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20화
Epilogue 1 천 년의 약속
역사상 최초로,차원 대회의가 시 작되 었다.
위치는 그리픈의 금색 별 마탑.
주최자 시리온이 중립의 입장에서 사회를 봐주며 각 차원에서 뽑혀 나 온 지도자들이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일 곱 차원이 소통 하나 없이 지낼 수 는 없으니,그것의 첫 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더 이상 차원계를 온전하게 연결해 주던 서천영은 없다.
남은 것은 그저 서천영과 함께하던 정령,시리온 뿐.
그 덕분일까.
대화의 주제는 시리온을 향해 쏘아 졌다.
“차원과 차원 사이의 경계가 너무 허물하다고 생각하오.”
렘티라는 이름을 가진 늙은이가 말
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지만,요점 은 하나였다.
‘이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어떻게 책임지겠소?’
정말 쓸데없는 걱정도 많은 인간들 이다. 시리온은 이래서 인간들이 재 미 있었다.
“왜? 전쟁이라도 날까봐?”
“……그렇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해결 끝. 다음.”
“잠깐,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말이오.”
자꾸 귀찮게 들러붙자 시리온은 귀 를 새끼손가락으로 후비며 아무 말 이나 내뱉었다.
“네가 전쟁이라도 일으키게?”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거 아니면 조용히 하고 있 어.”
정치적으로,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만한 발언 따위 시 리온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곱 차원을 연결해주는 다리는 모 두 시리온이 도맡아서 관리하고 있 었고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닫을 수 있었다.
또한 차원계가 서로 연결된 덕분에 평화와 풍요가 찾아왔고 더욱 진보 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은 시리온의 협박에 반발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또한 주제로 튀어나왔다.
“한 사람이 일곱 차원의 다리를 관 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각 차원의 지도자 들에게 차원의 연결 통로 통제권을 달라는 말이다.
시리온은 주절주절 그럴듯한 논리 로 말을 내뱉는 인간들을 보며 웃음
이 실실 흘러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정말로 재미있는 존재들이 다.
“……해서 연결 다리 통제권의 일 부를 각 차원에서 투표 받은 지도자 들에게 양도해주는 것이 좋겠습니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벌써 저들끼리 누구에게 통제권을 양도할 지까지 정한 모양이다. 어이가 없어 진 시리온은 다리를 꼬고 등을 의자 에 기댄 채 건방지게 말했다.
“싫은데?”
그녀의 말에,일동 침묵하였다.
“내가 개고생해서 얻은 차원 통제 권이야. 이건 내꺼야. 자꾸 뭘 달라 고 그래? 너희 말이야,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다차원의 중심부에 들어가 봤어?”
짜증난다는 둣,시리온이 지도자들 을 쏘아붙였다.
“사방에서 공간이 짓이겨지고 내 영혼을 빨아들이려고 하질 않나…… 백만 년이나 산 드래곤이 나를 시간 의 틈새로 던져버리려고 하질 않나. 그 사이에서 내가 무슨 생각한 줄 알아? 살아나가면 더 착하게 살아야 지! 근데 너넨 내가 착하게 살고 싶 어도 말이야. 자꾸만 그러지 않게
만드네.”
탕탕,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내가 정말 다리만 연결해주고 가 만히 있으니까,우습게 보여?”
시리온은 그리 말했다.
인간들은 망각이라는 축복을 받은 아주 특별한 동물이다. 덕분에,그들 은 은혜까지도 잊어버리고 언제나 제 몫을 챙기려 한다.
시리온은 인간들이 참 좋았으나, 그 점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내가 승천하게 되는 날이 오면. 대륙을 떠나야겠지. 하지 만 지금은 아니야.’
서천영은 시리온에게 ‘네청 차원 계’를 부탁하고 떠나갔다.
시리온은 천영과의 약속을 승천하 기 직전까지 지킬 생각이었다.
그 기한은 천 년.
차원 간의 교류가 원활히 활성화되 기 전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서,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 혹은 다른 어떤 종족이 절대 로 일곱 차원의 연결 다리를 건들 수 있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근데 만약 내가 떠나갈 때가 되 면…….,
서천영이라도 찾으러 가볼까나. 시리온은 그리 생각하며 웃었다.
