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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개조도 분해처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단지 개조 -> 종류 선택 -> 확인 -> 재확인 순으로 홀로그램을 가볍게 탭하면 안내음이 공구 상자에서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노란 색상으로 반짝이는 부위를 때리라던가, 조이라던가 아주 간단한 미니게임(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난이도의)을 하면 완성.
-개조를 성공하면서 경험치 30을 획득하였습니다-
노아의 권총 하나의 총열을 개조한 진우는 시스템음을 무시하고 그녀에게 권총을 넘기며 아무것도 없는 빈 벽을 향해 가리켰다.
"쏴봐라."
"…예……."
탕! 팍!
남몰래 한숨을 쉬며 아무것도 없는 벽면을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긴 노아는 총성과 함께 벽에 박힌 자신의 총알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소이탄의 불길이 더 강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탄창집에 넣어 발사하는 소이탄에 비해 발화구만 개조해서 발사하는 소이탄은 진짜 소이탄의 절반정도밖에 효과를 주지 못한다.
막말로 비유를 하자면 탄환에 기름을 조금 발라, 불을 지핀후에 발사하는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그정도만 해도 인체에게 화상의 데미지를 주기엔 충분해서 만족하고 사용하고 있던 노아는 그가 총열을 조금 만지니까 진짜 소이탄 수준의 화력을 토해내는 탄환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이, 이 근처에 쓰레기장 있나?"
"아, 예? 거…거긴 어쩐일로……."
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왔지만, 진우의 계획대로 이제는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수준이 되었다.
"총기 관련 부품은 안쓰는 잉여 총기로 채우면 되지만, 기계 부품은 가전 제품에서도 얻을 수 있으니까. 이 근처 쓰레기장에서 폐기 가전 제품같은걸 해체하면 손쉽게 기계 부품을 충족시킬거다. 재료는 하나라도 더 많은게 좋지."
"그게……."
"응?"
노아는 뭔가 불안한듯이 쭈뼛거리자, 뭔가 말하면 자기 기분이 상해져서 폭력을 행사하는게 아닐까 라는 그녀의 불안감을 느낀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집 근처에 쓰레기장이 들어서는걸 싫어해요……."
"……."
"그래서 서울에서 나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인천쪽에 있는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어서…찾으시려는 대규모 쓰레기장은 서울에서 찾기 어려울것 같아요……"
"……."
그녀의 말에 잠시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지그시 누른 진우는 화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생각해보니 서울시의 땅값은 한국 내에서 가장 높다.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높은 곳을 확인해보면 서울시가 1위부터 10위까지 독차지 할 정도로.
특히나 땅값에 민감한 한국인이 땅값 떨어지는 요소중 하나인 쓰레기장을 주변에 개발하겠다고 하면, 그 지역 주민들이 모조리 모여서 결사 반대를 외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은 진우는 인터넷 기사로 아무 생각없이 봐왔던 문제가 자신에게 이런식으로 뒤통수 칠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오 썅……. 쓰잘대기 없는 부분에서 현실성 넣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언더 드림이 한국의 기업인 만큼, 한국의 현실성이 최대한으로 강조될거라곤 예상은 했다만, 이런것까지 현실성있게 만들줄은 꿈에도 몰랐던 진우는 한 숨을 푹푹 내쉬었다.
"후우우……. 하는 수 없지. 일단 안쓰는 잉여 총기들을 해체하는 수 밖에. 어이, 네가 자주 사용하는 총기만 빼고 안 쓰거나 예비용은 다 내놔. 일단 네 총부터 개조해주고 그 다음에 내 것도 만들어야겠어."
"예? 신체 능력이 그렇게 강하신데 총을 쓰신다고요?"
노아는 이해가 안간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가 알고 있는 진우의 신체 강화 등급은 최소 9등급 이상이다. 20mm 철갑탄도 통하지 않는 신체 강화자가 건틀렛 형식의 무장이나 근접 무기를 만들겠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총을 사용하겠다니?
진우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너말야, 신체 강화자라고 무조건 몸으로만 싸우는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하냐? 아무리 높이 점프해도 닿지 않는 공중에서 헬기가 폭격을 가하면? 나보다 더 빠른 탑승물을 타고 도주하면서 원거리로만 공격하면?"
"그래도……."
"게다가 이 몸은 천재거든. 공격방식이 하나라도 더 늘어나면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고, 적을 공격할 전술이 늘어난단 말씀이야."
"……."
스스로를 천재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그다지 미덥진 않았지만, 자신의 총열을 개조하여 진짜 소이탄 수준의 탄환을 발사할 수 있게 된 노아는 겉모습은 가벼워 보여도 실력은 진짜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최소 9등급의 신체 강화자에, 미국 최고의 건스미스보다 뛰어난 총기 개조 실력을 가진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 이정도면 어떤 조직에 들어가든 한달에 수천만원을 버는건 간단할텐데…….'
노아는 예전부터 가졌던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해체할 잉여 총기를 찾고 있는 진우를 향해 조심스래 물어왔다.
"저기…그런데 그정도 실력이시면 어떤 조직에 들어가셔도 될텐데…굳이 그…강도짓을 하시는건지……."
"재밌으니까."
"…네?"
괜히 자신을 추궁하냐고 화를 버럭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 뻥찐 표정을 지었다.
"남의 것을 강탈하여 나의 것으로 만든다. 그것이 미치도록 재밌으니까. 이 재미는 수십억을 줘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기도 하지. 너도 한번 해보면 그 쾌감에 중독될걸?"
