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화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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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머엉…….

"으허…허허허…흐허허허허……."

손진우는 자신의 방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실성한것 마냥 웃음기가 없는 헛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젠장, 씨발, 퍽킹, 썬오브비치, 칙쇼, 왕빠단, 니취팔러마, 쑤카……."

미국에서부터 일본, 중국, 러시아어가 섞인 다국적 욕설을(뭔가 아닌게 하나 숨어있지만) 퍼부은 그의 눈빛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반질반질 광이 나는 최신형 캡슐형 가상현실 기기에 도달하고 있었다.

예전의 그가 사용하던 기기는 상당히 시간이 지난 구형품인데다 손때가 많이 묻고 더러운 곳이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지금의 기기는 감도를 더더욱 현실감있게 맞춰주고 반응속도, 세세한 그래픽 등등을 상향시킨 개당 수천만원짜리 최신형 고급품.

며칠전까지는 광고가 뜰때마다 사고싶다고 생각하던 물욕템이였지만 현재의 손진우에겐 오갈대 없는 분노의 표출구밖에 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이제와서 이딴게 무슨 소용이냐고! 내가 지금까지 플레이해온 데이터가 모조리 날아갔는데에에에!!"

그는 '루나틱 돈 - 어둠의 장' 이라는 언더 드림 사의 게임을 즐기다가 갑작스런 버그로 기기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버렸고, 기계까지 망가지는 불상사를 겪게 된 것이다.

언더 드림에서는 손진우의 신고로 기술자를 파견하여 무엇이 문제인지, 자작극 유무까지 꼼꼼하게 확인하였다.

확인 결과, 외부로의 파손은 지극히 미미하고 개폐 흔적도 전무, 블랙 박스화한 데이터 저장공간이 내부적으로 완전히 망가져있는 상황.

언더 드림에서는 루나틱 돈에서 회사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보상을 해주었다.

캡슐형 최신 기기, 그가 지금까지 구입해왔던 모든 게임들은 물론, 이번에 나온 신작 게임의 VIP 프리미엄 패키지 판까지 보상해주었으나 그가 평생을 모아온 데이터들과, 거기에 들어간 자신의 추억(주로 능욕이 대부분이다만)이 날아갔다는데 모든 의욕을 잃고 있었다.

"아으라하앟ㄴ머어하ㅣㅁㄴ어히ㅏㅁㄴ아함ㄴㄴㅇ 으헤헤헤……."

아니, 정정한다. 확실하게 미쳐가고 있다.

예상외의 사고로 10년에 가까운, 자신이 플레이 해온 모든 기록들과 루나틱 돈에서 자신이 노리던 여캐를 간만 보고 먹어치우지 못하였다는데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멍한 표정으로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이렇게 있어서 뭐하겠냐……. 어차피 이젠 하지도 않는 옛날 게임들 뿐인데 뭐……."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한 손진우는 언더 드림에서 보상으로 내놓은 새로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의자에 앉으며 발가락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지루한 재부팅 시간이 지나고 윈도우 화면이 등장하자 인터넷 창에서 이번에 나온 신작 게임의 이름을 검색하였다.

-리미트 브레이커-

"…얘네들은 게임 하난 기똥차게 만드는데 네이밍 센스가 차암~ 거시기 해."

뭔가 B급 액션 영화나 게임같은 이름을 애써 무시하고 언더 드림에서 제공하는 게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마우스를 깔딱거렸다.

사이트가 뜨자마자 동영상이 재생되었고, 그 곳에서는…….

따깍- 따깍-

"아아~ 정지 정지. 괜한 기대감 품게 만들지 말라고."

제작사의 정성이 들어간 오프닝 동영상을 한번도 보지 않은 주제에 1초의 고민없이 스킵한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갔다.

"흐음…세계관은 근미래적 지구…국가는 현실과 동일하고, 이능력 배틀물이라…염동력자라던가 순간이동 능력자같은 건가?"

이따금씩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들이나 이능력자들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영화나 만화책을 감상했었던 그는 뭔가 흥미로운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픽 식어버렸다.

"아아~ 그럼 뭐해~ 난 이제 평범한 인여캐(인간여자캐릭터)론 만족할 수 없는 몸뚱아리라고."

루나틱 돈에서 여성형 몬스터들이 가져다 주었던, 인간 여자로선 맛보여줄 수 없는 쾌락을 즐겼던 손진우는 남들이 들으면 경찰서에 신고할법한 대사를 아무렇게나 중얼거렸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루나틱 돈은 세계관이 완전 랜덤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과거 자신이 즐겼던 세계와 똑같은 설정을 맞추고 게임을 시작해도 완전히 다른 지형, 다른 세력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루나틱 돈은 거의 반 포기 상태였다.

"그래도 언더 드림의 작품이니까 최소 평타 이상은 치겠지. 이번엔 먼치킨으로 즐겨볼까나."

지금까지 그는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면서 스스로 만족감과 기대감을 높이는 플레이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먼치킨으로서 무엇이든지 자신이 원하는대로 상황을 조율해 나가는 통쾌함을 위주로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허탈감과 무력감을 털어낼 예정이였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직접 세세한 설정을 알아내는 성향의 그는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습득하고 캡슐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푸쉬이익--

스위치를 누르자 인체가 편안하게 기대듯이 누울 수 있도록 과학 설계된 내부의 모습에 왠지 모를 기대감을 느낀 그는 조심스래 몸을 눕히자, 마치 침대에 누운듯한…아니, 그보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요거 좋네……. 그냥 잠도 여기서 잘…ㄲ……."