Epilogue2 행운의 편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기는 조금 춥네요.
어제는 실수로 발을 헛디뎌서 그만 불타는 협곡으로 떨어져버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불길은 온데간데없 고 사방이 얼어있어요.
조금 재미있어요.
혼자서 하는 여행은 처음 가보거든 요.
근데 그것도 너무 오래 걸리니까 조금은 힘드네요.
사실…… 이런 걸 두고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변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 고,아름다운 거리에서 예쁜 사진도 찍고…….
저는 여행을 떠나온 뒤부터 지금까
지 제가 무엇을 봤는지 어디에 갔었 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아요.
보고 싶은 것,기억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밖에 없거든요.
레이븐 생텀.
어디에 계시나요.
당신이 제 편지를 받을 확률은 굉 장히 희박하겠죠.
아마 제로에 수렴할지도 몰라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당신이 말하겠 죠. 마법학적으로 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드시 가능성은 있을 거 라고.
저는 아직 믿고 있어요.
솔직히 조금은 지쳤어요.
너무 오래 걸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기는 어딜까요?
낯설어요.
그리고 무섭기도 해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 길을 따라서 쭉 걷다보면,언젠가 당신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제게 힘을 주고 있어요.
레이븐.
만약 제 편지를 보신다면…….
지토리스 대륙의 남동쪽 구석에 위 치한 ‘우리무카 산림지대’에는 나무 꾼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작은 마을 이 하나 있었다.
물론 말이 나무꾼들의 마을이지 이 곳에는 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귀농 생활을 즐기는 곳이다.
마음의 상처.
여러 가지의 이유로 몸과 마음에 크나큰 흉터를 남긴 이들. 더 이상
인간들이 두렵고 괴로워 바깥으로 나가지 못해 숨어사는 이들이 숨어 사는 마을.
레이븐 생텀은 나무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쓸데없이 따사로워서 기분 이 나쁘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새하얀 가운의 여인,밀렌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 다.
“레이븐 씨,제가 드린 ‘어스름,새 벽을 찾아오는 당신께’를 읽으셨나
요?”
“아뇨.”
“사회 적응을 위한 권장 도서 열권 을 집으로 보냈을 텐데요. 그것들은 어쨌죠?”
“라면 받침대로 쓰고 있긴 하네
요.”
“설마요.”
“아,생각해보니 하나는 책상 아래 에 깔아뒀어요. 좀 그렇잖아요. 책상 다리 하나가 삐걱거리거든요.”
레이븐이 양손을 펼쳐서 책상의 불 균형을 표현하자 밀렌은 펜을 들어 종이에 뭔가를 적어 내렸다.
“전문 용어라는 건 정말 쓸데없네 요. 제가 거기에 적혀있는 문장을
더 짧고 정확하게 요약해서 맞춰볼 까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 안증세에 시달리고 있음.’ 어때요. 정확하죠?”
“그리고 저는 당신에 대해 ‘사회 부적응자’라고 적는 것보단 ‘인간관 계가 원만하며 완벽하게 적응하였 음’이라고 적는 것을 더 좋아하죠.”
외상 후 스트레스.
레이븐에게서는 이 나무꾼들의 마 을에 찾아오는 이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무언가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여인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정신과 치료의였다.
비록 그녀가 이곳에서 특별히 누군 가를 완치했다거나 도움이 되었는지 는 잘 모른다.
하지만 레이븐은 이 여자가 그저 순수하게 상처 입은 아기새들을 돕 기 위해 이 후줄근한 마을에 남아있 다는 점이 퍽 마음에 들었다.
“하아…… 사실 제대로 된 약을 처 방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네요.”
밀렌이 그런 한풀이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레이븐은 조금 흥미를 가졌다.
“어째서죠?”
“까놓고 말해서,이런 마을. 아무도
관심 안 주거든요. 저보고 자꾸 이 곳에 가지 말라고 태클이 들어오기 도 하고……
“태클?”
“예,정신과 의사는 희귀하니까요. 지구에만 있던 학문이라……
그러고 보면,정신과 의사는 ‘마인 드 클리닝 협회’라는 그룹에 묶여서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워낙 희귀하 고 비싼 학문이라 이것을 배우는 대 신 족쇄가 채워지는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원하는 대로 봉사활동을 하 는 것조차 방해를 받고 있었다.
