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화 (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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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이능력자는 국가에 소속되면 높은 연봉과 대우를 받으며, 이능력의 힘이 강할수록 그 정도가 더욱 커진다.

특히, A랭크 이능력자만 되어도 자잘한 임무 따위는 원하는때 받을 수 있다는 특권이 있다. 물론, S랭크가 출동해야 하는 임무에는 군말없이 나가야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불규칙적인 용병 생활을 선호하는 이능력자들도 적지 않은데, 자신의 힘을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원하는때 휴식을 만끽하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수많은 이능력자들이 머셔너리의 길을 걷고 있었다.

현재 시각 21:41. 머셔너리 서울 지부.

웅성 웅성-

서울 지부뿐만 아니라 모든 머셔너리 지부는 한마디로 은행과 시장바닥이 결합하였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인 건물 구조는 은행 형식으로, 의뢰를 마친 용병들이 번호표를 뽑아 순서적으로 대기하다가 보상금을 받는 한편, 머셔너리의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서울시 전체의 사건 정보를 파악하고, 정부에서의 의뢰가 들어오면 대형 스크린에 순차적으로 의뢰의 내용을 보여준다.

의뢰를 선택한 용병은 스크린에 게재된 모집 장소로 향하기 위해 문 밖으로 나가고, 그만큼 의뢰를 받기 위해 새로운 용병들이 들어온다.

인구가 천만명이나 하는 서울시의 특성 때문에 이능력 범죄자, 야생 괴수들의 숫자 또한 많은지라 넘치는 일거리를 노리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용병, 혹은 지망생들에 의해 머셔너리 서울 지부는 건물을 3개로 확장할 정도로 분주하였다.

뚜벅- 뚜벅-

그 때, 슈퍼바이크 라이더용의 타이트한 전신 슈츠와 굽이 두꺼운 가죽 부츠를 신은 여성이 오토바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등장하였다.

동양인의 전형적인 특징인 검은 눈과 검은 머리칼이 허리까지 치렁치렁 내려오고, 백인과의 혼혈인듯, 동양인으로서 보이기 힘든 이목구비와 잘 깍여진 얼굴라인은 그녀가 미녀임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나 건들면 모조리 아작을 내준다' 라는 듯이 흉폭하였다.

동양인이라 보기 힘든 풍만한 가슴 때문에 전신 슈츠의 지퍼가 가슴에 걸려있고, 모델 수준의 여성미를 살리는 살짝 파인 등골이 목에서부터 골반까지의 허리의 S라인을 늘씬하게 강조하고 있는데다 슈츠가 허벅지의 라인까지 그대로 살려주고 있었다.

어쨌든 모델로 나가도 대성할만한 그녀가 향하는 곳은 의뢰를 완성하고 보수를 받는 의뢰 종료 창구였다.

번호표를 뽑지 않고 창구로 향한 그녀는 마침 번호가 되면서 창구로 움직이던 용병을 밀치며 창구에서 당황해하면서도 꾸민 미소를 짓고 있는 직원을 향해 종이 쪼가리와 검은색 가방을 올려두며 입을 열었다.

"왁!?"

"의뢰 완수 증표. 완수금 내놔."

고전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쟁반위 옥구슬이 구르는듯한 예쁜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사는 그다지 곱지 않았다.

"예? 저…저기……."

창구의 직원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밀려진 용병을 흘깃 쳐다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로선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은것이다.

갑자기 몸이 떠밀린 용병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였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흉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의 어깨를 잡아챘다.

"이 개같은 년이! 지금 네 년이 누구를 상대로 지랄했는지 알아!? 나는……!"

"꺼져."

나지막히 중얼거린 여자는 손을 펼치며 남자를 향해 팔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푸하악!

"크하악!?"

남자의 몸은 거친 바람소리를 자아내며 날라가더니 벽과 강하게 부딪혔다.

콰앙!

"뭐야?"

"싸움인가?"

