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화 (8/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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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켈록! 켈록!"

노아는 기침을 토해내며 스스로를 손 진우라 밝힌 남자의 얼굴을 기억속에 남는 얼굴들과 대조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해봐도 눈 앞의 남자는 자신이 아는 이능력자들중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손 진우라는 이름 또한 생전 처음들어본다.

진우는 일부러 노아의 기침이 진정될때까지 기다리려는듯,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짓을 벌이냐는 대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미리 말해두지. 작열의 마탄 유 노아, 미 정부공인 A클래스 이능력자, 머셔너리 지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고급 인재."

"쿨럭……. 그럼에도 혼자서 왔다는 것은…켈록! 대단한 자신감이네."

어느정도 고통과 기침이 가라앉은 노아는 부착한 소음기를 떼면서 쌍권총을 겨누었으나, 진우는 총구가 자신을 겨누고 있음에도 조금의 미동조차 없이 유유자적하였다.

'이 자…방탄복은 하나도 입고 있지 않아. 게다가 인간을 초월한 힘……. 신체 강화자인가……. 일부러 죽은 척을 연기할 정도라면 힘에 취한 초짜는 아니라는 소리…….'

만약, 힘에 취한 초짜 이능력자였다면 자신을 공격한게 누군지 알아내려고 이리저리 날뛰었을 것이다.

'게다가 총알을 맞고도 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는 것은 최소한 7등급 이상의 신체 강화자임이 분명한데, 이런 자가 있다는 정보는 한번도 듣지 못했어.'

6등급 신체 강화자는 총탄에 의한 고통을 조금 거칠게 넘어진듯한 충격 정도로만 받고, 7등급은 급소를 제외한 총상은 효과가 미미하게 변한다.

8등급 부터는 일반탄에 의한 총상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이능력자들 사이에서는 초인으로 분류된다.

신체 강화자의 숫자는 다양한 이능력자들 중에서 숫자가 가장 많지만, 6등급 이상부터는 그 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알려진 전 세계의 8등급 신체 강화자는 약 50여명, 9등급은 20, 10등급은 2명밖에 되지 않는다.

노아는 8등급부터 10등급까지의 이능력자들에 대한 기억을 아무 되새겨봤지만, 손 진우라는 한국인 신체 강화 이능력자에 대한 정보는 실려있지 않았다.

"생각은 끝났나? 원래라면 당장 달려나가 너를 피떡으로 만드는건 쉽지만, 나란 남자는 대한민국 1%의 관대한 남자라서 네게 두가지 선택권을 주지."

남의 재산을 강탈하려는 주제에 스스로가 관대하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고통과 충격을 회복해야 했기에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1. 지금 당장 집문서를 넘기고 사라진다. 2. 5분간 시간을 줄테니 최후의 저항을 시도한다. 어때? 세상에 이보다 더 관대한 조건이 있다면 나와보라고……."

"개소리는 지옥에서나 지껄여!"

그 때, 충격을 회복한 노아가 권총을 난사하였다.

타타타타탕!

그녀의 권총의 기본 베이스는 글록이지만, 전문 건스미스가 개조한 발화 총열 덕분에 탄환에 불이 붙어 소이탄과 같은 효과까지 더하는 특별품이다.

소이탄을 염동력으로 방향을 꺽어가며 적에게 반드시 명중시키고, 살이 타오르는 고통을 안겨다주기에 그녀에게 붙은 이명이 작열의 마탄.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나 나빴다.

퍼퍽!

"으왁!? 내 옷!"

상대방은 노아가 난사한 총알이 몸에 박혔음에 불구하고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소이탄에 의해 옷에 불이 붙은것에만 당황하며 불을 털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

상대방의 빈틈을 노린 그녀는 재빨리 몸을 날리며 염동력으로 지하실과 이어진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밖으로 도망치지 않고 지하실로 향했다는 것은 뭔가 대책이 있다는 뜻이군. 좋아 좋아~ 그래야 일부러 빈틈을 내준 보람이 있지."

솔직히 말해서 노아가 도망칠때, 잡으려고 하면 단숨에 잡을 수 있었으나 일부러 놔준 이유는 자신의 몸이 어느정도의 충격을 견디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달리기 속도는 사람이 매우 뜸한 새벽녘의 도로를 뛰어다니며 파악했고, 자신의 괴력은 철물점에서 단단한 철로 만들어진 제품을 간단하게 구겨버리는 것으로 확인하였으나, 자신의 몸이 어느정도의 충격까지 견디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었다.