“귀찮게 하면 그냥 도망치면 되지,
뭘 그럽니까?”
“하하. 그게 쉽지가 않죠. 그거 알 아요? 마인드 클리닝 협회장은 정신 과 의사이면서 무려 4서클의 마법사 에요.”
“오호라.”
마법이라는 학문이 아예 없던 이 대륙에서 벌써 4서클의 마법사가 나 올 줄이야.
“상당한 재능이네요.”
“그렇죠. 여기저기에서 그에게 손 을 뻗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 남자가 수틀려서 저를 그냥 내치기 라도 하면. 어우,전 어디에도 못가
고 그대로 비명횡사할 걸요.”
정신의학을 배운 그녀가 소속될 만 한 곳은 지극히 한정되어있다. 그렇 기 때문에 이 좁은 구석에서 살아남 을 궁리를 해도 모자랄 판에,남들 돕느라 괜히 눈도장 찍히고 있는 꼴 이라니.
“재미있네요.”
“저는 죽겠거든요.”
종이에 뭔가를 끄적끄적 써내려가 는 밀렌을 말없이 쳐다보던 레이븐 은 문 쪽으로 시선을 뒀다.
그리고 10초 뒤,거대한 도끼를 든 여인이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왔
다.
“아앗,헌트리스 씨! 아직 상담 중 이란 말이에요!”
“엉? 미안하게 됐수. 자,까마귀 양반. 여기 편지나 받으쇼.”
“편지?”
“그래,대륙 여기저기에 굴러다니 는 행운의 편지라는 모양이라더군. 도시의 상인놈들이 이걸 비싸게 팔 아치우려고 하기에……
“모조리 쥐어 패고 렛어왔다는 말 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헌트리스 씨!”
밀렌이 벌떡 일어나자 헌트리스가
당황했다.
“아,아니. 그런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도끼의 위력을 보여줬더 니.”
“그러면 안 돼요! 여긴 전쟁터가 아니라구요.”
헌트리스와 밀렌이 티격태격 대기 시작하자 레이븐은 말없이 ‘행운의 편지’를 펼쳤다.
그의 눈동자가 아주 빠르게,새하 얀 종이 안에 담겨있는 글자를 쏙쏙 흡수해간다.
“하하.”
그리고 그는 웃었다.
갑작스레 레이븐이 웃음을 터뜨리 자 티격태격하던 헌트리스와 밀렌이 행동을 멈추었다.
“우,웃었어……?”
웃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레이븐 생텀이.
단 한 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그 싸늘한 날카로움에 밀 텐조차 두려울 정도로 무서워했던 레이븐이.
고작 편지 한 통을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네요, 이 편지.”
헌트리스를 향해 편지를 흔들며 레 이븐이 그리 말하자 그녀는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약간 당황한 듯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가져왔을 텐데.”
그리 말하며 헌트리스가 나가버리 자 레이븐도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 다.
“잠깐만요. 아직 상담이 끝나지 않 았는데……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 했죠?”
“네? 누구요?”
“마인드 클리링 협회인지 뭔지 하 는 이상한 그룹의 대가리요.”
“클리닉이거든요. 이름은 ‘소 푸엔 소’에요. 그건 왜요?”
그녀의 말에 레이븐은 옷장을 열어 다 낡아빠진 옷 하나를 꺼냈다. 그 것을 알아본 밀렌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건…… 로브?”
마법사들의 전유물.
일반인들은 절대로 쉽게 접할 수 없는 ‘마법’이라는 학문을 배운 자 들만이 입을 수 있는 의상.
레이븐은 자신의 금색 로브를 탁탁 털어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거 다 낡아빠져서는 원.”
원래는 항상 ‘그녀’가 레이븐의 생 필품을 관리했었다. 대충 던져놓은 로브는 그녀가 깔끔하게 세탁해놓았 고 어지럽혀놓은 방은 그녀가 청소 해놓았다. 가끔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면 언제가 그녀가 준비 해주었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그 상실감이 크게 와닿 는다.
“준비하세요.”
“뭐,뭘요?”
