던 그녀에게도 육체 가 생겼다. 굳이 잘 필요도 없었던 잠을 이제는 필수로 자야만 했다. 또한 음식 역시 필수로 먹어야만 했 으며(그 와중에 맛을 느낄 수 있다 는 사실에 파트라슈는 감격했다.) 화장실도 자주 들락날락 해야 했고 목욕도 반드시 해야 해서 모두 직접 가르쳤다.
“손 많이 가는 귀찮은 자식.”
“그래도 차기 마탑주인데 그럴 소 리는 듣기 곤란하지.”
서천영이 정식으로 마탑주를 한 기
간은 단 하루. 그것도 1분조차 되지 않는다.
아마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금색 별 마탑주이자,가장 짧은 기 간 만에 내려온 마탑주일 것이다.
렝 스토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하연을 만나보겠다며 어디론가 후다닥 가버렸다.
하성은 잠시 침묵하더니 제이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짐 싸들고 튀던데,그 여자. 괜찮 아?”
“튄다니. 단어 선택 하고는. 사퇴한 거지.”
며칠 전 제이나는 천영의 집무실에 찾아와 사퇴서를 던졌다.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만약 레이븐이 그리픈 대륙에 숨어 있다고 해도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그리픈 만큼이나 거대한 나머지 차원을 뒤 져야만 했다.
그래도 그녀는 간다.
레이븐이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 라 굳게 믿으며.
힘든 여행이 될 것이다.
함께 해주는 동료도 없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지표도 없다.
낯선 세상,낯선 문화,낯선 인간 들.
제이나는 그런 세상을 해쳐 나가면 서까지 반드시 레이븐을 찾고 싶어 했다.
그런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
서천영을 제외하고서.
“너도…… 갈 거야?”
천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태 그리픈에 수많은 인연을 맺었 고 이곳에 남은 재산만 해도 어마어 마하다. 그 모든 것이 아깝지 않느 냐고 누가 묻는다면 당연히 너무 아 쉽고 아깝다고 답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하나하나가 소중한 인연이었고,그 들과 함께 있으면 정말로 즐거웠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영에게는 그 모든 것들보다,네 청이 소중했다.
그래서 천영은 떠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