거친 용병들끼리 뭉치다보면 싸움도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용병들은 소리의 근원지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머셔너리 지부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설 경호 요원들이 오기전까지 강건너 불구경하는 재미를 즐기려는 심보였다.

"어? 저 여자…작열의 마탄, 유 노아 잖아?"

"뭐? X-Force에서 A랭크로 스카웃하려 했다는 작열의 마탄이 저 여자였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이능력 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 1위의 강대국,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일반 이능력 부대와 X-Force라는 특수 이능력 부대를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일반 이능력 부대는 자원한 이능력자들을 받아들이고 훈련시키는 평범한 이능력 부대에 불과하지만, X-Force는 절대로 숫자만 불린 어중이 떠중이만 모아두지 않는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B랭크 이상중에서도 실전 경험이 높고 실력이 수위에 꼽히는 이들만 골라 스카웃하며, 어떤 테러에도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존하는 최강의 이능력 부대.

작열의 마탄 유 노아라 불린 여성은 그 X-Force에서 A랭크로 스카웃 의사를 밝힌 엘리트 이능력자였다.

"크윽……."

노아에게 시비를 건(정확히는 당한) 용병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정보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잘못은 저쪽이 먼저 저질렀기에 이대로 고개를 숙이고 가자니 너무나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렇다고 달려가서 한판 붙자니 작열의 마탄이라는 이명異名을 가진 미국 정부 공인 A랭크 이능력자를 상대로 승리를 점칠 정도로 남자의 힘은 강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남자와 달리, 그로부터 전의가 사라졌음을 확인한 노아는 남자를 무시하고 다시 한번 창구의 직원을 향해 가방을 내밀었다.

"의뢰 완수금이나 내놔."

"아니…그…저기……."

"해달라는데로 해주게."

그 때, 소란을 듣고 나온 고급스러운 정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당혹스러워하는 직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올백으로 넘긴, 중후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자아내는 중년 남자의 모습에 노아는 불편한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 세계에 있는 용병중에서 100여명밖에 안되는 A랭크 용병인데 이정도는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내 지부에서 폭력 행위는 좀 삼가해주게."

랭크는 단순히 이능력이 강한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공인 A랭크는 전 세계에서도 탐내는 고급 인원으로, 높은 연봉과 최대한 보장된 자유가 약속되기 때문에 A랭크중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는 이능력자는 별로 없다.

물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능력자들은 널리고 널려있지만, 그런 이들은 대부분 뒷세계에서 암약하거나 자신의 힘을 세상에 보이기 싫어 은둔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머셔너리 서울 지부의 지부장인 중년 남자의 등장으로 노아는 완수금을 받게 되었고, 강제로 새치기 당했던 남자는 소정의 금액으로 보상받으면서 일단락 되었다.

"노아 양. 슬슬 머셔너리의 정식 용병이 되는게 어떤가? 그냥 소속만 정식 머셔너리의 일원이 될 뿐이지, 하는 일은 똑같다니까? 의뢰를 받고, 수행하고, 쉬고 싶을때 쉬고. 그러면서도 어머나~? 의뢰 소개비랑 수수료가 확 줄어드네~?"

중년 남자는 그녀와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지 중후한 생김새와 달리 가볍고 장난기가 있는 목소리로 노아를 정식 머셔너리의 일원으로 유혹하였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머셔너리의 일원이라기 보단 자유 용병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의뢰를 받는다.

그렇기에 머셔너리는 일종의 중개 회사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다 A랭크 이상의 이능력자가 많이 없기 때문에 간간히 돈을 강탈하기 위해 머셔너리를 공격하려는 이들이 등장한다.

머셔너리의 정식 용병이 된다면 수수료와 소개비가 대폭 깍여나가지만, 머셔너리를 공격하는 이들을 요격하는 지시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노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끈덕지게 자신을 귀찮게 하는 머셔너리 서울 지부장의 유혹을 또 한차례 거부하였다.