밀렌의 물음에,레이븐은 상쾌하게 웃으며 답했다.
“이 옷 세탁 부탁하러 가야죠.”
“예에?”
레이븐은 금색의 별이 수놓인 로브 를 펄럭,몸에 걸쳤다. 오랜만에 입 는데도 불구하고 몸에 딱 들어맞았 다. 참으로 안정적인 착용감.
“소 푸엔소라는 양반,4서클의 마 법사라서 입김이 강하다고 했나요?”
“네, 그랬죠‘
“저런,그런 놈의 입김이 강한 수 준이면 내 입김은 태풍이겠네.”
“그게 무슨.?”
“가보면 압니다.”
그는 정보기관의 꼭대기에서 일해 본 적이 있었기에 아주 중요한 사실 을 하나 알고 있었다.
뭐든 정보를 얻고 싶다면 대가리를 먹어라.
그럼 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아…… 근데 난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는데.”
그런 고민이 들었고,슬쩍 밀렌을
쳐다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밀렌 은 지금 레이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심성도 곧고…… 능력도 괜찮으 니,대충 원래 있던 대가리 치운 다 음 자리에 올려놓고 부려먹으면 되 겠군.’
정말 완벽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갑시다.”
그렇게,레이븐 생텀은 낡은 나무 문을 열고 나섰다.
‘조금만 기다려,내가 찾아갈게.’
Epilogue3 여명을 찾아 떠나는 여 행
그리픈이나 지구나 별 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지구 사람들은 그리픈에서 살다가 돌아온 ‘넥스터’들의 이야기 를 듣고선 그곳에 대해 낭만을 품고 는 했다.
사실 백화연은 그리픈보다 지구 쪽
에 더 큰 낭만을 품고 있었다.
도시 생활.
아침에는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점 심에는 직원 식당에 들러 동료들과 식사를 나눈 뒤 저녁에는 피곤한 몸 을 이끌고 퇴근하여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컴퓨터를 켠다.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 삶 자체가 백화연에게 있어서 큰 꿈이 자 낭만이었다.
“너도 참 이상한 여자야.”
썬글라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하성 이 그리 말했다. 백화연의 사비로 구입한 스포츠카의 조수석에 앉은
채 하성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여 자들을 탐색한다. 그러한 모습은 거 의 일상이나 다름없어,백화연은 딱 히 뭐라고 하지 않았다.
“네 직장 상사,그냥 짐승 새끼더 만. 확 담가버려.”
“……평범한 회사원이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에헤이,어디 네가 평범한 회사원 이야?”
그리픈에서 지구로 돌아가길 택한 넥스터들은 더 이상 자신의 힘을 사 용하길 꺼렸고,그들은 능력을 숨긴 채 사회에 녹아들었다.
그들은 그리웠던 것이다.
평범했던 지구에서의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울고 웃으며 행복했던 그 시절이.
초인적인 힘으로 괴수를 상대하는 것에 지친 그들은 그저 평범한 톱니 바퀴가 되어 맞물리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치유를 얻었고 백화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너도 굉장한 동안이다. 그 날로부터 10년이나 지났는데, 어 째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이제는 인간이 아니니까.”
백화연도 일종의 ‘탈태’를 거친 몸 이었다. 인간과는 아주 살짝,조금은 많이 다를 수도 있는 신체.
그녀는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다.
“그래서.”
하성은 커피를 쪽쪽 빨아 마시며 운을 띄웠다.
“지금 네 삶,만족해?”
서천영이 돌려준 지구에서의 삶.
그리픈과 지구가 연결되는 순간 그 녀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지구로 돌아갔고.
많은 이들이 기적적인 가족들과의 기적적인 재회를 하였다.
백화연을 제외하고서.
그녀가 돌아왔을 때,더 이상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씁쓸히 웃으며 백화연은 한숨을 내 쉬었다.
“글쎄. 솔직히 어떤 삶이 더 행복 했는지,잘 모르겠어.”
그리픈으로 가기 전의 삶이 더 나 았을까? 그리픈에서의 삶이 더 나았 을까? 그리픈에서 돌아온 이후의 삶
이 나을까?
모르겠다.
“너는 너무 인생이 건조해. 한 번 뿐인 생인데 좀 즐기라구.”
