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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딸각- 딸각-
후루룩--
입에 면발을 빨아들이며 마우스 클릭질을 하던 진우는 한 손으로 컵라면 용기를 잡고 국물을 마시면서 눈을 모니터에 고정시켜두었다.
솔직히 말해서 만복도는 그다지 내려가 있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모르게 PC방만 오면 컵라면이 땡겼기에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뜨거운 물이 부어진 상태였다.
'생각보다 정보가 많이 들어가있어. 플레이어가 정보를 취하는 방법중 하나로서 정답이라는 뜻이군.'
일단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선의 조직들과 악의 조직들 대다수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아지고(검색어 : 세계의 조직들) 게임 내의 세계관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었다.
일반적인 검색 사이트에서는 블로그라던가 카페, 웹페이지까지 해서 수십개가 주르륵 뜨지만, 게임속의 인터넷은 원하고자 하는 정보가 적혀진 웹사이트 하나만 떡하니 있기에 정보를 찾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선과 악의 조직을 모두 확인하는것 자체만으로도 언제 끝이 날지 모를정도로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은 뒤로 미룬 그는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를 읊어내렸다.
"유물…이라……."
이 세계에는 유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유물의 힘은 모두 다양각색으로, 마법같은 효과를 주기도하고, 소유자에게 이능력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유물은 대부분 최소 수백년전의 물건들로, 전설을 간직하고 있거나 유명한 유물일수록 등급과 효과가 크다고 한다.
다음은 아이템 등급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일반 아이템 등급과 유물 아이템 등급의 명칭이 나왔다.
유물이 아닌 현대식 아이템들은 노멀 - 슈페리어 - 하이엔드 - 엘리트 - 마에스트로 등급으로 나뉘고, 유물은 9급 - 8급 - 7급- …… - 1급으로 으로 세계적인 규격이 정해져있다는 정보를 확인한 진우는 모두 먹어치운 컵라면 용기를 한쪽 구석에 밀어넣으며 '용병'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였다.
'내가 악의 조직 희망자지만 초장부터 악의 조직에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그만큼 억제되버리지. 자유도 문제지만, 어떤 악의 조직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일자무식 상황이니 일단은 내 마음에 드는 악의 조직을 찾는것도 중요하단 말씀이야.'
용병이라는 검색어로 인해 나온 단어는 '머셔너리'.
-머셔너리 : 전 세계에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용병 집단. 원래는 용병단이였지만, 여러가지 운이 받쳐주면서 전 세계에 커넥션을 가지고 용병들에게 의뢰를 소개하고, 의뢰 소개금을 받는 형식의 거대 회사로 확장. 머셔너리 지부가 없는 곳은 전기같은게 없는 엄청난 오지이거나 치안이 완벽해 사업이 되지 않는곳 뿐이다. 돈만 주면 대부분의 일은 맡아주지만, 테러라던가 직접적인 범죄에 가담시키는 의뢰는 거부하고 있다.-
'흐음……. 판타지 소설에 있는 용병 길드랑 비슷하구나.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선과 악의 조직이 싸우는데 용병같은게 끼어들만한 일이 있나?'
뭔가 세계관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진우는 연관 검색어를 통해 여러가지를 검색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눈에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게임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괴수 : 갑자기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물들이 힘의 부작용을 이겨내지 못하고 괴물처럼 변질된 생물체. 도심속에 살고있는 길고양이나 산에서 사는 들짐승이 갑자기 괴수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머셔너리의 용병을 고용하여 부족분을 충당한다. 이따금씩 구미호나 빅풋 같은 전설의 괴수들도 등장한다.-
'호오, 몬스터같은 역활이라 이거군? 이거 때문에 용병이 필요한 거였어. 어디, 괴수의 강함은 대충 어느정도이려나?'
괴수의 등급이라는 검색어를 쓰고 엔터를 누르자, 괴수의 등급과 함께 연관 검색어로 히어로 등급제도와 빌런 등급제도가 있었기에 기왕 알아내는김에 모두 확인하기로 결정하였다.
-괴수의 등급 : 맹수 - 요귀 - 요마 - 아수라 - 재해
-히어로의 등급 : F - E - D - C - B - A - S - SS - SSS
-빌런의 등급 : 폰 - 나이트 - 남작 - 자작 - 백작 - 후작 - 공작 - 킹 - 엠페러
자세한 강함은 없고 괴수와 히어로, 빌런의 등급 제도만 확인이 가능하다. 역시 각 등급의 강함은 직접 마주쳐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마지막으로 머셔너리 서울 지부와 가입 조건에 대해 검색하였다.
'흐음…머셔너리 서울 지부는 서울역에서 20분 거리에 있구…뭐?! 가입 조건이…가입비 1000만원!?'
생각보다 쉽게 용병이 될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가입 조건이 가입비 1000만원이라는데 깜짝 놀란 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였다.