처음엔 달려오는 화물 트럭과 충돌 해볼까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부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게 될테니 노아에게 반격의 기회를 안겨다주면서 자신의 몸이 가진 성능을 확인코자 일부러 빈틈을 내보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저택, 방음 시설이 되어있나 보네. 총소리가 울려퍼졌는데도 잠잠한걸 보니까."

서울시 한복판에서 총소리가 들려오면 당연히 소란스러워져야 당연하겠지만, 밖에서 아무런 소란이 들리지 않는걸 보니 방음 장치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원없이 몸의 성능을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노아가 충분히 자신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 진우는 지하실 문을 열자, 칠흑같은 어둠이 아래쪽으로 짙게 깔려 있었다.

벽면을 더듬거려 스위치를 확인한 진우는 전등불 키며 계단 밑으로 성큼성큼 내려가…….

태앵! 철컥!

"응?"

계단을 내려가던 중, 팽팽한 실이 인간의 무게를 견디지 끊어졌고, 그와동시에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장전음에 고개를 뒤로 젖혀 소리가 들려온 근원지를 확인하자 천장과 고정된 샷건의 총구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파앙!

파파팍!

일반적인 인간이였다면 머리가 터져나갔겠지만, 진우에겐 세살베기 아이가 앙증맞게 토닥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흐음, 일단 샷건으로는 어림도 없군.'

지근거리의 샷건으로도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진우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이와같은 함정이 더 있기를 기대하며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어떤 함정이 있을까 기대하며 계단만 보고 내려가던 진우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변을 확인하자 자신의 눈높이에 걸려진 줄을 아슬아슬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계단에 설치된 줄이 끊어지면서 함정에 당했다면 계단쪽을 조심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눈높이에 줄을 설치해서 함정이 있다는걸 알면서도 당하게 만드는건가.'

이번에는 과연 무슨 함정일까 기대하며 일부러 줄을 끊자, 벽면에서 칼날이 튀어나와 진우의 옆구리를 강하게 찔렀…….

채캉!

…으나, 진우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오히려 칼날이 밀어내는 기계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진우는 계속해서 자신의 몸의 한계를 알려주는 노아의 함정을 기대하였지만, 아쉽게도 더이상의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지하실의 계단 끝까지 내려간 그는 지하실의 풍경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휘유~ 대단한데? 아무리 용병이 총기 허가증을 받는다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아?"

마치 영화에 나올법한, 샷건, 돌격소총, 권총등의 총기류가 무수히 많은 진열대에 장식처럼 걸려있고 탄약 박스 수십개가 구석에 깔려있는 모습은 군대를 제대하면서 어느정도 총기 지식이 있는 진우에게 있어서 눈이 희둥그래지는 진풍경이였다.

"내가 올때까지 그렇게 엎드려 있었던거야? PRI 자세 아주 쩔어주시는데?"

진우는 받침대를 한 대물저격총으로 자신을 저격하고 있는 노아를 향해 안타깝다는듯이 내려봤다.

"그런데 이 몸은 네가 상상도 못할 신체 강화자란 말씀이야. 좋게 말할때 항복하는게 어때? 자꾸 귀찮게 굴다 잡히면 맴매 맞는다?"

"그 재수없는 웃음…사라지게 해주지."

그가 지하실에 도착할때까지 대물저격총으로 저격하고 있던 노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NTW-20.

현존하는 대물저격총중 가장 큰 20mm구경을 사용하여 총이 아니라 포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며, 사람의 키만한 높이와 26kg 이라는 말도 안되는 무게로 반동을 억제하는 형식에 기동성을 완전히 포기한 대신, 대물저격총이 가지고 있는 자잘한 문제점을 해결한 파괴력 위주의 대물저격총.