온 몸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에 노골노골한 표정을 지어보인 손진우는 잠깐 멍 때리는 사이에 졸음이 쏟아지려 하자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워워! 좆될뻔 했으요! 순식간에 꿀잠 잘뻔했네!"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지는 편안감에 놀란 그는 정신을 차리고 집중하며 게임을 실행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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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실행과 동시에 약간의 어지러움증이 느껴지면서 눈앞이 순식간에 바뀌어나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칠흑같은 우주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고, 아래쪽에는 지구가 약간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풍경.

처음 가상현실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이였다면 당황하면서 오도방정을 떨었겠지만, 숙련된 플레이어인 손진우에겐 평범한 시작 화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이윽고, 그의 귓가에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울려퍼졌다.

-리미트 브레이크의 세계로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VIP 고객님을 위한 여러가지 추가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모두 활성화 하시겠습니까?-

"뭐가 있는지 몰라도 최소한 해가 될 일은 없겠지. 활성화 해."

일단 VIP 프리미엄 패키지의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던 그는 이러한 상황을 여러번 겪어왔던지라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모든 추가 요소를 활성화 하였다.

'뭐, 그래봤자 한정판 비스무리한 거겠지.'

한정판이나 프리미엄 패키지는 쉽게 말해서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려면 돈 더 내라' 라는 뜻과 동일하다.

예를 들어 평범하게 구할 수 없는 추가 아이템, 능력치, 요소등을 넣어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원하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빠르게 충족시켜주는 것, 즉, 현질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우리라.

루나틱 돈에서는 이리저리 구르고 굴러가며 힘겹게 강해져 나갔지만, 그 고난이 한순간에 도로묵이 되어버렸으니 이번에는 철저하게 먼치킨으로 플레이하기로 결정한 그는 모든 추가 요소를 활성화시키는게 꺼리낄게 없었다.

-VIP 프리미엄 패키지의 모든 추가 요소들을 활성화하였습니다. 캐릭터 생성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목소리와 함께 지구의 모습이 지도 형식으로 형태가 바뀌면서 확대되었다.

-국적을 선택해주십시오. 일부 국가는 선악의 관계없이 다른 국가와 적대 관계가 될 수 있으니 유의바랍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즐겨보고 싶지만 힘만 있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지. 일단 익숙한 고향땅이 최고 아니겠어?"

목소리가 뭐라 하든말든 국적을 선택하라는 말과 동시에 한국을 찾아 손가락을 찍자, 안내 목소리는 곧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한국을 선택하셨습니다. 자신의 성과 이름을 순차적으로 말해주십시오.-

"손. 진우."

일반적으로 게임에 실명을 쓰는건 낯간지러운 일이기에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가명을 사용하지만, 강한 대리만족감을 원하거나 워낙 가상현실게임에 익숙해서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들에겐 실명을 사용하는건 상관없는 일.

게다가 어차피 온라인 게임도 아니잖은가?

-VIP 프리미엄 패키지의 추가 요소로 플레이어의 과거를 정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과거에 따라 능력치가 추가 됩니다.-

안내 목소리와 동시에 그의 눈 앞에 여러가지 수십개의 문장들이 주르륵 떠올랐고, 그중 하나를 눈으로 읽었다.

'전직 특수부대원 : 당신은 특수부대원으로서 활동하던중,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는 과정에서 초능력을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부상을 핑계로 제대를 하게 된 당신은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너스 능력치 : 전투 기술 +3, 강인함 +2, 보너스 포인트 +2.'

"헤에, 추가 능력치를 주는 형식이구나. 여기서 내가 원하는 과거를 선택하면 된다 이 말이지?"

손가락으로 문장들이 떠오른 화면에 뜬 여러가지 과거를 보기 쉽게 눈 앞으로 드래그하며 하나씩 읽어나가기 시작한 손진우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두 가지 과거를 뽑아냈다.

-탈출한 실험체 : 당신은 어떤 악의 조직에서 연구중이던 생체 병기였습니다. 하루하루를 고통스러운 나날로 보내던 중, 정의의 영웅들에 의해 기지는 공격받게 되고, 그 충격으로 당신을 가두고 있던 감옥이 열리면서 가까스로 탈출한 당신은 처음으로 세상이란 것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신체 강화 +2, 재생능력+3 보너스 포인트 +2-

-전직 악의 조직원 : 당신은 한 때,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악의 조직원이였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영웅들의 기습 공격으로 대부분의 간부들이 죽거나 체포되면서 조직은 와해되어 버렸고, 당신은 가까스로 탈출하여 신분을 세탁하였습니다. 전투 기술 +1, 강인함 +1, 무기 숙련 +1, 파워 슈츠 +2, 보너스 포인트 +2-

============================ 작품 후기 ============================

안녕하십니까, 저에 대해 아시는분도 계실테고, 모르는 분도 계실겁니다.

자기 소개를 하자면, 옛날에 무쌍연희 - 맹장전 과 루나틱 돈 - 어둠의 장을 연재했었던 2류 야설 작가입니다만, 아청법에 의해 표현 수위가 강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삭제를 했어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때려치울까 싶었지만, 글을 쓰는게 재밌고 좋다보니 어쩔 수 없이 돌아오게 되더군요.

아청법 표현 규제 때문에 보x, 자x 같은 표현을 못쓰고 주인공이 미약같은 약품류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주인공 외의 악당은 사용 가능하다는건 함정 -_-ㅋ

전작들에 비하면 상당히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이상하게 제 글을 보신 분들은 하나같이 '작가는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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