하지만, 그 가입비에는 무기 소지증도 지참되어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밑에 경고문으로 비임무적인 용도로 무기를 사용하면 징역 20년형에 머셔너리 길드와 국가 소속 이능력자들이 직접 출동하여 단죄하러 온다고 하니 미치지 않은 이상 무기를 사용할리 없겠지만.
"옘병할…이 짓을 한달 넘게 해야 한다고?"
이능력을 얻었는데 알바 따위나 하면서 푼돈을 모을 순 없다.
그렇다면 이런식으로 불량배들을 상대로 삥을 뜯어야 한다는건데…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며칠 지나면 그 근처 불량배의 싹을 찾아볼 수도 없으리라.
아무래도 플레이어들을 꽤나 고생 시키려고 만든 모양인데, 아쉽게도 가상 현실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 플레이어에겐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다양한 방법이 튀어나온다.
'역시, 당초 계획대로 은행 강도로 가는게 좋겠어.'
그의 최초 계획은 이러했다. 돈을 어느정도 번 후, 폭력 조직으로부터 총기류를 구입하여 그것을 개조하여 성능을 극대화시키고 은행 강도짓을 통해 파워 슈츠를 만들 수 있는 재료비를 모으는것.
혹시나 몰라 '한국 총기허가' 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텔레포트나 여러가지 초능력들로 인해 밀수 루트가 다양화되어 한국에 있는 악의 조직들은 전원 중무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총기가 밀수된다면 폭력 조직또한 어느정도 밀수 총기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정보를 얻을수록 은행 강도로 크게 한탕하는게 낫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통장도 하나 새로 만들어야겠는걸. 쯧, 쓰잘대기 없이 현실감 넘치게 만들어서 돈을 보관하려면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니……. 그냥 돈만 인벤토리 형식으로 만들어서 쉽게 보관하면 어디가 덧나나?'
현재 그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세가지다. 돈, 주거지, 돈을 보관할 통장.
돈이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인벤토리창이 사라졌으니 돈을 보관할 통장은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되었다. 주거지가 필요한 이유는 언제까지 바깥에서 이렇게 PC방이나 찜질방에서 지낼 순 없는 노릇이잖은가?
주거지도 일반적인 주택이 아니라 작업실을 만들거나 겸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 있는게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삥을 뜯어서 조폭들로부터 총기류를 구한다는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것 같아. 총기류 밀수입이 가능해진 한국이니 그만큼 경비라던가 특공대의 무장도 화려해졌을테니 권총같은걸로 턱도 없을테고.'
일단 목표를 잡긴 잡았지만, 삥을 뜯어서 총기류를 구입한다는 방식은 너무 오래 걸리고 불안정하다.
시간이 걸려 돈을 모았지만, 무기가 엄청 비싸거나 저쪽에서 사기를 치면 원치 않는 해프닝이나 오랜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은행 강도짓을 위한 무기를 구하는 시간을 어떻게 줄일 수 없을까?'
그 때, 불현듯이 그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또다시 키보드로 손을 옮긴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한국 총기 보관' 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였다.
-이능력자들에 의해 밀수입 루트가 개방되면서 범죄 조직의 무장이 강화되자, 한국 정부는 머셔너리나 이능력자들의 총기 소지를 허가하였지만, 기본적으로 총기 소지가 불법이였던 나라인만큼 불안감 조성을 막기 위해 붕대라던가 보관함으로 총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총기 소지 허가증을 받아도 총기류를 아무 이유없이 민간인에게 노출한다면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거다!'
아무리 신체 강화자 이능력자라 해도 총탄을 맨 몸으로 막아내고 쇳덩어리를 구겨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은 이상, 무기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즉, 대부분의 용병들은 총기류를 보유하고 있을 테니 그것을 빼앗으면 된다!
이렇게 된다면 돈을 모아야 하는 수고도, 조폭들로부터 총기류를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지게 되니 반복 노가다를 싫어하는 그에게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쉽지만은 아닌 일이지만, 신체 강화 등급이 최고치인 진우의 신체는 날수만 없을 뿐이지 슈퍼맨과 비등한 수준이다. 슈퍼맨이 마음먹고 강도짓을 한다면? 이미 얘기는 나와있다.
'좋아. 일단은 내 신체의 힘이 어느정도까지인지 확인한다. 그 후에 머셔너리 서울 지부 근처에서 먹잇감을 발견해서 중간에 납치하거나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가는 때를 노린다.'
깡패들을 상대로 몸풀이는 했지만, 그정도론 아직 자신의 신체적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감이 안잡히기에 신체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는 한편, 머셔너리 소속 용병 중 하나를 습격하여 무기를 강탈, 그 무기로 은행 강도짓을 하겠다는 계획을 새운 그는 여러가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궁금했던 세계관 설정이라던가 전 세계의 강자들을 조사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