한 때, 미국에서도 활동했었던 노아는 8등급 신체 강화 범죄자를 특수 부대와 함께 체포, 혹은 사살하는 의뢰를 받아들였지만, 자신의 탄환이 하나도 박히지 않아 고전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시간을 끄는동안 저격 위치를 잡은 미 특수부대원이 NTW-20에 20mm 구경 철갑탄까지 사용하여 저격에 성공하자 탄환이 신체 강화자의 다리를 관통하게 되었고, 그 상처를 노아의 마탄이 구멍 사이로 파고 들어가 범죄자의 팔다리를 내부에서 구멍투성이로 만들면서 체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자신의 권총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노아는 언제든지 8등급 이상의 신체 강화자를 상대하기 위해 큰 거금을 들여 NTW-20을 구입하였다.

상대적으로 일거리는 많되, 6등급 이상의 이능력자 숫자가 적은 한국에서는 그다지 쓸 일이 없었기에 먼지만 먹고 있던 대물저격총이 자신의 진가를 보이고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놈은 방심하고 있어. 단 한방만 맞추면 이 승부……!'

투콰앙!

NTW-20의 총구에서 불이 토해지자, 지하실 바닥에 깔린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이겼다!'

카앙!

'카앙?'

분명히 탄환은 미간을 조준하였고, 상대방은 무방비 상태로 방심하고 있었다. 귀를 찢을것 같은 대포같은 대물저격총의 호쾌한 소리가 울려퍼지면 살이 찢어지거나 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쇠와 쇠가 부딪히는듯한 이 소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20mm 철갑탄에 맞으면서 고개가 뒤쪽으로 휙 꺽인 진우는 방금전까지의 장난스러움이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과 함께 목을 좌우로 꺽으며 원상태로 복귀하였다.

"이번건 좀 아팠어."

저벅-

"큭!"

철컥!

어째서 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보단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회전 노리쇠를 당기며 탄알을 새로 장전한 노아는 이번엔 미간이 아니라 눈을 조준하며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투콰앙!

탁!

하지만, 진우는 손이 잔상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눈으로 향해 날라오는 20mm 철갑탄을 낚아채며 다트를 던지듯이 대물저격총을 향해 돌려주었다.

파각!

20mm 철갑탄은 믿기지 않는 속도로 날라들어 총열을 반으로 토막내며 바닥에 박혀들어갔고, 그 모습에 노아는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말도 안…돼……. 네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그딴거 알 필요 없어. 그리고 아까 내가 말했지, 자꾸 귀찮게 굴면 맴매 한다고. 순순히 항복했다면 이쪽도 신사적으로 대했을텐데 안타깝군. 네 년은 체벌이 좀 필요하겠어."

후웅!

순간, 바람이 일어나며 진우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였을땐 몸이 바닥을 향해 내팽개치고 있었다.

콰당!

"카학……!"

장거리라면 250km. 단거리 이동을 위해 힘을 가하면 약 두배정도 빠른 속도가 가능하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신체능력을 가지고있는 있는 진우는 섣불리 주먹으로 공격하다가 즉사할 수 있기에 적당히 내던진 것이다.

'철갑탄마저 통하지 않는다면…내 염동력으론 티끌만큼도 피해를 줄 수 없어!'

노아의 염동력은 그다지 높지도, 낮지도 않은 5등급. 게다가 그녀는 염동력의 파괴력보단 세밀한 컨트롤쪽으로 특화되어 염동력을 최대한 일으켜봤자 일반인이나 신체 강화 1~2등급 정도를 밀어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쓰러진 노아는 위의 악조건속에서도 수많은 아수라장을 거쳐온 용병답게 온 몸이 호소하는 고통을 무시하며 어떻게 해야 위기에 탈출 할 수 있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지만 저 남자는 최소 9등급 이상의 신체 강화자……. 대체 저런 자가 어째서 이런짓을 하는거지?!'

9등급 이상의 신체 강화자는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모든 조직에서 모셔가지 못해 안달이다. 그런데 그런 작자가 겨우 강도짓이나 하고 있다는게 믿기기 어려운지라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아흑!"

하지만, 등쪽에서 쑤셔오는 고통에 현실임을 인식한 노아는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척 하며 염동력으로 제압용 섬광탄이 들어간 나무 박스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의 방어력 : 20mm 철갑탄에 맞아야 '아야?!' 수준입니다.

참고로 신체 강화를 포함한 모든 이능력의 등급은 10이지만 그건 인간의 기준입니다. 재해 등급의 괴수는 최대 12 등급까지 갑니다.

"12등급 사이오닉파가 감지되었습니다!"

같은 대사도 추후에 나올 예정 -_-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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