"……."
"그리고……."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흠칫 놀란 노아는 자신을 벽쪽으로 밀어붙이는 그의 힘에 힘없이 밀려가야만 하였다.
탁.
"읏……."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은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나는 예쁜것들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의지박약아거든. 너는 내가 소유하기로 결정했으니 내 것이 될때까지 나의 색으로 물들여 주겠어. 그리고 죽을때까지 평생 내 곁에 둬주지."
"……!"
노아는 자신을 평생동안 자신의 곁에 두겠다는 그의 호언장담에 놀란듯이 눈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진우는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손으로 잡아당겼다.
"으읏……."
특별히 힘을 가한것도 아니건만, 그의 의도대로 천천히 입을 벌린 노아는 자신의 입안으로 입술을 겹치며 혀를 밀어넣는 그의 행위에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거부 반응이 없어졌다고 봐야 정확하리라.
'어…어째서……? 그토록 남자가 싫었는데…강간까지 당했는데…어째서 이 남자의 행위에 몸이 따르는거야……?'
강간은 한 여성의 평생동안 남을만한 상처나 마찬가지다.
육체적인 상처도 심각하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낫긴 낫는다.
궁극적인 문제점은 그로인해 일어난 정신적 상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스릅-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속으로 들어온 그의 혀가 자신의 혀를 농락하는데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그의 하반신을 내려보니 아직도 아려오는 자신의 하복부가 어째서인지 간지러운듯한 감각이 살아나기까지 했다.
십여초 동안 키스후, 혀를 내밀며 얼굴을 땐 진우는 노아의 혀와 이어진 은색의 실을 길게 늘어뜨렸다.
"지금은 일단 작업을 완료하는데만 신경쓰지. 이 작업이 끝나면 그때 또 놀아보자고."
그리고선 노아의 부드러운 목덜미를 할짝 핥아올리자, 그녀는 목에서 찌르르 하며 타고 올라오는 기분나쁜 혀의 감촉에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압도적인 힘을 이용해 여성을 희롱하는 최악의 남자.
노아는 그의 비열한 성격을 다시 한번 몸으로 깨닫았지만, 그에게 반항할 수 없다는걸 몸으로 깨닫았기 때문인지 예상외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일단 아까 말했던대로 네가 자주 사용하거나 비싼놈은 따로 챙겨둬."
"예……."
복잡해진 머리탓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 노아는 그동안 쓰지 않고 먼지만 먹이고 있던 예비용 총기들과 자신이 여러가지 임무에 대응할 수 있는 주력 총기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잘그락- 철컥-
노아가 작업대 한쪽에 올려두는 총을 차례차례 분해할수록, 그 반대편에는 스패너 그림이 그려진 엄지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검은색 바탕인 사각형 물체와 권총 그림이 그려진 물체가 차곡차곡 쌓여져 나갔다.
스패너 그림은 기계 부품, 권총 그림은 총기 부품 재료로, NPC들에겐 어떻게 보이는지 몰라도 일단은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알아보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쉽다는건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이능력자들의 등장으로 용병에 한하여 총기 허가를 허가하였으나, 애초에 총기 관련 산업이 군대쪽 밖에 없는 국가 특성상, 구입하는것은 힘들고 필요없는 총기를 되파는건 더더욱 힘들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할 생각으로 대부분을 해체용으로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참고로, 그녀가 어째서 이렇게 총기류가 많냐는 생각이 나올 수 있는데, 한국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처리한 후에 그녀가 몰래 하나둘씩 빼돌리다가 어느새 이렇게 많아진거다.
원래라면 범죄자가 사용하는 무기들은 증거 제출용으로 경찰들이 압수해 나가지만, 임무의 내용에 '무기' 에 대한 처분이 없다면 용병이 임의대로 몇개씩 빼돌리는건 암묵적으로 동의된 부수입이다.
물론, 경찰들 입장에서는 범죄자들의 범죄 행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투중 파손' 이라는 명목으로 한두개씩만 빼돌리는 수준이다.
특히, 노아가 소속을 가지지 않는 용병이긴 해도 그녀가 가진 피의 절반은 한국인인터라 한국 정부에서는 어느정도 그녀를 한국 내의 전력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A랭크 이상의 이능력자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의 입장에선 그녀의 행위를 눈감아줄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간에 노아가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남겨둔 무기는 글록 2정, SPAS-12 샷건 1정, NTW-20, HK-416 1정이였다.
그외의 모든 총기류를 분해한 진우가 얻은 재료는 기계 부품 312개, 총기 부품 436개였다.
'쳇. 아무래도 파워 슈츠는 힘들겠는걸.'
300여개의 기계 부품으로는 한대의 파워 슈츠를 제작할 수 없고, 무엇보다 금속류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 당장은 무기들만 제작하고 개조하기로 결정하였다.
============================ 작품 후기 ============================
다음편까지 장비 맞추고 다시 ㄴㅇ씬 ㄱㄱ하겠슴다.
'그냥 한꺼번에 ㄴㅇ씬 찍고 그 다음에 장비 제작하면 되잖아? 굳이 이렇게 흥을 깨야 했어?'
라고 물으신다면 일종의 템포 문제라고 답하겠습니다.
ㄴㅇ씬이 나오다가 다른 장면이 나오면서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진행하고 독자분들의 기대감을 올려주면서 다시 ㄴㅇ씬을 재미나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것도 작가의 임무거든요.
굳이 예를 들자면 치킨무와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