"나는 어딘가에 속박당하기도 싫고 구속되는것도 싫어. 내 힘을 원한다면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하라고."

그리고선 중년 남자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돈이 들어간 가방을 들고 몸을 돌리자 긴 머리칼이 흩날려졌다.

자신을 둘러싸고 구경하는 용병들의 벽을 향해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나가자, 용병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좌우로 벌려지며 그녀를 위한 길을 만들어주었다.

발걸음을 옮기며 긴 머리를 정리하여 한 손으로 잡은 후, 오토바이 헬멧을 눌러쓴 노아는 밖에 주차된 자신의 오토바이 위로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고 거친 배기음과 함께 도로로 향하였다.

그와 동시에 머셔너리 지부 건물 위에 올라가 있던 검은 인영이 그녀의 오토바이와 같은 방향으로 점프하며 건물 옥상 사이를 뛰어달려갔다.

'좋아. 나의 첫번째 사냥감은 너로 정했다!'

자신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대충이나마 확인을 마치고, 머셔너리 지부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던 진우는 작열의 마탄, 노아가 일으킨 소동을 주의깊게 관찰하였다.

그녀가 생각보다 뛰어난 이능력자임을 알게 된 진우는 그만큼 그녀의 거주지에 무기가 많을거라고 예상하고 밖으로 나와서 건물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자 그에 준하는 스피드로 건물 위를 뛰어달려나갔다.

그가 하루동안 알아낸 자신의 최대 달리기 속도는 시속 약 250km. 그야말로 스포츠카와 전력으로 스피드 승부를 해도 가뿐히 이길 수준이다.

처음엔 너무나 빠른 속도를 주체하지 못했었지만, 수많은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면서 능숙하게 초인의 신체를 제어할 수 있게 된 그는 서울의 혼잡한 도로 사정 때문에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는 노아의 오토바이를 높은 고층 빌딩손쉽게 추적하였다.

그 때, 노아의 오토바이가 사거리에서 직진하면서 횡단보도의 거리만큼 건물과 건물의 거리가 멀어졌다. 게다가 건물의 높이가 정확히 13층 차이가 나는 높이.

"흣차!"

빠각!

하지만, 진우는 더더욱 속도를 높여 옥상 난간이 부서지도록 힘껏 밟으며 힘차게 도약하였고, 최소 15m 이상 벌려져 있는데다 13층이나 더 높은 건물 옥상으로 가뿐히 착지하였다.

'큭큭큭! 이거 꽤 재밌는데?'

인간이 점으로 보일 정도로 높은 고층 빌딩 사이를 점프하는 짜릿함을 느낀 그는 미소를 흘리며 노아의 오토바이를 추적하였고, 그녀의 오토바이가 빌딩숲을 지나 주택가로 향하는 것을 고층 빌딩 옥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흠, 서울이라 해도 주택가에는 고층 빌딩이 별로 없구나. 슬슬 내려가야겠는걸.'

신체 강화로 인해 수백미터에서 추락해도 다치지 않지만, 소리가 울려퍼지고 땅이 음푹 파이는것까진 막을 수 없기에 조용한 미행을 위해 자신이 서 있던 23층 건물 옥상에서 모서리 부분으로 방향을 옮긴 진우는 손가락을 한마디만 들어갈 정도로 외벽에 박아넣고 주르륵 내려갔다.

까드드드드드--!

시멘트 외벽이 아래쪽으로 길게 부서지며 건물의 외관을 손상시켰지만, 그딴건 알바 없는 진우는 5층 높이까지 내려간 후에 벽을 박차며 땅으로 착지하였고, 노아가 향한 주택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 작품 후기 ============================

다들 눈치채셨겠죠? 첫번째 노예 등장입니다. 더 눈치가 빠르셨다면 바로 전편에서 이미 예상하셨을거임.

이번 작품은 작품성보단 노골적인 대리만족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최대한 시원시원스럽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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