“……잘 모르겠어.”
서천영이 떠나간 뒤 10년이나 홀 렸다.
그 뒤로 어째서인지,삶 자체가 무 미 건조해졌다.
하성은 그런 백화연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백화연만 저런 상 태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색 별 마탑의 많은 이들이 서천
영을 그리워했고,가끔은 그의 이야 기를 하며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
“그럼 찾으러 갈래?”
하성이 그리 말하자 백화연이 그와 눈을 마주했다.
“하지만……
“알아. 한 번 떠나면,다신 돌아올 수 없겠지. 서천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고.”
백화연이 가지고 있는 ‘차원 여행 자의 길잡이’를 이용한다면 현재 서 천영이 머물고 있는 세계로 단 한 번이지만 이동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곳에서 길을 잃어 헤매이는 동안 서천영이 훌쩍 다른 차원으로 떠나 버리고,영영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야할 수도 있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보고 싶잖 아?”
하성은 다시 물었다.
“지금 네 삶,만족해?”
같은 질문이다.
백화연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짧은 고민. “하아……
이윽고 고개를 들어 올린 백화연이 스포츠카에 시동을 걸었다. 월급쟁 이에겐 맞지 않는 비싼 엔진 소리였 다.
“만족할 리가 없잖아,이런 인생.”
“하하하.”
부릉!
경쾌하게 스포츠카가 출발하자,하 성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그에 백화연이 입술을 뿌득 씹었 다.
“……짜증나는 부장 면상에 주먹 한 대만 꽂고 사퇴하게.”
“으하하하! 네 성격 진짜 시원해졌 어! 아주 마음에 들어!”
서천영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여 명이다.
현재 백화연의 삶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10년이 지나도록 빛은 밝아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여명을 찾아가는 것.
“가자.”
그리하여.
여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되 었다.
후기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쟁이 은밀히입니다.
생에 처음으로 소설 완결을 다 내
보네요. 짧은 단편소설을 취미로 써 오긴 했지만 이렇게 200화를 넘겨 가며 길게 소설을 써본 건 처음이라 뭔가 신기하고...느낌도 이상하고.
서천영의 이야기는 220화를 마지 막으로 끝났습니다.
물론,서천영에게 있어서 여행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겠죠.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네청을 찾 으러 돌아다니고 있겠네요.
그래도 제가 적을 수 있는 서천영 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마지막입니 다.
거의 7개월을 서천영과 함께했는데
보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섭섭하기 도 하고 상쾌하기도 합니다.
문피아에 가입한 게 작년 10월입 니다.
우연히 조아라에서 좋아하던 소설 을 보고 그 작가를 따라 문피아에 들어왔다가,유료 소설을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즉시 지갑을 열었습니 다.
학교 다니느라 밥값도 부족한 형편 에 꼬박꼬박 그 작가의 두 작품을 전편구매해서 읽었고...너무 깊은 감 명을 받아서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한 달 뒤인 11월부터 이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욕도 많이 먹고 전개가 느리다는 지적도 받고 여러모로 날카로운 문 피아의 덧글에 아프기도 아팠지만 그래도 그런 댓글이 있어서 다행이 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레벨1부터 성 장하는 과정을 다뤘지만 서천영이 성장하면서 그 캐릭터를 만드는 저 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더라구요. 이 소설을 완결내고 나니,뭔가 저 도 레벨업을 한 것만 같습니다.
댓글 하니까 생각난건데,문피아 뿐만이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의 댓글도 자주 확인하고 있습니다.
왜 답글을 달아주지 않느냐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가끔 답글을 달긴 답 니다. 근데 아이디가 달라서 아마 제가 답글 단건지 모르실겁니다.
부족한 제 소설 좋아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만약 기회가 된 다면 언젠가 네청을 찾아 떠난 서천 영의 이야기나 제이나와 레이븐의 재회 등을 써보고 싶네요. 그걸 연 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문피아에서 레벨1 드래곤을 연재하 기 시작한 뒤 일주일 차부터 제가 완결을 낼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
이 후원금으로 제게 힘을 주셨던 keabe3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뿐만이 아니라 제게 후원금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게 모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정신적으 로... 정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지금까지 함께 해주셨던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